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12월 둘째주 주말에 카약을 싣고 550km를 달려 전남 고흥 거금도에 가서 시산도(詩山島)를 1박 2일로 카약 여행을 다녀와 투어스토리를 썼는데, 스토리에 쓸 자료를 찾다가 고흥에 멋진 카약 여행 코스가 더 있음을 발견하고서 내친 김에 올해를 마무리하는 카약킹으로 진짜 연말(12월 30-31일)에 다녀왔는데, 그게 바로 금당도입니다.
Eureka!
이 투어가이드는 사전 조사차 미리 썼던 자료글을 수정해서 게시판 이동한 것이라 작성일이 실제 여행일과 맞지 않은 점 이해 바랍니다.
금당도(金塘島)는 행정구역이 완도군에 들어가 있지만 생활 환경이 고흥군에 훨씬 가깝고 카약 여행 코스를 잡기도 좋아 지역을 [고흥] 으로 표시했는데, 이걸 만약 완도군민께서 보신다면 기분 나쁠 수도, 화를 내실 수도 있기는 하겠지만 솔직히 향후 계획대로 연륙교(시산도編에서 소개)가 건설되기 전까지는 금당도는 완도군 쪽에서는 여전히 먼 곳인 것은 사실입니다.
여기서는 그저 카약 여행의 편의를 우선한 것이라고 봐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제 나이 25살이었던 1985년 여름, 씨 카약을 타고 남해안 일주를 하던 中, 손죽도에서 고흥 발포항을 거쳐 외나로도 쪽으로 항해한 적이 있었는데, 발포항 충무사(忠武祠)를 둘렀을 때 이 일대 바다가 1598년 정유재란 때 이순신 장군님이 그 유명한 학익진 전법으로 왜군 함대를 포위해서 100척 中 절반인 50척을 함포로 수장시킨 역사, 승리의 바다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충무사(忠武祠)는 이순신 장군님이 만호(수군 직책)로 재임한 것을 기념하여 건립된 사당이죠.
손죽도에서 발포항까지는 직선거리로 20km 남짓한데, 당시 제가 탔던 씨 카약은 스웨덴産 FRP 2인승 씨 카약으로 거의 경기정에 가까울 정도로 속도가 빨라 맘먹고 달리면 1시간에 10km는 너끈하게 달렸던 기억도 납니다.
사진에서 보듯 무더운 여름이라 바다 위에서 잠시 쉬면서 수박도 잘라먹고 그랬었죠. ^^
씨 카약을 타고 가면 훨씬 더 편하게 금당팔경 전부 다 구경하기 좋다
금당도 카약 여행 코스는 이 승리(victory)의 바다를 기분 좋게 카약으로 돌아보면서 눈과 가슴을 즐겁게 해 주기에 손색이 없다고 감히 말할 수 있을만큼 '금당팔경'이라는 자연이 만들어 낸 해안 절경들을 감상할 수 있는 고흥 앞바다 최고, 나아가 남해 앞바다 전체를 통틀어서도 엄지손을 세울만큼 정말 좋습니다.
제가 추천하는 금당도 카약 여행 코스는 '바다에 뜬 연(鳶)' 연홍도(連洪島; 원래 이름은 鳶洪島)와 '날아오르는 고래처럼 생긴' 비견도(飛見島; 원래 이름은 飛鯨島), 남쪽의 大.中.小화도(花島)를 함께 돌아보는 동쪽과 남쪽해안 방면이 일품입니다.
그런데 이곳 섬들의 원래 이름, 예쁘고 의미도 있는 이름들을 바꾼 것은 정말 이해가 되지 않고 씁쓸하게 합니다.
금당도 카약 여행 코스 출발(귀항)지로는 거금도 신양선착장이나 우두항 두 곳 모두 좋은데, 신양선착장이 더 좋다고 생각됩니다.
- 널찍한 공영 주차장(무료)이 있다.
