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서 가장 비싼 커피는? 누구는 ‘블루마운틴이 가장 비싸다’고 이야기하고 다른 이는 ‘유일하게 미국 하와이에서 재배되는 코나가 더 비싸다’고 한다. 하지만 정작 주인공은 인도네시아에 살고 있는 야생고양이의 배설물이다. 지구를 통틀어 1년에 500kg밖에 생산되지 않는다는 루왁(Luwak) 커피. 이 커피 원두 1kg 가격은 90만∼100만 원을 호가한다.
루왁은 인도네시아 자바섬에 사는 야생 사향고양이. 이 고양이는 천연 알코올이 포함된 야자 수액과 커피 열매가 주식이다. 겉껍질과 내용물은 잘 소화하지만 딱딱한 씨는 그냥 ‘통과’다. 고양이가 커피 열매를 소화시키면서 아미노산의 쓴맛이 첨가돼 루왁 커피만의 독특한 향과 맛이 만들어진다.
사향고양이의 배설물을 커피 재료로 이용한 것은 간편함 때문이다. 커피 열매의 껍질을 일일이 손으로 벗겨야 하는 번거로움을 ‘고양이 똥’은 단번에 해결해줬다.
국내에서도 몇몇 커피 전문가들이 운영하는 카페에서 알음알음 소개됐다는 루왁 커피를 서울신라호텔이 호텔업계 처음으로 들여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찾아갔다.
5일 찾은 서울 중구 장충동 서울신라호텔 더 라이브러리 라운지&바. 이 호텔 설인성 바리스타가 조심스레 르왁 커피 원두가 담긴 봉지를 꺼냈다. 다른 커피 원두처럼 로스팅(원두를 볶는 것)을 하지 않아 원두는 갈색 대신 녹색이 감돌았다.
핸드드립으로 뽑아낸 르왁 커피를 한 모금 입에 머금자 커피의 씁쓸함 대신 나무의 향과 약간 스파이시한 맛이 입 안을 감돌았다. 목 뒤로 넘겼을 때 깔끔한 뒷맛은 커피라기보다는 차에 가까웠다. 설인성 바리스타는 “사향고향이가 원두를 먹어 소화시키면서 떫은 맛을 없앴기 때문”이라며 “에스프레소에 길들여진 한국인들에게는 ‘맹 맛’ 같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호텔에서 파는 르왁 커피 한 잔 가격은 2만5000원. 3월 한 달간 직접 추출해 먹을 수 있는 커피 한 잔분의 원두를 추가로 준다고 하니 한 번쯤 지갑을 열어보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