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고장 맛이야기 60 곳
섬진강 근처에 사는 아낙들은 은어를 가리켜 ‘서울 아가씨’라고 부른다. 몸은 날씬한 은빛이고 입술은 연지를 바른 것처럼 불그스름하기 때문인데, 이 별명에는 또 다른 의미가 숨어 있다. 해마다 여름이면 은어가 섬진강을 거슬러 올라오는데, 마을 근처 사내들은 이때를 기 ...
제철 정보:7월, 8월
사철 내내 바닷장어를 잡으며 살아가는 고흥 도화면 발포리 마을 옆의 야트막한 동영산 봉우리에는 낡은 비석 하나가 우뚝 서 있는데, 여기에는 가슴 아픈 사연이 전해지고 있다. 임진왜란이 끝난 후, 발포리에는 매년 흉년이 계속되었고 전염병까지 돌아 마을 사람들의 고생이 ...
제철 정보:연중
‘동에 순천, 서에 강진’이라는 말이 있다. 토지가 비옥한 강진이 순천과 함께 전라도에서 가장 부유한 고을이었다는 뜻. 그만큼 강진은 부자들이 많았다. 조선 후기, 수라간 상궁 한 명이 강진 목리(木里)로 귀양을 오게 되었는데, 부자들이 많이 모여 살던 목리의 아녀자들 ...
3개월마다 한 번씩, 보통 여덟 마리에서 열다섯 마리나 새끼를 낳는 돼지. 아무 거나 잘 먹는데다가 새끼를 많이 치는 돼지는 옛날부터 농가에 돈을 벌어다주는 중요한 가축이었다. 그런데 돼지가 하도 새끼를 많이 낳다 보니, 가끔은 불상사가 생기기도 했다. 뱃속에서 죽은 ...
정읍시의 내장산 단풍은 ‘대한 8경’ 중 하나로 꼽힌다. 단풍잎이 작고 얇아 색이 유난히 선명하게 물들기 때문이다. 이렇듯 단풍으로 유명한 내장산의 원래 이름은 산속에 있는 사찰 영은사의 이름을 딴 ‘영은산’이었다. 영은산은 굽이굽이 굴곡진 계곡이 많아 사람들이 산속에 ...
예로부터 전주는 자타가 공인하는 양반의 고장이었다. 양반은 음식을 먹을 때도 격식을 차렸을 터인데, 이것저것 한꺼번에 막 섞어 먹는 비빔밥이 전주의 대표음식이 된 것은 무슨 까닭일까? 해답은 간단하다. 전주비빔밥은 이것저것 대충 섞어 만드는 음식이 아니라, 그 화려함과 ...
지금은 ‘장수한우’가 유명하지만 장수사람들은 원래 소보다는 말을 더 많이 키우며 살아왔다. 장수가 고랭지인데다가 초원이 많아 말을 키우기에 안성맞춤이었기 때문이다. 넓은 초원에서 말을 타며 살았기 때문인지 장수사람들은 예전부터 유난히 성격이 시원시원하고 호기로웠단다. ...
섬진강 상류의 맑은 물이 흐르는 임실군 강진면 일대는 다슬기가 많이 잡혔다. 다슬기는 하천이나 호수 등 물이 깊고 물살이 센 곳의 바위틈에 무리지어 살다가 밤이 되면 바위 위로 기어 올라오는 특성이 있다. 밤이 되면 강진면의 개천은 바위마다 다슬기가 가득했다. 요즘에는 ...
제철 정보:9월, 10월
‘미륵사지석탑’의 고장 익산이 ‘오리의 명가’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초반. 이곳에 우리나라 최대의 오리, 닭 가공업체가 자리를 잡으면서부터다. 자연스레 익산 주변에는 오리를 키우는 농가가, 시내에는 오리고기를 요리하는 음식점이 하나둘 들어서기 시작했다. ...
진하고 깊은 맛으로 이름난 화심순두부의 역사는 1960년대, 완주 운장산 밑자락 소양면 화심리에서 두부공장을 운영하던 부부에게서 비롯되었다. 그 부부는 정성들여 만든 두부 맛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지만, 쏟은 정성에 비해 두부가 잘 팔리지 않았다. 모두가 가난한 시절, ...
