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이不二, 새 백악기를 위하여
이혜선
코리아케라톱스 화성엔시스* 너를 만나러 가을햇살 눈부신 날 길을 나섰다
너에게로 가는 길은 중생대 백악기 일억 천만 년의 길, 손짓하는 억새꽃 잎새를 헤치며 어두운 동굴을 지나 물 마른 웅덩이와 구멍 뚫린 바위굴을 지나서 자갈길 모래길을 타박타박 걸어서 가야 하는 길, 달빛의 장강을 건너 물에 비친 별빛오리 만지며 헤엄쳐 가야 하는 길
일억 천만 년 후의 내 꿈속에 깨어나기 위해 너는 그날 일억 천만 개의 알을 낳았으리 내 슬픈 구름그림자 저쪽에 네가 낳아놓은 중생대 백악기의 꿈, 오늘 내 앞에 와서 깨어나는 너의 눈빛, 너의 노래, 그 노래 함께 부르기 위해 나, 한 순간도 쉬지 않고 날갯짓하여 왔네
오늘 나도 일억 천만 년 후에 태어날 새 알을 낳아 무너지지 않을 햇살의 집에 묻어 두네
아직도 혼자서는 다스리지 못하는 우리들 붉은 사랑의 알을, 영원히 불리어질 너와 나 새로운 백악기의 노래를,
* 세계에서 처음으로 대한민국 화성에서 발견된 백악기의 공룡뼈화석
李惠仙:
1981년『시문학』등단. 동국대 국문학과, 세종대 대학원 졸업(문학박사).
시집『운문호일雲門好日』『새소리 택배』『神 한 마리』외 다수. 저서『문학과 꿈의 변용』『이혜선의 명시산책』. 세종우수도서 선정(2016). 윤동주문학상, 현대시인상, 동국문학상, 문학비평가협회상(평론)외 다수 수상.
동국대 외래 교수, 세종대, 대림대, 신구대 강사역임.
현재 동국문학인회 회장. 한국 문인협회 및 국제 펜 한국본부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