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지하철을 이용해서 출근을 하다보면
지하철 입구에서 갖가지 무가 신문을
경쟁적으로 나누어주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40여분 동안 지하철을 타고 가면서
그 신문의 이런 저런 기사를 읽다보면
어느새 내릴 곳에 당도해 있어
심심하지 않게 시간을 보낼 수도 있고
여러 가지 유익한 정보도 얻을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봅니다.
이 무가지 중에는 이 시대의 영원한 이야기꾼으로 자처하는
소설가 성 석제 씨의 칼럼을 연재하는 신문이 있습니다.
성 석제씨의 글을 읽어본 분은 아시겠지만
이 작가의 글에서는 흔히 말하는 감칠맛이 납니다.
우리생활의 다양한 소재를 어찌 그리 잘 풀어서 이야기를 하는지
마치 예전에 우리 할머니가 해주시던 구수한 옛날이야기가 생각날 정도입니다.
며칠 전, 무가지에 실린 그의 글에서
바그너의 결혼 행진곡에 얽인 이야기를 읽었습니다.
결혼식에서 신부가 입장할 때
가장 많이 연주되는 곡이 이 사람의 결혼 행진곡입니다.
이 곡은 독일의 작곡가 바그너의 오페라
‘로엔그린’의 3막에 나오는 ‘혼례의 합창’을 편곡한 것인데
주인공 로엔그린은 성배를 수호하는 기사로
이름과 신분을 감추고 신성한 임무를 수행해야 합니다.
주인공은 엘자라는 상류층 여인이 곤경에 빠지자
기사로서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구해주게 되고 나중에 그 여인과 사랑에 빠지게 되지요.
두 사람은 결혼을 하기로 약속을 하고
주인공은 자신의 이름과 신분을 묻지 말라고 여인에게 신신 당부를 합니다.
그러나 결혼식 끝나자 신부는 호기심과 주변 사람들의 의혹을 이기지 못하고
주인공에게 이름을 알려달라고 합니다.
알 수없이 주인공은 이름을 알려주고 약속을 어긴 죄 때문에 길을 떠나게 되지요.
그 여인은 자신의 잘못을 후회하며 슬픔에 빠져 결국 죽는 것이 주요 줄거리입니다.
이 곡을 만든 바그너는 결혼 생활에 문제가 많았던 사람입니다.
21세 때 4살 연상인, 가극단의 여배우 민나 프라나를 만나 결혼을 했지만
결혼식 몇 주 후에 신부가 도망쳤다가 돌아온 적이 있었고
두 사람 사이에 평생 아이가 없었는데 민나는 열다섯 살 때 다른 사람과의 사이에서
아이를 낳아 동생이라고 부릅니다.
또 바그너는 37세 때, 프랑스에서 와인 가게의 아내 제시 테일러와 그리스로 도망가려다
그 남편에게 발각되어 계획이 무산되기도 했고
자신을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었던 오토 베젠동크의 부인 마틸데와 사랑에 빠졌다가 실연을 당한 후
이 여인을 모델로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를 작곡하기도 합니다.
그런가 하면 작곡가 프란츠 리스트의 수제자이며
지휘자로 유명한 한스 폰 뷜로의 집을 자주 드나들더니
그의 아내 코지마 리스트와 눈이 맞아 결국 그녀와 결혼을 하기도 합니다.
이렇듯 바그너는 이들 외에도 최소한 여섯 명의 여인과
애정 문제로 얽혀 있었습니다.
결혼 생활에서 이렇게 숱한 염문을 뿌렸던 이 작곡가의 곡에
이런 이야기가 숨겨져 있다고 생각하니 세상이 참으로 아이러니하게 느껴집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이런 바람기 있는 작곡가가 만든
결혼행진곡을 들으며 결혼하기 때문에
요즘 젊은이들의 결혼 생활에 많은 문제들이 생기는 것은 아닐까하고
엉뚱한 생각을 해보기도 했습니다.
오늘도 웃음이 넘치는 고운 하루가 되시길......
첫댓글 허참!~~바그너의 결혼행진곡 정말 아이러니하군요...작곡가의 인생이 그러해서 더 힘찬 출발을 하는 음율을 만들지 않았을까요???
푸하하~~한참 웃었습니다...속았구나 속았구나 ~~ㅎㅎ 한국말로 결혼행진곡 속았구나~~~ 속았구나 ~ㅎㅎ우체통님 잼나게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