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티마 성모발현 세 목동 중 루치아 생가 풍경
2024. 3. 19
판관기 11장에서 16장까지!
(판관 14,17)
그의 아내는 잔치가 계속되는 이레 동안
줄곧 삼손 곁에서 울어 댔다. 이렇게
들볶는 바람에, 삼손은 이레째 되는 날
마침내 아내에게 수수께끼를 풀이해 주고
말았다. 그리고 그 여자는 자기 동포들에게
그 수수께끼를 풀이해 주었다
(판관 16,17)
들릴라가 날마다 들볶고 조르는 바람에,
삼손은 지겨워서 죽을 지경이 되었다.
그래서 삼손은 자기 속을 다 털어놓고 말았다.
“내 머리는 면도칼을 대어 본 적이 없소.
나는 모태에서부터 하느님께 바쳐진
나지르인이기 때문이오.
내 머리털을 깎아 버리면 내 힘이 빠져나가
버릴 것이오. 그러면 내가 약해져서 다른
사람처럼 된다오.”
묵상ㅡ
입이 초사라는 말이 있다.
'남자는 자고로 입이 무거워야 한다.' 는
신념이 내게도 있다. 아빠가 술 드시고
주정을 하실 때면, 그 입이 다물어지기를
간절히 바랬던 적이 있었다.
그러한 신념은 배우자에게도 투사되어,
쓸데없는 말 금지, 할만한 정확히 하기,
상대방 말 잘 듣고 경청한 다음 자기 말하기.
그래서 배우자는 억울했을 수도 있겠다.
주님의 영안에서 태어나 귀하게 자란
나지르인에, 주님께 선택받고 사명을
다하던 그가, 두 명의 여인의 꼬드김에
넘어가 아작이 난거다. 덩치값도 못하고 말야.
곁에서 이레동안 조른 팀나 여인도 그렇고,
삼손이 도저히 견디지 못할 정도로 협박반,
회유반 끈질기게 괴롭힌 들릴라의 주도면밀함도
참 존경스럽다. 안되는 것도 되게 하는
아웃풋 100%의 승률을 기록하는 설득의
끝판왕, 고객 설득 최우수 영업사원이 될
자질이 뛰어나다고나 할까.
그래도 그렇지. 생존이 걸린 탑시크릿(일급비밀)을
헤벌래~ 발설하다니, 미친거다.
힘이 세고 진취적이고 절도있는 카리스마를
상징하는 남성성과 남성상이 이리 쉽게
허물어짐을 목도하면서, 인간의 나약함과
부질없음이 이토록 심각하다는 걸,
다시금 확인했다.
모든 좋은 것은 주님께로부터 오고,
받고 누리고 완성하는거지만, 그것에 대한
열매와 완성은 받는 자들의 마음 그릇과
품격에서 지켜지고 완성된다는 사실,
그 품격중에서도 곰곰히 생각하고 찾고
기다리며 마음 깊이 간직하려는 침묵의 덕목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거구나 하는 성찰을 하게 된다.
그런 판관은 어디 삼손뿐이랴.
길앗 땅의 흙수저 입타는 또 어떻고!
다혈질인데다 우상신에 쩔어 갈팡질팡,
어디로 튈지 모르던 그였다.
(판관 11,30~31)
그때에 입타는 주님께 서원을 하였다.
“당신께서 암몬 자손들을 제 손에 넘겨만
주신다면, 제가 암몬 자손들을 이기고
무사히 돌아갈 때, 저를 맞으러 제 집 문을 처음
나오는 사람은 주님의 것이 될 것입니다.
그 사람을 제가 번제물로 바치겠습니다.”
그 사람이 바로 자기 딸이었던 것,
하! 그릇도 안되는데 주님의 영을 받으면
오히려 독이 되는갑다. 감히 겁도 없이 자기
맘대로 서원을 하다니! 그 딸은 어떡하면 좋아.
아니 서원을 하고 싶음 자기 목숨을 내놓던가.
