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신년에 겨울 여행을 떠난다. 행선지는 예전에 하는대로 겨울이기에 남해안으로 간다. 예전같이 넓은 지역을 둘러보는 것이 아니라 이번에는 남해안 곳곳 깊숙히 들어갈 생각이다. 가장 편한 친구인 이영민 부부와 같이 간다. 그는 운전, 산행, 음식, 유적 관광 등의 취향과 문화가 비슷해 어울리기 매우 익숙한 친구이다. 나의 차가 새로 구입한 차라 이번에는 영민의 차, TG그랜져로 간다. 우리는 평소에 쉽게 갈 수 있는 경남지방은 제외하고 호남지방 남해안을 둘러 볼 것이다. 전과 다르게 작년 2학기가 긴장감이 심했던 학기라 이번 여행에서 좀 풀 생각이다. 우리들은 1.1일 아침에 짐을 챙겨 부리나케 남으로 달린다. 우리는 경주에서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부산으로 가서 거기서 남해고속도로로 바꾸어 여수까지 단숨에 갈 것이다. 그리고 여수에서 우리들의 겨울여행은 시작된다.
경주에서 차를 달린지 2시간 반 만에 섬진강휴게소에 이른다. 섬진강이 흐른다면 경남과 전남의 경계에 왔다는 얘기이다.
휴게소에서 잠시 쉰 뒤 다시 고속도로를 달려.............
단숨에 여수에 도착한다. 우선 식사부터 해야 하니까 여수 교동시장 부근에 차를 댄다. 우리는 여기서 전국적으로 유명한 식당인 여수 구백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여수 특산물인 갓김치와 서대를 살 것이다.
여수 구백식당. 서대회로 유명한 전국구 식당이다.
서대회. 오늘은 서대를 조금 말린 것으로 낸다. 이것으로 밥을 비벼 먹는다.
이건 여수식 아구탕. 보기는 저래도 국물 맛이 죽인다.
거문도대갈치구이다. 오늘은 손님이 많아선지 알이 좀 작다. 굵은 소금을 뿌려 구운 대갈치는 고기와 소금이 같이 씹힐 때 그 맛은 일품이다. 모두들 여기 구백식당에 오면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지만, 여기에 오면 조금씩 시키면 된다. 4인이 올 때 서대회 2인분, 아구탕 2인분, 갈치구이 2인분....이 정도로 시키면 골고루 양껏 먹는다.
전체적인 식탁
구백식당에서 식사를하고 바로 향일암으로 가기 위해 돌산대교를 건넌다. 돌산대교는 전남 여수시 남산동과 여천군 돌산읍 우두리를 연결하는 다리로 연육대교이다.
1984년에 완공된 돌산대교는 진도대교와 함께 국내 최초로 사장교로 설계되었으나 진도대교 보다는 2달 늦게 완공되었다. 사장교로서 미려한 경관을 갖추기 위하여 외팔보공법(free cantilever method)을 도입하여 시공하였다. 이 다리의 건설로 섬에서 생산되는 농수산물의 육지 출하가 활발하여지고 육지의 관광객들이 섬에 드나드는 데 편의를 제공하게 되었으며, 차량 운행비의 감소와 통행시간 감소에 따른 경비의 절감을 가져왔다.
남해 금산 보리암, 양양 낙산사, 강화도 보문사와 함께 한국4대 기도처중 하나인 향일암의 입구는 이렇게 가파른 오르막이다.
이런 계단으로 금오산을 오르면 그 산정에 향일암이 있다.
향일암은 기암절벽을 올라 거침없이 탁 트인 남도의 바다를 눈 아래로 바라보는 전망대에 있다. 여수시내에서도 바다를 향해 한참을 달려가 만나는 향일암은 삼국시대 원효대사가 창건하였다고 전해지며 관음 기도의 도량으로도 유명하다. 신라의 고승이 백제의 영토였을 남도의 끝자락에 사찰을 세우게 된 연유는 알 수 없다. 절묘하게 이어지는 통로를 따라가는 길은 가슴이 툭 터지듯 절벽 사이 넓은 자리에 대웅전이 자리잡고 있다.
계단을 오르는 아내와 김정숙 선생, 그리고 친구 이영민. 아내는 산을 쉽게 오르나 김선생은 힘들어 한다. 그러나 괜찮다. 조금만 오르면 되니까. 이럴 때에 부족한 운동을 하면 된다.
길은 이런 바위 틈 통로로 이어진다.