고려 말, 이성계가 순창에 살던 스승 무학대사를 찾아가던 중에 허기가 져 한 농가를 찾아 밥 한술을 청했다. 가난한 집 주인은 딱히 내놓을 반찬이 없어 고추장 하나만 덩그러니 상에 올렸다. 아무리 가난한 농가라지만 손님대접이 이러면 쓰나, 하면서도 배고파 수저를 들었는 ...
부안군 계화도에서는 백합을 ‘생합(生蛤)’이라고 부른다. 물 밖으로 나와도 한 달 넘게 죽지 않고 살아 있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계화도 사람들은 갯벌에서 잡아온 백합을 문지방 앞에 깔아두고 지나다닐 때마다 지그시 밟아주었는데, 이렇게 계속해서 자극을 주면 백합은 껍 ...
내륙 속의 섬이라는 뜻인 ‘내도(內島)’라는 별명을 가진 무주. 반딧불이가 사는 청정고장이며 금강 상류의 맑고 깨끗한 물로 인해 민물고기의 천국이다. 예로부터 우리나라에는 강을 끼고 있는 고장이라면 전국 어디서든 어죽을 끓여먹는 풍습이 전해오는데, 무주도 예외가 아니었 ...
남원에서는 추분이 지나고 찬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하면 논의 물을 빼고 도랑을 쳤다. 겨울잠을 자기 위해 논바닥 밑으로 기어들어간 미꾸라지를 잡기 위해서였다. 남원사람들은 이런 방식으로 추수가 끝난 논에서 미꾸라지를 잡아 국을 한 솥 끓여 동네잔치를 벌이곤 했는데, 이때 ...
삼한시대부터 ‘벼 고을’을 뜻하는 ‘벽골’이라 불린 김제는 우리나라 최대의 곡창지대 가운데 하나다. 쌀을 많이 생산하기 위해서 필수적인 것은 너른 평야와 풍부한 물. 김제에는 지평선이 보일 정도로 넓은 김제평야가 있을 뿐 아니라, 그 주변으로 만경강과 동진강이 흐르고 ...
제철 정보:10월, 11월, 12월
가녀린 여성도 밥 한 공기는 우습게 비워 내게 한다는 밥도둑, 꽃게장. 서해안 어민들이 꽃게를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다가 개발한 음식이다. 꽃게장은 게가 많이 잡히는 서해 연안에서 쉽게 맛볼 수 있지만, 최고로 치는 것은 단연 '군산 꽃게장'이다. 하지 ...
‘풍천장어’를 ‘풍천지방에서 나는 장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풍천은 지명이 아니라 조수간만의 차가 큰 서해안이나 남해안과 접해진 강 중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지점을 이르는 말. 이런 곳엔 흔히 물결이 회오리치고 거센 바람이 일어나 ‘풍천’(風川)이라 ...
충주에는 3대 명물이 있다. 월악산, 수안보 온천, 그리고 꿩 요리다. 원래 우리나라에서는 전통적으로 궁중에서 민간에 이르기까지 꿩을 즐겨 먹었다. 고려·조선 시대에는 ‘응방(鷹房)’이라는 관청에서 매사냥을 통해 꿩을 잡았고, 민가에서는 함박눈 내리는 날이면 뒷산에 덫 ...
제철 정보:3월, 4월, 5월, 6월
내륙 지방인 청원에서는 바다생선이 귀했다. 그래서 강이나 호수에서 잡은 민물고기를 즐겨 먹었다. 하지만 대청호가 조성되기 전, 큰 강이나 호수 대신 작은 시내가 많은 청원군에서는 잡은 민물고기도 그나마 자잘한 게 대부분이었다. 작은 물고기는 끓여먹기에도 구워먹기에도 마 ...
진천의 계양마을은 화랑마을이다. 화랑 최고의 자리인 국선까지 올랐던 김유신 장군의 탄생지이기 때문이다. 또 ‘살아서는 진천에’라는 뜻의 ‘생거(生居)진천’이라는 말도 있듯이, 예로부터 살기 좋고 풍요로운 고장으로 정평이 났다. 들이 넓고 수리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농업 ...
