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마을에서 가장 소중한 ‘마을의 보물창고’가 도서관이라고 했다. 그런데 마을 도서관을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그들은 재정 지원도 하고 도서관 봉사와 인문학 강좌와 프로그램 지원도 한다. 또 마을마다 주민들 스스로 진행하는 도서관 운동을 통해 마을공동체와 교육공동체에 기여하고 있다. 후원금 월 2천원으로 뜻깊은 일들을 하는 이들이 바로 ‘한국도서관 친구들’이다. 한국도서관 친구들은 서울과 부산, 제주와 울산, 진주, 원주, 부천 등 전국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울산에도 도서관 친구들 지부가 있다. 울산도서관 친구들은 주로 공공도서관과 작은 도서관에 인문학 강연과 문화공연을 지원한다. 울산도서관 친구들은 지난해 지역 도서관의 요구에 따라 좋은 행사가 되도록 후원을 아끼지 않았다. 또 오는 30일 강동 바다도서관 개관 기념으로 강동도서관 옥상 쉼터에서 진행하는 ‘그림책 읽어주는 클래식 콘서트’도 후원하고 함께한다.
울산도서관 친구들은 전국의 도서관을 탐방하면서 새로운 모범을 배우고 울산도서관을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을 해 오고 있다. 올해는 4월 28일과 29일 1박2일 양일간 제주지역 도서관 탐방을 다녀왔다. 교육청 공공도서관을 위탁받아 모범적으로 운영하는 ‘제주도서관 친구들’을 만나 도서관 운영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서이다.
이번 제주도 도서관 탐방은 제주도친이 위탁 운영하는 ‘하늘길 방음작은도서관’과 학교도서관이자 마을도서관인 ‘김영수 도서관’ 그리고 교육청이 직접 운영하는 ‘별이 내리는 숲 제주 어린이도서관’을 방문하는 것으로 진행됐다. 3곳 모두 시민들이 오고 싶은 도서관으로 꾸미고 편안하게 이용하도록 하나하나 이용자 중심과 요구에 맞게 만들었다.
첫 번째로 방문한 김영수도서관은 제주북초등학교에 있는 학교 도서관이다. 김영수 도서관은 이 학교 출신인 김영수님의 기증으로 개관됐다. 제주북초는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학교이며 김영수 도서관은 도서관이 없는 이 지역을 위해 학교가 마을도서관으로 사용하도록 했다. 도서관은 김영수도서관 친구들이 운영한다. 이곳 김영수 도서관은 주민들과 아이들의 요구에 맞게 꾸미고 운영한다고 한다, 화장실을 아이들의 요구를 받아 신발 없이 맨발로 이용할 수 있는 건식화장실로 설치한 것이 한 예다.
두 번째로 방문한 ‘별이 내리는 숲 제주 어린이도서관’은 크기가 울산의 시립도서관 정도로 광범위하고 어린이들이 편하게 쉬면서 독서할 수 있는 공간들이 많았다. 아이들과 함께 가족 단위로 하루 종일 도서관에서 보낼 수 있도록 편의시설이 잘된 도서관으로 도서관 이름처럼 ‘별이 내리는 듯’한 아름다운 어린이도서관이었다. 일요일 늦은 오후에도 부모님들과 어린이들이 도서관을 이용하고 있었다. 바로 옆에 제주도서관과 문화센터가 있다 보니 제주의 많은 시민들과 청소년들이 찾았다.
세 번째로 방문한 곳은 제주도친 회장님이신 허순영 관장님이 운영하는 ‘하늘길 방음 작은도서관’이다. 이 도서관은 제주공항공사가 비행기 소음으로 고통받는 주민들을 위해 기증한 도서관으로 방음이 너무 잘 되어 비행기 소음이 전혀 없도록 만들었다. 하루 종일 비행기 소음에 시달리는 주민들이 도서관에서 만큼은 조용하게 책을 보고 토론할 수 있도록 만든 배려다. 그래서 이름도 ‘하늘길 방음 작은도서관’으로 지었다고 한다. 3층 건물 구석구석을 주민들을 위해 꾸미고 이용하기 편하게 만들었다. 지금은 장애인을 위한 시설과 4층 옥상을 꾸미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제주도서관이 지금처럼 만들어진 것은 제주도친 허순영관장님의 도서관에 대한 남다른 열정과 주민에 대한 애정이 있었던 것 같다. 순천 기적의도서관 관장을 역임하면서 전국 최고의 어린이 도서관을 만들었고 그 후 고향인 제주도에 귀향해 고향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공공도서관을 다니며 도와줄 것을 찾고 주민들을 교육하는 등 제주도서관 운동을 시작했으며 지금처럼 주민이 사랑하는 도서관을 만들었다. 지금은 47개 작은도서관을 도와 주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신다고 한다. 그동안 가족사랑쉼터 ‘뜨락’도서관 운영지원 등 소외계층을 위한 도서관 지원사업을 비롯해 작가 초청프로그램, 제주교육지원창과 연계한 책 보따리 사업, 그림책 문화 활동가 육성 및 책 읽는 모임 지원, 그림책을 품다 프로젝트 사업 등 다양한 사업을 주민들과 함께 주민들 스스로 하도록 만들어 왔다고 한다.
이번에 울산도서관 친구들의 제주도서관 탐방과 제주도서관 친구들을 만난 것은 너무 보람되고 유익한 시간이었다. 제주도서관 탐방이 일회성 여행이 아니라 울산 지역의 도서관과 도서관 운동이 발전하는 밑거름이 되면 좋겠다. 동네도서관이 세상을 바꾼다는 말처럼, 도서관이 마을공동체의 중심이 되는 제주의 사례처럼 울산도 새로운 도전을 해 보면 좋겠다. 공동체가 중요한 현시대에 도서관 역할의 중요성과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는 보람 있는 시간이었으며 울산도서관 친구들이 울산지역 도서관의 혁신과 변화에 도움이 되고 전국에서 모범이 될 수 있는 도서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 보자는 꿈과 희망을 가지게 한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