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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냥냥>
w.풀HD
2. 우리 지코 며짤? ……알게 뭐야.
"형. 지금 신기한 게 우리 집에 있어요. 빨리 와 봐요."
[ 뭐? 12m 똥이라도 쌌냐? ]
"아이, 그런 게 아니라요."
[ 그럼 뭐- ]
지훈은 제 허벅지를 베고 누워 동물농장을 시청중인 지코를 슬쩍 보곤 비밀 얘기라도 하는 양 수화기에 속닥였다.
"저희 집 고양이 지코가-.... 사람이 됐어요!"
3초간의 정적. 뒤이어 빵 터지는 경의 웃음소리. 푸하하하하하하하학학학!! 지훈의 말을 싹 무시해버리는 것 같은 끊이지 않는 웃음소리 때문에 지훈은 입술을 삐죽 내밀면서 '정말이라니깐요..'하고 웅얼거리듯이 말했다. 경은 간신히 웃음을 참으면서 차라리 지코가 붕알떼고 암컷 됐다는 소리가 더 그럴듯하겠다며 또 다시 큭큭 거렸다. 지훈은 그럼 지코 바꿔줄테니 통화해보라며 핸드폰을 지코에게로 넘겼다. 지코야 여기다가 아무 말이나 해봐. 지코는 핸드폰을 멀뚱멀뚱 보더니 왜 내가 이 사각형 물건에다가 대고 말을 해야 하느냐는 눈빛을 보냈다. 뭐야, 장난해. 하는 순간 그 사각형 물건에서는 보란 듯이-들으란 듯이- 경의 목소리가 나왔고 지코는 온 몸의 털을 쭈뼛 세우며 경기를 일으켰다.
"이게 뭐야악!!!"
사, 사, 사람 목소리가 나와!! 우와아아악!!! 지코는 얼굴을 퍼렇게 띄운 체로 깜짝 놀라 소파 위를 펄쩍 펄쩍 뛰었다. 예상 외로 큰 반응에 좀 웃기기도 하고 같잖기도 한 지훈은 픽 웃으면서 다시 핸드폰을 귀에 갖다 댔다. 들었죠? 지훈은 의기양양한 태도로 말했다. 경은 괴상한 지코의 비명소리에 '뭐야 저 사이코는... 너 진짜 누구랑 있는 거야?' 하곤 아까와는 사뭇 다른 목소리로 말하고 있었다.
"아 정말 지코라니까요? 사람으로 변했다구요-"
"아오 이 새끼야. 그놈의 사람 타령 고만 좀 해라."
"진짜 답답하네요, 형. 정 못 믿으시겠다면 사진이라도 찍어드려요? 우리 지코, 오드아이 있는 거 알잖아요. 찍어드려요? 네?"
"……니가 오드아이 또라이 새끼를 친구로 뒀는지 내가 어떻게 알아."
"이 씨"
발 박경 새끼. 사람이 평생 속고만 살았나, 존나게 안 믿네. 지훈은 빡이 쳤지만 경에게 더 이상 왈가왈부 할 필요 없이 정말로 전화를 끊고 지코의 눈을 찍었다. 덕분에 자신의 눈이 찍힌 것을 보고 또 흥분한 지코는 "우와아아아악!! 내 눈이 이제 4개가 됐어!!!"하고 소리 지르기 시작했다. 지훈은 메신저로 경에게 지코의 오드아이 눈을 보여줬다. 여우마냥 끝이 뾰족하게 올라간 눈은 전형적인 동양인의 눈이었지만 그 색깔과 동공의 모양은 틀림없는 지코의 것이었다. 왼쪽은 초록색, 오른쪽은 파랑색인 오드아이. 그리고 핸드폰 카메라의 빛이 반사되자 더욱 맹수마냥 번뜩이는 고양이의 눈. 생각보다 훨씬 지코스럽게 나온 사진을 보내준 지훈의 표정은 만족 그 자체였다. 경은 곧 그 사진을 확인했고 후 반응은 예상대로 폭발적이었다.