금오산..................金鰲山..............금거북이라는 뜻이다. 산의 지형이 거북이 모양이고 바위의 표면들이 거북의 등껍질의 문양이라 그런 이름이 붙었단다. 주변에 주상절리가 있는 것으로 봐서 저런 무늬가 주상절리와 무슨 관계가 있는 지 궁금하다.
아내와 기념촬영. 우리는 중학교 동창이다.
저 앞의 이어진 섬이 거북 머리이고 거북 몸이 우리가 오르는 향일암이 있는 금오산이다.
드디어 향일암에 올랐다.
향일암은 대한불교조계종 제19교구 본사인 지리산 화엄사의 말사이다. 644년 원효가 창건하여 원통암이라 하였으며, 958년(고려 광종 9)에 윤필이 중창한 뒤 금오암이라 하였다. 임진왜란 때에는 승군의 본거지로 사용되었으며, 1849년(조선 헌종 13) 무렵에 현 위치로 자리를 옮기고 책륙암이라 하였다가 근대에 이르러 절 뒷산에 있는 바위가 거북의 등처럼 생겼다 하여 거북구자를 써서 영구암(靈龜庵)이라 하였다. 향일암으로 개칭한 것은 최근이며, 이곳에서 볼 수 있는 해 뜨는 모습이 아름답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양양 낙산사, 남해 보리암, 강화 보문사와 더불어 우리나라 4대 해수관음기도도량으로 꼽힌다. 이곳은 해상 일출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곳이며, 그 위치는 거북이 바다 쪽으로 팔을 휘저으며 들어가고 있는 형상을 취하고 있는 것이라 한다. 절 뒷산의 정상 부근에는 한 사람이 흔들거나 열 사람이 흔들거나 그 흔들림이 일정한 흔들바위가 있다. 절 일원이 전라남도 문화재자료 제40호로 지정되어 있다.
나와는 자주 여행을 다니는 이영민 부부. 지난 해에는 남해 금산 보리암에 갔다 왔었지. 1월말에 부인인 김정숙 선생(경주 경주초등학교 교사)이 서울에서 수술을 받는다 하여 미리 당겨서 온 것이 이번 여행이다.
향일암 대웅전 뒤로 가면 저런 바위가 있다. 이 산정에 거대한 주상절리 중 하나의 바위가 밑으로 굴렀는데 그 넘어져 있는 형상 그대로에 건축물을 조성한 것 같다. 주상절리는 제주도와 동해안 일부지역에서 보이지만 여기에 오면 하나씩 나타난다. 여수 향일암도 그렇지만 장흥 천관산 정상부에 가면 산정 주상절리가 장관이다. 광주 무등산 산정에도 입석대라는 주상절리가 유명하다.
대웅전 뒤편으로 숨은 듯 작은 바위 길을 따라가면 동백꽃의 보드라운 아름다움이 마음까지 편하게 만드는 곳으로 바다를 바라보고 자리한 관음전이 있다. 종교를 떠나 바라는 모든 일들을 소망하고 너른 바다처럼 넉넉한 마음을 담아본다.
관음전에서 아래를 내려다 본다. 마당바우 위에 원효스님 좌선대라는 표지가 있다. 사실일까? ㅎㅎ
관음전 뒤는 바로 금오산 정상이다. 여기서는 오르는 길이 없다.
다시 향일암으로 내려와 올라 온 길을 버리고 왼편으로 내려간다. 조금 둘러가면 다시 올라온 길과 만난다.
이번 여행은 일정이 바쁘다. 전남 남해안 지역을 둘러보기로 했는데 볼 것들이 많아 시간이 부족하다. 향일암에서 시간을 많이 보냈으니 빠르게 여수를 탈출한다. 여수엑스포로 인해 생긴 우회도로를 통해 빠르게 여수에서 벗어난다.
그리곤 단숨에 순천의 순천만으로 들어온다. 날씨가 매우 춥지만 우리는 순천만을 둘러보기로 한다.
순천만 자연생태공원 안내표시판이다.
바닷가에 갈대밭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이른 새벽에는 몽롱한 안개에 젖어 흐느적대고, 가을 오후에는 햇살을 묻혀 흩날리며, 머릿결 조차 날리지 않을 미풍에도 살며시 춤을 춘다. 갈대밭은 이 땅에서 드물지 않게 볼 수 있지만 순천만처럼 거창하고 우아하며 매혹적인 곳은 없다. 여름에는 초록빛의 대향연이 펼쳐지고, 겨울에는 탈색된 줄기들만이 바람에 춤추는 곳. 김승옥의 명작소설 <무진기행>의 무대인만큼 어딘가 몽환적인 이 갈대밭은 한번 다녀가면 더욱 진하게, 가보지 않았다면 잔잔하게 마음을 끈다.
