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의 역동성을 만끽하는 수정동과 오륙도까지 남파랑길(#1)
2024년 5월 5일 (일) 날씨 : 비 기온 : 섭씨 17~20도
거리 : 17km 5시간 30분 동행 : 14명
수정산 가족 체육공원-성북 전통시장-증산 왜성-일신기독병원-부산진시장-
범일교-우암동 도시 숲-동명대학교-부산문화회관(유엔군묘역)-오륙도 선착장
수정산 가족체육공원
성북전통시장
남쪽으로 달리는 버스 차창으로 예보에도 없던 비가 내려 1,470km 대장정의 마지막 여정이 불안하다.
해남 땅끝을 출발한 지 어언 3년이 흘러 부산의 마지막 지점 오륙도를 향하는 날 하늘도 무심하게 일행들을 힘들게 한다.
언덕 고갯길을 버스로 오를 때 부산의 수정산 자락 동네가 이렇게 험난한 곳인 줄은 처음 알았다.
바닷가에는 고층 빌딩과 부산항의 번창하는 모습이 역력한데 산자락에는 텃밭을 일구며 예전 피란살이 고달픔이 고스란히 배어있어 새삼스러웠다.
성북 고개에서 후미와 같이 가려고 머문 사이 앞선 일행들은 시장을 지나 좁은 골목 어딘가로 사라졌다.
성북 전통시장 사람들 사진이 벽에 그려진 곳에서 증산공원으로 올라 왜성을 보며 한참을 헤매다 경사진 곳을 오르는 엘리베이터에 아연실색했다.
계단으로 내려가려다 결국 탑승하면서 주민들 편의시설임에 놀랐다.
높은 계단을 오르내려야 하는 주민들에게는 최고의 교통 시설이기에 외국의 풍경이 아닌 부산의 모습에 신기했다.
증산공원은 왜성을 복원하여 만든 것이며 이 산의 이름은 원래 증성산이라고도 불렸다.
그런데 바다에서 바라보면 이 산의 모양이 시루와 같이 생겨서 가마와 시루를 관련해서 부산(가마 뫼)이라는 지명이 나왔다고 한다.
부산(釜山)이라는 유래를 알 수 있는 곳이 증산공원이다.
안용복 문학관은 휴일이어서 열지 않아 관람할 수 없었다. 3.1 기미독립선언서가 새겨진 벽을 따라 내려가면 일신여학교를 만난다.
경남지역 최초의 신여성 교육기관이고 3·1독립운동의 깃발을 처음 올렸던 가치 있는 문화재로 평가된다.
증산 왜성
수정동 급경사 엘리베이터
독립만세운동 일신여학교
부산진성
우암 도시 숲
부산문화회관
파랑길의 여정은 동해로 올라가는 해파랑길과 해남 땅끝으로 향하는 남파랑길이 있다.
몇 년 전 끝난 해파랑길에서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못지않은 감동적인 걷기 여행의 진수를 맛보았기에 기꺼이 참여한 남파랑길이 오늘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90구간 1,470km의 긴 여정은 대전에서 접근하기 어려운 교통 문제와 남해의 지형적인 해안 길로 걷기에 불편함이 많았다.
다행히 함께한 일행들이 서로 배려하고 친절을 베풀어 무난하게 역경을 이겨낼 수 있었기에 가능했다.
더운 여름에 지난 거제도 한 바퀴는 아름다운 경치에 반하기도 했지만, 신체적으로 견디기 힘든 노정이었다.
통영과 고성 그리고 진해를 지나는 여정에서 보여준 참석자들의 협조하는 자세와 대장정을 꼭 완주하겠다는 의지를 확인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한려수도를 지나는 걷기는 숨겨진 명소와 역사를 확인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는데,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23연승 해전이 묻어 있는 자취를 돌아보는 귀중한 시간이기도 했다.
그런데 7년 전쟁 동안 남해에 머무르며 일본군이 쌓았던 많은 왜성을 지나며 전쟁의 상흔이 우군과 왜군 사이에서 핍박받던 백성들의 고달픈 삶이 묻어 있음을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
학교 앞 분식집에서 비를 피해 잔치국수와 떡만둣국으로 점심을 해결했다.
부산진성은 조선시대 수군 주둔지 부산진에 쌓은 성이다. 조선 전기 부산진성은 좌천동에 있었으나 임진왜란 때 일본군에 의해 파괴됐다.
임진왜란 이후 조선 수군은 범일동에 있는 자성대 왜성을 수리하여 부산진성으로 삼았다.
부산진시장과 범일교를 지나며 일행들은 우암동 도시 숲에서 아파트 공사 현장을 우회하는 어려움을 겪었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는 우중 걷기는 갑자기 돌발적인 변수에 힘들다.
