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逆) 남파랑길(세 번째-5)
(강진 영랑생가∼장흥 이청준생가, 2023년 4월 29일∼30일)
瓦也 정유순
국가1종어항인 마량항(馬良港)은 우리나라 서남부 해안 최남단에 위치한 미항(美港)이다. 1417년 조선 태종 때 마두진이 이곳에 설치되어 만호절제도위가 관장하였고, 임진왜란 시기에는 거북선 1척이 상시 대기하는 전략적 요충지였다. 항구 앞바다의 까막섬에는 천연기념물(제172호)로 지정된 ‘강진 까막섬 상록수림’이 펼쳐져 있다. 이곳에는 후박나무 등 60여 종의 상록수가 자라고 있다.
<마량항 원형 야외무대>
항구의 4개 방파제(상방파제, 중방파제, 하방파제, 동방파제)에는 주변경관을 감상할 수 있는 친수공간과 공연장 등이 설치되어 있다. 하방파제(길이 100m)의 잔교 위에는 300여 명이 각종 공연을 즐길 수 있는 원형 야외무대가 있고, 중방파제(길이 320m)에는 광장, 시비 조형물, 전망데크, 소형 야외무대가 있으며, 동방파제(길이 270m)에는 낚시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3월부터 10월까지 이곳에서 매주 토요음악회가 열린다.
<마량미항 토요음악회>
마량항은 2006년 전국 최초로 ‘어촌어항 복합공간 조성사업’에 선정되며 관광미항으로 거듭난다. 기존의 한적한 포구 개념에서 벗어나 어촌의 삶과 휴양, 관광 개념이 조화된 다기능 어항을 추구한다.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춘 사시사철 해산물이 풍요로운 항구다. 수협위판장, 수산물판매센터 등 다양한 즐길 거리와 함께 활력 넘치는 항구의 풍경이 펼쳐진다.
<마량수산물 수협위탁판매장>
<갑오징어>
천연기념물로 지정(1965년 1월)된 마량항 입구 까막섬은 고금도(古今島)와 마량리 사이에 있는 두 개의 큰 까막섬(대오도)과 작은 까막섬(소오도)으로, 썰물 때에는 걸어서도 갈 수 있다. 후박나무 군락지인 까막섬은 가슴높이의 높이 10∼12m의 후박나무가 울밀한 숲을 이루고 있다. 상록수로는 다정큼나무를 비롯한 10여 종이, 낙엽활엽수로는 굴참나무를 비롯한 20여 종이, 송악을 비롯한 수종의 덩굴나무가 엉킨 채로 자라고 있다.
<까막섬>
<두 개의 까막섬>
또한 바닷가에는 갯개미취·갯명아주 등과 희귀한 종류로 모새달의 군락이 있다. 이러한 수십 종의 나무들이 숲을 이루며 인근에서 볼 수 있는 풀들도 자라고 있다. 이러한 수목들은 물고기가 서식하기 좋은 환경을 제공하는 어부림의 역할을 하고, 고금도가 마량항으로 밀려드는 파도를 막는 천혜의 방파제 역할을 하여 마량항은 늘 잔잔한 호수 같다.
<마량항조형물>
마량항을 지나 고금대교 입구 밑을 지나면 신마마을이다. 고금대교(古今大橋)는 마량과 고금도(古今島)를 잇는 연육교(連陸橋)로 1999년 공사를 시작 8년여의 공사기간과 743억 원의 공사비를 투입하여 2007년 6월 개통되어 일반국도 77호선의 왕복 2차선 도로로 완성되었다. 교량의 길이는 760m, 폭은 18.5m이며 교각과 교각 사이의 거리를 나타내는 경간장의 최대 길이는 160m다. 이 교량으로 40분 이상 걸리던 거리가 5분 내로 단축되었다.
<고금대교>
마량면 원포리와 상흥리를 지나면 장흥군 대덕읍이다. 대덕읍(大德邑)은 동쪽과 남쪽은 남해안에 면하고, 서쪽은 강진군 대구면(大口面), 북쪽은 관산읍과 접한다. 1980년 12월 1일 면(面)에서 읍(邑)으로 승격하였다. 북쪽 경계로는 천관산(天冠山, 723m)·양암봉(陽岩峰, 465m)·천대산(天臺山, 549m) 등의 고봉이 있으며, 서부와 남부도 해발고도 200m 내외의 산지로 이루어져 있고, 중앙에 동서 방향으로 펼쳐진 평야와 갯벌을 막아서 조성한 간척지가 농경지를 이룬다.
<장흥군 대덕읍 초지(보리와 밀)>
장흥 땅에 들어서니 천관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천관산은 장흥군 관산읍과 대덕읍 경계에 있는 산으로, 천풍산(天風山), 지제산(支提山)이라 불리기도 한다. 지리산·월출산·내장산·내변산과 함께 호남의 5대 명산 가운데 하나다. 수십 개의 솟아있는 봉우리가 마치 천자(天子)의 면류관과 같아 천관산이라는 이름이 생겼다고 하며, 신라 김유신(金庾信)과 사랑한 천관녀(天官女)가 숨어 살았다는 전설이 전해온다. 1998년 10월 13일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었으며, 2021년 3월 8일 명승으로 지정되었다.