순천만을 환경론자들은 생태계의 보물이라고 하지만 로맨티스트에게는 감성의 보고다. 갈대는 이미 식물이 아니라 감성의 언어다. 바람에 서걱이는 갈대 줄기와 기운 햇살에 반짝이는 꽃술에 흔들리지 않을 마음이 있을까. 그런 갈대가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드넓게 펼쳐져 있다면? 시 한 줄, 소설 한 편이라도 읽었다면 이 길을 걸으면서 서정적 감흥에 겨워하지 않을 이는 없으리라. 하지만 오늘은 춥다! 손을 호호 불면서 데크 탐방로를 걷는다.
명작의 무대는 내용이 사실이든 아니든 현장에 서는 이에게 정서적인 울림을 준다. 1960년대로는 파격적이라고 할 수 있는 감각적이고 현대적인 문체와 구성으로 문단에 충격파를 던진 김승옥의 대표작 <무진기행>은 무진(霧津)으로 훌쩍 떠나온 주인공의 1인칭 서술 작품이다. 무진이라는 이름만으로도 안개가 자욱한 듯 몽롱한 느낌을 주고, 작품이 의도하는 일탈과 도피의 무대로 더없이 어울려 보인다. 이 무진의 무대가 바로 순천만 갈대밭 일대다. 순천시는 <무진기행>을 기념해 갈대밭 상류의 이사천 교량교에서 갈대밭 중심인 대대포구까지 3킬로미터의 둑길을 ‘무진길’이라고 이름 붙였다.
<무진기행>은 아무래도 어딘가 스산함이 감도는 가을날, 안개마저 자욱한 이른 아침이 좋겠지만 연둣빛으로 빛나는 봄날도, 초록빛이 묻어날 것만 같은 여름도, 심지어는 본래의 갈색으로 물든 겨울마저도 매력적이다.
순천만 갈대밭을 한바퀴 돌다 나오니 낮이 밤으로 변했다. 순천만 주변이 저렇게 변했다. 예전에 별 볼 일 없던 스산한 뻘 지역이 이렇게 네온불빛으로 들어찰 줄이야! 관광이란 한마디로 웃기는 일이다. 더럽고 보기 흉하던 것들이 갑자기 볼 거리로 변해 버리는 것이다.
밤이 되어도 우리들의 여정은 여전히 바쁘다. 우리는 부리나케 벌교로 와서 <외서댁꼬막나라>라는 식당에 든다. 꼬막정식을 먹기 위해서이다. 김정숙 선생도 그렇지만 나도 무척 꼬막을 좋아한다. 어디 오늘 저녁밥은 온통 꼬막으로 배를 채우리라.
꼬막탕수육, 꼬막된장국도 보인다.
우리는 벌교에서 고흥반도로 깊숙히 들어온다. 그리고 고흥에서 숙소를 잡은 뒤 잠시 쉬다가 고흥읍내로 나와 막창집에서 한잔 기울인다. 이제 여행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이 추운 겨울에는 남해안의 반도들 구석구석으로 깊숙히 내려 가리라.
첫댓글 탐사여행기 잘 읽었습니다
등산 전문가.....여행까지??..ㅎ... 일상에서 벗어나 와이프와....친구 부부와 함께...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우리땅....남도 여행 좋습니다!! 좋은 여행 못지않게 좋은 음식을 맛보는것도 여행의 아름다운 추억이 되겠지요....훌륭한 문화유산을 접하는 일...삶의 활력소를 느끼게 하죠,,,Good!! 강교감...~~
강샘의 여행기는 언제나 내를 데려가는거 처럼 생생해서 중됙돼삔다. 강샘아내 반갑심데이~^^
몇년전 가족여행으로 변산반도에서 땅끝마을 순천만까지 둘러서 온적있는데 향일암은 못가봤네요. 저의 다음 여행지는 향일암. ㅎㅎ 좋은 사진 많이 올려주세요~~~
1월1일엔 저도 여수에 있었더랬습니다. 동시기에 같은 도시에 있었다니 감회가 남다릅니다만, 선배님의 글맛과 여행 감상같은 정취는 부족했더랬습니다. 아이들하고 있으이 경치는 모두 주마간산식으로...ㅎㅎ 잘 읽었습니다. 후속이 기대됩니다..
앉아서 여행할려니 안되겠심더...저도 남도 여행을..ㅎㅎ 잘봤습니다..
외서댁.......저도 가끔 가는 집입니당......
서울에 남호일 선배님께서 여기 들렀네요. 시사 경주인 김영길 인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