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1회 SGI의 날 기념제언 '만인 존엄이 평화를 향한 위대한 길'(2016.1.26)

[一道淸淨]

이케다 다이사쿠 SGI 회장 SGI의 날 기념제언 (2016.1.26)

민중의 강력한 연대와 행동이 인도주의 세기를 여는 서광!

제41회 SGI의 날 기념제언

'만인 존엄이 평화를 향한 위대한 길'

우리 국제창가학회(SGI)가 유엔을 지원하는 비정부기구(NGO)로서 본격적으로 활동한 지 올해로 35주년이 됩니다. 유엔은 두 차례에 걸친 세계대전을 반성하는 차원에서 끔찍한 전쟁을 막고, 차별과 억압을 없애 인권을 보장하는 세계의 구축을 목표로 내걸었습니다.

이것은 우리가 신봉하는 불법(佛法)의 근본이념인 '평화' '평등' '자비'와 일맥상통합니다. 인간에게는 누구나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습니다. 그 권리를 지키기 위해 민중의 연대를 넓히고 이 지구 상에서 '비참'이라는 두 글자를 없애는 일이 SGI가 펼치는 운동의 주된 목표이자 유엔을 지원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불법의 인간주의를 근본으로 192개국 지역에서 자타 함께 행복이 빛나는 사회를 건설하고자 힘쓰는 SGI의 벗, 그 연대는 지금 청년 세대를 중심으로 크게 확대되고 있다. (2015년 5월 도쿄)

난민과 피난민이 6000만명

세계는 지금 수많은 사람의 생명과 존엄을 위협하는 심각한 위기가 확대되고 있습니다. 

시리아 분쟁이 격화되고 있는 중동을 비롯한 각지에서 전투와 박해를 피해 집을 떠난 난민과 피난민이 6000만명으로 급증했습니다.

또 잇따른 지해로 불과 1년 사이에 1억이 넘는 사람들이 피해를 입었습니다. 홍수와 폭풍우 등 기후와 관련한 피해와 90퍼센트 가까이 차지하는 등 지구온난화의 피해가 확대될까 우려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유엔은 역사상 처음으로 2016년 5월에 터키 이스탄불에서 '인도적 지원활동에 대한 정상회담(World Humananitarian Summit)'을 엽니다.

지금까지 정상회담을 준비하는 회합에서도 과거와 다르게 대규모로 확대되고 있는 인도적 문제에 관한 위기의식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분쟁의 조기 종결과 함께 많은 사람이 맞닥뜨린 어려운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길을 어떻게든 찾아내야 합니다.

난민문제와 재해를 비롯한 '인도적'과제는 우리가 여러 해 동안 도전해 온 주제이기도 합니다.

SGI도 유엔 NGO로서 '인도적 지원활동에 대한 정상회답'에 참가해 신앙을 기반으로 하는 단체가 인도적 지원을 위해 할 수 있는 역할 등을 심도 있게 논의하면서 시민사회 측면에서 연대를 넓히고 싶습니다.

창가학회는 1981년에 유엔 홍보국의 NGO로 등록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연례 제언을 발표하기 시작한 1983년에 SGI는 유엔 경제사회이사회의 협의 지위 자격을 가진 NGO가 되어 그때부터 지금까지 '평화, 군축' '인도주의' '인권' '지속 가능한 발전' 등 네 분야를 중심으로 활동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우리 SGI가 유엔을 지원하는 데 기반으로 삼고 있는 두가지 요소를 소개하고 인도적 위기를 비롯한 주요 관점과 시민사회의 역할에 초점을 맞춰 논하겠습니다.

'누구도 소외시키지 않는다'는 약속

유엔이 지난해 9월에 새로운 목표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①를 채택했습니다.

2000년에 합의하여 지난해까지 빈곤과 기아 등을 개선하는 데 힘써 온 새천년개발목표의 후속타로서 아직 해결하지 못한 남은 과제를 폭넓게 망라해 2030년까지 포괄적으로 해결해 보겠다는 목표입니다.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목표의 첫머리에 내건 '모든 국가에서 모든 형태의 빈곤을 종식시킨다'는 문구가 상징하듯 모든 과제에 공통되는 전제로서 '누구도 소외시키지 않는다'는 약속을 명기한 점입니다.

극심한 빈곤층을 반으로 줄인 새천년개발목표에서 한층 더 나아가 어느 한 사람도 방치하면 안 된다는 선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여러 위협에 심각한 영향을 받기 쉬운 어린이나 고령자, 장애인을 비롯해 난민이나 이민자 등을 각별히 유념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한편 그러한 사람들을 위한 임파운먼트(내발적인 힘의 개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하였습니다.

또 인도적 위기 상황에 처한 지역의 사람들이나 테러를 당한 사람들의 어려움을 해결하고 더불어 약한 처지에 놓인 사람들에게 필요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5년 동안 이어진 분쟁이 남긴 피해

저도 지금까지 유엔의 새로운 목표(SDGs)는 '누구도 소외시키지 않는다'는 것이 골격이 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모든 난민과 국제 이주자의 존엄과 기본적 인권 보장'을 항목에 포함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왜냐하면 과거와 다르게 대규모로 난민이 증가하는 지금의 상황을 똑바로 바라보고 대처하지 않는다면 21세기 인류의 미래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유엔의 새로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첫 무대가 난민문제 등을 다루는 '인도적 지원 활동에 대한 정상회담'이라 할 수 있습니다.

5년 가까이 분쟁이 이어지고 있는 시리아에서는 20만여만명이 희생되고 전체 인구의 약 반이 집과 고향을 떠나 피난살이를 하는 상황입니다.

주거와 상점, 병원, 학교 할 것 없이 모든 장소가 전화(戰火)에 휩싸이고 피난소도 공격당하고, 주요 도로가 봉쇄되어 식량과 구호물자 공급이 어려운 지역도 많다고 합니다.

그 결과 분쟁 전에는 '세계에서 난민을 많이 받아들이던 나라' 시리아가 지금은 '난민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나라'가 되고 말았습니다.

전혀 끝날 것 같지 않는 분쟁을 피해 많은 사람이 어쩔 수 없이 국외로 탈출해야 하고, 피난을 가다 위험에 빠져 가족과 헤어진 어린이들이 많습니다. 중동을 휩쓴 한파와 지중해를 건너다 배가 전복되는 사고 등으로 목숨을 잃은 사람도 많습니다.

지난해 12월까지 유엔 난민고등판무관을 지낸 안토니오 구테레스가 "난민의 삶은 움직일수록 빠지는 유사(모래 늪)와 같다."고 한 시리아를 탈출한 한 아버지의 말을 소개하며,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강조했는데, 아무리 도망쳐도 앞이 보이지 않는 불안한 나날 속에서 살 의지를 잃어 가는 사람이 지금도 끊이지 않습니다.

아프리카 아시아에서도 난민과 국내 피난민이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유엔난민고등판무관사무소를 비롯해 여러 곳에서 구호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여전히 더 많은 지원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입니다.

전시 중에 난민을 지키고 도운 사람들

많은 난민이 유럽으로 건너가면서 여러가지 반응이 일고 있는데 국제통신사IPS(Inter Press Service)가 보도한 이탈리아 항구도시에 사는 한 시민의 인터뷰가 인상 깊었습니다.

"그들도 우리와 같은 살아 있는 인간입니다. 우리는 그들이 바다에 빠져 허우적대는 위험을 못 본 척할 수 없습니다."

세계인권선언은 "모든 사람은 박해를 피하여 타국으로 피난처를 구하고 체재할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하였습니다.

그러나 그 이전에 방금 전 인터뷰 내용처럼 '함께 아파하는 마음'이 인권규범의 유무에 상관없이 어느 곳이나 볼을 밝힐 수 있는 인간성의 등불이라고 생각합니다.

창가학회 평화위원회가 협력해 지난해 10월에 도쿄에서 '용기 있는 증언 - 홀로코스트전(展) 안네 프랑크와 스기하라지우네의 선택'을 열었는데 이 전시도 '함께 아파하는 마음'이 주제였습니다.

전시는 나치스의 박해를 피해 네덜란드에서 몸을 숨기고 살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안네 프랑크의 생애와 함께 유대인 난민 6000면을 구하려고 본국의 훈령을 위배하면서까지 비자 발행을 멈추지 않은 일본 외교관을 소개했습니다.

당시 유대인 박해가 만연하던 유럽에는 많은 나라 외교관들이 본국 정부의 방침을 위반할 각오를 자신의 '양심'에 따라 용기 있는 행동해 난민들을 구한 역사가 있습니다.

또 난민의 목숨을 지킨 이러한 행동은 안네 가족이 은신처에서 살 수 있도록 목숨을 걸고 도와준 네덜란드 여성처럼 많은 나라 민중이 남모르게 행한 일이기도 합니다. 저는 이러한 사실에서 역사의 지하 수맥에 흐르는 '인간성의 빛'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마찬가지로 현대에도 자신들이 사는 고장에 갑자기 나타난 난민을 보고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가슴 아파하며 어쩔 수 없이 도움의 손길을 내민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 손길 하나하나가 난민들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고 소중한 구명줄이 되었는지 모릅니다.

이러한 생각을 하나 보니 마하트마 간디가 한 말이 떠오릅니다. 간디는 '많은 사람들 모두 구하기는 불가능하다'는 주위 사람들의 의견에 대해 손자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그때그때마다 한 사람의 목숨에 관여하느냐 하지 않느냐가 문제란다. 수천이나 되는 많은 사람을 모두 볼 필요는 없다. 어떠한 순간에 한 사람의 목숨에 관여하고 그 목숨을 구할 수 있다면 그것이 곧 우리가 만들 수 있는 큰 변화란다."

사소한 행동이라도 그러한 행동이 있느냐 없느냐는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결정적으로 큰 차이가 있습니다.

인간의 고통에 무연한 것은 없다

간디의 이 신조는 우리 SGI가 신앙을 실천할 때는 물론 유엔 지원 같은 사회적 활동을 펼칠 때도 반드시 명심하는 '철저할 정도로 한사람 한사람을 소중히 여긴다'는 정신과 깊은 곳에서 상통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불법의 근간은 모든 사람의 생명 존엄에 있는데 이것은 다음과 같은 석존의 가르침이 상징하듯 깨달음이나 내성(內省)을 촉구하면서 설합니다.

"살아 있는 모든 존재는 죽음을 두려워하니 폭력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없네. 자기를 용서하는 것을 거울삼아 죽이지 말고 때리지 말라."

즉 자기는 다치기 싫고 자기 몸이 소중하다는 마음, 이 움직일 수 없는 생명의 실감을 출발점으로 삼아 '그런 마음은 누구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으로 발전시킵니다.

그리고 '자기를 용서하는 것을 거울삼아'라는 회로를 발동시킬 때 다른 사람의 고통과 괴로움이 자신의 이처럼 다가 옵니다. 

이러한 '동고(同苦)'의 생명 감각을 기반으로 삼아 석존은 어떠한 사람도 폭력이나 차별에 희생되지 않도록 하자고 외쳤습니다.

불법에서 설하는 '이타(利他)'는 자신을 버려야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자신의 존재와 떼어낼 수 없는 가슴속 고통이나 지금까지 걸어온 인생에 대한 애착을 발판으로 인간의 괴로움과 슬픔에 국가나 민족의 차이가 없고 같은 인간으로서 무연(無緣)한 괴로움은 본디 하나도 없다'는 생명 감각을 연마할 때 자연스럽게 빛나는 '인간성의 다른 이름'입니다.

철학자 칼 야스퍼스도 석존의 평전을 쓰면서 '암울해지는 세상에서 나는 멸하지 않고 법고(法鼓)를 두드리겠다'며 일어선 석존은 평새 '모든 사람에게 다가가는 것이 한사람 한사람에게 다가가는 것'이라는 결의를 관철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우리 SGI는 이 정신을 현대에 이어받아 우리 눈앞에서 괴로워하는 한 사람에게 다가가 함께 울고 기쁨도 함께 나누면서 서로 손잡고 더불어 사는 유대를 넓혔습니다.

