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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납법, 연역법, 그리고 귀추법
박 춘 길
(산대초등학교 교사)
1. 귀추적 사고의 중요성
과학교육에서 과학의 본성을 도입할 필요에 대한 주장은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현재 우리나라의 개정 과학 교육과정에서도 과학 지식의 형성과정이나 과학 지식의 잠정성 등을 중요하게 다루고 있으며, 미국에서도 과학의 본성에 대한 이해는 중요한 교육목표로 강조되고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과학 내용에 이러한 관점을 적용하는 연구는 최근에 이르러서야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과학의 본성 중 하나는 논리적이고 분석적인 사고이며, 학생들이 이를 통해 추론과 비판적 사고를 하고 과학의 주제 문제들에 대해 깊이 있는 이해를 형성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Akerson & Abd-ElKhalick은 교사 교육의 효과를 알아본 연구에서 과학의 본성을 잘 숙지하고 있는 교사는 과학의 본성에 해당하는 추리, 가설, 창조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했다. 그리고 Zeidler와 Lederman은 과학의 본성은 교과서와 교사의 언어에 의해서 학생들에게 전달된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아직까지 과학적 탐구의 본성에 대한 학생들이나 교사들의 이해는 미약하다. 전은경은 과학의 본성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면서도 교과서는 이에 관련된 다양한 관점을 형성하는 안내서로서 부족하다고 주장하였다. 특히 대부분 과학 교과서의 언어나 서술 방식은 암묵적으로 교사나 학생들에게 귀납적 관점만을 형성하도록 하는데 큰 기여를 해왔다.
최근 과학의 본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과학적 탐구 사고로 주목받고 있는 귀추법은 어떠한 상황에서 성공적인 기존의 설명을 새로운 상황에서의 임시적 설명으로 차용하고 적용하는 가설 창안의 정신적 과정으로서, 확장적인 추론을 통해 어떤 현상이 일어나는 원인에 관해 설명할 수 있게 하는 추리방법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존의 연역법, 귀납법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과학 지식의 성장과정과 가설의 생성과정을 설명하는데 적합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과학교육에서 귀추적 사고 과정을 강조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를 무시하고 최종 산물인 지식만 강조하게 되면, 학생들은 과학의 사고 과정을 이해하지 못하고 발견된 지식을 수용하는 태도를 학습하게 됨으로써 과학을 암기하게 되는 것이다. 과학의 잠정적 해석은 인간의 사고로부터 도출되어 최종적으로 과학자 집단에 의해 폭넓게 받아들여지게 되면 ‘사실’로 정착하게 된다. 그러므로 학생들에게 과학은 인간의 사고 과정과 의사 전달 과정의 활동이며, 과학적 주장은 논의가 필요한 해석적 개념이라는 사실을 인식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과학적 지식생성이나 과학적 탐구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귀추법에 대한 연구는 요사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연구들로부터 귀추법을 정리하여 보면, ‘관찰자가 현상에 대하여 의심을 하고 그 현상을 해석하기 위해 자신의 일반적인 경험 중에서 유력한 가설 하나를 채택하여 관찰된 현상에서 경향성과 규칙성을 추론하는 사고 과정’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귀추법은 자연현상을 설명하는데 요구되는 핵심적인 과학적 사고 방식으로, 연구자에 따라 귀추법에 대한 해석이 매우 다양하다. 본 자료에서는 미국의 철학자이자 과학자인 Peirce에 의해 정립된 귀추법의 정의를 따른다. Peirce는 귀추법이 의심의 상태를 벗어난 믿음에 이르게 하는 탐구의 논리로서, 이상한 현상이 관찰되었을 때 가설의 생성을 통해 그 현상이 왜 그렇게 일어나는지를 설명가능하게 해주는 추리이며, 과학의 모든 아이디어들과 새로운 진리를 이끌어 내는 방법으로 보았다.