[ 헐 ]
잠깐만. 이거 합성 아님? 너 진짜 오드아이 친구 있는 거 아냐? 아님 렌즈. 야 씨발 답장을 해. 진짜 지코인거? 에이 ㅅㅂ. 하마터면 존나 믿을 뻔 했어 ㅎㅎ 몰카는 여기서 끝내자 지훈아. 이건 뭐, 키보드 워리어도 아니고. 전광석화와 같은 속도로 오는 메신저 때문에 좀 웃기기도 했지만 일단은 이 정신없는 형의 혼란을 멈춰줘야 했기에 지훈은 짧게 답장했다.
[ 레알 지코임여 지코 아니면 난 이명박 아들 ]
[ 헐 ㅇㅇㅋ 레알인가보넹 ]
이걸로 박경의 혼돈은 정리되었다. 경은 지훈과 마찬가지로 단순하고 단순하고 또 단순한 사고방식을 가졌으므로, 쉽게 진정할 수 있었다. 그러나 곧 경은 '그래서 이제 인간지코 어쩔 건데?'하고 현실적인 이야기를 꺼냈다. 지훈은 바로 그게 문제라서 형한테 연락한 거라면서 해결책 좀 강구해달라며 'ㅠㅠ' 표시도 서슴지 않고 썼다. 원래 'ㅠㅠ'는 남자의 가오를 죽이는 거라서 잘 쓰지 않던 지훈이었기에, 'ㅠㅠ'를 쓴 지금 상황의 의미는 지훈이 매우 급하단 뜻이었다. 경은 지훈의 'ㅠㅠ'에서 다급함을 느끼고는 평소 잘 굴리지 않던 머리를 데굴데굴 굴려보기 시작했다.
[ 일단 니가 분양한 애니까 키워야지 ]
[ 헐;; ]
[ 다짜고짜 경찰서에 보내거나 길가에 내버릴 수는 업자나 ]
[ ㅇㅇㅋ 그건 그런 듯 ]
[ 근데 형 전 사람 한 번도 안 키워봄 ㅠㅠ ]
[ 나돜ㅋㅋ ]
[ 아! 사촌동생은 돌봐본 적 잇ㅋ음 ]
[ 오 형 그럼 형이 코치 해주면 대겟네영 ]
[ 미친놈아 아기랑 사람으로 변한 고양이랑 똑같냐?? ]
그 말에 지훈은 곧장 지코를 봤다. 지코는 얼마 전 지훈이 사준 생쥐인형을 가지고 지훈의 허벅지로 올라와 "주인노마 놀아조"하고 떼쓰고 있는 중이었다. 지훈은 지코를 달래듯이 쓰다듬으며 경에게 이렇게 보냈다.
[ 어쩌면 똑같을지도 몰라염ㅋㅋ; ]
*
야 일단 니가 알려달라고 해서 알려주긴 하는데, 이상하게 되도 난 모른다? 일단 애기를 키울 때 제일 먼저 필요한 건 옷이야! 옷이랑 분유, 기저귀 뭐 이런 게 필요하긴 한데, 그... 인간지코는 성인층이라고 하니까 일단은 옷만 사놔. 언제까지고 너랑 같은 옷 입힐 순 없잖아. 돈은 좀 들더라도 속옷이랑 옷 몇 벌은 사줘. 알겠지? 그럼 뭐 더 필요한 거 있으면 연락해-. 아 맞다. 나갔다와서는 철저하게 씻기는 거 잊지 말구!