지금까지 겪은 고난이 인생을 살아가는 양식이 된다

불법에 일관해서 흐르는 '철저할 정도로 한 사람을 소중히 여긴다'는 정신에는 이러한 관점과 함께 또 하나 빠뜨릴 수 없는 중심 기둥이 있습니다.

그것은 지금까지 어떠한 인생을 걷고 어떠한 처지에 놓이더라도 누구나 '지금 자신이 있는 이곳을 밝게 비추는 존재'가 될 수 있다는 확신입니다.

눈에 보이는 '결과(지금까지의 모습)'로 인간의 가치나 가능성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에게 본디 잇는 '존엄'을 응시하기에 그 존엄의 빛으로 지금부터 내딛는 인생길이 희망으로 비춰질 것이라고 함께 믿는다, 그리고 지금까지 겪은 고난과 시련도 인생의 양식으로 삼아 자신의 행복만이 아니라 사람들을 위해, 사회를 위해 '용기의 파동'을 넓힌다. 이러한 삶을 불법은 촉구합니다.

우리가 신봉하는 니치렌(日蓮) 대성인은 "모든 사람에게는 최고로 존귀한 생명이 있고, 무한한 가능성을 꽃피울 수 있다는 '일체중생 개성불도(皆成佛道)'라는 법리가 바로 석존이 설한 법화경의 진수이고 불교 전체의 간심(肝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법화경은 석존과 그 제자들을 비롯한 많은 사람이 엮어내는 드라마를 통해 이 법리는 설합니다.

먼저 제자 사리불이 석존이 설하는 가르침을 듣고 자신에게도 최고로 존귀한 생명이 있음을 마음 깊이 실감하고 '용약환희'합니다.

이어서 다른 제자 네명도 환희한 그대로 서원(誓願)을 세우는 사리불과 사리불을 격려하는 석존을 보고 똑같이 환희합니다. 그리고 무량한 진보를 '구하지 않았는데도 저절로 얻은' 기쁨을 표현하기 위해 석존의 가르침을 장자궁자의 비유를 들어 말합니다.

이러한 서원과 환희의 드라마가 도미노처럼 이어지면서 많은 보살이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 어떠한 어려움도 이겨내고 행동하겠다고 '함께 같이 소리를 내어' 다짐합니다. 

그리고 끝으로 석존 멸후에 그러한 실천을 과연 누가 할 것이냐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자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지용보살이 나타나 어떠한 시대 어떠한 곳에서나 행동을 관철하겠노라고 서원합니다.

여기에 펼쳐진 광경은 석존의 가르침을 듣고 자신에게 최고로 존엄한 생명이 있음을 자각한 제자들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똑같이 최고로 존엄한 생명이 있음을 깨닫고, 자타 함께 그 생명을 빛내 사회를 밝게 비추는 등불이 되겠노라고 다짐하며 너도나도 입을 모아 서원을 세우는 '서원의 대합창'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용녀의 성불이 주위에 넓힌 파동

그중에서도 특필할 만한 장면은 '대승의 가르침(법화경)을 널리 알려 괴로워하는 사람들을 구하겠다'고 서원한 어린 소녀(용녀)가 서원한 그대로 실천하는 모습을 많은 사람이 보고 '심대환희(心大歡喜, 마음속 깊이 크게 환희)' 하며 찬탄하는 장면입니다.

환희가 소용돌이치는 가운데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람이 자기에게도 최고로 가치 있는 존엄한 생명이 있음을 각지합니다.

말하자면 그때의 통념으로는 성불과 가장 거리가 멀다고 여긴 어린 소녀가 서원한 그대로 실천하는 모습이 주위에 환희의 파동을 넓혀 '일체중생 가성불도'의 법리를 증명하는 희망의 존재가 되었습니다.

대성인도 인생의 고난을 헤치고 나아가는 여성들을 법화경의 이 장면에 빗대어 "용녀의 뒤를 이으셨는지"(어서 1262쪽) 하고 끊임없이 격려하셨습니다.

13세기 일본에서 대성인은 잇따른 재해로 괴로워하는 민중을 구하려고 위정자를 간언하다 몇번이나 박해를 받았습니다. 유배지에서도 제자들에게 편지를 보내거나 먼 길을 찾아온 신도를 진심을 다해 거듭 격려하셨습니다.

또 편지를 보내 주위 동지들과 다같이 모여 읽으시라고 당부하고 서로 의지하며 고난과 시련을 함께 이겨내도록 격려하셨습니다.

우리 SGI가 창가학회 초창기부터 '서원'과 '환희' 그리고 서로 '격려'하는 세계가 살아 숨쉽니다.

좌담회를 참석해 보면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자기 혼자만이 아님을 알게 되고 고난을 이겨내고자 분투하는 벗의 모습에서 용기를 얻습니다. 그리고 새롭게 결의하는 자신의 모습을 보고 더 많은 벗이 마음속에 용기의 등불을 환하게 밝힙니다.

이렇게 격려하고 격려받으며 오가는 마음을 통해 한 사람의 굳은 결의가 다음 사람에게 전해지면서 어려움에 처해도 좌절하지 않는 '희망의 힘'을 함께 북돋아주는 생명 촉발의 장이 좌담회입니다.

사회적 위치나 처지 그리고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같은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모여 더없이 소중한 인생 이야기나 가슴속에 담아 둔 이야기에 서로 귀를 기울이며 새롭게 결의하는 좌담회가 지금은 세계 많은 나라에 퍼졌습니다.

좌담회는 또 세계를 둘러싼 위협과 위기가 확대되고 복잡해지는 상황에서 자칫 매몰되고 가벼이 여기기 쉬운 '한사람 한사람의 삶의 무게와 무한한 가능성'을 되찾고자 SGI가 사회적 사명을 띠고 실천하는 '민중의, 민중에 의한, 민중을 위한 임파워먼트'의 기반'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평화운동이나 유엔을 지원하는 활력도 거기에서 생겨나기에 신앙 실천과 사회활동은 참으로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우리는 그러나 마음과 마음이 오가는 작업을 통해 '다른 사람의 불행 위에 자신의 행복을 쌓지 않는다' '가장 괴로워한 사람이 가장 행복해질 권리가 있다'고 함께 다짐하면서 모든 사람의 존엄이 빛나는 세계를 건설하고자 힘썼습니다.

'독립적인 삶'이 가져오는 위험성

그러한 도전을 지속해 온 우리 SGI는 교육적 접근과 대화의 실천을 중심으로 유엔을 지원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먼저 교육을 말하자면, 크게 두가지 역할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첫째는 자신의 행동이 끼치는 영향을 올바르게 인식하면서 자신은 물론 주위 사람들에게도 좋은 변화를 일으키는 힘을 연마하는 역할입니다.

인간교육의 선구자인 마키구치 쓰네사부로(牧口常三郞) 창가학회 초대 회장은 1930년 SGI의 원류가 된 '창가교육학체계'를 발간해 인간의 삶을 크게 세 단계로 분류하고 '의타적인 삶'이나 '독립적인 삶'에서 벗어나 '공헌하는 삶'을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의타적인 삶'은 자신이 가진 가능성을 좀처럼 실감하지 못하고 눈앞의 상황을 어쩔 수 없다고 포기하거나, 주위 사람들이나 사회의 흐름에 맞춰 살아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삶의 방식입니다.

또 '독립적인 삶'은 인생을 주체적으로 살려는 의지는 있지만, 자신과 관계없는 사람들에게는 관심이 없고 다른 사람이 어떤 어려움에 처하더라도 기본적으로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삶의 방식입니다.

마키구치 회장은 그런 삶의 방식이 어떤 문제를 낳는지 다음과 같이 알기 쉬운 비유를 들어 명확히 했습니다.

"철도 선로 위에 돌을 올려놓는다. 이것은 당연히 나쁜 짓이다.

그러나 선로 위에 돌이 있는 사실을 얼면서도 그 돌을 치우지 않는다. 즉 선(善)을 행하지 않으면 악을 행한 것과 마찬가지다."

즉 위험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자신이 피해를 입지 않는다고 해서 그대로 방치하는 일(불선<不善>)은 결국 악과 다름없고 '누구나 악행의 죄는 가르치지만 불선의 죄를 묻지 않는 것은 타당하지 않을뿐더러 사회악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주장하셨습니다.

어째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악'이라고까지 잘라 말할 수 있는가. 언뜻 보면 이해하기 어려울지도 모르지만, 상황을 바꿔 자신이 그 열차에 타고 있다고 상상하면 자연히 가슴에 와 닿지 않을까요.

캘리포니아 오렌지군에 있는 미국소카대학교(SUA)에서 제11회 창가교육심포지엄을 열었다. SUA의 학생과 졸업생 그리고 교수를 비롯해 소카대학교 출신자들이 논문을 발표하고 인간교육의 미래를 전망했다.(2015년 2월)

관계성의 네트워크 속에서 변혁의 파동을 일으킨다

현대에도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추구하려면 어쩔 수 없이 다소의 희생이 따른다'는 사고방식이 정치나 경제를 비롯해 사회 여러 분야에서 나타납니다.

그러나 기후변화 문제만 보아도 명확히 알 수 있듯이, 지금 당장은 자신과 관계없다고 여겨도 오랜 기간을 두고 보면 위험하지 않는 곳은 지구 상 어디에도 없습니다.

오히려 다른 사람들의 어려운 처지를 나 몰라라 한다면 결국에는 인류의 생존기반이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자기 본위의 단기적 이익을 먼저 추구하려는 풍조에 경종을 울린 정치철학자 마사 C. 누스바움 박사도 세계 시민 의식을 함양하자고 외치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는 과거 그 어느 시대보다 한번도 만난 적이 없는 사람들에게 의존하고, 그들 또한 우리에게 의존하는 세상에서 살고 있습니다."

"이 지구적 상호의존 관계에서 동떨어져 있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습니다."

지구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행동하는 민중 연대의 저변을 넓히려면 먼저 교육으로 이러한 관계성에 대한 '상상력'을 기를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마키구치 회장은 인간이 걸어야 할 삶의 방식으로 '공헌하는 삶'을 들고 '진정한 행복은 사회의 일원으로서 민중과 고락을 함께하지 않으면 얻을 수 없다'고 주장하셨는데, 이러한 의식를 전 지구로 넓히면서 살아가는 삶이 오늘날 더욱 요구된다고 생각합니다.

불법에서는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존재나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끊기 힘든 '관계성의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고, 그 상호연관이 매 순간 세계를 형성한다고 설합니다.

자신이라는 존재는 그러한 '관계성의 네트워크' 안에서 살아가고 연명하고 있음을 하나하나 깊이 실감할 때 '자기만의 행복도 없고 타인만의 불행도 없다'는 지평이 하나하나 열립니다.

그리고 '지금 이곳에서 자신'이 먼저 변혁의 파동을 일으켜 자신의 과제뿐 아니라 주변이나 사회의 상황도 좋게 바꾸는 '긍정적 연쇄효과'를 만들어 냅니다.

불법은 이러한 생명 감각을 자신과 타자, 자신과 세계의 관계를 되돌아보기 위한 좌표축의 골격으로 삼으라고 주장합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교육은 타자의 고통을 함께 '아파할 때' 뚜렷이 떠오르는 '인생 좌표축'의 골격에 하나하나 살을 덧붙이는 데 반드시 필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환경문제나 격차문제도 교육을 통해 '배경이나 원인을 파악하는 눈'을 기르고 연마해야만 문제에 대응하는 좌표축이 더 선명해지고 흔들리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자신만이 할 수 있는 가치창조

이 점과 함께 또 한가지 교육의 중요한 역할은 어려움에 부딪혀도 좌절하지 않고 행동하는 용기를 발휘하기 위한 '배움의 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인류를 둘러싸고 일어나는 여러 과제는 빈곤이나 재해라는 명칭은 같아도 그 구체적인 양상은 문제가 일어나는 장소나 주위 환경에 다라 제각각 다릅니다. 또 조금 전 기후변화를 들어 언급했듯이, 같은 지구에 사는 이상 언제 어디서나 누구라도 여러가지 위협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위기가 심각해지기 전에 미연에 방지하는 것은 물론 피해를 입더라고 어려운 상황을 씩씩하게 이겨내는 지혜와 행동 말하자면 각 지역에서 평소 '회복탄력성(Resilience)'의 힘을 키울 필요가 있습니다.

