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생제르맹데프레 성당
Église Saint Germain des Prés
https://www.eglise-saintgermaindespres.fr/ 홈페이지
https://fr.wikipedia.org/wiki/Abbaye_de_Saint-Germain-des-Pr%C3%A9s 불어 위키
https://en.wikipedia.org/wiki/Saint-Germain-des-Pr%C3%A9s_(abbey) 영어 위키
보너스로 내가 좋아하는 동네에 있는 파리의 오래된 성당 하나를 소개하면서 로마네스크와 고딕 연재를 마칠까 합니다.
시떼 섬에서 남서쪽으로 센강을 건너면 동서로 길게 이어지는 생제르맹 거리(Bd Saint-Germain)를 만나게 되고, 생제르맹 거리의 중간쯤에는 내가 파리에서 제일 좋아하는 카페인 레두마고(Les Deux Magots)가 비슷한 유명세를 가진 카페드플로르(Café de Flore)와 나란히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 두 카페는 역사적인 만큼이나 엄청나게 비싼 권리금을 자랑하는 대표적인 관광 카페이긴 하지만, 평일 아침에 방문하면 크루아상 하나와 커피 한 잔을 시켜놓고 신문을 보고 있는 현지인의 일상적인 모습도 볼 수가 있습니다.
레두마고
그리고 이 레두마고 길 건너편에는, 오늘의 주인공인 파리에서 제일 오래된 성당인 생제르맹데프레 수도원 성당이 고풍스럽게 자리하고 있습니다.
생제르맹(St. Germain, 496~576)은 생제르맹데프레 성당이 처음 만들어질 당시 파리 주교의 이름입니다.
이강인과 음바페가 함께 뛰고 있는 팀의 이름이 <파리 생제르맹>이기도 합니다.
‘데프레(des prés)’란 명칭은 당시 성당이 원래 풀밭(pré)이던 장소에 지어졌기 때문에 붙은 이름입니다.
남서쪽에서 바라본 생제르맹데프레 성당
카페왕조가 들어서는 10세기 말 이전까지는 왕실 묘지의 역할을 담당하기도 했고, 왕실 수도원으로서 나름 지명도가 있는 성당이었지만, 지금은 수도원도 사라지고 묘지의 흔적도 남아 있지 않은 채 다소 소박한 모습으로 남아 있습니다.
생제르맹데프레 성당의 역사
파리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이지만, 또 파리에서 가장 많은 개보수를 거친 성당이라서 옛 모습은 거의 찾을 수가 없다는 생제르맹데프레 성당의 간략한 역사를 한 번 훑어보겠습니다.
프랑크왕국을 창건한 클로비스 1세의 삼남이자 파리의 왕인 킬데베르 1세(Childebert)는 542년 스페인 원정에서
스페인의 순교자인 성 빈센트(Saint Vincent of Saragossa, ~304년)의 십자가와 제복을 획득게 됩니다.
킬데베르 1세는 이 성유물을 보관하기 위해 파리 왕실 근처의 풀밭에다(prè = 풀밭) 당시의 파리 주교인 생 제르맹과 함께 성 십자가와 성 빈센트 성당(Basilica Sainte-Croix-Saint-Vincent)이란 이름의 교회를 설립합니다.
곧 이은 580년에는 교회 옆에 베네딕트 수도원도 들어서서 이제는 수도원 성당이 됩니다.
9세기에 들어서는 바이킹의 잦은 약탈과 화재로 심각한 손상을 입어서, 990년에서 1014년에 걸쳐 당시의 수도원장인 모라드(Morard)에 의해 교회와 탑이 재건되었고, 1018~1038년에는 신도석까지 복구가 완료됩니다.
이때 지어진 본당과 트랜셉트 일부와 더불어 지금까지 살아남은 정면 출입구 꼭대기의 종탑은 프랑스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종탑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19세기에 종탑 윗부분을 추가하면서 종탑의 외부를 죄다 새로 치장했기 때문에, 원래의 종탑 부분은 밖에서는 전혀 관찰할 수가 없다고 합니다. ^^;
1144년에 완공된 최초의 고딕인 생드니 대성당 성가대석의 영향을 받아서, 생제르맹데프레 성당도 1145년부터 성가대석을 키워서 초기 고딕 양식으로 재건하게 되고, 그래서 현재의 성가대석도 고딕의 형태를 기본으로 하고 있습니다.
