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종자돈과 투자 마인드의 중요성_ 강남에서 길을 잃다…
2004년도 가을 서초구 아파트 순례를 시작했습니다. 중고대학교까지 그 동네에서 살았던지라 골목까지 속속 알았었고 지형지물^^에 익숙했기 때문에 모르는 동네 답사하는 것보다는 훨씬 쉬웠죠. 단 누구누구 친구네 집 있던 동네, 무슨무슨 빵집 있던 아파트를 **** 아파트, 전용면적 몇평, 대지지분 몇평, 입주년도 몇 년의 기본적인 데이터로 바꾸기 위해서 부동산 사이트라는 델 뻔질나게 검색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게시판이란 델 들어가게 됐고 백상어님을 포함한 많은 고수분들의 글을 보게 되었지요.
참 사람의 본능이란 것 중 회귀 본능과 거주 본능이 무섭다는 생각 많이 합니다. 익숙하기 때문에 좋아 보이는 것이지요. 강남이라면 도곡동도 있고 대치동도 있고 압구정동도 있는데 다시 서울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반포랑 서초동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삼풍부터 시작했습니다.
삼풍은 저 어렸을 때부터 랜드마크였죠. 삼풍백화점에도 자주 갔었습니다. 집에 가는 길에 삼풍 백화점 무너진 현장을 보았던 기억이 생생한데, 사실 그 순간이 최고급 주거지로서의 삼풍 이미지가 같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지금 아크로 비스타가 위용을 자랑하고 있지만요…
삼풍은 88년 입주에 2390세대의 대단지였고 법원과 검찰청이 건너편에 있습니다. 사법 연수원생들이 언젠가 꼭 돌아가고 싶은 마음의 고향이라고나 할까요? 5집 중 두세집은 영감님, 검사님, 의사들이라 할 정도로 전문직 종사자들이 많이 거주를 하지요. 당연히 유치원은 물론 원명 초등학교도 명성을 타고 있었고 서초동의 다양한 학원 셔틀이 분주하게 다니고 있는 동네죠. 재건축 기간까지는 꽤 시간이 많아서 복도식인 34평이 먼저 리모델링을 하자 뭐 이런 이야기가 나돌고 있었습니다. 강남 신세계 쪽이 좋아진 것도 편의성을 더하는 요소였죠. 집이 낡은 것만 손보고 복도식인 것만 감수한다면 깔고 앉아 살기는 좋은 동네였습니다.
극동을 재건축한 래미안 참 좋더군요. 단 경사진 곳을 만들어 단지가 계단식으로 구성되어있고 아무래도 위치가 삼풍보다는 떨어졌고 앞으로 까먹을 일만 남은 것처럼 보였습니다. 삼호가든은 재건축 승인이 임박한 상태였구요, 반포 주공 2,3단지 역시 정말 탐나는 입지였죠.
트리플 역세권의 잠원동도 좋지만 그때는 리모델링 호재가 거의 이슈가 되지 않았었고 조망권이 없고 압구정의 배후 단지라는 한계가 있었죠. 제가 살아본 경험과 앞으로의 그림을 그려볼 때 터미널이 어떻게 되든 반포동과 서초동의 랜드마크는 주공 2,3단지 재건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3단지는 초 역세권에 모든 편의 시설의 중심에 있었지요. 2단지의 가장 큰 메리트는 계성 초등학교의 이전이었습니다. 거주는 물론 확실한 고가 전세 수요층을 끌어들일 수 있는 호재라고 봤지요.
그당시에 소형의무비율과 임대주택이 최대 이슈였었습니다. 반포 단지들은 그 기로에 서서 총회를 앞당길려고 노력하던 때였지요. 저, 굉장히 보수적인 투자 마인드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동호수 추첨 정도라면 감수할 수 있었지만 빠듯한 돈에 문제가 된다면 어쩌지? 라는 생각에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게 되었죠.
