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송배 시인이 만난 문인 . 56
운대 차한수 시인
운대(云臺) 차한수(車漢洙)시인과의 교감은 필자가 늦둥이로 등단하고 얼마되지 않아 부산에서 가진 미래시(월간문학 출신 시인 모임) 지방나들이 모임에서였다. 그 당시 성춘복 선생이 이끄는 미래시 지방 낭송은 그 지역 문인들도 상당한 관심의 대상이었기에 지역 다수 문인들이 동참하고 있었다.
그 때에는 시낭송모임이나 시동인모임이 생소하던 시기여서 별로 문단의 관심을 받지 못했으나 월간문학 출신 시인들이 모여 활발하게 시의 저변확대를 위해서 정기적으로 낭송과 강연행사를 시작하여 많은 인기를 모은 바 있다.
그러나 나는 그곳 출신이 아닌데도 특별 배려에 의해서 동참하게 되고 그 덕분에 많은 지역 문인들과의 교류도 시작 되었다. 이처럼 부산 모임에서 차한수 시인을 만나서 부산의 조의홍 시인과 함께 지금까지 호형호제(呼兄呼弟)로 지내오고 있다.
그는 1936년 1월 28일 경남 통영군 사량면 양지리에서 출생하여 서라벌예술대학에서 서정주, 김동리, 박목월, 곽종원 선생의 문학지도를 받았으며 그후 동아대학원에서 석사를, 인하대학원에서 문학박사를 취득했다.
그는 제대 후 부산상고와 부산고 등에서 중등교원으로 봉직하다가 1984년부터 동아대 인문대 국문과 교수로 재직 후 2001년에 정년퇴임하였다. 그 사이 일본 구주국제대학에서 몇 년간 교수로 재직한 바도 있었다.
그는 1977년 시전문지『현대시학』에 작품 「새떼」「목어」등이 천료되어 등단하고 한국문인협회, 한국시인협회, 한국펜클럽 등 문인단체에 가입하여 문단활동을 했으며 국어국문학회, 한국시학회, 비교문학회, 동남어문학회, 시와시학회, 만해학회 등에 참여하여 시문학 연구에도 기여해 왔다.
또한 그는 시동인지 <탈>동인으로 활동하였으며 『창조문학』주간과 통영현대작가회 등에 참여하고 있으면서 현재 부산 수영구 민락동에서 [운대제(云臺齊)]을 당호(堂號)로 해서 현대시 연구와 집필, 후학 양성에 힘을 쏟고 있다.
그는 학구파로서 「백석 시의 시간 공간성 고찰」「박두진론」「유치환론」「윤동주론」「박용래론」「비극적 중층구조와 서사적 충격」「이상화시 연구」 등 90편의 논문을 발표하여 문단뿐만 아니라 학계에서도 많은 관심을 보낸 바가 있다.
金松培 시인은 첫 시집 『서울허수아비의 手話』에서 농촌의 서정성을 밑바탕으로 도시의 삶을 허수아비의 손짓으로 단정하다가 두 번째 시집『안개여, 안개꽃이여』에서는 예리한 통찰력의 가시화로 문명세계를 비판하는 변모와 함께 이번 『백지였으면 좋겠다』에서 사랑에 대한 다양한 목소리로 연주하고 있다.
아무튼 시인의 체험을 통한 진실이 시인의 삶의 본질을 의미하는 포근한 감성으로 승화되는 그의 노래는 영원으로 이어질 것을 기대하게 된다. ‘바람’, ‘눈물’, ‘안개’, ‘안개꽃’등의 시어를 많이 구가했던 초기 시에서 보다 진실 되고 아름다움, 그리움을 뛰어넘은 ‘사랑’을 삶의 근본으로 취하고 있는데서 金松培의 시세계를 우리는 깊이 응시하게 되는 연유일 것이다.
--시집 『백지였으면 좋겠다』해설 중에서
그는 나의 시집 『백지였으면 좋겠다』(1990. 혜화당)에 위와 같은 해설을 붙여 주어서 나의 시 읽기에 도움을 주는 길잡이가 되었다. 이 글은 그의 평론집 『비극적 삶과 시적 상상력』(1992. 지평)에 수록하여 시인들과 평자들의 이해를 돕기도 했다.
그는 시집으로 『신들린 늑대』(1977. 예문관) 『손가락 끝마다 내리는 비』(1982. 문장사) 『버리세요』(1988. 여원출판사) 『해질무렵』(1992. 빛남출판사) 『손』(1996. 시와시학) 『세상에 제일 작은 손』(2000. 시와시학) 『날아다니는 나무』(2001. 다층) 『귀가 운다』(2005. 우리글) 『차한수 시선집』(2007. 우리글) 『뒤』(2009. 시학) 등 많은 시집을 상재했다.