1163년에 당시 교황 알렉산더 3세(재위 1159~81)가 새로운 완공 기념으로 교회의 이름을 기존의 성 십자가와 성 빈센트에 성 스테파노와 생제르맹까지 더해서 <성 십자가와 성 빈센트와 성 스테파노와 생제르맹 교회>로 짓고, 이중 생제르맹만 살아남아서 생제르맹데프레 성당이 교회의 공식적인 이름이 되었다고 합니다.
참고로 성 스테파노는 최초의 교회인 예루살렘교회에서 신부를 보좌하는 부제로 있다가 34년에 순교한, 십이사도 이외의 최초의 기독교 순교자이고, 프랑스어로는 성 에티엔(생테티엔, Saint-Étienne)이 됩니다.
서쪽 입구에는 탑보다 약간 앞으로 튀어나온 열린 형태의 현관(포치, porch)이 있고 그 안쪽으로 정문이 있는데, 이 현관은 1608년에 만들어졌다고 하고, 본당과 트랜셉트의 천장에 리브볼트가 들어간 것도 역시 17세기라고 합니다.
물론 그 앞뒤로도 끊임없는 개보수가 이어졌습니다.
17세기의 생제르맹데프레 수도원 성당의 모습
생제르맹데프레 성당도 프랑스 혁명의 여파를 피하진 못했는데, 수도원이 졸지에 화약 제조 공장으로 변하면서 보관되어 있던 12톤의 화약이 폭발하는 바람에 11세기에 만든 종탑 세 개 중 두 개가 파괴되는 등 막대한 피해를 보게 됩니다.
그래서 현재 교회의 모습은 대부분 19세기 이후의 결과물이고, 심지어 하나 남은 정문 꼭대기의 종탑도 이때 외형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합니다.
종탑 두 개가 사라지기 전의 생제르맹데프레 성당
평면도
평면도
우선 성가대석과 신도석과 현관을 잇는 동서 방향의 축이 바르지 않고 비뚤어진 게 보입니다.
신도석은 복도가 세 개인 3랑식에 다섯 칸인 5베이이고, 성가대석은 3랑식에 4베이입니다.
신도석과 성가대석 사이에 있는 트랜셉트(익랑)와 교차랑은 커다란 정사각형 세 개를 붙인 모양입니다.
성가대석에서 동쪽 끝 반원 부분의 외벽에는 정중앙에 큰 둥근 예배당 양옆으로 각각 두 개씩의 둥근 예배당이 있고, 그 아래의 직선 부분 양옆으로는 각각 두 개씩의 사각형 예배당이 있습니다.
신도석에서는 트랜셉트 바로 아래 남쪽 복도(아일) 측면에 사각형의 성 마가렛(St. Margaret, ~304) 예배당이 있고, 출입구 바로 위 북쪽 복도(아일) 서쪽으로는 반원형의 세례 예배당(The baptismal chapel)이 있습니다.
정문이 있는 전실의 남쪽 측면에는 큰 사각형으로 생 심포리앙(Saint-Symphorien, ~178) 예배당이 있습니다.
주요 성물을 보관하는 장소는 남쪽 트랜셉트에 인접한 성가대석의 남쪽 복도 바깥에 두 베이에 걸쳐서 자리합니다.
트랜셉트 팔의 동쪽으로 남북으로 각각 무너진 종탑의 기초만 남아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서쪽 정면
생제르맹데프레 성당의 정면
성당의 앞에 서서 정면을 바라보면, 꼭대기에는 고풍스러운 듯 아닌 듯, 양쪽에 두 개가 아닌 중앙에 하나의 종탑이 있고, 1층에는 전실 앞으로 약간 튀어나온 형태의 열린 현관이 있고, 현관 오른쪽인 남쪽으로 건물이 연장된 모습을 보여줍니다.