옛날부터 증평사람들은 활력이 넘치고 장수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증평으로 시집 온 새색시들은 부엌에 들어가 상을 차리면서 바로 그 이유를 깨닫는다. 다른 고을에서는 1년에 한 번 구경할까 말까 한 인삼을 증평에서는 김치와 나물에도 넣어 먹고, 우려서 물처럼 마시니 그럴 ...
제천과 그 주변지역은 약초가 자라기에 딱 좋은 곳이다. 차령산맥과 소백산맥 사이에 폭 파묻혀 있어 해가 짧고 일교차가 큰데다, 고랭지여서 여름에도 서늘하고, 땅에 석회질이 많아 물이 잘 빠지기 때문이다. 이는 약초가 자라기에 더없이 좋은 세 가지 필수조건. 여기에 사통 ...
고속도로 휴게소가 ‘잠시 들러 한 끼 때우는’ 곳이라고?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라면에 김밥, 설렁탕 등 고만고만한 메뉴를 그저 그런 맛으로 운영하는 휴게소 가운데도 유명한 맛집 못지않은 음식 맛을 자랑하는 ‘스타 휴게소’들이 몇 군데 있다. 이런 곳들은 ‘전주비빔밥 ...
생선국수는 매운탕에 단지 국수만 말아놓은 것이 아니다. 몇 백 마리의 민물고기를 6~7시간 푹 곤 ‘생선 진국’에 잘 삶은 소면이 푸짐하게 들어가 있어야 제대로 된 생선국수다. 단백질과 칼슘 등이 풍부한 최고의 영양식인데다, 특히 민물고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사족을 못 ...
가을걷이가 대충 끝나가고 귓전의 바람이 제법 쌀쌀해질 무렵이면 영동의 농민들은 은근히 기다리는 게 있었다. 논일을 일찍 마무리하고 해가 뉘엿뉘엿 지기 전, 삼삼오오 모여 향하는 곳은 동네 강가. 한창 불을 지핀 커다란 솥 안에서는 벌써부터 먹음직스러운 냄새가 새어나와 ...
속리산이 자리한 보은은 땅의 기운이 정결하고 맑아 온갖 기기묘묘한 약초가 자생해 왔다. 보은에서 내는 약초산채정식과 약초비빔밥에 들어가는 약초들은 모두 속리산 고산지대에서 자생하는 것들이다. 이를 근처 산기슭 텃밭에서 직접 무공해로 가꾸어 반찬으로 낸다. 야생하는 것들 ...
쏘가리는 예로부터 초야에 묻혀 은둔하는 선비나 깊은 산속에서 무예를 수련하고 있는 무사를 상징하는 고귀한 물고기로 사랑받았다. 맑은 물이 흐르는 강이나 하천의 바위 밑에서 조용하게 숨어 살다가 피라미 등의 먹잇감이 나타나면 포효하는 맹수처럼 튀어나와 순식간에 집어삼키는 ...
조선시대 괴강 주변의 천렵꾼들에게 메기는 밤의 제왕 같은 물고기였다. 넙적한 아가리에 탐욕스런 생김새하며, 야밤이면 돌 틈에 숨어 있다가 작은 물고기부터 개구리까지 닥치는 대로 먹어치우는 왕성한 식욕은 가히 포악스러웠다. ‘민물고기의 으뜸’이라 하여 종어(宗魚)라 불렀 ...
제철 정보:5월, 6월
조개 중에서도 ‘명품’이 있다. 이른바 ‘귀족 조개’라고도 불리고, ‘황금조개’라고도 불린다. 일본 최고 미식가들은 이것을 한번에 먹는 게 너무 아까워 입 안에 넣었다 뺐다 한다는 말까지 있을 정도. 그러나 천연기념물인 검은머리물떼새는 이것을 하루에 수십 개씩 먹어치운 ...
제철 정보:1월, 2월, 3월, 12월
태안에서는 박을 넣어 시원한 맛을 낸 국물에 낙지를 넣어 살짝만 데쳐 먹는다. 이것이 바로 ‘박속밀국 낙지탕’이다. 이 재미있고 맛있는 이름 뒤에는 보릿고개를 넘어야 했던 우리 부모들의 소박한 지혜가 숨어 있다. 너나없이 먹을 것이 귀하던 시절, 사람들은 밥 대신 ...