마키구치 회장도 교육은 자신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일의 의미를 잘 파악하고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힘을 연마하는 데 주안점을 두어야 한다고 제기했습니다.

교육으로 습득하는 지식을 최대한 살리려면 '응용할 기회를 찾는 습관'을 기르고 기회를 잡았을 때 놓치지 않고 행동해야 한다며, 교육의 목적은 한사람 한사람이 그러한 '응용하는 용기'를 발휘하는 데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러한 교육에 필요한 것은 '먼저 응용할 기회가 풍부한 분야를 제시하고 이점에 주의를 기울이도록 하는 일'이지 정답을 제시하는 일이 아니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리고 교육은 배양한 '대처 방안을 찾아내는 힘'을 바탕으로 스스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풀어가는 '응용하는 용기'를 발휘하는 데 초점을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자발 능동적인 배움에 기반을 둔 '응용하는 용기'가 바로 상황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이 바라는 미래를 개척하는 원동력이 됩니다.

예를 들면 유엔이 새로운 목표를 세워 '지속 가능한 지구사회'를 구축하겠다고는 하지만, 처음부터 구체적인 행태를 정해 놓은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문제나 위협이 나타나는 방식이 각 지역에 따라 다르듯 방정식을 풀듯 미리 정해 놓은 '공식'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지속 가능성을 추구하는 데 '경제와 사회 그리고 환경의 균형'에 유의한다고 해도 어떤 하나의 결과에 도달하는 일이 결승점이 될 수는 없습니다.

최근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현실에 응하는 '회복탄력성'의 중요성이 주목받는 가운데 "지속 가능성의 추구'가 본디 목표로 삼아야 할 것은 '하나의 고정된 상태가 아니라 건강하게 움직이는 상태'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조금 전 언급한 불법의 '관계성의 네트워크'에 기반을 둔 세계관에 비추어 보아도 깊이 공감할 수 있는 주장입니다.

'지속 가능한 지구사회'의 모습도 한사람 한사람이 '더없이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깊이 사색하고 그것을 어떻게 하면 지켜내고 미래로 연결할 수 있을지, 서로 지혜를 짜내고 거듭 행동할 때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나지 않을까요.

그래야만 지금 자신이 있는 곳에서 자신만이 할 수 있는 말이나 행동이 낳는 '가치창조'의 의의가 더욱더 빛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마키구치 회장이 '응용을 실행한다'고 표현하지 않고 굳이 '응용하는 용기'라는 말을 사용한 데서 한사람 한사람이 '존재하는 무게'를 어디까지나 소중히 여기는 마음과 인간에게는 어떠한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는 힘이 있다는 무한한 기대를 느꼈습니다.

8억 6000만가지 꿈과 변화를 낳는 힘

그런 의미에서 저는 유엔여성기구(UNWomen)가 기획해 지난해(2015) 2월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연 공개토론에서 아프리카 짐바브웨 출신 10대 소녀가 발언한 이 말에 깊이 공감했습니다.

"우리는 개발도상국에서 사는 8억 6000만명이나 되는 젊은 여성과 소녀들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단순히 8억 6000만이라는 통계상 숫자가 아닙니다. 우리에게는 8억 6000만가지 꿈이 있고, 생각이 있고, 변화를 일으킬 힘이 있습니다."

이 소녀의 말이 시사하는 대로 현재 세계에서 일어나는 위협이나 위기가 증폭될수록 그 문제의 크기에 한사람 한사람의 삶의 무게와 무한한 가능성이 묻히고 있습니다.

인간이 각자 역어 온 인생 이야기나 소중한 꿈을 비롯해 가슴속에 간직한 생각이나 지금 있는 곳에서 변화를 일으키는 힘마저도 모두 외면당하고 있습니다.

우리 SGI가 교육으로 임파워먼트를 추진하는 데 목표로 삼은 것은 그러한 무게를 하나하나 되새기고 각자의 가능성을 풍부하게 꽃피우면서, 자신들을 둘러싼 현실에 힘차게 대응하는 힘을 연마하고 단련하는 일입니다.

그중에서도 1982년에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개최한 '핵무기-현대세계의 위협' 전 이후에 세계시민교육을 지구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민중발(發) 활동'의 중축으로 삼았습니다.

SGI는 지금까지 언급한 교육의 두가지 역할을 바탕으로 여러 각도에서 세계시민교육을 실시하고 다음 네가지 방향에 중점을 두고 활동을 추진했습니다.

① 자신을 둘러싼 사회문제나 세계가 맞닥뜨린 과제의 현상을 파악하고 배운다.

② 배움으로 키운 인생의 좌표축에 날마다 삶의 자세를 비추어 보며 점검한다.

③ 자신의 무한한 가능성을 끄집어내기 위한 임파워먼트.

④ 자신의 생활 터전인 지역에서 구체적인 행동을 시작하고 한사람 한사람이 주역이 되어 시대 변혁의 만파(萬波)를 일으키는 리더십을 발휘한다.

이번에 유엔이 채택한 새로운 목표에서 '세계시민교육'의 중요성을 명기한 것을 보고 SGI도 이 네가지 방향에 중점을 둔 활동에 더욱 힘을 쏟고자 합니다.

센다이 방재 프레임워크에서 내건 원칙

그리고 또 하나 이러한 교육적 접근과 함께 우리 SGI는 대화의 실천을 모든 활동의 기반으로 삼아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누구도 소외시키지 않는' 세계를 구축하려면 먼저 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은 제 신념이기도 합니다.

인류가 맞닥뜨린 과제를 해결한다고 해도 가장 먼저 지켜야 할 존재는 무엇이고 그것을 누가 어떻게 지켜야 하느냐를 늘 되물으면서 추진해야 한지 않을까요. 

즉 '어려운 상황에 놓인 사람들의 시선'에서 해결 방안을 함께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고, 그 기반을 대화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재해나 이상기후로 심각한 피해가 잇달아 발생하는 가운데 지난해 3월, 센다이에서 제3차 '유엔세계재해위험경감회의'를 열었습니다.

센다이 방재 프레임워크③를 채택해 2030년까지 세계의 재해자 수를 크게 줄인다는 목표를 내걸었는데, 저는 원칙 중  하나인 '더 나은 부흥(Build Back Better)'의 중요성을 강조한 점에 주목했습니다.

'더 나은 부흥'은 재해지역을 추진할 때 재해를 입기 전부터 지역이 안고 있던 과제에도 조명을 비추어 그 해결도 고려하면서 누구나 살기 좋은 바람직한 사회를 함께 만들자는 사고방식입니다.

방재 대책으로 노인이 홀로 사는 집에 내진(耐震) 대책을 마련했다고 해도 그것만으로는 그 사람이 날마다 겪는 문제, 예를 들어 병원에 가거나 장을 볼 때 겪는 어려움 등은 그대로 방치되고 맙니다. 이렇게 재해를 입기 전부터 존재하는 간과할 수 없는 과제도 포함해 지역 부흥의 과정 속에서 해결책을 모색하는 방안입니다.

'삼층 누각' 이야기

이러한 부흥이 해결해야 할 과제를 생각하면 다음과 같은 불법 설화가 떠오릅니다.

옛날에 어느 부자가 세운 삼층 누각을 보고 그 높고 장려한 모습에 반해 똑같은 건물을 짓고 싶어 하는 남자가 있었습니다.

남자는 집으로 돌아와 곧바로 목수를 불러 건축을 의뢰했습니다. 목수는 먼저 기초공사를 하고 일층과 이층을 짓기 시작했습니다.

남자는 목수가 왜 그런 공사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어 "나는 아래의 일층이나 이층은 필요없소, 삼층누각을 원한단 말이요." 하고 목수를 다그쳤습니다.

목수는 어처구니없다는 듯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것은 말도 안 됩니다. 어떻게 일층을 짓지 않고 이층을 지을 수 있단 말입니까. 또 이층을 짓지 않고 어떻게 삼층을 지을 수 있겠습니까."

그런 의미에서 재해지역의 부흥은 거리를 복구하는 망치 소리를 힘차게 울리는 데만 초점을 맞추면 안 됩니다.

한 사람 한사람이 느끼는 '삶의 고통'을 간과하지 않고 서로 격려하고 도우면서 살아갈 수 있도록 유대를 강화하는 일에 기반을 두어야 하지 않을까요.

즉 인도적 위기에 대응하는 일도, 부흥을 추진하는 일도 한사람 한사람의 존엄에서 출발하지 않으면 진정한 의미에서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고 저는 강조하고 싶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위기의 영향이나 피해를 가장 크게 입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힘을 합쳐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를 찾는 대화가 중요하지 않을까요.

상황이 심각할수록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이 인도적 위기를 처한 현실이기에 입 박으로 꺼내지 못한 속마음을 대화를 통해 잘 살펴 '누구도 소외되지 않도록' 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하나하나 떠올려야 합니다.

무엇보다 힘든 힘을 겪는 사람만이 발휘할 수 있는 힘이 있습니다.

'센다이 방재 프레임워크'에서는 시민이나 민간단체의 역할로서 지식이나 경험 제공 등을 들었는데, 그중에서도 재해지역 사람들이 내는 목소리에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무게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동일본대지진 때도 자신도 재해자면서 주위에 있는 다른 재해자를 격려하고 위로하며 지역 부흥을 힘차게 이끈 사람이 많습니다. 우리는 재해지역의 부흥을 지원하면서 재해자의 그런 행동이 얼마나 큰 의의가 있는 지 알기에 재해를 방지하기 위한 국제회의 등에서 '재해자의 목소리와 힘을 지역 부흥을 추진하는 열쇠가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유엔의 새로운 목표를 추진하는 데도 힘든 상황에 놓인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일이 각국이나 국제기구 또 NGO 등이 자신의 펼치는 활동의 방향성을 확인하고 나아가 성과를 내는 데 반드시 필요한 일점이 아닐까요.

그런 의미에서 새로운 목표를 정리하는 데 힘쓴 아미나 모하메드 유엔 사무총장 특별고문이 국제사회의 결속을 다질 핵심을 다음과 같이 말했는데, 참으로 공감이 가는 내용이었습니다.

"이 문제는 잃어버린 우리의 인간성을 되찾는 일이기도 합니다. 과제나 분쟁이 산적하고 날마다 좋은 소식이 별로 없는 세계를 헤매는 과정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인간성을 다시 되찾자는 말입니다."

대화야말로 사회가 그러한 인간성을 되찾기 위해 언제 어디서나 누구라도 시작할 수 있는 실천이 아닐까요.

마티이 박사와 무화과나무

다음으로 대화가 해야 할 또 하나 중요한 역할은 대립이 깊어지는 시대에 자신과 타자, 자신과 세계의 관계를 새로이 맺는 계기를 만들고 시대를 변혁하기 위해 새로운 창조성을 낳는 원천에 있습니다.

21세기 세계를 규정하는 조류(潮流)는 무엇보다 글로벌화인데, 많은 사람이 일이나 교육 때문에 태어난 나라를 떠나 일시적으로 다른 나라로 이동하게나 정착하는 현상이 유례없는 규모로 늘고 있습니다.

많은 나라에 여러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이주하면서 교류할 기회도 싹트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각지에서 인종주의(레이스즘)나 배타주의가 심해지고 있어 걱정입니다.

저는 지난해 제언에서 각국에 사회문제로 대두되는 증오언설(Hate speech)에 경종을 울렸는데 '어떠한 집단에 관한 것이든 절대로 방치하면 안 되는 인권유린'이라는 인식을 국제사회에 확립하는 일이 시급한 과제입니다.