- 카약 런칭과 랜딩하기 좋은 슬로프가 있다. (연홍도를 오가는 페리 선착장으로 사용 中이고, 선장이 괜한 시비를 걸지만.. ㅋㅋ)
- 거금도에서 금당도까지 거리가 아주 가깝다. 연홍도를 거쳐서 가면 훨씬 횡단거리가 짧아진다.
- 금당팔경을 제1경부터 순서대로 볼 수 있다.
- 가는 길에 아름다운 연홍도의 정취와 고래섬 비견도까지 함께 둘러보기 좋다.
연홍도(連洪島) → 금당도(金塘島)
신양선착장 건너에 '지붕없는 미술관' '예술의 섬'으로 불리우는 연홍도는 신양선착장에서 연홍도 오른쪽(북쪽) 해을 따라 돌아서 연홍미술관 앞 해변까지 약 2.5km를 저어 미술관 앞 해변에 잠깐 내려서 미술관 주변 사진도 찍고 카페에서 차도 한 잔 마시는 여유도 가져보고 금당도로 건너가면 정말 여유로운 느낌을 가질 수 있어 좋습니다.
갈 때는 연홍도 해안 북쪽으로 돌아서 미술관 앞까지 해변을 구경하고, 올 때는 섬 남쪽으로 연홍선착장을 거쳐 신양선착장으로 귀환하는 코스로 잡으면 해변과 방파제에 설치한 예쁜 조형물들까지 모두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금당도(金塘島)
연홍미술관 앞에서 정면으로 불과 2.5km에 금당도에서 가장 높은 산인 마당널이산(180m)과 그 다음으로 높은 큰산(167m)가 보이고 그 아래에 깎아지른 절벽 해안이 보이는데 거기에 금당팔경의 제1,2경이 있습니다.
오른쪽 큰산을 향해 천천히 노저어 가다보면 절벽이 금새 다가오며 점점 선명하게 보이는데, 가까이 다가갈수록 주상절리 해벽이 마치 설악산 공룡능선 한자락을 보는 듯한 아름다움과 웅장함이 멋지고 북쪽으로 뻗어나간 능선 자락도 보기 참 좋습니다.
절벽이 워낙 가파르기 때문에 해가 중천에 떴을 무렵에 절벽 앞에 도착하면 역광 때문에 선명하게 보이지 않으니 완전한 아름다움을 감상하시고 싶다면 가능한 아침 햇살이 절벽을 비춰주고 있는 시간에 절벽 앞에 도착하는 것이 좋겠네요.
큰산 바로 아래에서 규모가 큰 병풍바위(1경), 화사하게 펴진 부채바위(2경), 주상절리로 된 작은 병풍바위가 차례로 이어지고, 마당놀이산 아래에는 해안 절벽 사면이 풍화되어 떨어진 낙석들이 마치 산사태가 나서 해변까지 밀려나와 쌓인 해변이 길게 형성되어 있는데,
대한민국 남해안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절묘하고 신기한 풍광들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차우항쪽으로 천천히 남하다다 보면 악어가 입을 쩍 벌리고 지나가는 카약을 덮칠 듯한 악어바위, 차우항 입구에는 스님 머리처럼 반질반질한 모양의 스님바위(3경)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열나게 노를 젓지 말고 해변을 보면서 느긋하고 천천히 가야 놓치지 않습니다.
차우항(港) 바로 옆에 카약이 상륙하기 좋은 조용한 모래 해변이 있는데 신양선착장에서 7km 쯤 거리에 있습니다.
잠깐 쉬어가거나 라면이라도 끓여 먹기 좋은 해변인데 해변에 설치한 탐방객을 위한 벤치가 묻혀버릴 정도로 밀려온 어구 쓰레기가 너무 많은 것이 흠이고 아쉽습니다.
이 해변 바로 뒤로 병풍바위 쪽으로 가는 탐방로가 있고 인근 해안 절벽 위에 전망대도 있는데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하는 탐방로를 배낭을 메고 걷는 탐방객들이 한가로이 노를 저으며 경치 감상하는 카약커들을 보면서 심히 부러워한다는... ^^
비견도(飛見島)
차우항 남쪽의 율포항 너머가 비견도입니다.