원래 11세기 초에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성당을 재건할 때 정면에 하나, 양쪽 트랜셉트 동쪽으로 각각 하나씩의 탑을 만들었는데, 프랑스 혁명 후에 화약의 폭발로 동쪽 두 개는 파괴되었고, 살아남은 정면의 탑도 19세기에 꼭대기 부분이 추가되고 외형이 완전히 바뀌었기 때문에, 프랑스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종탑이긴 하나 원래의 모습은 적어도 밖에서는 찾을 수가 없다고 합니다.
열린 현관과 정문
종탑이 있는 부분이 교회의 전실이 되니까 1층에는 1163년에 만든 고딕 시대의 정문이 있는데, 1607년에 정문 앞으로 프랑스 고전 양식의 열린 형태의 현관(porch)을 추가합니다.
새로 추가된 현관으로 인해 원래 정문 위의 팀파눔 부분은 손상되었지만, 문 위를 가로지르는 상인방은 아직 남아 있는데, 상인방에는 <최후의 만찬>이 새겨져 있습니다.
정문 좌우의 작은 기둥들은 17세기에 조각상으로 바뀌었으나, 혁명 이후에 파괴되면서 다시 기둥으로 돌아왔습니다.
신도석
동쪽을 바라본 신도석
서쪽을 바라본 신도석
11세기 이후로 로마네스크 양식이었던 신도석은 평평하던 네이브와 아일의 천장이 17세기에 리브볼트 천장으로 바뀌고, 19세기에 다시 대대적인 보수를 거치면서 예전의 모습은 사라지게 됩니다.
동쪽을 바라본 남쪽 아일 복도
신도석은 복도 3개에 길이로 다섯 칸인 3랑식 5베이 구조로, 길이는 35미터, 천장높이는 20.44미터라고 합니다.
1층 아케이드와 2층 천측창의 2층 구조, 그리고 둥근 아치 지붕은 로마네스크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천장이 리브볼트로 처리되었고, 천측창도 조금 더 커졌고, 기둥의 기둥머리 장식도 화려합니다.
1층 아케이드 외벽의 창은 남쪽의 첫 세 개의 베이를 제외하고는 오래전에 다 막혀 있는데, 막힌 창의 공간들은 다 그림으로 채워져 있고, 나머지 벽 공간들은 벽화로 장식되어 있습니다.
신도석의 아케이드와 천측창
아케이드를 받치는 짧은 기둥의 머리에는 인물상 등 다양한 장식이 조각되어 있고, 천장의 리브를 받치는 긴 기둥의 머리 장식은 양 머리 모양의 이오니아식과 잎사귀 무늬의 코린트식을 합친 로마의 컴포지트 양식인데, 이는 르네상스의 영향이라고 합니다.
컴포지트 양식의 기둥머리
정문을 들어서자마자 오른쪽에 보이는 큰 사각형의 공간은 10세기 말에 처음 만들어진 생 심포리앙(Saint-Symphorien) 예배당입니다.
생 심포리앙 예배당은 17세기에 대대적인 수리를 거친 이후에 1993년에 현재의 모습으로 완전히 바뀌었다고 합니다.
생 심포리앙(Saint-Symphorien)은 프랑스 오툉(Autun)의 귀족 출신으로 178년에 순교했으며, 오툉의 수호성인이기도 합니다.
참고로 생제르맹도 같은 오툉 출신이라고 합니다.
생 심포리앙 예배당
사진 출처 : Clio20
https://commons.wikimedia.org/wiki/User:Clio20
신도석에는 두 개의 예배당이 있는데, 북쪽 아일 복도의 첫 번째 베이이자 신도석 입구 바로 왼쪽에 서쪽으로 튀어나온 반원형의 예배당은 세례 예배당(the baptismal chapel)이고, 남쪽 아일 복도 다섯 번째 베이이자 남쪽 트랜셉트에 붙어있는 사각형의 예배당은 성 마가렛 예배당(St. Margaret chapel)입니다.
성 마가렛은 304년에 순교하였으며, 임산부, 하녀, 악마의 침입을 막는 수호자이고, 회화에서는 종종 목동으로 표현되거나, 용으로부터 탈출하거나 용 위에 서 있는 모습으로 묘사된다고 합니다.
신도석에서 바라본 서쪽 출입구
트랜셉트(익랑)와 교차랑
트랜셉트 두 개와 교차랑 하나가 각각 큰 정사각형 하나인 공간입니다.