<천관산>
강진만을 지나 장흥 땅에 들어올 때가지 해안의 저지대는 간척사업으로 훌륭한 농지로 변하였다. 그래서 해변의 어업도 풍요롭지만 뭍으로의 논농사도 기름지게 보인다. 가을에 벼농사의 추수가 끝난 자리에 심었던 보리와 밀들은 그 푸르름을 더해간다. 주변에는 한우 축사가 많아 거주하는 인구보다 사육되는 한우의 수가 더 많을 것 같고, 귀리가 자란 밭이 눈에 띤다.
<축사와 초지(보리와 밀)>
이곳의 귀리(Oat)가 식용으로 사용되는지 가축의 사료로 사용되는지는 알 수 없다. 귀리의 원산지는 중앙아시아이며, 우리나라에서는 거친 식감 때문에 농사를 하지 않았으나, 타임지에서 귀리를 10대 슈퍼 푸드로 선정되면서 국내 소비와 생산량이 증가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러시아가 최대 주산지이고, 전 세계 생산량 중 5%만이 식용으로 쓰이고 나머지는 사료로 이용된다고 하며, 서양에서 주로 먹는 오트밀의 원료다.
<귀리>
장흥군 대덕면을 지나면 회진면이다. 장흥군의 남부에 있는 회진면(會鎭面)은 조선 때에 회령진이 있었으므로 회령진·회진이라 하였는데, 1914년에 회진리라 해서 대덕면에 편입되었다. 1985년 회진출장소를 설치하였다가, 1986년 회진면으로 승격하였다. 면의 대부분이 대체로 200m 이하의 구릉성 산지를 이루며, 북부와 서남부에는 간척평야가 펼쳐져 있다. 면 소재지인 회진리를 비롯하여 진목리 등 5개 법정리를 관할한다.
<회진면 진목리 방조제>
진목마을은 참나무가 많아서 붙여진 이름이다. 발길은 먼저 소설가 이청준의 묘가 있는 <이청준 문학자리>로 이동한다. 이청준 묘 옆 쪽 묘는 부인의 묘가 마련되어 있고, 뒤에 있는 묘는 부모의 합장묘다. 2010년 6월에 완공된 이곳은 그의 묘소와 진목리 갯나들 앞바다의 수평선과 이어지면서 그의 대한 여러 기억들을 접근하도록 설정 되었다.
<이청준 묘소>
묘소 바로 뒤에는 아주 큰 축사(畜舍)가 자리한다. 눈을 감기 전 그는 묏자리를 보면서 “사람들 먹고 살라고 애쓰는디, 나 때문에 폐가 될까 두렵네.”라며 행여 축사를 옮기라 요구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어떠한 오물도 끌어안은 작가의 배려에 숙연해 진다. 당시 일개 군(郡)에서 한∼두 명 가기도 힘들다는 광주의 일류학교에 다니면서 “유명해지더라도 절대 군림하는 사람은 되지 않겠노라” 다짐한 것을 죽을 때까지 실천하는 강인한 모습이다.
<이청준 문학자리 참여자 명단>
바로 앞 갯나들은 어머니가 아들에게 싸 보낼 게를 잡던 곳이었다. 드넓은 들판으로 변한 지금은 밀과 보리가 봄바람에 살랑거린다. 들판 너머 바다에는 은빛 윤슬이 반짝인다. “자네들 내가 간 뒤라도 혹시 다른 자리 알아보지 말고, 내가 살던 집 옆, 저어기 바다가 멀리 바라보이는 이 자리를 영원히 묵을 곳으로 잡아주게나.” 이청준이 머나먼 소풍을 떠난 그곳에서 잠시 눈을 감고 추모해 본다.
<이청준 문학탐방길>
묘소에서 2.5㎞ 떨어진 곳이 이청준 생가가 있는 진목마을이다. 생가는 방 3개와 툇마루, 부엌을 갖춘 일자형 기와집으로 당시로는 제법 번듯한 가옥이었지만, 이청준이 광주의 고등학교에 다닐 때 다른 사람 손에 넘어 갔다. 눈 내리는 어느 겨울 날, 아들이 사실을 알면 마음 아파할까 봐 어머니는 집주인에게 부탁해 팔린 집을 빌려 하룻밤 아들과 보낸 후, 새벽길을 걸어 인근 대덕터미널까지 배웅했다. 그의 소설 ‘눈길’의 배경이 된 실화다.
<이청준 생가>
이청준(李淸俊, 1939∼2008)은 “보다 궁극적인 삶도 소설로 규명”하려 했기 때문에 글로는 어떠한 표현도 거리낌이 없었으나, 말로는 쓰다달다 별말이 없었다. 문이 활짝 열려 있어 나그네도 손님처럼 맞이하는 집이 아주 친한 이웃집 같은 분위기라 너무 좋았다. 아무 장식 없는 툇마루에 걸터앉으면 서로를 아끼는 모자의 애틋함이 전해진다.
<이청준 - 네이버캡쳐>
2015년 1월 1일 이곳에 들렸다가 ‘진목마을’에서 ‘대덕읍 가학리’까지의 숲길을 걸어본 기억이 새롭다. 그 때 서울과 광주 등에서 학업으로 객지생활하다 집에 올 때 넘나들었던 고갯길은 눈발이 쌓여 발목까지 빠졌다. 소설 ‘눈길’에 나오는 그 길 같았다. 아들이 넘어갈 때 어머니는 돌아서서 흘린 눈물이 굳었는지 당시 ‘망개열매’는 피보다 더 붉고 진하였다.(세 번째 끝)
<망개(청미래덩쿨)열매 - 2015년1월1일>
https://blog.naver.com/waya555/2231006593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