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자 X의 헌신
'히시가노 게이고'의 소설 / '제134회 나오카 상'을 수상한 전형적인 추리소설.
천재 수학자 '이시가미'와 그의 친구 천재 물리학자 '유가와'가 벌이는 두뇌 싸움. 이시가미는 살인을 저지른 옆집 여인 야스코 모녀의 알리바이를 조작하고 살인을 은페하기로 계획한다. 당사자인 야스코 모녀도 모르게 사건 후의 진행은 이시가미의 각본대로 진행이 되는데, 오로지 친구 유가와만이 그 사건의 진실을 의심하고 형사 구사나기에게 귀띰한다. 결국 유가와의 추리 때문에 게획이 틀어지자 이시가와는 오히려 자신이 살인자라고 자수해 버린다. 연모하는 야스코를 향한 사랑 때문에, 그녀를 평생 지켜주려 한 것이다. 그러나 유가와는 친구의 진심을 알리기 위하여 사건의 전모를 야스코에게 이야기하고, 이시가미의 진심을 알게 된 야스코는 경찰서로 향하고 자신이 살인을 저질렀다고 자백하면서 소설은 종결된다.
이시가와는 왜 이 여인을 위하여 자신의 평생을 희생하려 했을까? 이유는 자신의 수학적 능력과 성과가 받아들여지지 않는 사회에 대하여 실망한 나머지 우울증과 고독에 싸여 세상을 버리려든 그 순간. 이웃집으로 이사 온 야스코 모녀의 밝은 모습과 따듯한 대접에 이끌리고 남자로서 몰래 연모의 정을 키워온 것이다. 그리하여 이 가련한 모녀의 행복을 위하여 자신의 목숨마저 버리려한 것이다.
'니시타니 히로시'의 영화 / 원작에 충실한 영화다. 내내 긴장감이 감돌고, 특히 수학자와 물리학자의 천재성과 그들의 고뇌의 묘사가 돋보인다. 극중 남여 비율의 발란스를 맞추기 위해선지는 모르지만, 형사의 조수 역할을 남자에서 여자로 바꾸는 것 외에는 소설에 충실하다. 배우들의 연기도 진지해서 좋았다.
'방은진'의 영화 / 의도적이라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졸작이다. 시대를 현재로 맞춘 것과 장소를 서울로 설정한 것 때문에 각본의 수정은 불가피 하였을 것이다. 하지만 각본의 왜곡은 원작 소설의 주제를 심하게 틀어버려 마치 다른 내용의 영화처럼 보인다. 특히 친구 물리학자의 캐릭터가 사라지고 형사를 친구로 설정하여 내용상의 역할을 대입하였다. 그러니 메인 테마인 두 천재의 숨막히는 대결이 이 영화에서 실종되어 버렸다. 영화는 원작자가 의도한 치열한 추리의 전개를 벗어나 통속적 연애극이나 치정극으로 변모되어 버렸다. 연출면에서도 설명이 많은 대사의 지루한 나열, 불필요한 등장 인물의 설정, 비가 오고 바람이 부는 신파적 장면들, 배우들의 연기도 일본 배우들에 못미쳤다. 아무튼 소설과 일본 영화를 보고 난 후였으므로 나는 보는 내내 불평하였다.
나의 경우 / 내가 이 영화 둘을 한날에 비교 감상한 이유는 일본과 한국의 예술에 대한 태도의 차이점을 발견 하고자 한 것에도 있다. 그 중 두드러지게 느껴진 것은 일본의 해석이 매우 이성적이었던 데에 비하여, 한국의 그것은 지나칠 정도로 감성적이었다는 데에 있다. 나서는 것이 좋고 감격을 잘하는 한국인과 남 앞에 스스로를 숨기는 일본인의 차이라고나 할까? 일본의 태도는 관람자가 스스로 파악하라는 은유적인 데에 있었다면 한국은 대놓고 설명하려 든다. 직유적이고 설명적이다. 사건과 내용에 대한 이러한 태도는 최종의 결과인 문장이나 장면의 성패에 죄우된다고 본다. 그런 것이 내가 요즘 일본문학과 일본영화에 심취한 이유도 됨직하다. 오랜동안 이루어 온 일본 예술의 저력과 영광들, 예를 들자면 노벨 문학상과 같은.... 아무튼 한국의 작가나 예술가들로서는 생각해 볼 만한 일이다.
1. <소설> 용의자 X의 헌신 / 히가시노 게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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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영화> 용의자 X의 헌신 / 니시타니 히로시 감독 / 후쿠야마 마사하루, 츠즈키 신이치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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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용의자 X / 방은진 감독 / 류승범, 조진웅, 이요원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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