트랜셉트의 남쪽과 북쪽 벽에는 고딕 스타일인 둥근 오쿨루스 창 하나에 긴 랜싯 창 두 개의 형태로 창이 나 있습니다.
북쪽 트랜셉트
남쪽 트랜셉트
교차랑의 천장
성가대석
성가대석
성가대석
성가대석은 신도석과 길이와 천장높이가 똑같다고 합니다.
성가대석도 당연히 여러 번의 보수과정을 겪었는데, 1163년까지 초기 고딕 양식으로 고친 후에 17세기와 19세기에도 역시 대대적인 보수를 거쳐서 지금에 이릅니다.
신도석은 로마네스크를 베이스로 고쳤고, 성가대석은 고딕을 베이스로 고쳤기 때문에, 신도석은 아케이드와 천측창의 2층 구조이고, 성가대석은 아케이드와 갤러리와 천측창의 3층 구조에다 천측창의 크기도 신도석보다 더 큽니다.
성가대석의 중앙 복도 천장에는 신도석 천장의 둥근 아치와는 달리 첨두아치를 사용했는데, 앰불러토리 복도에는 첨두아치와 둥근 아치를 같이 사용했다고 합니다.
성가대석의 첫 번째 앰불러토리 복도는 지금은 기초만 남아 있는 파괴된 종탑의 아랫부분입니다.
성가대석의 왼쪽(북쪽)
남쪽의 첫 번째와 두 번째 앰불러토리 복도 바깥으로는 성물 보관소가 있습니다.
성가대석의 예배당
성가대석의 예배당
사진 출처 : Pierre Poschadel
https://commons.wikimedia.org/wiki/User:P.poschadel
성가대석의 복도 외벽을 따라 모두 아홉 개의 예배당이 있는데, 예배당의 이름은 시대에 따라 바뀜이 있었다고 합니다.
남쪽과 북쪽의 세 번째와 네 번째 앰불러토리 복도 바깥으로는 사각형의 예배당이 각각 자리하고 있습니다.
북쪽의 첫 번째 예배당은 예수의 법적 아버지인 성 요셉 예배당이고, 두 번째는 성 베드로와 성 바울 예배당입니다.
성 베드로와 성 바울 예배당만 창이 없다고 하는데, 다음에 방문하면 확인해볼 예정입니다.
성 요셉 예배당
사진 출처 : Pierre Poschadel
https://commons.wikimedia.org/wiki/User:P.poschadel
성 베드로와 성 바울 예배당
사진 출처 : Pierre Poschadel
https://commons.wikimedia.org/wiki/User:P.poschadel
남쪽의 사각형 예배당은 성 베네딕토 예배당과 성 테레사 예배당입니다.
성 데레사 예배당
사진 출처 : Pierre Poschadel
https://commons.wikimedia.org/wiki/User:P.poschadel
동쪽 끝의 반원형 공간에는 다섯 개의 둥근 예배당이 있습니다.
정중앙에는 19세기에 더 크게 만들어진 성모 예배당이 자리합니다.
성모 예배당
북쪽에는 생제르맹 예배당과 성심 예배당이 있습니다.
참고로 성심(sacred heart)은 ‘신성한 마음’, 즉 예수 그리스도의 신성한 마음을 일컬으며, "인류를 향한 하느님의 무한하고 열정적인 사랑"의 상징으로 간주된다고 합니다.
생제르맹 예배당
사진 출처 : Pierre Poschadel
https://commons.wikimedia.org/wiki/User:P.poschadel
남쪽에는 생 주느비에브 예배당과 또 하나의 성심 예배당이 있습니다.
생 주느비에브 예배당
사진 출처 : Pierre Poschadel
https://commons.wikimedia.org/wiki/User:P.poschadel
기타
현관의 종탑을 남쪽에서 바라본 모습과 성가대석 부분을 동남쪽에서 바라본 모습입니다.
남쪽에서 바라본 모습
동남쪽에서 바라본 성가대석
첫댓글 맨 위에 까페는 저희가 가본 곳 인듯 하네요^^. 다 잊혀먹고 그런게 있었구나 하는 생각만 나는 듯~~.
거기서 아침 먹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