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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영월군 수주면, 주천면, 평창군 방림면, 평창읍, 횡성군 안흥면에 걸쳐 있는 높이 1,350.1m의 백덕산은 차령산맥 줄기의 이름난 산으로 능선의 곳곳에 절벽이 깎아지른 듯 서있고 ,바위들 틈에서 자라는 소나무는 분재와 같이 장관을 이루어 등산객들이 많이 찾고 있다. 산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겨울철이면 풍부한 적설량에다 곳곳에 설화가 만발해 백덕산을 찾는 등산객들에게 풍부한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정상에 서면 가리왕산과 오대산의 산군이 물결치듯 보인다. 남쪽으로는 소백산의 고운 산줄기와 서쪽으로는 치악산 능선이 한눈에 들어 온다.(푸른 산악회 산행 신청란 안내 참조)
산행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겨우 십여 명의 인원만 신청한 상태라 지인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산행을 권유했으나 다 사정이 있어서 못 간다고 하더니, 한두 명씩 늘어서 23명이 되니 산행 참가 역대 최소 인원은 겨우 면했다.
비교적 여유있게 7시에 출발한 버스는 치악 휴게소에서 아침 식사를 하고 신림 톨게이트로 나와(08:30) 우회전하여 88번 도로를 따라 영월 쪽으로 진행을 하는데, 지난 번 내린 폭설이 그동안의 강추위로 녹지를 않아서 도로를 제외한 산과 논밭은 온통 하얗다. 신림 터널과 황둔리를 지나다 보니 우측으로 감악산 등산로 표지판이 있고, 안흥 찐빵 못지 않은 황둔 찐방을 소개하는 안내판에 이어 어느 집 자녀가 사법 고시에 합격했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축하할 일이기는 하지만 금년도 사법 연수원 수료생 중에 진로를 찾지 못한 사람이 40%가 넘는다니, 고시를 합격해 놓고도 진로를 걱정해야 하는 세상이 됐다. 좌측 산허리로는 나무 중의 귀족인 자작나무가 그 고운 자태를 드러내고 있다. 원주시 신림면과 영월군 주천면의 경계인 솔치 터널(홍천군 화촌면과 서석면 경계도 솔치 터널임)을 지나 주천면에 이른다.
주천면은 예전에 술(酒)이 나오던 샘(泉)이 있어서 양반이 가면 청주가, 상민이 가면 막걸 리가 나왔는데, 어느 상민이 양반 복색을 하고 갔더니 그래도 막걸리가 나왔단다. 사람 차별한다고 샘을 파헤쳤더니, 그 때부터 술은 나오지 않고 물만 나와서 주천강을 이루었다는 전설이 있는 고장이다. 지금은 한우를 키워 생산자와 소비자간의 직거래를 하는 ‘다하누촌’이 있어서 면소재지 내에는 수십 군데의 정육점과 기본 상차림비만 내고 고기를 구워 먹는 집이 성업을 누리는 곳이다.
길가에는 분재처럼 멋있는 소나무 밑에 호랑이 상이 있고, 의호상(義虎像)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는데, 예전에 주인을 살리고 죽은 개를 기념해서 충견비(忠犬碑)를 세워 준 것처럼, 이 마을 사람 중에 누군가가 호랑이로부터 큰 은혜를 입은 듯 보이나 그 유래는 확실치 않다.
조금 더 가니 모현사(慕賢祠)라는 안내판이 있어서 보니 단종 때의 생육신인 원호 선생을 모시는 사당인 모양이다. 원호는 조선 문종 때의 학자로 세조가 단종을 몰아내고 왕위에 오르자 벼슬을 버리고 이곳으로 내려와 단종의 3년상을 치르는 등의 충절을 보인, 생육신의 한 사람이다.
411번 지방도를 따라 법흥리 계곡 방향으로 진행을 하다 보면 2009년 우리 산악회의 시산제를 올렸던 구봉대산과 법흥사 방향인데 법흥사 전방 2km 지점의 삼거리에 이르면 그 일대가 제법 넓은 교차로이고 갈림길이 나오는데, 거기서 관음사 표지를 따라 오른편 넓은 길로 가면 도로는 차량 교행이 불가능한, 좁은 1차선 도로로 변하는데 그 끝에 가면 관음사에서 흥원사로 이름을 바꾼 절이 있고 꽤 넓은 공터가 있어서 주차장을 대신한다(09:13).
