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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전반에 영향 미치는 ‘출산’
장차 세금 통한 국가채무 분담과 후손 등 긍정적 외부효과 있지만 무상교육·의료보험 등 혜택비용
전체가 나누는 부담도 발생시켜 관점 따라 외부효과 달라질 수도
우리는 앞에서 외부효과에 대해 배웠다. ‘누군가의 행위가 시장에 참여하지 않는 제3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경우’를 말한다. 내가 무언가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공해를 배출한다면 제3자에게 영향을 미치게 되며, 이는 부정적인 외부효과에 해당한다는 것도 배웠다.
외부효과에는 긍정적인 것도 있다. 예를 들어 필자는 얼마 전 독감 예방접종을 받았다. 독감에 걸리면 너무 힘들다고들 해서다. 그런데 독감 예방접종을 받으면 나만 좋은 것일까? 아니다.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 출퇴근할 때 마주치는 사람들도 독감에 걸릴 확률이 낮아진다. 독감은 전염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나의 행동이 제3자에게 이득을 줄 때 긍정적인 외부효과라고 한다.
문제는 내가 독감 예방접종을 받을지 말지 결정할 땐 다른 사람에게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까지는 감안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단지 내게 주는 편익(즉 내가 독감에 안 걸리는 것)과 독감 예방접종의 비용(돈과 시간)만 저울질한다. 긍정적인 외부효과를 감안한다면 사람들은 독감 예방접종을 보다 적극적으로 받아야 한다. 그래야 사회적으로 득이다.
그렇게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한가지 방법은 정부가 보조금을 주는 것이다. 그러면 사람들은 독감 예방접종의 편익이 더 크다고 느끼게 돼 예전보다 더 적극적으로 접종을 받을 것이다. 실제로 정부는 비슷한 일을 한다. 독감은 아니지만 결핵이나 B형간염 등 11개 전염병을 국가 필수 예방접종으로 정해 12세 이하 아동을 대상으로 무료로 놓아준다.
정부가 저출산문제 해결을 위해 보조금(아동수당·가정양육수당·출산장려금)을 지급하는 것도 긍정적 외부효과의 관점에서 볼 수 있다. 부모가 아이를 낳는 것은 아이를 기르는 데서 얻는 편익(행복과 만족)이 비용(양육비와 노력·시간)을 초과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출산은 다른 사회 구성원들에게도 영향을 준다. 여기에는 긍정적인 것도 있고 부정적인 것도 있다.
예를 들어 아이는 장차 성인이 돼 세금을 낼 것이고 국가채무를 분담한다. 도로나 다리 같은 공공재는 아이 한명이 새로 탄생했다고 해서 비용이 더 들지 않는 데도, 그 아이는 장차 세금을 내서 그 비용을 분담하니 사회 전체적으로 이득이다. 여기서 매우 중요한 포인트가 있는데, 그 아이가 또 손자를 낳고 손자가 증손자를 낳는 식으로 후손이 계속 생긴다는 점이다. 그들도 장차 세금을 낼 것이니 그 효과를 감안하면 사회적 이득은 더 커진다.
물론 사회적 이득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아이는 자라는 과정에서 다양한 사회보장·의료보험·무상교육 등의 혜택을 받는다. 사회 전체가 비용을 치르는 셈이다.
어느 쪽이 더 클까? 여러 연구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선진국에서는 출산이 긍정적인 외부효과를 낳는 반면 후진국에서는 부정적인 외부효과를 낳는다. 한 연구에 따르면 미국에서 아이 한명을 낳으면 10만5000달러의 긍정적인 외부효과가 발생한다. 특히 후손효과가 크게 작용한다.
문제는 부모가 출산 여부를 따질 땐 외부효과는 감안하지 않고 개인적 편익과 비용만 따진다는 점이다. 특히 요즘 젊은층은 취업난에 따른 경제여건 악화와 양육비 부담상승으로 출산의 비용이 크다고 느껴 아이를 낳으려 하지 않는다. 따라서 전염병 예방접종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처럼 출산에도 정부가 각종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다만 한가지는 짚고 넘어가자. 출산의 외부효과가 긍정적이라는 연구에는 중대한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아이가 태어남으로써 생기는 가장 부정적인 외부효과라 할 수 있는,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간과된 것이다. 인구가 늘면 쓰레기와 오염물질 배출이 늘어날 것이고, 재생 불가능한 천연자원이 더 빨리 고갈될 것인데, 이런 효과는 측정하기 힘들다는 이유로 감안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총균쇠>라는 책으로 유명한 제레드 다이아몬드 교수는 “인구감소는 사실은 환영할 일”이라고 말했다. 미래의 큰 위기 중 하나는 자원위기인데, 인구가 많을수록 자원이 더 부족해질 것이라는 논리에서다.
출산의 외부효과는 플러스일까, 마이너스일까? 여러분 생각은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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