딸의 귀한 목숨을 딸에게 묻지도 않고 봉헌하는
아비라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딸은 또 뭐람! 왜 아버지 맘대로 그랬냐면서
도망가 버리고 부녀간의 인연을 끊고 살면 될걸,
시간을 좀 주시면 삶을 정리해보겠다는 반응을
하는건 뭐냐고! 입타가 그런 딸에게 '가거라'
하고 말할 때, '딸아 네 인생 찾아 가거라.
아비가 미안하다.' 라고 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마음, 나만 그랬을까.
서원, 또는 봉헌이라는 의미를 생각하게 된다.
나 역시 20년전,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휩싸여서, '주님 살려만 주시면 고통받는 이들을
돕고 기도해주는 삶을 살꺼고, 배우자와 두딸의
영혼구원을 위해 죽도록 애쓸꺼고, 또 제가
자신을 잘 사랑하고 아껴서 주님 영광드러내는
삶 살꺼라요.' 라며 서원한 적이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나 혼자만의자기 중심적인
약속같은거 였던 거다. 다행히 나는 그 고비를
잘 지나와서 약속한 대로 살아가려 애쓰는
사람이 되긴 했지만서도.
입타처럼 자식을 대속물로 봉헌하진 않았으나,
가끔씩 딸들이 걱정되어 내 맘대로 주님께
서원하며 작정기도 같은 것을 하기도 하는데,
언젠가 딸이 이랬더랬다.
'엄마, 내 기도하는건 좋은데, 엄마가 바라는
대로 내가 되었으면 하는 그런 봉헌은 하지마.
그런건 내가 알아서 기도할테니깐!
똑부러지게 경계를 세우던 딸의 말을 생각해보니,
나에게도 입타 같은 즉흥적이고 성급하고
열정적이고 잘난체하며 나서고 싶은, 그리고
내 존재성을 드러내고 싶은 자기중심적인
성향이 짙더라니! 인정하고싶지 않은
이 불편한 진실, 뭐냐! 판관기에는 우리가
배울게 투성이다. 리더들의 실수와 단점,
잘 고쳐지지 않는 고질적인 약점들이,
인간사 안에서 생생하게 녹아난다.
입이 초사였던 판관 삼손과 입타.
자기가 죽거나 딸이 죽거나, 그 생사의
갈림길에서 그들은 깨달았을까나!
하느님께 선택되어 일을 할때, 침묵은
매사에서 첫번째 덕목이라는 걸!
나자렛의 마리아가 그랬던것처럼 곰곰히
생각하며 오래 간직할줄 아는 지혜,
거기에서 주님의 뜻이 이뤄지길 기다리는
인내의 덕이 키워지는 게 아닐까!
낮 말은 새(적군)가 듣고
밤 말은 쥐(악마, 사탄)가 듣는다.
옛말이 그른게 없다.
얼마남지 않은 사순시기, 침묵, 침묵, 또 침묵!
삼손과 입타처럼 아무나 믿고 속을 털어놓는다면,
내 영혼에도 그렇거니와 주님께서 계획하신 일들이
방해를 받고 왜곡되어 그르칠수도 있다는 거다.
주님,
그간 살아오며 저질러온 말의 실수와 잘못들이
많습니다. 다 내맘같은줄 믿고 무분별하게
터놓았던 말, 상대에게 인정받기 위해 했던
쓸데없는 말, 내 억울함을 보상받기 위해
남의 비밀을 발설했던 말,
그러면서도 삼손과 입타처럼 성급하고
함부로 말하는 사람을 보면, 흉보고
판단하며, 나만은 그렇지 않은 듯이
우아를 떨었습니다.
용서하소서.
그리고 청합니다.
어린처녀 마리아의 성품을 본받아 침묵하고
기다리며 주님께서 제게 하시려는 일을 하시도록
허용해 드릴 수 있는 성숙함을 지니게 해주소서.
세목동 중 프란치스코와 히야친타 남매의 집
첫댓글 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