출전을 앞둔 전사들처럼 버스 안에서 스페츠를 하고,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아이젠을 착용하는 등 산행 준비를 마치고, 체조와 기념 촬영을 한다. 오늘은 산행 인원도 많지 않고 임원도 별로 없어서 무전기는 5대만 지참하고, 내가 선두로 염승호님을 후미로 산행을 시작한다(09:30). 현재 날씨는 맑고 쾌청하며 바람은 별로 없으나 기온은 매우 차다.
<백덕산 산행 안내판-원래는 아래쪽 코스였으나 중간에서 계곡으로 하산함>
<주차장과 절을 잇는 조그만 철다리 >
<관음사 대웅전>
공터에서 등산 안내판을 숙지한 후 조그만 철제 다리를 건너 관음사 대웅전이 보이는 개울 옆을 따라 들머리를 찾아 산행을 하는데, 처음은 잡목 사이로 등산로가 이어지더니, 소나무 숲이 제법 울창한 곳을 지난다.
<첫번째 등산 이정표>
예전 화전민이 살던 집터로 보이는 축대를 지나니, ‘관음사 1.2km, 백덕산 정상 2.9km’가 표시된 첫 번째 이정표가 나온다(09:50). 이 때까지는 개울 옆으로 난, 약간 오르막의 평범한 길이더니, 이제부터 본격적인 급경사가 나타난다. 지난 번에 내린 눈이 아직 녹지를 않았지만, 등산객들이 제법 있었는지 길은 러셀이 잘 되어 있다. 백덕산의 정기와 태동을 느끼기 전에, 일주일 내내 숨쉬기 운동만 한 탓인지, 숨은 턱까지 차 오르고, 다리는 천근만근이다. 거기다 스틱까지 빼 놓고 왔으니 더 힘들다.
위에서 소개한 대로 백덕산은 1000m를 넘는 능선이 약 5km이상 뻗어 있어서 능선 종주의 멋이 있고, 겨울철에 눈이 한번 왔다 하면 무릎까지 빠질 정도로 쌓여 심선 산행의 대상지로 각광을 받고, 겨울철 눈 쌓인 봉우리마다 피어나는 은백색의 설화가 아름답다고 했는데, 오늘은 그런 것들을 볼 수 없어서 아쉽다. 넉넉한 품, 순백의 님에게로 향하는 발길은 여전히 쉽지 않다. 잠시 숨을 고르는 사이, 몇 사람의 회원이 선두인 나를 추월해서 먼저 올라간다. 선두 체면이 말이 아니다. 가야할 길은 막막하고 능선은 보일 듯이 보일 듯이 보이지 않고, 땀은 비 오듯 쏟아진다. 사진에 설명을 곁들인 안내판을 지나니(10:27), 높은 곳에 무덤 1기가 있다(10:37).
<비슷하지는 않지만 지도에 용바위로 표시됨>
작으면서도 눈을 하얗게 뒤집어 쓴 산죽 사이로 난 길을 따라 오르다 보니, 4단 정도로 된 큰 바위가 보이는데 용바위다. 숨도 돌릴 겸 사진 한 장을 찍은 후 계속 올라간다.
<가느다란 균열이 보이는 바위>
조금 더 오르니 이번에는 큰 바위가 조그만 돌들로 갈라진 것처럼 잔금이 잔뜩 있는 모양이 보인다.
안흥 방면 문재 방향에서 올라오는 능선은 바로 앞에 보이는데도 그 거리는 좁혀지지 않는다. 나중에 보니 우리가 올라가는 능선도 비스듬히 정상 쪽으로 되어 있어서 그랬던 모양이다.
정상이 100m 남았다는 이정표를 보자 힘이 난다.
<백덕산 정상 표지석>
온 사방이 탁트인 정상에 오른 것이 산행 약 두 시간 만이다(11:38). 정상에 오르니 선달님이 흘린 땀인 모자챙을 타고 흐르다가 고드름이 되었다. 문재 방향에서 오른 등산객들이 많아 정상이 제법 붐빈다. 정상 인증 사진을 한 장 찍고 사방을 둘러보니 조망이 기가 막히다. 백덕산 정상은 두 개의 암봉이 우뚝 솟은 쌍봉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정상봉은 4-5평 정도의 공간에 아담한 정상 표지석과 오래된 삼각점이 있으며 ‘당재 2.3km, 법흥사 3.8km’라 적혀 있다.