2. 귀납법과 연역법, 귀추법의 구분
가. 귀납법(Induction)
귀납이라는 용어는 아리스토텔레스의 ‘특수실례로부터 일반화로 나아가는 과정’이라는 ‘epagoge'라틴어 번역에서 비롯된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귀납이 특수명제에서 일반명제로 나아가는 특성을 가지는 것으로 보았으며, 이것을 단순 열거적 귀납법과 직관적 귀납법으로 구분하였다. 그러나 직관적 귀납법은 통찰력에 관련된 것으로 진정한 귀납법으로 볼 수 없다. 그 후 아리스토텔레스의 귀납적 방법은 근대의 베이컨으로 이어져 과학적 방법으로 체계화 되었다. 베이컨은 아리스토텔레스주의자들의 귀납법이 가지는 제한점을 극복하기 위하여 점진적이고 누적적인 귀납의 특성을 강조하였고, 본질적인 상관관계를 효과적으로 발견하기 위해 배제법을 제안하였다. 또한, 베이컨의 방법론을 토대로 과학적 방법론을 발전시킨 허쉘은 과학적 인식을 발견의 맥락과 정당화의 맥락으로 구분하여 논의하였다. 그는 관찰로부터 자연의 법칙을 발견하고 이를 이론으로 통합하는 발견의 맥락에는 가설에 의한 방법과 함께 귀납적 도식이 적용되는 과정이 있다고 생각하였다.
귀납주의적 과학 방법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는 밀에 의해 상당한 진보를 이루었는데, 밀은 귀납법이 과학적 법칙의 발견과정에서 중요하다고 보았고, 인과적 관계도 귀납법에 의해 파악될 수 있다고 보았다.
결국 전통적인 과학적 방법의 한 형태로 논의되어 왔던 귀납의 정의는 주로 관찰된 특수한 사실로부터 일반화된 진술 또는 법칙이나 이론으로 나아가는 추론과정을 의미하며, 현대에 이르기까지 널리 사용되고 있다.
나. 연역법(Deduction)
과학적 설명의 중요한 목표의 하나는 ‘왜’라는 물음에 대한 궁극적인 대답을 찾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과학적 설명이 아리스토텔레스가 이상으로 믿었던 논리적 연역의 형식을 지녀야 한다는 견해는 폭넓게 지지를 받아왔다. 이러한 연역적 설명은 보편성에 있어서 논란의 여지가 있긴 하지만 포괄적이며 인상적인 체계임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과학철학에서의 연역적 방법론에 대한 논의는 데카르트로 대표되는 발견의 논리와 대비되어, 아리스토텔레스 이후 자연현상을 설명하는 가정이 옳다는 것을 확립해 가는 정당화의 논리로 점차 명확하게 설명되어 왔다.
종래의 귀납법을 부정하고 연역적 방법을 사용하여 과학적 지식을 구성한다. 이성과 연역적 방법을 신뢰하고, 과학적 방법은 선험적 개념구조를 통해 자연의 현상들을 입증하는 방법을 말하며, 과학자의 역할이란 과학자들의 직관이나 상상을 통해 가설을 세우고 이를 검증하는 것이라고 본다.
연역법은 현존하는 이론에 의해 논리적으로 생겨난 개념들을 검토하고 테스트하는 것이 과학자들이 하는 역할이라고 본다. 다시 말하면 과학자의 역할이란 과학자들의 직관이나 상상을 통해 가설을 세우고 이를 검증하는 것이라고 보는 입장이다. 따라서 검증된 가설에 의하 나온 과학적 이론도 실험결과에 의하여 뿐 아니라 직관이나 상상에 의해서도 얻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 귀추법(Abduction)
귀추법은 미국의 철학자이자 과학자인 Perice에 의해 정립되었다. Peirce는 ‘과학의 모든 아이디어들은 귀추법에 의해서 생성된다.’고 보았다. 정용재 등은 Peirce의 귀추법을 다음과 같이 제안하였다.
1. ‘책상 위의 콩들이 모두 흰색’(C)이라는 놀라운 사실이 관찰된다.
2. (그런데 ‘이 자루로부터 나온 모든 콩들은 흰색이다.’)(R).)
3. (따라서) ‘이 콩들은 이 자루로부터 나온 것’(A)이 참이라면, ‘책상 위의 콩들이 모두 흰색’(C)이라는 것은 당연한 것이 된다.
따라서 ‘이 콩들은 이 자루로부터 나온 것’(A)이 참이라고 여길만한 이유가 있다.
어떤 사람이 책상 위의 콩들이 모두 흰색이라는 것이 사실을 알게 되었다(result). 그리고 여러 자루 중 하나의 자루를 열어 보았더니 나온 모든 콩들은 흰색이었다(rule). 그래서 이 사람은 책상 위의 콩들은 이 자루에서부터 나왔을 것이다(case)라고 가설을 세워 관찰된 현상을 설명하는 것이다. 귀추법은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자신이 알고 있는 일반적인 경험 중에 가장 유력한 하나의 사례일 것이라는 가설을 채택하여 관찰된 현상을 설명하는 추론이다.