제철 정보:9월, 10월, 11월
최근 팝스타 마돈나, 영화배우 엘리자베스 헐리 등 해외 유명 스타들이 즐겨 먹는 건강 음식으로 알려지면서 유명세를 탄 것이 바로 빨간 열매, 구기자다. 콩 정도의 크기지만, 비타민 C와 철분 등 영양성분이 다량 함유돼 있어 미국과 유럽에서는 자양 강장제로 각광받고 있다 ...
천안의 병천장은 30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유서 깊은 장터. 하지만 이곳에 순대가 등장한 것은 50년이 조금 넘는다. 6.25가 일어나 온 국민이 전쟁의 참화와 가난으로 허덕이던 시절, 병천에 서양식 햄 공장이 들어섰다. 돼지고기를 가공하다 보니 부산물이 많이 생겨 ...
붕어는 잉어나 쏘가리 같은 민물고기에 비해 흔하고 하찮은 물고기로 여겨져, 맛도 잉어나 쏘가리만 못하다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한국 토종붕어의 진정한 맛은 일찍이 조선 왕궁에까지 잘 알려져 있었다. 조선 17대 왕인 효종은 평생 마음고생이 많았다. 인조의 둘째 ...
주말이 되면 충남 연기 일대는 ‘연기’를 찾아 몰려든 사람들로 온 마을이 북새통을 이룬다. 충남 연기(燕岐)에서는 하얀 연기(煙氣)가 보이면 자신도 모르게 배가 고파지고 입안에 침이 고일 정도. 이 연기란 바로 연기군에서 유명한 숯불돼지갈비를 노릇노릇하게 구워내는 참숯 ...
조수 간만의 차가 매우 심하고, 소금기가 많은 바닷물이 하천 깊숙한 곳까지 밀려들어오는 아산만. 강과 바다가 만나는 아산만은 게, 새우, 실지렁이, 작은 물고기 등 풍부한 먹이 덕에 옛날부터 민물장어가 많아, 이곳 주변에 사는 어부들은 철 맞춰 그물만 내걸면 살이 통통 ...
제철 정보:5월, 6월, 7월, 8월, 9월, 10월, 11월
벼가 누렇게 익을 무렵, 서천 바닷가 사람들은 고소하고 기름진 생선을 목 빠지게 기다렸다. 그 주인공은 다름 아닌 전어인데, 「세종실록지리지」에도 나와 있을 정도로 우리 조상들이 옛날부터 즐겨 먹었던 생선이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도 ‘기름이 많고 달콤하다’고 기록된 ...
제철 정보:9월, 10월, 11월, 12월
서산의 간월도 굴밥을 처음 먹어보는 사람은 맨 처음 솥뚜껑을 열었을 때 실망할지도 모른다. 다른 지역의 굴은 어른 엄지손가락만큼 큼지막한데, 밥 속에 박힌 간월도 굴은 2센티미터나 넘을까 싶을 정도로 자잘해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조그마한 굴이 진짜 간월도 굴이 ...
제철 정보:1월, 2월, 12월
해마다 여름철이 되면 부여 서동공원 ‘궁남지’에서는 연꽃의 향연이 펼쳐진다. 부여읍 남쪽에 자리 잡은 궁남지는 백제 무왕 때(634년) 만든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정원. 서동이었던 무왕이 신라에서 시집 온 선화공주의 향수를 달래주기 위해 배를 띄우고 함께 놀았다는 이야기 ...
제철 정보:5월, 6월, 7월, 8월
시저, 나폴레옹, 카사노바, 클레오파트라의 공통점은? 모두가 굴을 즐겨 먹었다는 것! 서양에서는 일찍부터 굴이 글리코겐과 아연이 풍부해 남성에게는 정력제, 멜라닌 색소를 분해하는 성분이 들어있어 여성에게는 미용식으로 알려졌다. 「동의보감」에서도 ‘굴은 몸을 건강하게 하 ...
조선 후기 정조의 총애를 받았던 실학자 이덕무의 「청장관전서」라는 시문집에는 선비들의 일상예절에 관한 부분이 있다. 여기에는 ‘게 껍질에 밥을 담아 먹지 말라’는 대목이 나온다. 체면을 중시하는 선비조차 게 껍질에 비벼 먹는 밥맛의 유혹을 이기지 못했던 것. 이러한 꽃 ...
