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없는 훈련산행 (4~5일차)
[4일차 - 08. 14(화) / 08:15~18:00 / 도상 15.5㎞ / 맑음]
08:15 야영지 떠남
09:30 석남터널 / 식수 보충 & 휴식
10:00 석남고개
12:00 능동산 정상 / 휴식
12:50 배내고개 / 냉국수, 캔맥주 타임 1시간 10분 후 14:00 출발
14:20 사슴목장 / 간월재 임도 시작지점 / 휴식
18:00 간월재 - 1박/무인대피소 이용, 샘물 상태(수량) 보통
[5일차 - 08. 15(수) / 08:00~16:50 / 도상 10.7㎞ / 오후 1:30 ~ 4:00 비]
08:00 간월재 떠남
09:15 신불산 정상 / 휴식
09:40 신불재 / 샘터에서 식수 보충, 샘물 상태(수량) 기대 이하
11:20 단조샘 / 샘물 상태(수량) 기대 이하, 점심 2시간 후 13:20 출발
16:05 청수 좌, 우골 합수점 / 알탕 40분
16:50 파래소2교 / 청수골펜션 - 산행종료
□ 궤적
도상 60㎞ / 단조샘 기준 시계 방향 順
능선과 사면(임도 포함), 계곡을 적당히 버무린 코스는 무더운 날씨와 JMT(존 뮤어 트레일)의 현장감을 고려하였다.
> 8/11토 3.5㎞ / 지산-영축산 추모봉 박터
> 8/12일 16.3㎞ / 추모봉 박터-사자평 간이매점
> 8/13월 14.0㎞ / 간이매점-쇠점골 쇠점마을 터
> 8/14화 15.5㎞ / 쇠점-간월재
> 8/15수 10.7㎞ / 간월재-파래소2교
당초 계획 코스
장선리→통도골→시살등→영축산→단조샘→파래소→철구소→사자평→진불암→(천황산)사자봉→얼음골→쇠점골→석남고개→능동산→배내고개→간월산→간월재→신불산→단조샘→청수좌골→태봉마을→재약봉→칡밭재→장선리 順
전 편에 이어 계속됩니다.
네쨋 날, 쇠점골 박터~석남고개~능동산~배내고개<임도 경유>간월재/1박
05:40 쇠점골 야영지 아침 풍경
야영지 아침 풍경으로, 텐트 우측에 큰 고목이 당산나무다.
야영지 앞 쇠점골 계곡 풍경
08:15 친구의 모습을 담고 야영지를 떠나면서 4일차 산행을 시작한다.
쇠점골 건너는 곳
박터를 떠난 지 20여분 만에 쇠점골 본류 첫 번째 건너는 곳에 도착했다. 이정표(호박소 2.55㎞/석남터널 1.45㎞)가 서있다. 백연사에서 석남터널까지 가려면 쇠점골 본류를 두 번 건너야 한다.
소폭
누군가 멋진 곳에 집을 지었다.
08:50 쇠점골 본류를 두 번째 건너는 곳에서 목을 축이며 쉬었다. 둘 다 컨디션은 괜찮았다.
석남터널 직전 도로에 올라서서 두 번째 쉼을 가졌다.
능동산(左)에서 재약산으로 뻗어 가는 능선이다. 능선 우측에 얼음골케이블카 상단 건축물이 보이고 가운데 하얀 건물은 가지산터널 환기통이다.
석남터널
석남터널 밀양 방면. 석남고개로 가는 도중 물통을 채웠다.
석남고개
10:00 반환점인 석남고개에 올라섰다. 이번 훈련산행은 영남알프스를 북진하다가 바로 여기서 방향을 틀어 다시 남진하는 코스다. 여기서부터 배내고개까지는 낙동정맥 구간으로, 이번 산행에서 가장 긴 능선 구간이다.
가지산 중봉(밀양봉)과 쌀바위.