<법흥리 방향의 계곡과 능선들>
정상에서 사방을 둘러 보면 가리왕산을 비롯해 치악산, 소백산 등의 산줄기가 한눈에 들어온다. 우리가 올라온 법흥리 골짜기를 내려다보면 세상살이에 찌들어 답답해진 가슴이 확 트이고, 조금 전까지 나를 짓눌렀던 ‘내가 왜 이 고생을 사서 하는가’하는 잡스러운 생각을 했던 것이 부질없는 짓이 된다.
정상은 좁고 사람들은 많아서 조금 더 진행을 하다가 점심을 먹기로 하고, 신선암봉 방향으로 코스를 잡고 하산을 하는데, 중간에서 산행한 회원들이 올라온다. 조그만 구릉을 넘으니 좁은 공터가 나오는데(11:55), 일단 여기서 점심을 먹기로 잠정적으로 결정을 해놓고는, 더 좋은 장소가 있을까 하고 앞쪽으로 약 200m 정도 가 보았으나 마땅한 곳이 없다. 다시 돌아와 라면을 끓여서 점심을 먹고는 하산을 한다(12:30). 급경사와 완경사를 두루 겪으면서 25분 정도 내려오니 ‘관음사 3.4km, 정상 1.1km’라는 이정표가 있는 삼거리가 나온다(12:55). 원래 계획은 여기서 직진을 해서 신선바위봉으로 가는 것이었으나. 진행 방향을 보니 사람 다닌 흔적이 없고, 러셀이 되어 있지 않다. 회장님께 무전으로 상황을 설명하고는 관음사 방향인 계곡 쪽으로 향한다.
여기서부터 내려가는 길은 급경사다. 아이젠을 했지만, 밧줄에 의지해서 겨우 내려간다. 조심하느라고 했지만, 결국 두 번의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스틱 없는 설움을 톡톡히 치른다. 내려오다 보니 돌무덤을 보았다. 비록 눈속에 파묻혀 있기는 했지만, 봉분 위에는 잔디 대신 돌이요, 봉분 앞에도 넓적한 상석 모양의 돌이 있는 걸로 보아서 분명히 돌무덤이다. 마지막 계곡이니 수통에 물을 가득 채우라는, 올라가는 산행객들을 위한 안내판을 지나고 보니, 산밑에 옆으로 길게 누운 큰 돌이 보인다.
<자연 고인돌 안내문>
<자연적으로 이루어진 고인돌>
자연으로 된 고인돌이다. 원래 고인돌은 큰 돌을 몇 개 둘러 세우고 그 위에 넓적한 돌을 덮어 놓은 선사 시대의 무덤인데, 이 고인돌은 자연적으로 된 것이란다. 즉 석회석이 밖으로 노출되어서 비바람의 영향을 받아 자연적으로 깎인 것이라는 안내판이 있다. 목기로 유명한 남원에서, 솜씨 좋은 장인이 깎아 만든 것처럼, 가운데가 잘록한 너덧 개 정도의 다리가 있는 고인돌은 참 신기하게도 생겼다. 밑에는 무속인들이 해 놓았는지 치성을 드리는 제단과 촛불이 있다.
중간으로 질러 내려오는 바람에 후미가 도착한 시간으로 계산해도 딱 5시간이 걸렸으니(14:30) 예정보다 1시간 30분 정도 일찍 내려온 셈이다. 하산주와 저녁 식사는 원주 휴게소에서 하기로 하고 바로 출발을 해서 휴게소에 도착하니(15:41), 우리가 자주 이용하던 쉼터는 제설 작업이 되어 있지 않아, 버스로 시야를 차단하고는 휴게소 공터에 자리를 잡고, 두부를 데워 하산주를 하는 동안, 떡 만둣국을 끓여 저녁을 먹었는데, 오랜만에 먹어서인지 참 맛있다. 결국 미련스럽게 두 그릇이나 먹었다.