ㅡ가 경과의 통화내용이었다. 그런 고로 지훈은 지코의 옷을 사려고 지코와 함께 외출 준비를 하고 있었다. 지훈이 거울 앞에서 자신의 머리를 다듬으며 "지코야. 형이랑 마트 가자~"하며 말하자, 지코는 "흥 누가 형이래. 새파랗게 어린 게."하면서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리고선 지훈이 현관에서 신발을 다 신고선 신발코를 톡톡 치며 왜 안 나오나- 하고 보고 있을 적, 저 멀리서 지코는 딸랑이와 'ZICO'라는 이름표가 달린 목줄과, 술김에 산 암컷용 핑크색 외출복을 들고선 한껏 기대하고 있는 통통 스텝으로 지훈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그리고 지코는 산책할 때만 보여주는 해맑은 미소를 보여주며 그것을 자신 있게 내밀었다. 어서 해죠! 나 빨리 나가고 싶어! 라고 말하는 듯 했다. 지훈은 웃지 않으려 했지만 웃지 않으려고 할수록 점점 더 웃음이 터져 나왔다.
"풉...푸...푸하하하하하하하!"
"...? 왜 웃어? 산책 나가는 거 아니었어?"
"끅..끅..아니 그게 아니라.... 이젠 산책할 때 이거 안 써도 돼."
"....어째서?"
산책할 때마다 목줄과 외출복이 필요 없다는 말을 듣곤 '어째서?'하고 말하는 지코의 표정은 마치 매일 밤 끌어안고 자던 곰 인형을 빼앗긴 어린 아이의 그것과도 같았다. 예상치 못한 지코의 서운한 반응에 지훈은 금세 당황하며 허허허 하는 어색한 웃음소리를 냈다. 이젠 넌 사람이니까 안 해도 돼. 그 대신 내가 더 이쁜 옷 사줄게. 그러니까.... 알겠지 무슨 말인지? 지훈은 지코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슥 슥- 지코는 약 5초간 멍한 표정을 짓고 있다가 이내 다시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알겠어! 새 옷 사준다는 거잖아. 그럼 가자! 지코는 지훈의 손을 잡아끌며 재촉했지만, 일단 외출은 지코가 지훈의 커다란 신발을 다 신고 나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참고로 지코는 지훈의 신발을 신을 때 발이 잡아먹힌 것 같다며 싫어했다-
지코와의 쇼핑은 의외로 재밌었다. 지코는 마트에 도착하자마자 이젠 애견 보관함에 갇혀있지 않아도 된다는 둥 떠들다가, 자신에게 인사하는 종업원을 보며 인간이 나한테 고개를 숙인다며 킥킥대다가, 물고기를 파는 곳에 가서 손을 담가 보다가……. 아무튼 지코 성격 그대로 정신 사나웠지만 재밌었다. 지훈은 지코의 옷과 속옷, 신발을 여러 개 골라 사주었고, 지코가 조르는 바람에 쓸데없이 씨리얼을 잔뜩 골라 사갔다. 이 정도면 됐겠지 하고 계산대로 가서 총 합을 구해보니 그 합은 가히 어마어마했지만 지훈은 거만하게 눈썹을 꿈틀였다. 훗 이정도 따위. 아빠 카드로 긁으면 돼. 이건 한도가 없거든. 그러나 한낱 고양이었던 미물따위가 '카드'나 '한도'라는 것을 알리가 없었다. 지코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단 표정으로 한쪽 눈썹을 요상하게 찌푸렸다. 개소리 쩌네. 그만하고 빨리 가자. 라는 뜻으로 봐도 무관했다. 지훈은 자신의 돈 자랑 (사실은 다 아빠 돈) 이 안 먹히자 그게 맘에 안 들었는지 다시 한 번 카드를 팔랑팔랑 흔들며 은근히 속닥였다.
"요게 요게… 니 옷이랑 신발, 씨리얼 그런 거 다 사준 거야. 이걸로 니가 갖고 싶은 거 다~ 살 수 있어. 어때, 대단하지?"