유엔평화공원
TOGETHER TO THE FUTUER!
평화공원 기념탑
랑(浪)은 물결이다. 삼랑진이란 지명이 낙동강과 밀양강의 세 물줄기가 만나서 일으키는 물결을 보고 지어진 이름이라고 한다.
그래서 해파랑길, 남파랑길, 서해랑길이라는 아름다운 코리아 둘레길이 생겨났다.
쪽빛 바다와 함께 걷는 남파랑길은 해남, 완도, 장흥, 강진, 보성, 고흥, 여수, 순천, 광양, 남해, 거제, 통영, 창원, 부산의 시골과 해안을 따라 걷는 환상의 길이었다.
그 길에서 만난 삶의 현장을 보며 꿋꿋하게 이어온 한민족의 끈질긴 역사와 비전이 살아 숨 쉬고 있음에 놀랐다.
바다를 막아 만든 간척지와 방조제 그리고 옥토에서 쏟아지는 농산물, 파도와 싸우며 일군 갯벌과 그물로 잡은 물고기로 가정을 지켜온 현장도 보았다.
우리가 지키고 가꾸어 나가야 할 바다는 너무도 소중하고 미래를 향한 중요한 대상이라는 인식도 배웠다.
부산에는 6.25 참전 유엔군 기념공원이 있다. 비가 오는 묘역에는 외국인 참배객이 눈에 띄었는데 튀르키예 사람들로 보였다.
먼 다른 나라 전쟁에 참전하여 목숨을 바친 고마운 우방의 묘역이 있는 유엔기념공원을 숙연한 마음으로 걸었다.
남해가 한반도의 남단이라는 편견을 버리고 오히려 해외로 향하는 출발점이라는 생각을 가져야 대한민국이 부강한 나라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도 가지게 되었다.
아름다운 강산이 멋진 볼거리로 인식되기보다는 도전적이고 진취적인 실사구시(實事求是)의 다산 정신을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사회적 현상이 필요함도 인식했다.
신선대 부두
오륙도 선착장으로 가는 마지막 고개
무제등 공원
해군작전사령부
오륙도
이기대 해안
오륙도 해맞이공원
남파랑길 오륙도 선착장 완주!
길은 멀고 쉽게 가기 어렵다.
혼자서는 빠르게 갈 수 있지만, 더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남파랑길 대장정을 혼자서 가려 했다면 중간에 낙오했을 수 있다.
옆에 동행이 있고, 선두와 후미가 있기에 90구간 먼 거리를 완주할 수 있었다.
길에서 만나는 자연은 우리에게 생각의 영감을 준다. 칸트는 오솔길을 걸으며 산책과 명상을 통하여 그의 사상을 완성했다.
사회적인 불화와 경쟁은 힘과 에너지로 완화할 수 없다. 오히려 자연을 벗 삼아 걷는 길 떠남이 새로운 희망과 재도전의 기회를 줄 것이다.
함께 걷는 동행이 주는 위로와 이해 그리고 덕담과 지혜로운 멘토 역할은 살아가는 역경에 한 줄기 빛이 될 수 있다.
유엔 평화공원에서 오륙도까지의 오르막은 매우 힘이 들고 지루하다. 오륙도가 빤히 보이는 언덕에서 해군 작전기지를 바라보며 마지막 피치를 올려본다.
비를 맞으며 걷기는 평상시보다 힘들고 시간도 더 걸리고 더디다. 다행히 함께 걷는 동행이 있어 위로와 격려가 된다.
남파랑길 여정에서 다수의 인원이 참여할 때의 삭막함보다 소수의 인연이 더 소중하고 값어치 있었다는 것을 우리는 몸으로 체험했다.
끈끈한 멤버십이 가득했던 남파랑길 여정에 박수를 듬뿍 보내는 이유도 단순하게 한 구간을 걸었다기보다는 오늘 하루가 의미 있는 여정이었기에 좋은 것이다.
오륙도 선착장에서 대단원의 막을 내리고 우린 근처 횟집으로 장소를 옮겨 뒤풀이를 가졌다. 힘든 역경을 지나 완주했기에 다들 기쁨과 축하의 건배로 신났다.
사진과 글로 90구간 땅끝에서 오륙도까지를 담을 수 있어서 감사하다.
개미 대장과 옆에서 늘 협조하는 팀원들 모두가 건강하고 즐겁게 소중한 다른 길에서도 다시 만나기를 기대한다.
첫댓글 남파랑길 완주 축하드립니다.
짝짝짝!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완주를 축하드립니다
힘든 여정 완주를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힘든 여정 함께 완주하신 모든 분들 축하드립니다. 쉽지 않은 길 참여 인원에 신경 쓰지 않고 완주하시는 모습 보기 좋았습니다. 다시 한 번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