또한 Peirce의 귀추법은 의심의 상태를 벗어난 믿음에 이르게 하는 탐구의 논리로서, 이상한 현상이 관찰되었을 때 가설의 생성을 통해 그 현상이 왜 그렇게 일어나는지를 설명가능하게 해주는 추리이며, 과학의 모든 아이디어들과 새로운 진리를 이끌어 내는 방법이다.
귀납적, 귀추적, 연역적 과정을 통해서 생성되는 과학지식 가운데 귀추적 과학지식은 자연현상을 설명하는데 요구되는 핵심적인 지식으로 인식되어 왔다.
귀추법은 19세기의 철학자 Charles S. Peirce에 의해 귀납법이나 연역법과 다른 또하나의 추론 방법으로 제안된 이래, Hanson에 의해 보다 정교한 형태로 제시되었고, 이후에 과학철학이나 인지 과학과 같은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되어져왔다.
Peirce는 이와 동일한 예를 사용하여 다음 그림과 같이 연역, 귀납, 귀추가 각각 어떻게 삼단논법으로 형식화 될 수 있으며, 그 차이는 무엇인지 설명하고 있다.
연역 (Deduction) Rule - 이 자루로부터 나온 콩들은 모두 흰색이다. Case - 이 콩들은 이자루로부터 나온 것이다. Result - 이 콩들은 흰색이다. 귀납 (Induction) Case - 이 콩들은 이 자루로부터 나온 것이다. Result - 이 콩들은 흰색이다. Rule - 이 자루로부터 나온 콩들은 모두 흰색이다. 귀추 (Abduction) Rule - 이 자루로부터 나온 콩들은 모두 흰색이다. Result - 이 콩들은 흰색이다. Case - 이 콩들은 이 자루로부터 나온 것이다.
그림 1. Peirce에 의한 연역, 귀납, 귀추의 3단 논법.
연역법은 단지 일반적인 규칙을 특정한 사례에 적용하여 결과를 도출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적인 규칙에서부터 사례와 결과가 분석되어 나오는 분석추리이다. 귀납법은 연역법을 역전시킨것으로서, 특정한 사례와 결과로부터 일반적인 규칙을 도출하는 종합추리이다. ‘이 콩들은 이 자루에서 나왔다.’라는 특정 사례가 ‘이 콩들은 흰색이다’라는 관찰 결과와 결합되면, 지금 관찰된 특정 사례 뿐만 아니라 동일한 종류의 모든 사례에서 같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추리한다. 이와 같이, 귀납은 어떤 것이 참이라는 한정된 양의 사례들로부터 일반화하여 그 어떤 것이 모든 경우에 있어서 참이라고 추리한다. 또는 어떤 것이 한정된 양의 사례들에서 특정한 비율만큼 참일 때, 그 어떤 것이 모든 경우에 있어서도 그 비율만큼 참이라고 추리한다. 따라서 귀납추리 그런데, 종합추리가 귀납에 의해서만 가능한 것이 아니다. 또 다른 종합추리로써 가설 생성에 관여하는 추리가 바로 세 번째 추리인 귀추법이다. 귀추법은 일반적 규칙과 결과로부터 특정한 사례를 도출하는 종합추리이다. 한 사람이 책상위에 있는 한 움큼의 콩이 모두 흰색이라는 것을 관찰하였다. 그는 방안에 있는 자루들 중 어떤 한 자루에 오직 흰색 콩만이 들어 있었다는 기억을 떠올리게 된다. 그는 이제 자신이 알고 있었던 일반적 규칙(‘이 자루에서 나온 모든 콩들은 흰색이다’)으로부터 관찰된 결과(‘이 콩들은 이 자루에서 나왔다’)를 도출한다. 도출된 이 특정 사례는 관찰된 결과를 일반적 규칙의 한 사례로 설명하는 것으로서, 진위여부가 임시적인 명제, 즉 설명가설이다.