12:10 능동산
오늘 산행의 최고점인 능동산 정상은 낙동정맥 구간에서 남서쪽으로 200미터쯤 떨어져 있다. 배내고개로 가는 길은 줄곧 내리막인데 친구는 속도를 내지 못하고 처지기 시작한다. 두 발바닥에 커다란 물집이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도 오른 발 엄지와 새끼 발가락에 물집이 잡혔으나 운행하는데 문제는 없었다. 이후 사슴목장~간월재 간 임도구간(약 6㎞)에서 친구는 중대한 고비를 맞는다.
배내고개
배내고개에 도착하자 우측 계곡으로 내려가는 것은 접고 식당에서 냉국수와 캔맥주로 점심을 먹었다. 주암으로 내려가는 계곡 적당한 곳에서 탁족하며 호젓하게 점심할 계획이었지만 이 또한 이행하지 못했다.
주계바위
간월재 임도 들머리로 가는 도중 도로에서 바라보는 풍경이다. 이틀 전에 올랐던 무등골과 주암계곡을 주계바위가 가르고 있고, 하늘과 산 색은 벌써 가을 분위기를 연출한다.
14:20 간월재 임도 들머리에서 시멘트 바닥에 드러누워 한동안 쉬었다.
임도에서 주능선 선짐재로 오르는 들머리를 노란 리본이 알려주고 있다.
임도
뙤약볕을 온몸으로 받는 구간에서는 왠지 고달픈 마음이 들기도 했다. 친구는 한참 뒤에서 힘겹게 따라 오고 있는데, 이런 상태로 신불산을 넘는다는 것은 무리다. 당초계획은 신불재 샘터에서 야영용 식수를 확보하고 삼봉능선 들머리 부근 숲 속에서 야영할 예정이었다. 간월재에 도착해서 다시 생각하기로 하고 계속 발걸음을 이어갔다.
신불산 서봉 일대의 바위지대가 눈에 들어오면서 간월재도 얼마 남지 않았음을 직감했다. 임도구간을 오롯하게 걷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작년 10월 직장야유회로 이 구간을 처음 찾았는데 당시 선짐재 들머리에서 능선으로 올라갔었다.
18:00 간월재
간월재에 도착했다. 야영과 취사를 금지하는 곳이다. 매점은 영업시간이 끝나 문이 굳게 닫혀있었고 무인 대피소는 이용 가능했다. 간월샘은 그저 고마울 따름이었다. 친구의 상태로 보아 도저히 신불산을 넘을 수 없고 간월재 주변의 다른 곳에서 야영하기도 쉽지 않았기에 무인 대피소를 독차지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밤 늦게 어르신 한 분이 들어오셨지만 그 분은 방에서 주무셨기에 우리와 무관했다. 발바닥 물집에 피로까지 겹친 친구는 다음날 아침에 하산하겠다고 하길래, 그 문제는 내일 아침에 상의해도 늦지 않다며 달랬는데 산 속의 하룻밤은 강한 기운을 받기에 충분했다.
간월재 매표소 데크에서 바라본 동해쪽이다. 치술령과 국수봉이 좌측에, 맨 뒷 능선 중간과 우측에 각각 동대산과 무룡산, 우측에 문수산이 보인다.
간월재 데크와 돌탑이 한가롭다. 이곳은 한 때 수도권 백패커들의 성지였으나 언제부터인가 저잣거리를 방불케했던 밤 풍경은 볼 수 없다. 과유불급이라 했던가. 뭐든 있을 때는 소중함을 느끼지 못하는 법이다.
마지막 다섯째 날, 간월재~신불산~단조샘~청수좌골~태봉마을(끝)
05:15 간월재 풍경이다. 아직 일출시각까진 20여분 남았다. 대피소 밖을 나가자 상쾌한 아침 공기가 폐부를 찔렀다. 일출을 기다리는 동안 간간이 긴 호흡을 하며 운해 위에 솟은 섬들을 감상했다.
좌측 맨 뒤는 토함산이다.
이렇게 간 큰 친구도 있네.
대피소 뒤로 재약산 사자봉과 수미봉이 말끔하게 보인다.