배타주의나 선동에 휩쓸리지 않는 사회를 구축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는 '일대일의 대화'를 통해 자기의식에서 무엇이 빠졌는지를 깨닫는 일이 중요한 토대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불법에는 '사라(紗羅)의 사견(四見)'이라고 해서 같은 곳을 보아도 보는 이의 마음 상태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고 설한 비유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똑같은 강을 보면서도 어떤 사람은 맑게 흐르는 아름다운 강물에 감동하고 어떤 사람은 그곳에 어떤 물고기가 사는지 생각하고 어떤 사람은 홍수를 걱정하기도 합니다.

문제는 그 차이가 '어떻게 보이느냐'의 차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결과적으로 '풍경'까지 바꿔 버릴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그것을 말해주는 구체적인 예로서 제 소중한 우인 케냐의 환경운동가 왕가리 마타이 박사가 자서전에서 소개한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박사가 태어난 케냐의 시골 마을에서는 사람들이 '경외심'을 품고 소중히 여기는 무화과나무를 중심으로 자연을 지키며 살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미국에서 유학을 마치고 고향에 돌아온 박사는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믿을 수 없었습니다.

무화과나무가 있던 땅이 누군가에게 팔리고 새로운 소유자는 그 나무가 너무 많은 공간을 차지해 성가시다며 나무를 베어내고 차나무를 심으려고 밭을 일궈놓았습니다.

결과적으로 풍경이 완전히 바뀌었을 뿐 아니라 '산사태가 잦고 식수로 이용하던 깨끗한 수원지가 거의 다 말라붙었다'고 합니다.

자신에게는 더없이 소중한 것이 다른 사람에게는 그저 성가실 뿐이라는 인식의 차이가 인간과 인간이 나아가 문화나 민족적 배경이 다른 집단 사이의 관계에서도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 아닐까요.

즉 자신의 의식 속에 없는 일은 '자신의 세계'에서 배제해 버리는 것이 문제입니다.

고정관념을 깨기 위한 열쇠

인간은 자신과 가까운 관계에 있는 사람들의 생각은 이해할 수 있어도 지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차이가 있으면 자칫 마음속에서도 거리를 두는 경향이 있습니다.

더욱이 그것은 글로벌화가 진행되면서 해소되기는커녕 정보화사회의 부정적 영향과 함께 일방적인 평가나 편견이 오히려 증폭되는 위험성마저 보이고 있습니다.

그래서 같은 동네에 살면서도 자신과 다른 사람들과는 가능하면 관계를 맺지 않으려고 하거나 고정관념이 앞서 차별의식을 버리지 못하는 등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의 인간'으로 볼 수 있는 힘이 사회에서 약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멀리 돌아가는 듯 보여도 이러한 상황을 해결하는 길은 일대일의 대화를 통해 서로 상대방의 인생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일에서 시작된다고 강조하고 싶습니다.

지난해 유엔난민고등판무관사무소는 '세계 난민의 날'을 맞아 난민이 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개하는 캠페인을 열고 더불어 그 이야기를 들은 사람이 주변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자고 외쳤습니다.

캠페인에서도 난민이 된 사람들의 이름과 함께 '원예가, 어머니, 자연애호가' 또는 '학생, 형, 시인' 등 국적과 상관없이 우리와 같은 '평범한 모습'을 통해 인생을 이야기하고 지금의 심정을 소개했습니다. 

비록 한 사람의 이야기일지라도 '가깝고 친숙'하게 느낄 수 있다면 자칫 뭉뚱그려 생각하기 쉬운 난민에 대한 의식도 점차 바뀔 것입니다.

저도 일전에 덴버대학교 베드 난다 교수와 나눈 대담에서 1947년에 인도와 파키스탄 분쟁이 일어났을 때 당시 열두살이었는데 어머니와 함께 고향을 떠나 며칠을 걸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훗날 국제법을 전공해 인권이나 난민문제의 일인자가 된 교수가 "그때 태어난 고향을 떠나야만 하는 슬픔을 평생 잊을 수 없습니다." 하고 한 말이 아직도 가슴에 남아 있습니다.

다른 민족이나 종교에 대한 인식도 난민들에 대한 시선처럼 비록 '한 사람'일지라도 직접 만나 이야기할 수 있는 관계가 된다면, 거기서부터 보이는 '풍경'도 자연히 바뀌지 않을까요. 그 '한 사람'과 흉금을 터놓고 거듭 대화하노라면 의식하지 못한 것들이 눈에 들어오고 자신이 바라보는 세계의 모습이 더 인간적인 빛을 띠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마음 속 세계지도를 우정으로 그린다

돌이켜보면 1974년 9월 냉전 대립이 심하던 시절에 반대와 비판을 무릅쓰고 처음으로 소련을 방문했을 때 제 가슴속에는 '소련이 무서운 나라가 아니라 소련을 모르는 무지가 무서운 것'이라는 신념이 있었습니다.

대립이나 긴장 관계 때문에 대화가 불가능한 것이 아닙니다. 상대를 모르기 때문에 대립이나 긴장감이 깊어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먼저 벽을 부수고 대화를 시도해야 하며, 모든 교류는 거기서부터 시작됩니다.

모스크바에 도착한 날 밤, 환영연에서 "시베리아의 아름다운 겨울날, 사람들이 창문 틈으로 새어 나오는 방 안의 불빛을 보고 인간의 온정과 따뜻함을 느끼듯 우리도 사회체제는 다르지만 사람들의 마음속 등불을 소중히 하겠노라 약속합니다." 하고 인사한 것은 그러한 솔직한 심정에서 우러난 말이었습니다.

쿠바가 미국 민간기를 격추한 사건이 일어난 지 넉 달 뒤였는데, 평화를 바라는 마음이 같다면 아무리 두터운 벽도 움직일 수 있다는 마음으로 카스트로 의장과 솔직하게 의견을 나눴습니다.

그리고 국립 아바나대학교 기념강당에서 '교육이 바로 밝은 미래를 위한 희망의 가교'라고 말한 신념대로 교육교류를 비롯해 문화교류와 길을 넓히고자 끊임없이 노력했습니다.

그런 만큼 지난해 7월, 미국과 쿠바가 54년 만에 국교를 정상화하여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현대에서 절실히 요구되는 것은 국가간 우호는 물론이고 민중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대화하고 교류를 나눠 민족이나 종교와 같은 유형화된 시야에서 사라지기 쉬운 '한사람 한사람이 타고난 삶의 무게나 풍요로움'을 자신의 생명으로 포용하는 일이 아닐까요.

그러면서 한사람 한사람이 '마음속에 있는 세계지도'를 우정과 공감으로 현실에 그려낸다면 자신을 둘러싼 현실 세계도 바뀔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스승 도다 조세이(戶田城聖) 제2대 회장도 갖가지 문제를 '국가나 소속 집단의 차이'로만 받아들이는 행동은 위험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나라가 달라도 개인 대 개인의 관계에서 보면 분명 서로 문화적으로 생활하려는 사람이 적지 않을 텐데, 일단 국가와 국가의 관계가 되면 '겉으로는 문화적으로 보여도 그 속은 실력 행사를 반복하는' 상황에 빠지고 만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또 사상의 차이 때문에 "지구에서, 정치 경제 문화로 분쟁을 일으키는 사람을 슬퍼해야 한다'고 말씀하시고, 집단 논리의 충돌이 '같은 인간'임을 망각하게 하는 폐해에 경종을 울렸습니다.

 그리고 도다 회장은 모든 나라의 민중이 갈망하는 평화를 구심점으로 삼아 '세계에서, 국가에서, 개인에게서 비참이라는 두 글자를 없애고 싶다'는 생각을 공유하는 '지구민족주의'라는 인간성의 연대를 구축하자고 외쳤습니다.

 창립 20주년을 맞은 도다평화연구소

 제가 이러한 스승의 이름을 따서 창립한 도다기념국제평화연구소가 '세계적 종교들이 펼치는 평화 창출의 도전'을 주제로 2월(2016년)에 도쿄에서 국제회의를 엽니다.

 기독교, 유대교, 이슬람교 그리고 불교 등 종교적 배경이 다른 연구원과 지식인 들이 모여 종교가 본디 가지는 '인간의 선성(善性)을 훈발하는 힘'에 빛을 비추어 21세기의 세계에 폭력이나 증오가 아니라 평화와 인도주의의 조류를 넓히기 위한 길을 모색하는 회의입니다.

일찍이 세계인권선언을 기초한 한 사람인 철학자 자크 마리탱은 사상의 차이를 뛰어넘어 인간이 해야 할 행동으로서 빼놓을 수 없는 공통항목을 발굴하는 '양심의 지질학적' 접근방식의 의의를 강조했습니다.

2월 11일에 창립 20주년을 맞는 도다기념국제평화연구소가 '지구시민을 위한 문명 간 대화'를 모토로 해 온 활동은 그러한 도전을 현대에 전개한 것이기도 합니다.

인간의 마음을 깊숙한 곳에서 뒤흔들 수 있는 힘은 정식화된 교조나 주장 따위가 아니라 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인생에서 묻어나는 말의 무게'입니다.

그러한 말을 서로 주고받을 때 비로소 각자 생명 깊은 곳에 있는 '인간성의 광맥'이 발굴되어 사회를 뒤덮은 혼미한 어둠을 거두는 인간정신의 빛이 더욱 빛나게 됩니다. 저도 그런 확신으로 민족이나 종교적 배경이 다양한 사람들과 거듭 대화했습니다.

생각건대 서로 다른 길을 걸어온 인간이 마주하기 때문에 혼자서는 보지 못한 새로운 지평이 열리고, 인격이 서로 공명해야만 연주할 수 있는 창조성도 길러지는 것이 아닐까요.

거기에 역사를 창조하는 '가능성의 보고(寶庫)'이자 '최대의 추진력'인 대화의 의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같은 곳에서 시간을 함께하면서 대화로 우정과 신뢰를 쌓는다. 이러한 견실하고 지속적인 노력이 바로 세계평화를 창출하고 지구적 과제를 해결하려고 행동하는 '민중의 연대'를 이루는 소중한 초석이 된다고 저는 확신합니다.

이어서 유엔의 새로운 목표가 지향하는 '누구도 소외시키지 않는' 세계를 구축하기 위해서 우선적으로 각국과 시민사회가 연대해 풀어야 하는 과제로서 ① 인도주의와 인권 ② 환경과 방재 ③ 군축과 핵무기 금지라는 세가지 주제에 관해 제안하겠습니다.

어린이 생명과 권리를 함께 지킨다

첫째, 인도주의와 인권입니다.

구체적으로는 2016년 5월에 터키에서 여는 '인도적 지원활동에 대한 정상회담'에 관련해서 두가지를 제안하겠습니다.

하나는 갈수록 심각해지는 난민문제에 관한 정상회담에서 '국제인권법을 바탕으로 한 대응이 최우선임'을 다같이 확인한 다음 특히 난민 중에서도 어린이들의 생명과 권리를 지키는 대책을 강화하기로 약속했으면 합니다.

난민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규모로 늘어난 상황에서 난민을 받아들이는 여러 나라에서는 사회 불안이 번지고 재정 부담이 커지지 않을까 또 난민으로 위장해서 테러를 일으키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각국이 이러한 점에 대한 대책을 강구할 필요는 있겠지만 그 대책에 앞서 난민문제를 대응하는 기반을 국제인권법의 중핵인 '인간의 생명과 존엄'을 보호하는데 있음을 재확인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분쟁으로 많은 사람이 정든 고향에서 갑자기 쫓겨나 삶의 희망을 잃은 사태는 재해로 집을 잃고 어절 수 없이 피난살이를 해야 하는 사람들의 어려운 처지와 별반 다를 것이 없습니다.

무엇보다도 난민의 반수 이상을 차지하는 어린이들은 불가항력으로 피난할 수밖에 없는 분쟁의 최대 희생자입니다.

지난해로 분쟁 지역의 어린이들을 보호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1612호④를 채택한 지 10주년이 되었습니다.