제철 정보:3월, 4월, 5월
강경이 유명한 포구로서 농수산물 집산지가 된 것은 금강 덕분이다. 군산에서 금강을 타고 내륙 깊숙이 자리 잡은 강경까지 돛단배가 들어왔는데, 덕분에 강경시장은 광복 전후까지 ‘1평양, 2강경, 3대구’라 부르는 전국 3대 시장의 하나가 되어, 봄철 성어기 때는 하루 1 ...
지금으로부터 1500여 년 전, 금산에 성이 강씨인 어질고 효성 지극한 선비가 살았다고 한다. 홀어머니가 몸져눕자 진악산 관음굴에 가서 지성으로 어머니의 쾌유를 빌었는데, 어느 날 꿈에 산신령이 나타났다. 산신령은 강씨에게 ‘관음봉 암벽에 빨간 열매가 세 개 달린 풀이 ...
1950년 무렵, 공주를 기점으로 오가는 시외버스 기사들은 종점에 도착하자마자 부리나케 어디론가 달려갔단다. 주변사람들이 ‘어디로 가느냐?’고 물어보면 하나같이 ‘장국 한 술 뜨러간다’고 대답하며 사라지곤 했다고. 버스 기사들이 달려간 곳은 정류장 앞의 한 국밥집. 허 ...
조선왕조를 창건한 이성계는 옛 고려의 지배계층들과 단절하고자 새로운 도읍지를 물색했다. 명을 받은 무학대사는 신도안(계룡산 남동쪽 기슭)에 와서 계룡산의 산세를 보고 ‘금계포란형 (金鷄捕卵形, 금 닭이 알을 품고 있는 형상)이요, 비룡승천형 (飛龍昇天形, 용이 날아오르 ...
바지락 칼국수 잘 하기로 유명한 고을은 많다. 그러나 바지락 자체의 품질로 치자면 화성 궁평리와 제부도 바지락이 제일이라고 화성사람들은 말한다. 이곳의 깨끗한 바닷물과 썰물이면 3~4km까지 펼쳐지는 넓은 갯벌 덕분에 바지락이 유난히 맛이 진하고 쫄깃하다는 것이다. 그 ...
하남에는 원래 크고 작은 개천이나 웅덩이가 많아 닭보다 오리를 풀어 놀려가며 키우기 쉬운 동네였다. 그러다 오리농법을 시작한 것은 1968년. 유황 먹인 오리를 키워내기 전인 1970년대에도 하남 오리는 가슴살이 탄력 있고 불룩하기로 유명했다. 허약하고 기가 약한 사람 ...
포천 이동면의 갈비는 전국적으로 소문난 향토음식이다. 지금이야 산정호수니, 백운계곡이니 국망봉 등반이니 해서 관광객이 많지만, 그때만 해도 포천을 찾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군대에 들어간 아들이나 친구의 면회를 위해 온 사람들이었다. 군대 가면 배곯고 고생하는 게 당연했던 ...
옛날부터 ‘평택으로 시집가면 밥걱정, 반찬걱정 안 한다’라는 말이 있다. 평택 꽃게, 평택 쌀 등이 유명해서인데, 맛있는 쌀이 있고 밥도둑이라는 별명까지 붙은 게장이 있으니 그럴 만도 했다. 특히 평택에서 잡히는 꽃게는 암적색 마름모꼴이 선연하고 맛이 달 뿐 아니라 실 ...
제철 정보:1월, 2월, 3월, 4월
해마다 4월 중순께가 되면 미식가들의 눈은 임진강으로 쏠린다. 예전부터 귀한 대접을 받았지만, 지금은 귀하다 못해 ‘금복’이라 불리는 황복이 임진강을 거슬러 올라오기 때문이다. 옛날에는 영산강, 금강, 한강 등 서해와 연결된 강에서 황복이 살았지만 곳곳에 댐을 지어 물 ...
제철 정보:4월, 5월
밥이 차지고 맛있으면 백 가지 반찬보다 낫다. 한국 사람이면 누구나 매일 먹으면서도 맛과 질이 하늘과 땅 차이인 밥. ‘반찬 맛이 좋다’는 집은 많지만 ‘밥 잘 한다’는 집은 드문 것도 그만큼 좋은 쌀과 밥 잘 짓는 정성이 흔치 않기 때문이다. 손맛은 사람 탓이니 제쳐 ...