그리고 기본적으로 서초동 일대를 가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비교적 옛날에 기획된 주거지라 도로와 교통 체증 문제가 있습니다. 거기다가 단지내 나무 말고는 분당처럼 공원이나 탄천 같은 자연 환경이 없는 것도 사실 답답하긴 하더군요. 삼성타운, 롯데 칠성 부지 등 여러가지 호재가 있었지만 기본적인 틀을 바꿀 수 있는 개발은 아니라고 생각했지요.(네~ 뭣도 모르면서 판단은 잘합니다 J;;;
강남의 핵심은 역시 압구정과 대치도곡 라인이었습니다. 부부가 밤이면 밤마다 눈이 벌개서 인터넷을 뒤졌지요. 남편이 지나가는 말로 한강변 어때? 그러더군요.
그때까지 전 진짜 투자 마인드가 없었습니다. 재건축에 대한 기대는 사실 팍팍한 직장생활의 희망이고 보너스였습니다. 우리 가족이 잘~ 살 수 있는 동네에 집을 마련하고 그집이 시장의 상승에 소외되지 않고 은행 저축 이상의 수익을 줄 수 있다면 만족했지요. 사실 그것도 어려운 일입니다만…
솔직히 저희 정도의 경제력을 가지고 압구정이나 청담동에서 애 키우면서 살기는 무서웠습니다 -.-;;;; (왜 꼭 들어가서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는지 지금도 미스테립니다...) 동네 분위기라는 게 있죠? 제가 어렸을 때부터 서초구에 살면서 압구정동에 대해 가졌던 이미지도 강남 외 사람들이 소위 강남 사람들한테 가지는 이미지와 비슷했습니다. 가격은 똑같이, 오히려 그 이상 부담스러웠지만 학원가가 성업 중인 대치동쪽이 오히려 제가 이해할 수 있는 분위기였다고 할까요?
그런데 역시나 대치동도 무섭더군요…
여기서 잠깐, 종자돈이 없었으면 아마 꿈도 못꿨을 일이지요. 5년동안 매년 2천5백만원 정도 모은 셈이었습니다. 남편 옷은 그래도 백화점 매대에서 입히고, 전 결혼전 옷에 보세 티셔츠로, 애 옷은 다 얻어입혔습니다. 집에 야근 안해도 퇴근하고 오면
그래도 나름 적지 않은 돈을 쥐고 가능한 동네를 쑤시고 다녔습니다. 어리버리한 아줌마가 강남에서 길을 잃은 거지요. 주말마다 찍어둔 강남 아파트를 돌아봤습니다. 낮에도 보고, 밤에도 가봤습니다. 단지앞 상가도 가보고 근처 음식점에서 사람들 구경도 하고… 정말 탐나는 단지들 많더군요. 압구정도 들어가보니 정말 좋았고,
하.지.만. 한가지 잊은 것이 있었습니다. 발만 열심히 팔았다는 거~ 그리고 인터넷 클릭 한번으로 쉽게 얻을 수 있는 정보만 가지고 공부했다면서 다 아는 양 했다는 거~
신혼부부님들 대상의 게시판이라 노파심에 다시 말씀드립니다. 발품 많이들 말씀하시지만 정말 발바닥에 땀나도록 다니는 것만이 능사가 아닙니다. 물론 많이 다니다 보면 안목이 생깁니다. 동기부여도 되고요.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머리품입니다.
좋은 아파트 너무 많지요. 한쪽에선
다시 한번 강조드리지만 부동산에 갈 때는 저처럼 귀만 들고 가지 마세요. 머리를 가지고 가셔야 합니다. 부동산은 정보 제공자가 아니고 제가 가진 정보와 지식을 최종 확인하고 제가 원하는 방향으로 일을 해주는 손이어야 합니다. 전 그걸 몰랐었죠…
거기다가 잠수탄 매물 빼내는 방법도 몰랐습니다. 제가 매물 없다고 동동거리던 시점에 알음알음 거래는 다 되고 있었더군요. 기존에 부동산에 줄을 대고 있던 분들 위주로 물건이 소개가 되는 겁니다. 저 같은 어리버리한테는 1층이나 꼭대기층이 남으면 보여줄까 로열까지는 차례가 오지 않더군요. 정말 확신이 있고 원하는 물건이 있다면 복비 아까워하지 말고 부동산에 확실한 당근을 제시하던가 했어야 했는데 그런 방법도 몰랐죠 -.-
암튼 이렇게 뭣도 모르면서 설레발만 치다보니 꽂히는 단지가 있더군요. 지금 돌이켜 보면 좋아보인다~ 살고 싶다~라는 삘, 머리에서 오는 이성적인 판단이 없이(그때는 그렇게 생각하진 않았었죠~ㅋㅋㅋ) 지극히 감성적인 접근이었습니다. 돈 수억 들어가는 일생일대의 투자에 말이죠.