분석적 논리이론의 면에서 보면 이러한 과정은 결론이 참이란 사실에 근거하여 전제 역시 참이라고 추리하는 ‘후건 긍정의 오류’를 범하고 있는 추리이다. 그러나 추리의 주장 강도에 영향을 받을 뿐, 귀추법의 과정은 여전히 추리의 세 가지 조건을 충족시키면서 전제로부터 결론이 도출되는 논리적 추리과정이다. 귀추법은 형식적이고 명시적인 논거를 드러내지 않지만, 아무 근거 없이 전개되는 것이 아니라 두 전제의 유사성에 근거를 두고 하나의 기호에서 다른 기호로 나아가게 하는 추리이다. 이러한 점에서 귀추법 역시 귀납법과 동일하지 않다. 귀납법은 특정한 경우에 관찰된 결과가 비슷한 모든 경우에 동일하게 일어날 것이라고 추리하지만, 귀추법은 우리가 직접적으로 관찰한 결과와는 질적으로 다른 어떤 것을 가정한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이다. 귀추법은 관찰된 결과를 일반적 규칙에 의해 새롭게 해석함으로써 설명을 도출한다. 다시 말해서 귀추법은 관찰될 결과를 일반적인 규칙의 한 사례로 구석시키는 추리이다.
3. 귀추적 추론 과정의 사고 전략
오필석의 귀추적 추론 과정에서 활용되는 규칙 추리 전략들의 몰록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자료의 재구성(data reconstruction) 전략
추론자들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하거나 염두에 두고 있는 규칙들을 쉽게 추리 해낼 수 있도록 정보를 재배열하거나 증거를 선별하는 전략
2) 연쇄적 귀추(chained abduction) 전략
복수의 규칙들을 순차적으로 연계하여(sequentially chained) 하나의 지구과학적인 시나리오를 구성하고, 이를 통해 문제 상황을 설명하는 전략
3) 발견법적 일반화(heuristic generalization) 전략
경험적으로 얻은 자료들 속에서 패턴을 찾아 임시적으로 일반화하고, 이를 규칙적으로 삼아 귀추적으로 추론하는 전략
4) 유추(analogy) 전략
비슷한 상황에서 성공적으로 가능하였던 규칙들을 차용하여 현재 주어진 현상에 대한 새로운 설명을 제시하는 전략, 유추가 실물이나 그림, 사진 등에 기초하였을 때는 ‘이미지 기반의 유추’(image-based analogy)‘, 직․간접적으로 체험한 일이나 이야기를 토대로 할 경우에는 ‘사례 기반의 유추(case-based analogy)’로 세분될수 있다.
5) 존재에 관한 전략 (existential strategy)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대상의 존재를 가정하거나 기존에 알려져 있거나 있음직한 대상의 존재를 부정하는 규칙을 형성하고, 이를 토대로 귀추적으로 추론하는 전략
6) 결합 전략 (combination strategy)
둘 이상의 규칙들을 결합하여 새로운 규칙을 형성하고, 이 새로운 규칙을 이용하여 귀추적으로 추론하는 전략, 복수의 개념들이 결합하여 새로운 개념을 낳기도 하고[개념적 결합, conceptual combination], 다양한 원인들이 병렬적으로 조합하여 하나의 사건을 설명하기도 한다[인과적 결합, causal combination].
7) 모델 구성 및 조작 (model construction and manipulation) 전략
관심 있는 대상의 모습이나 움직임, 기능을 그림 등을 통해 표상하고, 이를 통해 문제 상황을 설명하는 전략, 이 전략을 통해 창안되는 모델은 종종 ‘모상 모델(iconic model)’의 특징을 지닌다.
8) 특이 정보의 채택 (adaption novel information) 전략
문제 해결 과정 중에 매우 새로운 정보가 제공되거나 발견되었을 때 그것을 활용하여 규칙을 형성하고, 이를 이용하여 귀추적으로 추론하는 전략
9) 제거 전략 (elimination strategy)
대안적인 규칙이나 가설들을 여러 가지 기분을 통해 평가하거나 서로 비교하여 그럴 듯 하지(plausible) 않은 것들을 배제하는 전략
※자료 출처 : 한국과학교육학회 제54차 총회 및 하계학술대회(2008년 8월 20일~8월 22일)에서 백성혜(한국교원대학교 교수), 한재영(충북대학교 교수)의 ‘귀추법의 소개 및 적용’이라는 주제로 발표한 워크숍 자료를 정리한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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