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를 탈 때마다
좌석번호를 몇번이나 본다.
늘 긴장한다. 자리를 찾지 못할까봐.
그래서 나름의 법칙을 만든다.
12호 4a 이면
전화를 건다.
1241로, 이해하시겠지만 뒤에 영어는 a-1, b-2 이런 식으로 말이다.
오늘은 다행히 옆자리가 빈 채 출발한다. 시작이 좋다.
더하여 좌석이 창가다.
흔들리는 산과 강,집들을 볼수있다.
흔들리지 않는 것이 어디있으랴. 지구도,달도,기차도,그리고 나도,내마음도, 내 의지도.
세상은 벌써 초록이다.
초록이 지쳐 단풍든다고
어느 시인은 말했는데
나는 꽃들에 지쳐
초록이 든다 말하고 싶다.
꽃은 지고 초록의 전성시대가 도래하고있다. 부지런히 초록이 움직인다
북으로 북으로.
늘 서울행엔 백팩에 책을 넣는다.
이번 만큼은 꼭 읽을꺼라고. 늘 봇짐매듯 지고 가지만, 책한장 제대로 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미련처럼 가방은 무거워진다.
오늘은 두 권이나 넣었다. 창측 독서등을 켜고 책을 읽었다.
사실 옆자리에 사람이 있으면 혹여 그 빛으로 인해 옆사람 시야에 자극을 줄 것같아서 못하기 때문이다.
오늘은 비어있어 당당히 켠다. 그러다 금세 잠이들었다.
김천이야기 할때 잠이들고,
오산이야기할때 잠이 깬다
그리고 다시 책을 편다.
그리고 책을 읽는다.
옆자리에 중년의 남자가 앉는다.
그도 책을 편다. 그도 내 마음 처럼 준비한 책을
마침 옆자리에서 실천하니 시작하는 것이리라.
나는 일어나 창위에 있는 내측 조명을 켜준다.
그렇게 두사람은 책을 읽는다.
이런 여행도 좋다.
소설을 상상해 볼까 . 혼자 웃어본다. 내마음이 들키면 안된다고 하면서.
내가 먼저 책을 접고
백날글쓰기를 한다.
그는 얼마 뒤 잠이든다.
의지와 달리
독서의 실천은
허와 실이 넘친다
나는 웃는다.
속으로
다들 똑같아.
대구나 서울이나
일본이나 영국이나.
광명이란다.
아들이 2년이나 오고가든 곳이다
그래서 광명은 그리운 이름이 되었다
곧 서울이다
책을 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