분쟁으로 어린이들이 폭력과 착취에 휘말리는 사태를 방지하는 일은 물론이고, 분쟁을 피해 의지와 상관없이 피난해야 하는 아이들을 지키는 일이 급선무가 아닐까요?

이 점에서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의 앤소니 레이크 총재도 "모든 어린이는 평범한 어린 시절을 평화롭게 누릴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유엔의 새로운 목표에서도 다양한 위협에 노출되어 심각한 영향을 받는 존재로서 어린이를 가장 먼저 든 만큼, 평화롭게 살 어린이들의 권리 확보를 중심으로 난민에 대한 국제적인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바입니다.

인도적 위기를 해결한다고 해도 어린이들이 고통스러운 경험을 이겨내고 미래를 향한 꿈을 키우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어야 비로소 희망의 서광이 빛나지 않을까요?

그런 어린이들의 웃는 얼굴은 고향을 떠나 새로운 곳에서 정착하려는 사람들에게 '살아갈 힘'을 되찾아주는 원천이 될 것입니다.

2015년 2월 인도 뉴델리에서 '세계 어린이를 위한 평화의 문화 건설전'을 열었다.

중동지역에서 추진하는 난민 수용국 지원

다음으로 '인도적 지원활동에 대한 정상회담'에 관련한 또 하나 제안으로서 유엔이 주도하는 중동지역의 난민 수용국 지원을 강화하고 아프리카와 아시아 등 다른 지역에서도 같은 형태의 지원활동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합의를 이끌어내자고 제창합니다.

현재 전 세계 난민의 90퍼센트에 가까운 사람들이 개발도상국에서 생활하는 상황에서 식수와 공공서비스에서 어려움이 생기는 등, 국제적인 협력이 없으면 더 이상 난민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지역도 적지 않습니다.

난민조약 전문에는 "난민에 대한 비호(庇護)의 부여가 특정 국가에 부당하게 부담이 될 가능성'을 염려하며 '국제협력이 없이는 문제를 만족스럽게 해결할 수 없다'고 씌어 있는데, 이 조약의 원점에 맥동하는 국제협력의 정신을 지금 다시 한번 상기하고 난민문제에 대응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지난해 제언에서 난민이 된 사람들을 위해 임파워먼트(내발적 힘의 개화)를 추진하면서 동시에 난민 수용국의 청년과 여성도 교육지원이나 일자리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제도를 여러 나라가 협력해서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현재 이 난민과 수용국 모두 아우르는 지원활동을 유엔 주도로 중동 다섯 나라에서 벌이고 있습니다.

이것은 '지역난민 복원력 계획(3RP)'이라 부르며 난민을 위한 인도적 지원과 함께 난민 수용국의 사회적 인프라 향상을 꾀해 주민의 생활과 고용을 지원하는 대책입니다.

100만명이 넘는 시리아 난민이 피난한 터키나 레바논을 비롯해 수많은 난민이 몸을 의지하는 요르단, 이라크, 이집트의 부담을 국제협력으로 경감시키고 지역 안정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식량 확보와 안전한 식수 이용 그리고 의료 분야에서 여건이 개선되고 있고 지난 해 12월 에는 앞으로 방침과 구체적인 목표를 세웠습니다.

저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유엔이 주도하는 이 계획에 관한 토의를 열어 과제와 경험을 공유하고 금전전인 협력을 포함해 앞으로 펼칠 활동을 궤도에 올리기 위해 각국이 연대해서 행동할 것을 합의하기를 바랍니다.

또 일본이 지금까지 시리아와 주변국에 인도적 지원을 지속해 온 경험을 살려 앞으로는 특히 '어린이들의 미래를 키우는 지원'에 큰 힘을 쏟기를 바랍니다.

현재 터기와 레바논 등에서는 난민 어린이들이 학교나 일시적인 교육시설에 다니는 경우도 있지만 아이들 대부분이 교육에서 소외된 채 방치되고 있습니다.

유엔의 계획(3RP)으로는 더 많은 난민 어린이가 '배울 기회'를 얻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유니세프와 연계해 시리아와 주변국에서 교육지원을 추진한 유럽연합(EU)과 함께 일본이 교육 분야에서 공헌하기를 바랍니다.

이것과 관련해서 현재 일본의 몇몇 대학이 유엔난민고등판무관사무소와 협력해 난민이 된 젊은이들에게 대학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난민고등교육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는데 이런 젊은 세대를 위한 교육 지원을 다양한 형태로 넓혀야 하지 않을까요.

자세와 행동 기술을 교육하는 데 초점을

시민사회도 난민문제 등의 인도적 과제를 해결하려면 연대해서 대응해야 한다는 인식이 높아지고 있기에 SGI에서는 '모든 사람의 존엄을 소중히 여기는 세계'를 지향하는 관점에서 특히 인권교육을 추진하는 데 힘을 쏟으려고 생각합니다.

유엔가맹국의 합의로 인권교육의 국제 기준을 처음으로 규정한 '유엔 인권교육훈련선언'을 채택한 지 올해로 5주년이 됩니다.

난민과 이민에 대한 편견이나 멸시를 비롯해 인종차별 인종차별이나 외국인 혐오 풍조가 각국에서 나타나고 있는 만큼 선언이 내건 목적 중에서 다음의 두가지 요소가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자유롭고 평화로운 사회, 다원주의적이고 누구도 배재하지 않는 사회의 책임있는 구성원으로서 개인의 발전을 촉진한다.'

'여러 형태의 차별, 인종주의, 고정관념이나 증오 선동 그리고 그 배경에 있는 유해한 태도나 편견을 근절하는 데 기여한다.'

여기서 초점이 되는 것은 자신이 차별을 하지 않을 뿐 아니라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 사회'를 구축하기 위해 편견과 증오로 벌어지는 인권 침해를 용서하지 않는 풍조 즉 인권문화를 사회에 뿌리내리는 일입니다.

이 제언 앞부분에서 교육의 역할을 논할 때 마키구치 초대 회장이 경종을 울리는 뜻에서 '불선(不善)은 악'이라고 말씀하신 내용을 언급했는데 한사람 한사람의 행동이 인권문화를 건설하는 데 중요한 열쇠인 만큼 그 건설을 위해서 그런 불선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겨 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유엔 인권교육훈련선언에서는 인권에 관한 지식 습득과 이해 심화에 그치지 않고 '자세와 행동 기술을 교육하는 일'임을 명확히 규정하고 인권교육훈련을 '모든 연령의 사람에게 관한 평생에 걸친 과정'이라고 정의했습니다.

이것은 참으로 인권문화를 풍요롭게 꽃피우기 위한 핵심이 어디에 있는지를 나타내는 중요한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SGI의 새로운 인권교육 전시

초안을 작성하는 단계에서부터 선언의 제정을 시민사회의 관점에서 지원한 SGI는 2011년 12월에 선언이 채택된 뒤에도 영화 '존엄을 향한 길 - 인권교육의 힘'을 공동 제작하여 상영하는 등, 의식을 계발하는 전시활동을 펼쳤습니다.

또 2013년에는 국제사면위원회, 인권교육협회(HREA) 등의 다른 단체와 함께 '인권교육2020'이라는 시민사회 네트워크를 세웠습니다.

인권교육훈련선언이나 인권교육세계프로그램을 추진하도록 함께 협력하면서 '인권교육2020'은 지난해 '인권교육의 지표에 관한 프레임워크'를 발간해 각국에서 인권교육훈련을 원활히 이행하기 위한 가이드북으로 쓸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SGI는 현재 '인권교육2020'에 관여하는 다른 단체와도 협력해서 선언 채택 5주년을 기해 새로운 인권교육 전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유엔의 새로운 목표가 내건 다양한 주제를 인권의 각도에서 깊이 파고들어 소개하고 '모든 사람의 존엄을 소중히 여기는 세계'를 함께 구축하자고 다짐할 수 있는 전시를 열고자 합니다.

세계 195개국이 파리협정의 합의

이어서 둘째로 환경문제와 방재에 관련해 제안합니다.

첫 번째는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온실가스 감축에 관해서입니다.

2015년 12월,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총회가 2주간에 걸친 협상 끝에 지구온난화를 방지하기 위한 새로운 합의문인 파리협정⑤을 채택했습니다.

지금 국제사회에는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혁명 이전보다 2도 이상 오르는 것을 막지 않으면 심각한 사태를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그러한 가운데 이번 협정은 선진국만이 아니라 195개 협약 당사국이 '공동의 장기 목표를 마련하고 이해'을 약속한 데에 커다란 의의가 있습니다.

감축 목표 달성 의무화는 보류되었지만, 국가별로 각자 목표를 정해 자국 내에서 시행해야 하는 의무를 지게 되었습니다.

지구온난화 방지는 결코 쉽지 않은 과제지만, 세계 거의 모든 나라가 파리협정에 참가한 만큼 그 장점을 최대로 살려 각국이 인류의 공동 이익을 위해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공헌하는 흐름을 만들어 가야 하지 않을까요.

특히 저는 이상기후로 피해가 끊이지 않는 아시아, 그중에서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30퍼센트를 차지하는 한*중*일 3국이 서로 연계해 앞장서서 의욕적으로 도전하자고 제창합니다.

지난해 11월, 한*중*일 정상회담을 3년 반 만에 서울에서 열었습니다.

정치적으로 긴장을 이겨내고 성사된 이번 회담에서는 앞으로 정상회담을 정기적으로 개최할 것을 재확인하고, 한*중*일 3국이 협력관계를 완전히 회복했음을 선언했습니다. 이번 회담은 저도 여러 번 재개를 주장했기에 정말 기뻤습니다.

 이렇게 3국이 다시 협력관계를 맺는데 실마리가 되고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이 환경 분야의 협력입니다.

'동북아시아는 하나의 환경 공동체'라는 말은 한*중*일 환경장관회의가 쌓아 올린 공통 인식이며, 이것이 있었기에 외교관계가 나쁠 때도 환경협력을 둘러싼 대화만은 해마다 계속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지난해에 발표한 기념제언에서 더한층 큰 발전을 바라며 한*중*일이 '지속 가능한 모델지역 협정'을 맺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대기오염이나 황사와 같이 지역에서 가장 관심이 높은 과제와 함께 지구온난화를 방지하기 위한 지역협력을 강화한다면 파리협정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중요한 발판이 될 것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에너지를 절약 분야를 비롯해 재생 가능 에너지나 3R(폐기물 발생 억제, 재사용, 재활용) 분야 등에서 지식이나 경험을 공유하고, 그 상승효과로 3국이 함께 '저탄소사회'로 이행하는 데 속도를 내면 어떨까요.

올해는 일본에서 정상회담 외에도 청년들이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환경에 관해 대화하는 '한*중*일 청년모의정상회의'를 열 예정입니다.

그래서 저는 올해 열리는 정상회담이 파리협정이 목표로 삼은 2030년까지 지구온난화를 방지하는 협력에 초점을 맞춰 '한*중*일 환경협약'을 제정하는 데 그 출발점이 되기 바랍니다.

또 일본에서 열리는 청년모의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이끌면서 3국 청년들이 창조적인 아이디어와 활동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거나 젊은 세대들이 제안하는 의욕적인 활동과 환경협력을 위해 청년들이 교유할 수 잇는 지원을 3국 공동 사업으로 추진하자고 제안하고 싶습니다.

많은 시민의 이해와 자부심이 추진력으로

이러한 국가 간 협력과 더불어 다음으로 제가 한가지 더 주장하고 싶은 점은 각국의 도시가 서로 연계해 지구온난화 방지 대책을 공유하고 파리협정의 추진하도록 이끄는 도선사 역할을 담당하자는 것입니다.

면적으로 말하면 지구 육지 면적의 겨우 2퍼센트에 지나지 않는 도시가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75퍼센트, 또 에너지 소비량의 60퍼센트 이상을 차지한다고 합니다.

