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남이 필리핀 출국하려고 수속중이다. 꽃남이는 7살 말티즈 남아이고 3년전에 필리핀 여행을 15일동안 한적이 있다.
이미 3년이란 시간이 지나 기억도 잘 나지 않고 필리핀 검역규정이 바뀌었을 수도 있어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있다.
요즘엔 반려견 해외여행이 흔해서 대행업체가 많이 생겼지만 필리핀은 자가 검역을 해도 될 만큼 쉽다.
일단 필리핀에서 애견이 들어가는걸 관장하는 기관은...
필리핀 농무부 산하 동물관리국이다. 케손시티에 위치하고 있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올려면 이곳을 방문해서 수출허가증을 받아야 한다.
일단 필리핀에 가기위해선 보통 한달 반전에 준비를 시작하는게 좋다.
처음으로 준비하는건 건강증명서이다. 이건 동물병원에 가면 서식이 있는데 가기 30일 안에 발행해야 한다. 일단 병원에 들려 필리핀 출국 수속을 밟기 위해 백신을 주사해야 하는데 주사를 맞으면 병에 있는 스티커의 고유번호를 이 증명서에 기입한다.
당장 받지말고 그냥 수의사 컴퓨터에 저장하고 출국 3일전에 프린팅하면 된다.
일단 필요한 주사는 디스템퍼,헤파티티스,렙토스피로시스,파보바이러스,아데오바이러스 이렇게 5가지다. 이중 3가지는 병원에 있는 rDAPP 종합백신으로 커버된다. 단 헤파티티스와 렙토스피로시스 이 두가지만 따로 주문해서 접종하면 된다. 중요한건 저 5가지를 수의사에게 공지하고 접종한 다음 건강증명서에 적어야한다.
다음은 광견병 예방주사. 필리핀은 광견병 항체가 검사서 필요없이 접종만 하면되는데 한국에 올땐 항체가 검사가 필요하다. 해서 접종하고 보통 두 주후에 피를 채취해서 검사서를 받아야 한다. 필리핀은 광견병이 매우 흔하다. 반려견을 위해서도 항체가가 빵빵한게 좋다.
여기까지는 간단하고 동물병원에서 다 처리해 준다.
단 3항의 경우 증명할 방법이 없다. 6개월간 우리동네 20km 반경내에서 광견병 발생여부는 며느리도 모르고 시청도 모른다. 실제로 시청이나 정부관청에 전화해도 잘 모른다.
이건 출국직전 수출허가서 공항에서 받을때 그냥 수출허가서에 영어로 기입하면 된다. there has been no rabies outbreak inside 20km radius of my resident during 6 months period time. 공항 사무소에서도 그냥 기입해 준다.
다음은 필리핀쪽 수입하가서를 받는다. 요즘 전산화되어 편해졌다. www.intercommerce.com.ph 여기 가서 회원가입하고 신청하면 된다. 허가서 나오면 출력해서 지참.
이제 비행기 예약(아시아나,대한항공,진에어만 가능)만 하고 항공용 캐리어 구입하면 된다. 일주일전부터 캐리어에 한두시간 가두어 놓고 적응훈련 실시.
꽃남이는 캐리어에 있는거 싫어해서 훈련이 필요하다. 어차피 4시간 안짝이면 도착하고 기내에 들어가서 내 무릎 밑에 있으니 큰 문제는 없다.
여기까지 하는건 뭐 큰 문제가 없는데 중간에 약간 멘붕 오는 지점이 있다. 여기서 포기하고 전문업체에 맞기는 경우가 생긴다.
주한 필리핀 대사관 공지사항에 의하면 건강증명서를 요구한다. 근데 문구에서 보듯 대사관인증(레드리본)이 되어 있어야 한다.
일단 수의사가 출력해준 건강증명서를 경리단길 필리핀대사관에 방문해서 대사관인증을 받아야 한다는거다.
대사관인증을 할려면 건강검진서를 외교통상부에 가서 영사확인을 받아야한다. 그럴려면 공증사무소에 가서 공증부터 필요하다.
필리핀은 아포스티유 미가입국이라서 이런 복잡한 공증 인증이 필요하다.
공증-외교통상부 영사확인-필리핀대사관 영사인증 이 절차를 거치면 문서에 빨간색 리본을 달아준다. 이렇게 된 문서는 완전히 신뢰할 수 있기때문에 중요 공문서는 이 절차를 거친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문서 위조를 방지하기 위함이다. 동네 동물병원에서 임으로 발급된걸 필리핀 정부에서 믿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이렇게 복잡한 절차를 두는 것이다. 실제로 이 단계를 거처서 필리핀에 가신분도 있다.
그런데 로스엔젤레스 필리핀 영사관을 들어가보니 영사인증은 필요 없다고 되어있다. 단 2018년 6월 1일부터 마이크로칩 이식이 필수로 되어 있다.
여기서 멘붕이 와서 필리핀 대사관에 전화를 시작했다. 물론 필리핀 대사관 전화통화 거의 불가능하다. 1시간정도 계속 시도해도 연결되지 않는다.
결론은 한국 필리핀대사관과 전화통화는 불가능하다.
사실 대사관 욕하는건 우리나라 국민만의 스포츠가 아니다. 전세계 모든 민족들이 대사관 욕을 한다.
대사관 직원은 슈퍼맨이어야 하고 자국민이 위기에 빠지면 어디선가에서 홀연히 나타나야 하는거다.
주필리핀 한국 대사관은 꽤나 근사하고 크다. 이런 고급진 건물에서 일하면 좀 더 열심히 해야하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 지난 10년간 한국내 모국가 대사관과 여러번 일을 했는데 의외로 열심히 일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단지 직원 숫자가 업무량을 감당하지 못하더라.
필리핀 한국대사관도 교민이 만명 정도 된다면 어떻게 해볼 수 있겠지만 교민숫자는 거의 10만이고 관광객 숫자는 연 160만이 방문한다.
예컨데 과천정도의 인구 6만7천 도시의 시청 공무원 숫자와 동사무소와 소방서와 경찰서의 인원을 감안하면 필리핀 대사관은 서울시청 규모는 되야 한다.
더군다나 필리핀 관공서의 일처리 속도와 부패정도를 감안하면 7107개의 섬이 있는 나라에 산재해 있는 교민들을 위해 봉사할려면 몇명이 필요한가? 필리핀 대사관 영사가 이민국에 가서 항의한다고 문제가 바로 해결되지도 않고 해결된다고 해도 영사가 최소 열명은 되야 어느정도 일이 될거다.
동네 동사무소 직원숫자 정도는 바기오에 있어야 한다. 마닐라라면 지금 대사관이 두세개는 더 필요할듯하다.
또 한국은 꼰대문화가 있어서 본국에서 고위층 몇명만 방문해도 대사관 업무에 과부하가 걸리기 쉽다. 한국 고위공무원들은 신생아 같아서 밥까지 다 먹여줘야 한다고 어느 대사관에서 20년 일한 직원이 말해주더라.
여하튼 타지생활을 하다보면 교민들끼리 모여서 대사관 씹는 재미도 무시할 수 없으니 앞으로 욕을 하지 말라는 소리는 아니다. 욕먹는것도 대사관의 주요 업무 중 하나이다.
참고로 주비 한국대사관과 나는 아무런 관계가 없고 그동안 해외생활하며 대사관 욕을 나도 많이 했다. 그리고 앞으로 기회가 되면 또 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