히죽 웃는 지훈의 표정은 어서 '와 대단해 스고이!'라고 외쳐주길 바라는 것 같았다. 지코는 그 황금빛 카드를 뚱한 표정으로 보다가 '갖고 싶은 거 다 살 수 있다'는 말에 눈을 반짝이며 '정말? 그럼 씨리얼 백만 개도 살 수 있는 거야?'하고 물었다. 어, 음. 뭐. 물론 살수야 있지. 그런데 더 값진 곳에 쓰는 게 낫지 않을까? 지훈은 허허 웃으며 뒷머리를 긁었다. 지코는 씨리얼보다 더 값진 게 뭐가 있는지 몰랐다. 그저 저 카드란 물건은 정말 대단한 것이구나, 하고 깨달을 뿐이었다.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지코는 신발을 벗어던지고 사료 통 옆에 있는 고양이 물통으로 가서 물을 핥짝 핥짝 핥아먹었다. 얌전히 무릎을 꿇고 눈을 지그시 감은 폼이 어지간히 목이 말랐던 모양이다. 하지만 사람의 형상으로 그러고 있으니 굉장히 미친 놈 같았다. 지훈은 고양이 물통에 담긴 물을 핥아먹는 지코를 보곤 깜짝 놀라 서둘러 물 컵에 물을 떠다 주었다. 야 사람은 이렇게 물 컵에다가 마시는 거야. 이젠 물 핥아 먹지 마. 알겠지? 하지만 지코는 '에이씨 또 뭐야'하는 성가신 표정으로 물 컵을 뚱하니 잡고 있었다. 핥아 먹지 말고 이렇게 마시는 거라고 시범을 보여줘도 보는 둥, 마는 둥. 결국 지코는 물 컵에 있는 물마저도 핥아먹었다. 핥짝, 핥짝. 핥짝거리는 혀가 붉었다. 인간이 됐어도 일단 원래는 고양이었으니까 혀는 아직도 까슬거리려나, 하고 엉뚱한 생각을 할 무렵이었다. 문득 경의 말이 생각났다.
'아 맞다. 나갔다와서는 철저하게 씻기는 거 잊지 말구!'
그러고 보니 요 며칠 지코를 씻기지 않았다. 이제 슬슬 목욕을 시켜야 할 시기도 다가왔으니, 지코를 씻겨야 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지훈은 물을 핥짝 핥짝 핥아먹고 있는 지코를 불렀다. 지코야 하고 부르니 지코는 물컵에서 얼굴을 떼고 예의 그 순진한 표정으로 그를 돌아봤다. 그러나 곧 그의 표정은 공포로 물들고 말았다. 지코는 지훈이 화장실로 데려간다는 것을 눈치 채자마자 매일 그랬던 것처럼 발에 브레이크를 걸어놓은 것 마냥 방바닥에 딱 붙어서는 움직이질 않았다. 지코야, 씻어야지. 하고 달래보아도 지코는 '아 싫어. 물 싫어. 싫어 싫어!' 하고 우는 소리만 낼뿐이었다. 거 참. '아 싫다고오-!'하고 소리 지르는 게 왜 '니야오오옹-!'하는 앙칼진 소리와 겹쳐 들리는지. 목욕을 시킬 때마다 앙칼지게 반항하는 탓에 일종의 트라우마 비슷한 게 생긴 모양이었다. 지훈은 지코의 손을 붙잡고 끌어당기다가 그의 날카로운 목소리에 귀가 멍멍해 잠시 귀를 후비며 지코의 손을 놓아주……긴 개뿔. 지훈은 지코의 손을 놓아주는 척 하다가 그를 기습적으로 안아 들었다. 옆구리를 안아 들어 올리자 역시나 마른 체구 때문에 번쩍 들어 올려지긴 개뿔. 역시 수컷이라 그런지 엄청 무겁고 반항하는 힘도 고양이었을 적에 비해 엄청 세서 (사실 고양이었을 때도 만만치 않았다) 화장실로 억지로 꾸역꾸역 넣는 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렇게 겨우겨우 화장실까지 처넣은 지훈은 잠시 숨을 돌리다가, 화장실 구석에서 바들바들 떨고 있는 지코를 보며 생각했다.
'아니. 저 새끼를 대체 어떻게 씻기지?'