부대찌개에서 말하는 ‘부대’는 군부대를 의미한다. 그대로 해석하면 ‘군부대의 찌개’라는 말이다. 6·25전쟁 직후, 모두가 어려웠던 시기였지만 전쟁을 위해 군부대만큼은 먹을 것이 풍족했다. 특히 미군기지는 자국의 군인들을 위해 본국에서 보내온 음식이 넘쳐날 정도였다. ...
산으로 둘러싸인 의왕에는 버섯이 감자만큼이나 흔했다. 버섯이 흔한 시절에도 몸통이 굵은 송이버섯을 발견하면 조심스레 흙 묻은 채로 가져다가 부모님이나 사찰의 큰 스님에게 올리는 것이 의왕사람들의 마음 씀씀이였다. 어른 공경하는 예절이 아름다운 의왕에는 유난히 효와 충에 ...
용인 백암면에는 지금도 5일장이 선다. 무려 120년이나 같은 자리에서 장이 섰는데 얼마 전까지만 해도 소가 하루 150마리 넘게 거래될 정도로 북적이는 큰 장이었다고 한다. 주변 농부들은 한 달에 한 번 정도 기른 소를 데리고 나와 값도 매겨보고, 남의 소랑 몸집 비 ...
오산은 고려시대 수원부에 속해 있을 때부터 도성으로 진입하려는 적을 막아내는 군사적 요충지였다. 임진왜란 때는 왜장 가토 기요마사와 권율 장군이 이곳에서 대치했는데, 왜군은 조선인들이 물이 없는 벌거숭이 산(禿山)인 오산 독산성에서 대항하는 것을 보고 물을 부으며 이를 ...
‘연천에서 매운탕을 먹으려면 강 쪽으로 언덕을 넘어가라’고 연천사람들은 말한다. 언덕을 넘어가 강가에 있는 매운탕 집은 토박이가 하는 집이고, 큰 길에 가까운 집은 외지인이 하는 집이기 때문이란다. 강가의 매운탕 집들은 하루 팔 양만 잡아 매운탕을 끊인다. 그러니 탕을 ...
제철 정보:8월, 9월
여주는 온갖 특산물과 재화가 몰려드는 요지였다. 뱃길을 따라 서울로 올라가던 강원도의 특산물들이 하루 쉬어 가는 나루였으며, 여주와 이천의 맛 좋은 진상미(米)가 출발하는 곳이었다. 배를 빌어 탄 장사꾼들과 나무 해 나르는 벌목꾼, 과거 보러가는 서생들까지 한데 모이는 ...
겨울에도 냉면을 국수라 부르며 즐겨 먹는 사람, 냉면을 가위로 자르지 않는 사람, 냉면 한 그릇을 한두 젓가락 만에 훌훌 마시듯 먹는 사람, 이북에는 평양이나 함흥뿐만 아니라 냉면 없는 고장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 이런 사람들은 고희를 넘긴 실향민 어르신이거나, 집안 ...
지금의 송추 부곡리의 원래 이름은 가마골, 혹은 가막동이었다. ‘가마가 있는 곳’이란 뜻으로, 조선 중기부터 이곳에 도자기를 굽는 큰 가마가 있었기 때문에 붙은 지명이다. 도봉산에서 나무를 채취해 여기까지 가져와 이곳의 흙으로 빚은 도자기를 구워냈는데, 워낙 가마가 크 ...
40여 년 전, 안양 중앙시장에는 채소 가게에서 버려지는 배추 껍데기나 무청 등을 주워다 우거지나 시래기를 만들어 국밥장사에게 넘기고, 발라낸 생선꼬리나 내장 따위를 모아 어묵 장사에게 헐값에 되파는 일 등을 하며 살아가는 아낙들이 있었다. 그 가운데 부지런하기로 소 ...
‘안성맞춤’의 고향 안성은 유기의 고장이자 장인의 고장이다. 뭘 해도 손끝이 맵고 야무진 안성사람들은 옛날부터 벼농사를 지어도 잘 지었고, 장날 물건을 늘어놓을 때도 얌전하고 보기 좋았단다. 또한 안성 우시장에 나온 한우들은 유난히 반지르르하고 때깔이 좋았는데, 평탄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