또한 평론집에도 『비극적 삶과 시적 상상력』(1992. 지평) 『이상화 시연구』(1993. 시와시학) 『시를 위한 각서』와 [차한수의 문학적 산책]『눈물벼랑』『꽃밭에는 말이 있다』그리고 ‘바람소리와 파도 소리가 들려오는 감성 에세이’『별이 있는 바다』(2011. 우리글)가 있다.
이러한 문학적 업적이 인정되어 편운문학상(1993)과 봉생문화상 문학부문(1977), 윤동주문학상(2001), 황조근정훈장(2001) 그리고 부산시문화상(2001)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콩밭을 매고 있었다 어머니는 굵은 손마디 사이로 유탄이 스쳐가도 계속 지심을 매고 있었다 1950년의 녹슨 8월이 돌멩이 사이로 묻히고 어디에서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는 비명에 콩밭은 가루가 되고 있었다 뜨거운 대낮의 더위로 풀이 죽은 콩밭 이랑에 피가 밴 손으로 지심을 매고 있었다 어머니는 어머니는.
--「어머니는」 전문
그는 고향의 서정적인 정경(情景)을 시적 발상지로 취택하는 작품들을 많이 대할 수가 있는데 특히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시적 상황이나 주제로 투영하는 경우를 간과(看過)하지 못한다. ‘어머니’가 ‘뜨거운 대낮의 더위’에도 콩밭에서 지심을 매는 어머니의 형상은 그리움의 원천이 되고 있다.
그는 다시 ‘소지(燒紙) 오르는 푸른 연기 / 문 열고 귀뚜라미 둘러 앉아 / 마당가에 쌓이는 수많은 이름 부르며 / 바라보는 눈빛 // 아, 눈앞에 동동 뜬 섬을 / 머리에 인 / 어머니의 고운 꽃신(「귀가 운다(耳鳴)」 전문)’이라는 어조에서 이해할 있듯이 그에게서 어머니는 영원한 불멸의 존재로서 형상화하고 있다.
나는 이러한 그의 작품에서 이미지로 창출되거나 주제로 현현한 작품「그리움」을 나의 저서 『김송배 시창작교실』(1997. 모아드림)에서 ‘차한수 시인의 이 「그리움」은 주제를 제목으로 하였지만 내용에서 <그립다>든지 <그리움>에 대한 직접 언급이 없습니다. 이것은 주제가 온전히 무르녹아서 짙게 배어있음을 말해줍니다. 또한 주제가 잘 형상화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라고 시창작강의 때마다 강조하면서 ‘그리움’이라는 주제를 작품 제목으로 하는 경우의 예를 설명하고 있다.
그 부분을 좀더 읽어보면 ‘시의 흐름으로 보아 <우럼마 손때 묻은 / 장독대에>서 곧 <그리움>을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끼 앉은 들길>이나 <토담집 지붕>과 <달빛 치러치렁 내리는 / 마당귀> 그리고 <바람같이 다가오는 발자국소리> 등 어느 것 하나 <그리움>이 짙게 배어 있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이와 같이 주제가 시의 제목으로 붙여지면 시 읽기의 묘미가 더욱 감칠맛이 솟아나는 것은 당연합니다’라고 ‘그리움’의 실체는 ‘어머니’ 임을 암묵적 이미지로 승화하고 있음을 강조하였다.
그는 시작에서 항상 청순하고 순박의 시 정신을 염두에 두고 시를 쓰는 듯 하다. 그가 어는 감성에세이에서 ‘언젠가 나는 시작 메모에서 <물빛 같은 시를 쓰고 싶다>고 말하 적이 있습니다. 물빛은 빛깔이 없습니다. 하지만 물은 분명히 빛깔이 있습니다. 작은 시냇물이나 한 그릇의 냉수를 들여다보면 무색투명할 뿐입니다만, 큰 강이나 바다를 보면 분명 빛깔이 있습니다. 손을 담가도 흰 수건을 적셔도 물들지 않는 빛깔을 지니고 있습니다.’라는 지론으로 그의 시적 자세를 설명하고 있다.
그는 또 시선집 『새떼, 날아오르다』서문’에서 ‘시를 알기 시작하여 오랜 시간이 지나는 동안 변해보려고 무척 노력하였지만, 모양과 방법이 달라졌을 뿐, 변한 것이 별로 없다. 시집 여덟 권을 간행했지만 시가 가는 쪽만 따랐을 뿐이다. 하여 너무 심심해하다가 이 선집을 꾸려본다. 입 안이 쓰다.’는 말로서 시와의 인연과 현재의 심경을 잘 말해주고 있음을 이해할 있게 한다.
차 선배님, 그 박사 지도 제자였던 조의홍 시인과는 이제 화해하시고 가끔 해운대에서 호프도 한 잔씩 나누시는지 궁금하네요. 언제 부산에서 한번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