사실 문제는 그거였다. 고양이었던 지코는 작고 힘도 별로 세지 않아서 일단 화장실에 넣기만 하면 그 다음부터는 별 문제 없었지만, 인간이 된 지코는 달랐다. 일단 첫 번째로, 씻겨주기에는 덩치가 너무 컸고. 둘째론 힘이 세서 지코가 씻기 싫다고 반항했을 때, 자칫하면 화장실에서 바로 골로 가는 수가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셋째는……. 지코는 수컷 이었다! 그러니까 다시 말해 남자! 저 옷을 다 벗기고 나면 지훈의 밑에 있는 것과 똑같은 것이 달려있다는 것이다. 지훈은 다 벗은 쭈구렁 할머니를 씻기면 씻겼지 죽어도 같은 남자는 절대 못 씻기겠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목욕탕에 온 것 마냥 등을 밀어줄 수는 있었지만, 지코는 자신의 몸을 스스로 씻을 수 없었기에 단순히 등을 밀어주는 수준에서 그치면 안 되었다. 온 몸 구석구석 은밀한 그곳까지도 거품 질을 해줘야만 했다. 지훈은 일전에 보았던 지코의 알몸 상태를 떠올렸다. 하얗고 비짝 말랐던 그 몸.... 그리고 밑에서 달랑거리던 그것....... 순간, 지훈의 온 몸의 털이 쭈뼛 하고 섰다. 아, 안 돼. 안 돼. 절대 씻길 수 없어. 내 손으론 절대 그걸 만질 수 없어..!
지훈은 결국 지코에게 세수랑 머리만 감겨주기로 하였다.
지코는 머리를 감겨줄 때만 해도 가만히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세수였다. 지코는 살면서 세수라고는 오로지 자신의 앞발로 눈곱을 떼는 수준의 고양이 세수만 해봤지, 폼클렌징으로 거품을 내어 그것을 얼굴에 부벼본 적은 없었다. 그렇기에 지코는 세수를 시키며 한시도 가만히 있질 않았고 결국 지코는 눈에 거품이 들어갔다며 지랄 발광을 하다가 지훈이 기껏 사준 새 옷을 흠뻑 젖히고 말았다. 아무튼, 어찌저찌하여 지코를 다 씻긴 지훈은 거의 녹초가 된 몸을 이끌어 화장실을 나왔다. 화장실을 나오니 지코가 뾰루퉁한 표정을 지으며 따라 나왔다. 지훈은 주홍빛 수건을 들고 대기해 있다가 지코의 머리를 수건으로 감싸주었다. 그리곤 그 작은 머리통을 잡고 천천히 방으로 향했다. 고양이었을 때는 수건으로 돌돌 말아서 침대로 안고 올라가 말려줬었는데 이젠 인간이라 그러지도 못한다. 어차피 말릴 털이라 봤자 머리털밖에 없지만 서도. 지훈은 지코를 침대로 데리고 올라가 앉았다. 그리고 고양이들은 씻기고 나서 바로 말려주지 않으면 감기에 걸릴 수도 있다고 했던 말을 떠올리며 오늘도 드라이기를 꺼내들었다. 드라이기 중 가장 약한 버튼을 눌렀다. 따뜻한 바람이 약하게 뿜어져 나왔다. 지훈은 지코의 머리에 감겨져 있던 주홍빛 수건을 푸르고 능숙한 손짓으로 지코의 적갈빛 머리칼을 말렸다.
