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 눈 내리는 밤에 우연히 읊다 〔雪夜偶吟〕
老夫一世多淸寒 (노부일세다청한)
雪月明窓愛且看 (설월명창애차간)
乘興迢迢剡下棹 (승흥초초섬하도)
放歌鬱鬱郢中巒 (방가울울영중만)
暗香春意梅三逕 (암향춘의매삼경)
蕭灑風聲竹數竿 (소쇄풍성죽수간)
有耳不聞塵俗事 (유이불문진속사)
更將盃酒任他歡 (갱장배주임타환)
늙은 내가 한 평생 청빈함이 많은데
눈 내린 달밤에 밝은 창을 사랑하는 눈으로 구차히 바라보네.
흥을 타면 멀리 섬계(剡溪) 아래로 노 저어가고
마음이 답답하여 큰소리로 노래 부르니 영곡(郢曲) 안의 산등성이네.
은은한 향기의 봄뜻이 매화 밭으로 난 세 오솔길에서 나고
맑고 깨끗한 바람 소리가 두어 그루 대나무에서 나네.
진속(塵俗)의 일은 귀가 있어도 들리지 않고
술잔을 다시 드는 남의 행동을 내버려 두는 것도 기쁨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