그만큼 막대한 환경부하가 세계 도시에서 발상한다는 말인데 이 사실은 반면에 '도시가 바뀌면 세계가 크게 바뀐다'는 가능성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확실히 도시의 특징인 밀집성은 여러가지 문제가 한 곳에 집중되어 더 큰 부하를 낳는 단점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에너지 절약이나 재생 가능 에너지 도입과 같이 도시가 '저탄소사회'로 본격적으로 방향을 틀면 그 밀집성에 따른 효과가 절대적일 것이라 기대합니다.

2년 전, '유엔기후정상회의'에서 세계 도시들이 독자적으로 삭감 목표를 세워 행동하는 '시장단협약(Compact of Mayors)'을 체결하고, 여기에 이미 400개가 넘은 도시가 가입했습니다.

도시가 한번 새로운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면 눈에 보이는 변화가 나타나고 그 결과물이 또 많은 시민에게 이해와 자부심을 느끼게 합니다. 그러면 더 많은 시민이 협력하게 되고, 지속 가능한 사회를 이룩하겠다는 기세가 더욱 강해집니다.

이러한 도시가 갖는 '긍정적 연쇄효과'의 다이너미즘이 파리협정을 달성하기 위한 각국의 자주적 노력을 궤도에 올리는 추진력이 될 것입니다.

저는 4년 전 유엔의 새로운 목표를 제정하는 출발점이 된 유엔지속가능발전회의(리우+20)에 관련한 제언에서 많은 사람이 '이것이 우리가 이루어야 할 공통목표'라고 이해하고 그것을 위해 협력하고 싶어 할 만한 목표를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유엔의 새로운 목표가 내건 전략 중 하나인 '지속 가능한 도시'는 직 발밑을 다지는 착실한 도전이 지구환경을 플러스 방향으로 크게 변화시킨다는 의미에서 참으로 많은 사람이 이해와 자부심을 갖고 몰두할 수 있는 도전이라고 강조하고 싶습니다.

제3차 유엔 인간정주회의에서 대화 포럼

2016년 10월에는 남미 에콰도르에서 제3차 '유엔 인간정주회의(Habitat III)'를 엽니다.

각국 정부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가 공식적으로 의견을 표명할 수 있는 이 회의는 각자의 실적이나 교훈을 함께 나누며 국가라는 범위를 뛰어넘어 '지속 가능한 도시'를 향한 연계를 넓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환경운동가 왕가리 마타이 박사가 케냐에서 시작한 그린벨트운동'도 1976년 캐나다에서 열린 제1차 유엔 인간정주회의(Habitat I)'에 참가하고 용기를 얻어 추진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브리티시컬럼비아의 아름다운 경관과, 환경에 대한 내 걱정을 고유할 사람들과의 만남은" "실패로 좌절하던 내게 새로운 활력을 주었다. 나는 에너지를 재충전하여 케냐로 돌아왔고 내 새로운 아이디어를 실현하리라 결심했다."

각자 사는 나라나 도시는 달라도 자기 자손 세대에 '더 좋은 환경'을 물려주고 싶은 마음은 아마 모두 똑같은 것입니다.

앞서 저는 한*중*일이 국가 차원에서 협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제3차 '유엔 인간정주의회의' 개최에 발맞춰 3국의 지방자치단체나 환경 분야에서 활동하는 NGO 대표 등이 모여 '환경협력을 위한 지방자치단체 대표 포럼'을 개최하면 어떨까요.

지난해 3월, 유엔이 센다이에서 제3차 '유엔세계재해위험경감회의'를 열었을 때 SGI 주최로 방재, 재해 감소 분야에서 활동하는 한*중*일 시민단체 대표들이 모여 심포지엄을 열었습니다.

이 심포지엄에서 심포지엄을 후원한 '한*중*일 3국 협력사무소'의 천펑 사무소 차장은 '3국 중 어디든 한 나라에도 똑같이 큰 고통을 준다. 그러므로 방재는 늘 가장 먼저 협력해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는데 환경문제도 똑같은 성질을 띤 과제라고 할 수 있겠지요.

한*중*일 3국의 지방자치단체 사이에서 총 6000곳 이상이 자매결연을 맺었습니다. 이 자매결연의 유대를 기반으로 지방자체단체끼리 더욱 폭넓게 협력하고 같은 '환경 공동체'에 속해 있다는 의식을 고양하는 일은 한*중*일 3국의 우호와 미래에 매우 커다란 재산이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생태계의 보존으로 방재, 재해 감소 활동

두 번째 제안은 '생태계를 기반으로 하는 재해위험 감소(ECC-DRR)'에 관해서입니다.

현재 세계에서 약 8억명이 기아나 영양부족으로 고통받는 가운데 식량 생산의 기반이 되는 세계 토양의 30퍼센트가 악화된 상태입니다.

토양은 농업뿐 아니라 물 저장이나 탄소 순환을 비롯해 생태계에 없으면 안 되는 요소인데도 오랫동안 충분히 주의를 기울이지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토양층이 1센티미터 쌓이는 데 100년 이상이 걸리지만 일단 퇴화하기 시작하면 쉽게 회복할 수 없는 것이 토양입니다.

또 삼림도 감소율은 낮아졌지만 해마다 1300만 헥타르가 없어진다고 하며 생물 다양성 손실 등 환경 면에서 심각한 사태를 불러올 것이라고 우려합니다.

유엔의 새로운 목표에서도 '토지 황폐화 제지 및 회복'과 '삼림의 지속 가능한 경영'을 내걸고 있는 만큼 생태계 보전이나 이산화탄소 포집 및 저장(CCS)과 같은 지구온난화 방지 면에서도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는 과제라고 할 수 있겠지요.

최근 생태계를 지키려는 이러한 노력이 방재를 위해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는 인식이 커졌습니다.

2004년 수미트라섬 인근에서 지진이 일어났을 때 맹그로브 숲이 있는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의 해일 피해 상황이 전혀 달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생태계를 기반으로 하는 재해위험 감소' 방안에 세계가 더욱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지금껏 세계 각지에서는 모래언덕을 보호하기 위한 조림과 습지를 활용한 수해 방지 그리고 홍수 피해를 막기 위한 도시 녹화를 비롯한 여러 노력을 추진했습니다.

특필해야 할 점은, 이러한 노력은 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의욕적이고 지속적인 참여가 가장 큰 힘이 된다는 점입니다.

5년 전에 일어난 동일본대지진으로 재해를 입은 지역에서는 어린이들도 참여해 해안 방재림을 복구하기 이해 묘목 심기 운동 등을 펼쳤습니다.

그러한 운동은 지역 생태계의 소중함을 함께 나누거나 '자기가 심은 나무가 누군가의 생명을 지키는 일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공유하는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이처럼 다 함께 땀을 흘려 복구한 그 장소를 이전보다 더욱 소중하게 느껴질 것입니다.

자신의 일상생활이 알게 모르게 지역 생태계에 힘입어 유지되고 있듯이 지역 환경이나 방재를 위해서는 자신의 관여가 '꼭 필요하다는 것'을 마음 깊이 실감하게 되고, 그러한 한사람 한사람의 생각이 해마다 자라는 나무 한그루 한그루와 더불어 성장할수록 지역의 회복탄력성은 어떤 것에도 흔들리지 않을 만큼 강해지리라 생각합니다.

다시 말해 자기들 손으로 지역 생태계를 지키는 일이 그대로 지역의 밝은 '미래'와 '희망'을 키우는 일로 이어집니다.

청년과 어린이는 사회변혁의 주체

마침 유엔이 '지속가능발전교육(ESD) 10년'에 이어 'ESD를 위한 글로벌 액션프로그램'을 시작했습니다.

프로그램에서는 중점 항목 중 하나로 '청년의 참여를 지원한다'를 들었는데 저는 그 일환으로서 나무 심기를 비롯한 '생태계를 기반으로 재해 위험을 감소'하는 노력을 청년 그리고 어린이들과 함께 각 지역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하자고 제안합니다.

지난해 3월 제3차 '유엔세계재해위험경감회의'에서 채택한 센다이 방재 프레임워크도 재해 위험을 줄이는 데는 사회적 관여와 협력이 필요하다며 청년과 어린이를 '변혁의 주체'로 보고 방재에 공헌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지금까지 SGI는 2002년 다른 NGO와 함께 'ESD 10년'을 제정하자고 부르짖은 이래 각지에서 '변혁의 씨앗'전과 '희망의 씨앗'전 등 환경 전시를 열었습니다.

이 전시는 초*중*고 학생들이 많이 찾아 환경교육의 장이 되기도 했습니다.

우리가 ESD를 중요하게 여긴 까닭은 인간과 환경은 끊으려야 끊을 수 없는 관계임을 배우고 마키구치 초대 회장이 교육의 중요 과제로 제기한 '응용하는 용기'를 어린아이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각자 지역에서 힘차게 발휘하는 연대를 넓히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지역을 기반으로 지속적으로 행동하다 보면 지역 환경을 지키기 위한 확실한 궤도가 형성되지 않을까요.

재래식 무기 확산이 불러온 막대한 피해

마지막 셋째로 군축과 핵무기 금지에 관련해 제안합니다.

첫번째, 인도적 위기의 악화와 각지에서 잇따르는 테러행위의 배경에 존재하는 '재래식 무기 확산'에 제동을 걸기 위한 제도의 강화입니다.

분쟁지역에 대량으로 유입되는 권총과 자동소총 등 소형무기 때문에 해마다 세계에서 매우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고 있습니다.

'사실상 대량파괴무기'라고도 부르는 이 소형무기를 비롯한 탱크나 미사일 등 재래식 무기의 거래를 포괄적으로 규제하는 무기거래조약⑥이 2014년 12월에 발효했습니다. 그러나 현재 비준국은 79개국으로 초점이 되는 무기 이전에 관한 보고 규정도 합의를 보지 못했습니다.

지난해 8월, 멕시코에서 제1회 당사국회의가 열렸는데 보고 내용을 일반에 공개할 것인지, 무기 통제 범위를 어디까지 할 것인지 등 많은 점에서 의견을 모으지 못해 결론은 미루었습니다.

무기거래 규제는 21세기 세계평화를 전망하는 데 결코 방치할 수 없는 과제로서 저도 1999년 이후 해마다 제언 등에서 되풀이해서 주장했습니다.

최근 난민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이 조약을 기반으로 재래식 무기 확산에 마침표를 찍는 일이 더욱더 절실한 과제가 되었습니다.

다량의 무기는 분쟁을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게 하는 요인이며 많은 사람을 난민으로 몰아넣는 상황을 끊임없이 만들어낼 뿐 아니라 분쟁이 끝나더라도 전쟁의 불씨가 다시 타오를 수 있는 위험성을 남기기 때문에 사람들이 안심하고 돌아갈 수 있는 길까지도 막아 버립니다.

그중에서도 소형무기는 휴대하거나 다루기 쉬워 어린이들을 병사로 동원하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 결과 세계에서 어린이가 30만명이나 전투에 끌려가 목숨을 잃거나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었습니다.

또 각지에서 잇달아 일어나는 테러가 더 이상 확산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도 재래식 무기거래를 엄격히 규제하는 대응이 불가피합니다.

지금까지 테러를 방지하기 위한 조약이 수없이 정비되었는데 무기거래조약의 동반 상승효과로 테러 방지 체제를 강화하는 일이 급선무가 아닐까요.

분쟁의 장기화와 난민 증대 그 외에 어린이 병사와 테러문제의 배경에는 재래식 무기 확산과 남용이 있기에 무기거래조약을 중심 기둥으로 삼아 각지에서 높아지는 '증오와 폭력의 연쇄'를 막을 방파제를 쌓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유엔의 새로운 목표에서도 무기거래를 '폭력, 불안 및 불의를 일으키는 요인'이라며 2030가지 불법 무기거래를 대폭 줄이자는 목표를 내놓았습니다.

저는 이 목표를 궤도에 올리겠다고 다짐하는 증표로서 각국이 무기거래조약을 조속히 비준할 것을 촉구합니다.

또 보고 규정도 정보를 일반 공개하고 무기거래 수량을 명기하는 등 투명성을 충분히 확보해 운영면에서도 조약의 실효성을 높이기를 바랍니다.