저녁을 먹고 출발하는데 아직도 훤하다(16:50). 원창 고개를 넘어서니 서쪽 안마산 너머로 빨갛게 노을이 지는데 그렇게 예쁠 수가 없다. 다음 팔공산 산행에는 신청자가 많으니 만차가 될 것을 기대하면서, 적은 인원이 참가한 이번 산행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며 산행 후기를 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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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오늘도 후기가 올라왔군요..들머리에서 시작부터 오르막길...정상을지나 점심식사후...게속되는 내리막길...염려되는것은 소금강님의 스틱없이 내려오시는데..제마음이 짠했습니다.저도 무릎이 아프기땜에 드릴수도 없어 죄송했습니다.그래도 좋은 후기글까지 잊지않고 적어 올려주시니 이렇게 편하게 읽을수 있는마음에 감사드립니다.수고하셨습니다.^^
어제는 연말 정산을 하러 직장에 나가느라고 낮에는 쓰지 못하고 있다가 저녁 때 몇 줄 쓰고, 아침에 마저 썼습니다. 시원치 않은 식견과 글솜씨로 산행 후기를 쓰다 보니 이제는 중언부언 중첩되는 부분이 많아졌습니다. 답글 감사합니다.
저도 오르막 계속되는데 죽는줄 알았습니다. 누가 오라는 사람도 없는데 내가 왜왔나 하고 후회를 얼마나 했는지요. 그래도 염형때문에 힘을 내서 올라가니 그 마음은 어디로 가고. 내려올 때는 신이나서 왔지요.결국에는 백덕산 정상은 처다만 보았지요. 거기 까지가서 말입니다. 끊여주신 라면은 맛나게 잘 먹었습니다. 감사하구요.. 글 잘보고 갑니다.팔공산은 잘올라가기를 바라면서요.....
지난 번 신시도 대각산에 가셨을 때는 '이 컨디션이라면 지리산도 펄펄 날겠다'라고 말씀하시더니 일주일만에 완전 다운이군요. 정상까지 2.9km는 정말 힘들었습니다. 하산할 때는 선두로 내려가셨으니 반 본전은 하셨네요. 팔공산 산행에서 뵙겠습니다.
많은 눈과 설화 영롱한 상고대를 기대 했으나 눈 많기로 소문난 백덕산엔 눈이 피해 간 듯 했습니다.시계가 좋아 치악,가리왕산등 주변 산군들의 조망이 좋아 아쉬움이 덜 했습니다.체력좋은 회원 몇명 있었으면 신선암봉 구간 러셀 시도해 볼만 했는데 이래저래 아쉬움이 좀 남는 산행이었습니다.다음 팔공산 산행은 만차가 예상되어 토요일 마음 편안하게 출국 할 수 있겠습니다.수고 많으셨습니다.팔공산 산행도 수고 해 주세요.
눈 온지 보름이 지났으니 그럴만도 합니다. 좋은 추억 많이 쌓으시고 오시기 바랍니다.
집안행사로 겨울백덕산행은 함께하지 못했지만 소금강님의 후기글을 보며 편안하게 잘 다녀왔습니다...감사합니다.
시어머니 생신은 잘 차려 드렸는지요? 산행 인원이 적은데다가 총무님까지 안 계시니 더욱 썰렁했습니다. 팔공산 산행에서 뵙겠습니다.
육 칠년전 제가 어느 산악회를 따라서 눈이 무지 많이 왔을때 겨울 첫 산행을 아마 백덕산에서 했던기억이 새롭습니다. 후기 읽으며 파란 하늘에 하얀 눈꽃이 가지마다 열렸던 백덕산 사진을 컴터에서 꺼내보며 백덕산행을 대신했습니다. 늘 애 많이 쓰시는 소금강님 팔공산 산행에서도 수고 많이하시겠군요^^ 안전산행을 기원합니다.
백덕산은 겨울 산행이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이번에는 지난번에 내린 눈만 있어서 조금 아쉬웠습니다. 좋은 것 많이 보고 오십시오.
오랫만에 푸른 카페에 서 머물다갑니다. 그동안 이런저런일에 몹시 바쁘게 사노라고 ..........백덕산에서 처음으로 푸른산악회를 알게 되었고
벌써 4년이 다되고 있는것 갔습니다 . 어느결에 그리 시간이 흘렀는지............ 백덕산은 겨울에 가야 멋지다고 그때 누가 그렀는데
후기를 읽으면서 잠시 처음 힘들게 친구따라 무조건 쫒아 올랐던 기억을 되살려봅니다.
푸른 산악회에서의 백덕산 산행은 안흥과 평창의 경계인 문재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그 코스와 겹치는 것은 정상밖에 없었습니다. 날씨가 좋아서 조망이 좋았던 것이 인상적입니다. 자주 들어오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