천천히 조심스럽게 말리는 손길에 세수에 대한 불만으로 투덜거리던 지코의 중얼거림이 멈추었다. 지코는 쭈욱 내밀었던 입술을 집어넣고 나른한 손짓에 저도 모르게 눈을 스르륵 감았다. 따뜻한 온기가 온 몸을 감고 돌았다. 오늘 하루 종일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일들을 한꺼번에 많이 겪어서 그런지 몸이 피곤했다. 지코는 점점 감기는 눈을 비볐다. 주인, 나 졸려어... 느리고 몽롱한 지코의 목소리가 축 늘어졌다. 지훈은 자신 또한 많이 지쳤지만 아이처럼 하품을 찍찍 해대는 지코의 모습에 또 한 번 픽 웃었다. 지훈은 지코의 머리를 자신의 허벅지에 뉘어주었다. 졸리면 자. 머리 거의 다 말랐으니까. 그 말이 끝나자마자 지코는 정말로 지훈의 허벅지에 누워 잠들었다. 지훈은 드라이기를 껐고 근처에 있던 이불을 지코의 배 위로 덮어주었다. 얌전히 자고 있는 얼굴이 새하얗고 귀여웠다. 지훈은 흐뭇하게 웃으며 지코의 부드러운 머릿결을 쓰다듬어 주었다. 그때, 지훈의 핸드폰이 울렸다. 경의 메신저였다.
[ 야 잘하고 있냐?? ]
[ 지코가 말 잘 듣디?? ]
음, 글쎄요. 지훈은 답장을 치려다 말고 잠시 오늘 있었던 일을 떠올려보았다. 지코가 사람으로 변했고 지코에게 처음으로 씨리얼을 먹여주었고 마트도 같이 가고 씻겨주기도 했고……. 하여간에 엄청나게 정신없었다. 그렇기에 경의 질문에 대한 확실한 답은 '지코는 오늘 말을 무진장 안 들었어요.'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정작 지훈이 한 답장은 의외의 것이었다.
[ 지코 지금 자요 진짜 귀여움ㅋㅋ ]
그러니까 지코가 결코 말을 잘 들은 것은 아니었지만, 누가 한 말마따나 에라이! 귀여워서 봐준다! 였던 것이다. 고양이가 인간으로 변했어도 주인의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 지훈은 여전히 지코를 귀여워하고 사랑하고 있었다.
ㅎㅎ....
뒷부분이 궁금하다고 하시는 분들이 몇분 계셔서요..
사실 끝난건 아니구요 제 생각으론 두편? 정도 남은거 같은데 ㅎㅎㅎㅎ
뒷부분이 궁금하다고 하시는 분들 계시면 마저 쓸게요~
예상외로 재밌다고 해주셔서 감동 받았습니다 ㅎㅎㅎㅎㅋㅋㅋㅋ
+브금ㅋㅋㅋ은 냥캣이에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피아노버전ㅋㅋㅋㅋㅋㅋ
첫댓글 아 진짜 대박ㅋㅋㅋㅋㅋㅋㅋㅋ어떻게 이런 생각을 다하셔욬ㅋㅋㅋㅋㅋㅋ 글도 산뜻한게 진짜 재밌고ㅋㅋㄱㅋ이거 완결나면 다운방에 올려주심 안될까요ㅋㅋㅋㅋ잘 읽고 가요 헿
잘읽고가요^^
ㅠㅠㅠㅠ아진짜ㅋㅋㅋㅋㅋ너무귀여워여ㅋㅋㅋ세상에 사랑스러운거;ㅠㅠㅠㅠ아 진짜 ㅋㅋㅋ어떻게이러케 지코가귀여운거져ㅠㅠㅠㅠㅠㅠ하..키우고싶네옄ㅋㅋㅋ..이제 둘이 사랑하는일이 남은거에여...!잘읽고감니다!
걍 뭐 말이 필요 없ㅋ음 존나 귀여운 우지호 존나 멍청하고 둔한 표지훈의 한집살이 라니! 으악으악! 너무 좋아서 날아갈 거 같은 종나 귀여운 지호를 봤으니 나는 여기서 눕겠어요 여신님 으악 하.
앜ㅋㅋㅋㅋㅋ귀여워랔
어뜩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추댓!
ㅋㅋㅋㅋㅋㅋ지코 귀여웤ㅋㅋ뒷부분 궁금해요!빨리 올려주세옄ㅋㅋ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4.02.09 1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