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순하의 『고무신』
눈보라 비껴 나는
─全─群─街─道─
퍼뜩 차창으로
스쳐 가는 인정아!
외딴집 섬돌에 놓인
하 나
둘
세 켤레
【주제】소박한 시골생활의 따뜻한 인정미
【감상】
이 시조의 전체적인 구도는 전주에서 군산으로 이어지는 여행 도중에 잠깐 차창에 비친 한가한 시골집의 풍경을 그리고 있다. 풍경 중에서도 섬돌에 놓은 신발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데,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자식의 것으로 추정되는 신발의 강조를 통해서 고단하지만 단란하게 살아가는 한 가족의 삶의 유대와 따뜻한 가족애를 강조한다.
초장에서는 시간적 배경과 공간적 배경이 제시된다. '눈보라가 비껴 나는' 한겨울의 시간적 배경이, 그리고 전군가도(全群街道)라는 전주 ~ 군산 사이의 도로가 시적 공간으로 제시된다. 중장에서는 '퍼뜩 차창으로 스쳐 가는 인정아!'라고 하면서 삭막한 현실에서 발견한 인정의 한 장면을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발견한 것처럼 감탄하고 있다. '퍼뜩'이라는 시어는 따뜻한 인정을 담고 있는 모습을 발견한 시적 자아의 놀라움과 반가움을 동시에 함축하고 있다. 종장에서는 중장에서 시적 자아가 감탄하게 된 풍경의 구체적 정경이 형태주의적 기법을 통해 제시되고 있다. 종장 처음에 제시된 '외딴집'이라는 설정은 다른 사람들로부터 소외되어 있는 한 가정의 모습을 부각함으로써 삭막한 현실을 강조하는 효과도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그 집에 살고 있는 가족의 유대감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가치를 발휘한다.
장순하(張諄河 1928〜2022) 전북 정읍(井邑) 출생. 호는 사봉(史峰)이다. 1957년 정부 주최 개천절 기념 제1회 진국시조백일장에 장원, 다음 해〈현대문학>에 《울타리》가 추천되었다. 그보다 앞서 박병순(朴炳淳)이 주재하던 시조 전문지 〈신조(新調)〉의 주간(主幹)을 맡기도 했다. 한국문인협회(韓國文人協會)의 이사(理事), 한국시조작가협회(韓國時調作家協會) 이사, 부회장을 역임 가람시조문학상, 중앙시조대상 등을 받았다. 시조집으로는『백색부(白色賦)』『묵계(黙契)』『길손』『백두산 가는 길』『서울귀거래(歸去來)』『남한산성』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