타워팰리스까지가 대치도곡 라인의 끝이죠. 매봉터널 사이를 두고 길을 건너면 그 라인이 단절되면서 약간 소외된 단지들이 있습니다. 한신과 개포우성 4차였죠.
이거 아주 사람 바보 만드는 일입니다. 정말 여러 선택을 놓고 비교분석해도 모자랄 판에 한곳에 꽂혀 2005년 초부터 두세달 귀중한 시간 보낸 거죠. 부동산 사장님 잘난 척만 열심히 듣다가 역시나 기회를 잡지 못했습니다. 그러다보니 마음은 조급하고 뭔가 저질르지 않으면 안 될 거 같은 생각이 들더군요…
헉… 오늘도 어쩌다가 이렇게 길어졌는지… 제가 이렇게 수다에 능한 줄 첨 알았습니다. 어쩌죠? 한번 더 올려야 끝이 날거 같군요…
첫댓글 글 솜씨가 보통이 아니십니다요 후다닥 단숨에 읽어내려가지네요 다음 편 너무 기대됩니다 제가 그 동네를 같이 다닌 느낌이랄까 아주 생생합니다
줄간격을 약간 조절해서 더 쉽게 읽히시는 거예요. 근데 제가 잘 몰라서 맞게 썼는지도 모르겠어요. 본인이 직접 다니시면서 보는게 젤 정확하겠죠^^
재미있습니다.흥미진진한 추리극 읽는 것 같아요.다음이야기 기대합니다
ㅎㅎㅎ 추리극이라니 마지막 대반전을 준비해야 하나요? 별거 없는데 우짜죠~
생생한 경험담이시네요. 성공하시겠습니다!!~
네~ 더 안목을 키우고 공부해서 앞으로 잘 해야겠죠. 봄여름가을겨울님도 성투하세요^^
줄줄 읽어내려가네요.. 많이 배웁니다.. 다음이야기 기다릴께요.. 정말 살아있는 이야기입니다..
글 쓰면서 난~ 참 ~ 바보처럼 살았군요~ 그 노래가 환청처럼...^^;;;; 사실 더 노력했어야 하는 부분에 대한 아쉬움이 많이 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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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그런 생각 많이 해요. 더 공부하면 더 많이 보이고 기회도 생기겠죠. 그나저나 사모님 이 게시판 열혈회원이시네요. 덕분에 기운이 납니다^^
생각이 많아지게 하는 글이었습니다. 부동산에는 정말 많고도 많은 뒷세상이 존재한다는 거..원래 세상은 그런 건가요..다음 수기도 기다립니다.감사합니다.
제가 별명이 곰탱이랍니다^^;;; 눈치가 둔하다 보니 그걸 몰랐던거죠. 특히나 강남에서도 대치나 압구정 쪽은 그런게 좀 있는 듯 해요. 하지만 닫혀있어도 정말 원한다면 문을 열고 들어가야지요^^
아무리 돌아다녀도 제게는 좋은 물건이 나오지 않는다는 말..마음에 와 닿네요. 잘 읽고 갑니다!
부동산을 잘 다루는 것도 거래를 성사시키는 데 정말 중요한 거 같아요. 복비 아까와하지 말라는 말 새겨둘만 합니다. 복비야 몇백이지만 집값은 몇천, 몇억이잖아요?^^
아무리 좋아도 내집은 따로 있다라는 생각이 드네요... 결혼전까지 살던 동네가 서초동이라 처음 집 살때 서초동에 사고 싶었지만 어쩌다보니 전혀 다른 동네로 오게 됐어요. 이젠 옮기기도 쉽지 않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