고래가 수면 위로 날아오르는 형상을 닮았다는 비견도의 동쪽 해안은 마치 여러 미술가들이 자신의 조각품들을 줄지어 전시해놓은 듯한 독특하면서도 흥미진진한 해식지형들이 남단 끝까지 이어집니다.
그 작품들을 구경하면서 가다보면 어느새 남단 끝자락에 이르게 될 정도로 시간가는 줄도 모르니 꼭 둘러 보시길 권합니다.
다시 금당도(金塘島)
제 눈에는 금당팔경(金塘八景)의 최고봉은 제5경인 세포전망대 아래 '금당적벽'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제4경 교암청풍은 작은계산(58m) 아래 언덕 위에 올라가서 간신히 섬 끝자락에 붙은 듯한 '가마바위'와 오른쪽 금당적벽을 함께 보는 풍광이 너무 기가 막힌다는데 카약을 타고 물 위에서 보는 풍광보다는 훨씬 감동적일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데, 다음번 여행 때는 가마바위 근처 해변에 랜딩하고 이 언덕을 꼭 올라가 감상하고 싶습니다.
이곳 해안 경치가 워낙 장관이라고 소문이 자자해서 주말이면 엄청나게 많은 탐방객들이 배를 타고 금당도에 들어와 배낭을 메고 걸어서 금당팔경 中 몇 곳을 돌아본다는데 탐방로를 따라 걷는게 너무 힘들다네요.
탐방로 구조를 보면 그럴 수 밖에 없게 되어 있습니다.
금당적벽은 규모도 크지만 그 모습이 가히 예술이고 장관인데, 카약을 타고 여러 거리, 여러 방향에서 보면 훨씬 멋집니다.
화도모운(花島暮雲)
세포전망대를 지나 남하해서 철탑이 세워진 목도를 돌아가면 약 2.2km 구간에 5개의 작은 무인도들이 줄지어 있는데 마치 진달래 꽃이 바다 위에 올망졸망 떠 있는 모습이라해서 화도모운으로 부른다고 합니다.
대납다지, 소납다지, 소화도, 중화도, 대화도가 차례로 이어지는데, 모두 무인도이고 가장 큰 끝 섬이 대화도입니다.
중화도 남단에 있는 금당팔경 중 제6경인 '초가바위'는 마치 오래된 시멘트 집같은 느낌마저 들고, 바로 옆에는 시조새 머리 뼈를 닮은 듯한 바위가 붙어 있어 정말 독특하고 신기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저희처럼 바다 쪽에서 금당팔경을 다 돌아보며 감상하고 싶다면 거금도 금진항(거금대교 남단)에서 주말에만 하루 1회 운행하는 나라호(승선인원 약 200명)를 타거나 율포항에서 탐방객들을 상대로 운행하는 작은 유람선(어선)을 타면 된다고 합니다.
1경: 병풍바위: 화산암 주상절리. 큰 병풍바위, 작은 병풍바위
2경: 부채바위: 화산암 주상절리.
3경: 스님바위:
4경: 교암청풍: '가마바위'라고도 부르는 시루떡 모양의 해안 절벽
5경: 금당적벽
6경: 초가바위: 중화도.
7경: 코끼리바위: 대화도
8경: 남근바위: 대화도
저희는 이튿날 보기로 했던 제7경과 8경은 새벽에 풍랑주의보가 발효되는 기상 급변으로 들러보지 못한채 귀항 할 수 밖에 없어 아쉬웠지만 조만간 다시 둘러볼 기회를 남기기로 했습니다.
그나마도 강풍이 너무 거세게 부는 바람에 카약을 타고 회항하지 못하고 중도에 운 좋게 작은 어선을 만나 통사정과 약간의 사례금을 드리고서 카약을 싣고 신양선착장으로 무사히 귀환할 수 있었습니다.
조만간 날씨 좋은 날을 골라 다시 한번 가서 더 좋은 사진 찍어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