합의 없이 끝난 NTP재검토회의

두 번째, 핵무기 금지와 폐기입니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폭이 투하된 지 70년을 맞은 지난해, 뉴욕 유엔본부에서 핵확산금지조약(NTP) 재검토회의를 열었으나 최종합의를 얻지 못한 채 막을 내렸습니다.

2010년에 채택한 재검토회의 최종 문서에서 핵무기 사용의 비인도성과 국제인도법 준수를 언급한 이후에 세 차례에 걸쳐 '핵무기의 인도적 영향에 관한 국제회의'를 여는 등 비인도성을 널리 공유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이번 회의에서도 핵보유국과 비보유국 사이의 골을 여전히 메우지 못하고 이 역사적인 마디에 NTP 가맹국의 총의로 합의를 보지 못한 점이 참으로 유감스러울 따름입니다.

그래도 희망을 완전히 잃은 것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주목할 만한 움직임이 여러 형태로 일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①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연대를 약속하는 '인도주의에 협약'을 찬성하는 나라가 늘어나고 있다 점입니다. 그리고 ②지난해 말에 열린 유엔총회에서 사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욕적인 결의가 몇가지나 채택되었습니다. 또 ③ 시민사회에서 핵무기 금지와 폐기를 바라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핵무기 금지를 위한 운동이 신앙에 기반을 둔 단체나 젊은이들에게 퍼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새로운 움직임을 돌파구로 삼아 '핵무기 없는 세계'로 가는 길을 모색해 구체적인 행동으로 그 실현을 위해 도전하고자 주장합니다.

모든 것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비인도성의 극치

지난 1월 6일, 북한이 핵실험을 하면서 핵확산 위협이 높아져 국제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어느 지역이든 일단 핵무기를 사용해 서로 공격을 시작하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고 후유증으로 괴로워할지 이루 헤아릴 수 없습니다.

그뿐 아니라 산적한 지국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무리 노력해도 순식간에 물거품으로 만들어 버리는 원흉이 아직 세계에 1만 5000발 이상이나 존재하는 핵무기입니다.

예를 들어 난민 문제 하나만 보더라도 핵무기 폭발은 국경을 넘어 비인도적인 피해를 끼치기 때문에 현재 6000만명에 달하는 세계 난민 수보다 훨씬 많은 수억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정든 곳을 떠나 피난살이를 해야 합니다.

또 불과 1센티미터의 두께를 생성하는데 길게는 1000년이 걸리는 토양을 아무리 보호해도 핵폭발이 일어나면 토양은 광범위하게 오염되고 맙니다.

더욱이 최근 연구에 따르면 상호 핵공격이 일정 지역에서 일어나기만 해도 심각한 기후변화가 일어나 '핵 기근'이라는 식량 위기가 찾아오고 더불어 인간의 생존 기반인 생태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며 주의를 촉구했습니다.

지금까지 유엔이 새천년개발목표를 세워 빈곤과 보건위생을 위해 노력한 성과도 이어서 시작한 유엔의 새로운 목표, 예를 들어 방재나 지속가능한 도시 만들기도 이 모든 활동의 의미를 근저에서부터 무너뜨리는 존재가 바로 핵무기입니다.

이러한 파멸적인 말로가 눈에 보이듯 뻔하고 전 세계가 상상도 할 수 없는 희생을 치러야 하는데도 핵무기를 담보로 삼아야 하는 국가의 안전보장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입니까.

나라를 지킨다고 해도 많은 사람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끼치는 결과를 전제로 하는 안전보장은 무엇을 지키기 위해 있는 것일까요. 그것은 결국 지켜야 할 민중을 도외시한 안전보장이 되지 않을까요.

지금까지 이어지는 군사경쟁이 시작된 20세기 초(1903년)에 선사 마키구치 초대 회장은 어느 분야에서 경쟁이 목적에 부합하는 수단으로서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태가 이어지면 경쟁의 형식이나 질적인 전환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습니다.

"교전이 오랫동안 이어지면 국내 전반에 영향을 미쳐 결국 국력이 피폐해질 수밖에 없고 그러면 전쟁으로 얻은 영토는 쉽게 잃을 수밖에 없다."

마키구치 선생님이 지적한 군사경쟁의 한계는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을 지나 냉전시대에서 현재에 이루는 핵군경쟁으로 이미 올 때까지 온 것이 아닐까요.

CTBT 감사 제도가 이룬 인도적 공헌

실제로 핵무기는 비인도성의 관점에서도 군사적 유용성 면에서도 '사용할 수 없는 무기'로 그 양상이 더욱 뚜렷해지는 가운데, 다행히 군사경쟁의 한계에서 생겨난 '인도적 경쟁의 싹'이 조금씩 올라오고 있습니다.

그 싹이란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을 채택하면서 마련한 국제감시제도(IMS)가 다양한 형태로 이룬 공헌을 말합니다.

조약은 남은 8개국의 비준을 얻지 못해 아직 발효되지 못하고 있으나 조약기관(CTBTO)의 준비위원회가 핵실험을 탐지하는 감시 제도를 정비해 폭넓게 활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지난번 발생한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지진파 감지와 방사성물질 관측과 같은 기존의 역할과 더불어 최근에는 전 세계를 둘러싼 감시망을 활동해 재해 상황과 기후변화에 따른 영향을 폭넓게 관찰하는 활동도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해저지진을 탐지해 해일 경보를 조기에 발령할 수 있도록 지원하거나 화산 분화를 감시해 항공기 조종사에게 경계 정보를 제공해 항공기 조종사에게 경제 정보를 제공하고 대규모 폭풍우나 빙산 붕괴를 추적하는 등 '지구의 청진기'로서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CTBT는 발효되기도 전에 생명을 구하고 있다'고 그 공적을 기린 것처럼 핵군비경쟁과 핵확산을 막기 위한 제도가 많은 생명을 지키는 인도적인 면에서도 꼭 필요한 존재가 되었습니다.

조약을 체결한 지 20주년이 되는 올해, CTBT가 명실공히 제대로 가능할 수 있도록 남은 8개국이 하루 빨리 비준해 핵실험이 두번 다시 일어나지 않는 세계로 가는 길을 열기 바랍니다.

그리고 핵문제를 해결하는 노력에 속도를 내어 군축을 촉진하는 것은 물론, CTBT를 토대로 생긴 이러한 일련의 활동과 같은 '인도주의 세계'를 향한 조류를 본격적으로 강화해야 하겠습니다.

민중의 희생을 전제로 한 안전보장

냉전 대립이 결렬해지면서 핵개발 경쟁도 점점 더 가열되는 상황에서 1957년 9월, 스승 도다 제2대 회장은 '원수폭금지선언'을 발표하고 다음과 같이 외치셨습니다.

"지금 세계에서는 핵이나 원자폭탄 실험을 금지하라는 운동이 일어나는데, 나는 그 핵무기 속에 숨은 발톱을 뽑아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즉 핵실험 금지를 바라는 세계 사람들의 절실한 목소리에 공감하고 많은 민중의 희생을 바탕으로 성립할 수밖에 없는 안전보장에 깊이 뿌리 박힌 생명경시 사상을 완전히 탈피하지 못하는 한, 문제를 본질적으로 해결하지 못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저는 스승의 이러한 외침을 가슴에 품고 핵문제 해결은 핵무기를 보유하려는 '그 마음속에 숨은 발톱'을 뽑아내는 일 즉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 '다른 나라 민중의 희생 위에 자국의 안전과 국익을 추구한다' '미래에 미칠 영향을 생각하지 않고 계속 행동한다'는 현대문명에 깊이 자리 잡은 사고방식을 바꾸고 세계를 인도주의의 방향으로 바꾸는 도전밖에 없다는 생각으로 지금까지 행동했습니다.

핵보유국과 그 동맹국 사이에는 지구상에 핵무기가 존재하는 한 핵억지력을 계속 유지할 수밖에 없다는 사고방식이 아직도 뿌리 깊이 남아 있습니다.

그러나 핵억지력으로 상황의 주도구권을 쥐고 있는 듯해도 우발적인 사고로 폭발하거나 오발한 위험성을 핵무기를 배치한 나라의 수만큼 존재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위협의 본질을 보면 핵무기 보유가 실질적으로 불러온 것은 자국은 물론이고 인류 전체의 운명까지도 '핵무기가 쥐고 있다'는 현실입니다.

핵무기의 위협과 사용에 관한 위법성을 묻는 판결에서 국제사법재판소가 NTP 제6조의 규정을 바탕으로 '모든 측면에서 핵군축 교섭을 성실히 실천하고 완료시킬 의무가 있다'는 권고적 의견을 제시한 지 올해로 20주년을 맞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핵군축이 마무리될 전망은 전혀 없는데다 모든 보유국이 한자리에 모여 제대로 교섭도 하지 못하는 지금의 상황은 참으로 심각합니다.

'인도주의협약'과 의욕적인 유엔 결의안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고자 지난해 NTP재검토회의에 제출한 '인도주의 협약'에 찬성하는 국가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핵무기를 기피해야 할 무기로서 금지하고 폐기하는 노력'을 국제기구와 시민사회 등과 협력해 추진한다는 결의를 명기한 협약에 유엔 가맹국의 반수를 훌쩍 넘은 121개국이 참여했습니다.

그 협약에서는 시급히 시작해야 할 구체적인 대책으로 핵무기 금지 및 폐기에 대한 법적인 차이를 메우는 효과적인 모든 조치를 특정해 추구해야 한다고 제기했습니다.

지난해 개최한 유엔총회에서도 이와 비슷한 내용의 결의안이 몇가지 제출되었는데, 그중에서 효과적인 조치를 실질적으로 의논하는 개방형 작업반(OEWG)회의를 열자는 결의안을 채택했습니다. 결의안에는 제네바에서 올해 안에 열 예정인 OEWG 회의를 열자는 결의안을 채택했습니다. 결의안에는 제네바에서 올해 안에 열 예정인 OEWG에 대해 '국제기구와 시민사회의 참여와 공헌을 이끌어낼 것' '전반적인 합의에 도달하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할 것'이 명기되어 있습니다.

NPT재검토회의의 정체를 이겨내고 결실이 있는 논의가 이루어져 국제사법재판소가 권고한 '핵군축 교섭을 성실히 실천해 마무리 짓는'길을 반드시 열길 간절히 바랍니다.

특히 저는 비인도성의 관점에서도 ① 핵보복에 대한 경계 태세를 해제 ② '핵우산'에서 탈피 ③ 핵무기의 근대화 정지라는 세가지 항목에 관해 시민사회의 의견도 고려하면서 논의할 것을 제안합니다.

처음에 제시한 두가지는 비인도성의 관점에서나 군사적인 유용성 면에서나 핵무기가 실질적으로 '사용할 수 없는 무기'라는 인식이 큰 만큼 가장 먼저 착수해야 할 과제입니다.

두 차례 일어난 세계대전을 계기로 각국이 개발 경쟁을 벌인 생화학무기가 그 비인도성 때문에 어느 나라도 '사용을 허용하지 않는 무기'가 된 역사를 다시 한번 상기해야 합니다.

앙겔라 카네 전 유엔군축 고위대표도 이렇게 주장했습니다.

"오늘날 어느 나라가 스스로 '생화학무기 보유국'이라고 자랑하겠습니까. 공격이냐 보복이냐를 불문하고 어떤 상황이든, 선페스트와 폴리오를 무기로 사용하는 것이 합법이라고 누가 말합니까. 앞으로 우리가 '생물학무기 우산'에 관해 말할 일이 있겠습니까."

무엇보다 군사적 안전보장에서 핵무기의 역할 축소는 2010년 재검토회의에서 채택한 최종 문서에도 핵보유국이 신속히 이행해야 할 과제를 명확히 기재되어 있습니다.

그러한 의미에서 지난해, 브라질 등이 유엔총회에 제출한 결의안에서 핵무기의 역할을 출소하는 조치를 '핵보유국을 포함한 지역 동맹국들'이 장려함과 더불어 일본이 주도한 결의안도 '관계하는 가맹국'에 핵무기 역할 축소에 대한 재검토를 촉구한 점은 주목할 만합니다.