05:32 찬란한 태양이 바다에서 솟아 오르자,
어제 대피소 2층 방에 주무셨던 어르신이 손에 태극기를 들고 대한민국 만세 삼창을 힘차게 외쳤다. 나도 함께 동참했는데 속이 후련했다. 오늘이 광복절이자 건국 70주년인 매우 뜻깊은 날이다. 선배 세대가 이 나라를 만들고 지켜 왔는데 우리 후배들은 당연히 따라야 할 일이다.
일출
지금은 보기 드문 백열전구를 세워 놓은 듯하다.
간월재 매점
어르신은 하산하고 나는 아침햇살을 등에 업고 대피소로 가서 친구와 아침을 지어 먹었다. 하룻밤 자고 난 친구는 컨디션이 어느 정도 회복되었다. 짧은 시간에 치유가 가능한 것도 자연의 힘이 아닐까. 친구의 발바닥 물집을 고려해서 하산은 완만한 코스로 잡았다. 신불재 샘 상태를 확인하고 단조샘에서 점심을 한 뒤 청수좌골로 내려가는 제법 여유로운 일정이었다. 이장에게 오후 5시까지 파래소2교로 픽업하러 오라는 문자를 넣었더니 알았다는 회신이 왔다.
간월재 무인 대피소
08:00 정각 하룻밤 정들었던 대피소를 뒤로한다. 햇살은 이 시간에도 따가울 정도다.
간월재
신불산 오름 길에 간월재와 간월산을 뒤돌아보았다. 초원은 평화로운 목가적 풍경이다.
친구는 최선을 다해 오름짓을 하고 있다.
간월산 뒤로 영남알프스 북편의 운문산과 가지산, 문복산을 바라보고,
좌측으로 천황산과 재약산까지 확장해보고,
또 우측 고헌산도 잡아 보았다.
날개를 펼친 독수리
오름 길에 한 번 쉬었다가 신불산 능선에 올라섰다. 영축산은 독수리가 날개를 펼쳐 비상하는 듯한 모습이다. 독수리 부리 앞쪽으로는 천성산이고, 대운산과 장산, 그리고 금정산 고당봉까지 눈에 들어온다.
난 이 그림이 참 좋다.
이번 산행의 마지막 꼭짓점이다.
이박
친구는 정신력으로 여기까지 온 듯하다.
신불재
바람의 언덕이라는 신불재에 배낭을 두고 샘으로 갔다. 수량은 기대에 못 미쳤다. 간월재에서 마지막 밤을 보낸 것이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맑은 하늘에 날벼락이란 표현이 어울릴 듯. 신불산은 금세 깨스로 뒤덮였다. 여름 산은 이처럼 변화무쌍하다.
배내골 태봉마을 부근 터널공사 현장이 또렷하게 보인다. 첫날 친구들은 저 곳을 내려오다 부상을 입었다고 한다.
짙은 안개가 등성이를 넘는 풍경이 신비로워 걸음을 멈추고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영축산 고스락도 운무가 덮어버렸다. 8월의 억새초원도 장관이다.
하늘 풍경과 달리 억새평원은 한가롭기만 하다.
단조샘
11:00 단조샘에 도착했다. 수량은 보다시피 빈약하다.
바로 아래에 샘을 파 놓고 사리곰탕을 끓여 점심을 먹고 느긋하게 출발한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하산이다.
그늘사초
청수좌골 상단에는 그늘사초와 돌배나무가 많았다.
여기서 친구를 기다리는데 빗방울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이내 소나기로 변한다. 이 또한 싫지 않았다. 하늘이 마지막 날을 축복해주는 것 같았다.
알탕소
16:05 어느덧 청수 좌, 우골 합수지점에 도착하니 빗방울은 멎었다. 알탕소의 수량은 실망스럽지만 외면할 수는 없다. 속세로 나가기 위한 의식을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파래소2교
16:50 청수골펜션 앞 파래소2교에 도착하니 이장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렇게 4박 5일 훈련산행을 종료하고, 끝까지 정신력으로 버텨준 <이박>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