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온 줄 알고 활짝 기지개를 켰는데 다시 날이 추워 몸이 어리벙벙 움직이기가 쉽지 않다. 추운 날에는 에너지를 저장하려는 자연의 법칙이 적용되서 움직이기가 더 어렵다던데 그래서인지 이불을 푹 쓴 채로 마음속으로 '일어나야지'만 서른 번 쯤 말하고 몸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네, 합리화 맞습니다.ㅎㅎㅎ) 아침 10시... 그렇게 공을 들이고 또 들여서 일어나보니 적막이 감도는 주방에 쌩긋한 햇살이 얄밉게 자리하고 있다. 고향에 계신 어머니도, 효창동 윤씨도 까치산에 건데기도 모두 일 하러 나갔겠다. 해 뜨는 것 보면서 잠들었다고는 하나, 이런 햇살은 분명히 민망한 것 아니냐며 서둘러 아침 채비를 하고 빵쪼가리와 커피로 아침을 때운다.
그 사이 누군가 초인종 누르는 소리가 들렸고 친구 쏭양이 바람 냄새 풍풍 풍기며 서 있다. 내가 약속 없이 집에 불쑥 방문 하는 것을 싫어한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우리집 근처 화방에 가려고 나섰다가 너무 추워서 들어왔단다.
아침 댓바람부터 화방이라니... 생활패턴이 아무리 다르다고는 하나 이제 꿈지럭 거리기 시작한 나로선 어쩐지 부끄러운 마음이 들어서... 말을 줄이고 서둘러 얼음이 되어 있는 쏭모양을 위해 달콤하고 부드러운 카페모카나 만들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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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꽁 언 몸 녹이는 카페모카
재료 에스프레소, 에스프레소의 2배 정도 되는 양의 우유, 휘핑크림이나 생크림(+설탕), 초코시럽, 코코아가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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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스프레소와 우유, 초코시럽의 양과 비율은 취향과 입맛에 맞게 조절하시면 됩니다^^ 일반적으로 까페모카를 만들 때 비율은 에스프레소:우유=1:2 이하로 알고 있습니다. 저는 보통 1:1.8 정도의 비율로 마시는 것을 좋아해요. 오늘은 에스프레소 80ml에 우유 150ml를 넣어 만들었습니다~
+ 크림은 미리 휘핑해두세요. 뜨거운 커피를 내기 직전에 올려야지 그렇지 않으면 다 식어버립니다. 참고하시구요.. 번거로우시면 시중에 '레디휩'이라는 짜서 쓰는 휘핑크림이 나와 있으니 찾아보세요.
먼저 에스프레소를 추출한다. 역시 네스프레소를 사용했다.
오늘의 캡슐은 밝은 빨강 디카페니또..디카페인 커피로 아주 약한 강도, 신맛이 상당히 강한 커피다. 쏭양은 커피를 잘 못마시는 사람이라 디카페인...그 중에서도 약한 커피로 골랐다. 보통... 이렇게 우유를 넣을 때는 우유에 의해 커피의 맛이 많이 죽어버리기 때문에 강한 커피를 사용하는 편이 좋다. 어차피 이 것도 취향 나름이겠지만...
추출된 에스프레소에 초코시럽을 가볍게 두 번 정도 짜서 잘 섞어주고... 뜨겁게 데운 우유를 넣는다.
우유는 너무 뜨거우면 우유 비릿내가 나므로 따끈하게 스팀을 주는 정도로만 데워주면 된다.
여기 휘핑된 크림을 올리고 코코아가루나 초코시럽으로 마무리 하면 부드러운 까페모카 완성!!
판초콜렛 쪼가리가 조금 남아 있어 장식 해 봤다.
이렇게 쿠키와 함께...
제법 따뜻한 티타임이다.
아침 여섯시가 넘어 잠들어 하루를 늦게 시작하는 기린씨, 이미 그 시간부터 하루를 시작하는 쏭양... 에스프레소를 투샷으로 뽑아 홀짝거리는 기린씨, 역시 부드럽고 달콤한게 최고라며 야곰야곰 카페모카를 마시는 쏭양... 느릿느릿 어눌한 말투의 기린씨, 기분 좋은 듯 낭랑한 말투의 쏭양...
이렇게 커피를 마시면서 부끄러운 마음은 없어지고... 단지 사람 사는 모양이 모두 다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웃음이 난다. 자기 나름으로, 그러나 충실히 살면 되겠다. 저 나름대로 멋지게 사는 모든 이들에게 축복을!
ps. 내가 그렇게 까칠했었나...뭐 그렇긴 하다. 아무때나 집에 못 찾아오는 주변의 모든 친구들에게 약간의 미안한 마음을 전한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