일본이 자신들이 주도한 결의안인 만큼 '관계하는 가맹국'에 앞장서서 '핵우산'에 의존하는 안보를 전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주요 7개국 정상회의(G7)에 앞서 올해 4월에 히로시마에서 G7 외교장관회의가 열립니다. 회의에서는 핵무기의 비인도성을 비롯해 북한의 핵개발을 포함한 핵확산 방지 문제 그리고 동북아시아의 비핵화를 위한 핵무기의 역할 축소에 관해서도 논의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핵개발과 근대화가 세계에 미치는 폐해

마지막으로 제시한 '핵무기의 근대화'가 야기하는 문제에 관해서는 지난해 발표한 기념제안에서도 주의를 촉구했지만, 핵무기를 유지하고자 해마다 1000억 달러가 넘는 예산을 계속 낭비한다면 결과적으로 '지구사회의 폐단'을 거의 고정화할 우려가 있습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이 제출한 결의안에서도 이 점에 관해 '인간의 기본적 욕구가 아직 충족되지 않은 이 세계에서는 보유한 핵무기를 근대화하는 데 드는 방대한 자금을 이러한 목적이 아닌 지속가능발전목표를 달성하는 데 돌려야 한다'고 제기했습니다.

이대로 핵무기의 근대화를 진행한다는 것은 다음 세대와 그 다음 세대까지 핵무기 위협에 노출된다는 의미만은 아닙니다. 핵무기를 이대로 사용하지 않는다 해도 유엔의 새로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길을 막아 버리기에 '지구사회의 폐단'이 앞으로도 이어진다는 걸 의미합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표가 유엔총회에 결의안을 제안하면서 '핵군축은 국제적인 법적 의무일 분 아니라 도덕적, 윤리적 시상명제'라고 주장했습니다.

이 생각은 원폭 투하로 말로 다할 수 없는 괴로움을 겪은 피폭자나 핵개발과 핵실험으로 피해를 입은 각지의 피폭자를 비롯해 '인도주의 협약'에 찬성한 국가들 그리고 평화를 바라는 많은 사람의 생각과 일치하지 않을까요.

우리 SGI도 지난해 NTP재검토회의에서 발표한 '핵무기의 인도적 결말에 대한 신앙 공동체의 우려'라는 제목의 공동성명에 참여해 기독교와 유대교 그리고 이슬람교 등 각 단체의 대표와 함께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발신했습니다. 

"핵무기는 인류가 안전과 존엄 속에서 살 권리, 양심과 정의의 요청, 약자를 보호할 의무, 미래 세대를 위해 지구를 보호할 책임감이라는 각각의 종교적 전통이 내건 가치관과 상반한다." "핵무기를 금지하는 새로운 법적 조치에 관한 다국간 교섭에 모든 나라가 참여하고 어떤 나라도 교섭을 저지할 수 없도록 하며 더 이상 지체하지 말고 개시하기를 촉구한다." 

핵개발경쟁은 군사적 면에서도 의미를 잃고 있는 것은 물론 계속 보유하는 것만으로도 세계에 심각한 부하를 준다는 의미에서 일찍이 마키구치 초대 회장이 군사경쟁의 한계를 논했듯이 실질적으로 파탄을 가져왔다고 인식해야 합니다.

올해 안에 제네바에서 열 예정인 OEWG에서 '핵무기 없는 세계를 달성하고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효과적인 조치를 목록으로 만들고 유엔의 모든 가맹국이 실천해야 할 공동작업의 청사진을 그릴 수 있는 건설적인 논의가 이루어지길 간절히 희망합니다.

그리고 2018년까지 열기로 한 '핵군축에 관한 유엔 고위급회의'를 목표로 핵무기금지조약을 체결하기 위한 교섭을 시작하자고 주장합니다.

히로시마에서 ‘핵무기 폐기를 위한 세계청년서밋’을 열었다. 마지막날 공개포럼에서는 참석자의 공통의견으로 발표한 ‘청년서약’을 아마드 알헨다위 유엔 사무총장 청소년담당 특사에게 전달했다.(2015년 8월)

세계청년서밋을 지속적으로 열어

내년(2017년)에는 도다 제2대 회장이 '원수폭금지선언'을 발표한 지 60주년이 됩니다. 이 선언을 원점으로 삼아 활동한 SGI로서도 핵무기 없는 세계를 향한 조류를 더욱더 흔들리지 않는 흐름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그리고 많은 나라와 시민사회가 힘을 합쳐 민중의 주도로 만드는 '국제민중법'의 의의도 담아 핵무기 금지와 폐기를 반드시 실현하고자 결의합니다.

지난해 8월, 히로시마에서 연 '핵무기폐기를 위한 세계청년서밋'에서 발표한 '청년서약'의 앞부분에는 "핵무기는 지나간 시대의 상징이면서 지금도 현실 세계에 큰 위협을 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만들어야 할 미래에 핵무기가 있을 자리는 없습니다." 하고 씌어 있습니다.

SGI를 포함한 6개 단체로 구성된 실행위원회가 주최한 서밋에는 23개국의 청년과 아마드 알헨다위 유엔 사무총장 청소년담당 특사가 참석해 피폭 체험의 계승과 동세대의 의식 계발을 비롯해 인류 공통의 미래를 지키기 위한 행동을 서로 약속했습니다.

유엔총회 제1위원회의 관련 행사로 지난해 10월에 뉴욕에서 연 보고회에서도 그 성과를 발표해 젊은 세대가 핵무기 없는 세계를 실현하기 위해 유엔과 각 지역에서 어떻게 행동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계획에 참여할 수 있을지를 논의했습니다.

앞으로도 뜻을 같이 하는 사람이나 단체와 함께 '핵무기 폐기를 위한 세계청년서밋'을 지속적으로 개최하고자 합니다.

"핵무기 폐기는 우리의 책무이자 권리다. 더 이상 핵무기를 폐기할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 "우리 청년은 모든 다양성과 굳은 단결을 바탕으로 이 목표를 실현하겠노라 굳게 약속한다. 우리는 '변혁의 세대'다."

나라의 차이를 뛰어넘은 청년들이 히로시마에서 나눈 약속이 세계에 크게 넓혀지면 뛰어넘지 못할 벽은 없고 실현하지 못한 목표 따위는 없습니다. 젊은 세대의 마음 속에 맥동하는 굳은 약속이 바로 핵무기로 많은 사람의 생명과 존엄이 짓밟히는 세계가 아닌 모든 사람이 평화롭게 살고 존엄을 빛낼 수 있는 세계를 구축하는 데 가장 중요한 토대입니다.

우리 SGI는 '변혁의 세대'인 청년의 연대를 기반으로 핵무기 금지와 폐기는 물론 유엔의 새로운 목표를 달성하는 데 지원하고, '누구도 소외시키지 않는' 세계를 향한 명확한 궤도를 만들 것을 굳게 다짐합니다.

[어구해설]

①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2013년 9월에 열린 '유엔 지속기능개발정상회의'에서 채택한 성과문서이다. 선언 외에 17개 분야와 169개 항목에 이르는 '지속가능개발목표'를 세웠다. 2030년까지 빈곤과 기아, 에너지와 기후변화 등 다양한 과제를 포괄적으로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② 장자궁자의 비유

법화경(法華經) 신해품에 나오는 비유다. 어릴 적에 가출해 다른 나라를 떠돌아다닌 한 사내가 어느 날, 장자(長者)의 집에서 일을 하게 된다. 재산까지 도맡아 관리했지만, 장자의 재산은 자신과 무관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장자가 임종하기 직전에 자신이 장자의 친아들이라는 사실을 듣고 무상의 보취(寶聚)를 구하지도 않았는데 저절로 얻은 기쁨에 환희하는 이야기다. '부처'를 아버지, '중생'을 자식에 비유해 모든 중생이 부처와 똑같은 가장 높은 경지의 생명을 열 수 있다는 법리를 가르친다.

③ 센다이 방재 프레임워크(Sendai Framwork for DRR)

2030년까지의 방재를 위한 국제행동지침을 정한 것으로 재해가 발생하기 전부터 잠재해 있던 문제까지도 해결할 것을 목표로 하는 '더 나은 부흥(Build Back Better)' 원칙을 비롯해, 재해 위험을 이해하고 재해 대응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방재에 투자하자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2005년부터 추진한 '효고행동계획(HFA)'의 성과를 토대로 2015년 3월에 채택했다.

④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1612호

2005년 7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채택한 결의안이다. 분쟁에서 아동의 생명을 빼앗는 행위를 비롯해 어린이 병사 징집, 학교와 병원 공격 그리고 인도적 지원활동의 접근을 방해하거나 거부하는 등 아동의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행위를 감시하고 보고하는 제도를 마련하고, 안전보장이사회에 '아동과 무력분쟁에 관한 작업반'을 설치했다.

⑤ 파리협정

선진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하도록 결정한 '교토의정서'를 대체하는 새로운 합의문이다.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을 포함한 195개국이 감축 목표를 유엔에 제출하고 의무적으로 자국 내에서 대책을 세워 이행해야 한다. 2023년부터 5년마다 진행 상황을 검증하는 제도를 마련해, 21세기 후반에는 살림이 탄소를 흡수하는 양만큼 배출량을 감축해 '실제 배출량 제(0)'를 목표한다.

⑥ 무기거래조약

6년 이상 협상을 거쳐 2013년 4월, 유엔총회에서 채택한 재래식 무기의 국제 거래를 규제하는 사상 첫 조약이다. 국제인도법과 국제인권법을 심각하게 위반하는지, 테러방지조약을 위반하는지 등을 판단 기준으로 삼아 대량 학살, 반인도주의 범죄, 전쟁 범죄에 사용할 것이 명백한 경우는 수출을 금지한다.

[참고문헌]

1. <유엔난민고등판무관사무소 발표문>2015년 3월 12일

2. '진퇴양난에 빠진 이민자들' 2015년 5월 11일, 국제통신사 IPS

3. '간디의 뒤를 이어' 시오다 준 저, 일본방송출판협회

4. '붓다의 진리의 말씀 감흥의 말씀 -법구경' 나카무라 하지메 옮김, 이와나미서점

5. '불타와 용수' 미네시마 히데오 옮김, 이상사

6. '마키구치 쓰네사부로 전집 제5권' 제삼문명사

7. '경제성장이 전부인가?' 마사 누스바움 저, 오자와 사젠 / 오노 마사쓰구 옮김, 이와나미서점

8. '마키구치 쓰네사부로 전집 제3권' 재삼문명사

9. '회복하는 힘' 앤드루 졸리 / 앤 마리 힐리 저, 스가와 아야코 옮김, 다이아몬드사

10. 유엔 여성일본협회 홈페이지

11. 유엔 홍보센터 홈페이지

12. '위대한 희망' 왕가리 마타이 저, 고이케 유미코 옮김. 쇼가쿠칸

13. '인도의 정신 - 불교와 힌두교' 이케다 다이사쿠 / 베드 난다 저, 동양철학연구소<이케다 다이사쿠 전집 제15권> 수록

14. '도다 조세이 전집 제1권' 세이쿄신문사

15. '도다 조세이 전집 제3권' 세이쿄신문사

16. '인간과 국가' 자크 마리탱 저, 구보 마사노리/ 이나가키 료스케 옮김, 창문사

17. 일본유니세프협회 홈페이지

18. 아시아태평양인권정보센터 홈페이지, 아쿠자와 마리코 옮김

19. '마키구치 쓰네사부로 전집 제2권' 제삼문명사

20. '핵실험을 감시하는 CTBTO는 잠들지 않는다' 2015년 6월 17일, 국제통신사 IPS

21. '도다 조세이 전집 제4권' 세이쿄신문사

22. <핵무기 핵실험 모니커> 제482-3호, 피스 데포

- 화광신문 제1156호 (2016.3.25)

[조치원]

감사합니다
천천히 다시공부하겠습니다

[휘파람]

감사합니다.

[황세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