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기회에 제주의 중산간 지역의 유명 오름(기생화산, 봉우리) 몇 곳을 오를 계획이었다.
특히 제주의 오름 중 유일하게 사전 신청후 오를 수 있는 거문오름은 1년 중 5일간만 용암길을 개방한다고 하니 꼭 갈 생각이었다.
그러나 날씨가 안도와준다. 어제는 비가 내려 봉쇄되면서 할 수 없이 도두봉을 오르고나서 제주의 벗들과 밤 늦게까지 많은 음주.
오늘 역시 비. 난감하다. 그렇다고 방 구들만 끼고 있을 수는 없어 가능하면 큰 노꼬메와 작은 노꼬메를 오르려고 한다.
큰 노꼬메
혼자 네비를 찍고 운전해서 찾아간 큰 노꼬메.
비 바람이 사진과 달리 심하게 친다. 주차장에 차가 나 말고 두대뿐. 그 중 옆에 트럭이 시동 걸려있어 젊은 기사에게 저 오름(기생화산, 봉우리)을 이 날씨에 오를 수 있을 지 여쭤본다. 본인도 자주 오지만 지금은 난감해서 비가 적게 내리길 바라고 있다고.
등산로 입구를 물으니 잠시후 자기를 따라 오라고.
드디어 얼마후 차에서 내리는 것을 보고 따라 걷기 시작했다. 걸음이 무척 빠른 사람이라 금방 시야에서 사라진다.
곧 원시림 속으로 들어선다.
우산은 바람에 금방 부러졌고, 옷은 이미 다 젖었다. 이국적인 원시림의 모습에 반해서 아무도 안보이는 산속을 걸었다.
50분 정도 숲길을 걷고 빠져 나오자 능선.
이 지점을 조금 지나니 정상이 가까운 것 같은데 좌우는 낭떠러지.
바람이 강력해서 몸이 이리저리 끌려간다. 할 수 없이 돌아 내려가기로 했다.
가을이나 조만간 다시 와야겠다
바람이 얼마나 거센지 소나무 가지들이 이리저리 흔들린다. 바람소리도 무섭다.
내려오니 비만 거세고 바람은 줄었다.
거의 다 내려오는데 제주에 사는 친구가 전화를 걸어온다. 어디냐고.
본인도 오름 오를까 하다가 망설인다고.
네비에 천왕사 치고 주차장으로 오면 석굴암 같이 오르자고.
OK. 간다.
옷은 다 젖어 춥지만 이런 기회는 좋다.
천왕사 석굴암
산록도로를 30분 정도 운전후 천왕사 입구 도착
석굴암 길 입구
좌우의 원시림 경치가 최고인 코스였다
오름을 40~50분 정도 다 오른 후 다시 15분 정도 계곡을 내려가서 만난 석굴암.
개인 사찰인 듯. 온갖 토속 신이 같이 모셔 있다.
비가 많이 내리고 있는 날이라 물이 어마하게 쏟아진다
다시 40분 정도 원점회귀 길을 걸어 내려왔다.
하루에 좋은 오름을 두개 올라서 기분이 무척 좋다.
운전하는데 추워서 몸이 떨린다. 이 친구와 맛있는 저녁을 하는데 어제 술을 같이 하지 않은 다른 친구들과 오랫만에 술 하자는 오늘의 또 다른 약속이 떠오른다. 너무 추워 사양하고 빨리 씻고 싶은 마음뿐..
한라산 가까운 지역의 유명한 오름들은 해안가의 전망 좋은 오름들과는 또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첫댓글 이국적인 원시림 걷는 맛을 느껴 보실려면 중산간지역의 조금 높은 오름들을 걸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와우~
멋진 탐방이네요
영화 인디아나 존스에
나오는 정글 같아요
엄지 척~~~
네. 최고의 원시림이에요~
제주가 고향이신지~?!
지난 오월에 다녀본 곳중
머체왓 숲길 너무 좋았어요~~ㅎㅎ
가을 11월초쯤 오름도
오르고 멍때리는 여행
하고 싶어 계획중이네요
다녀오신 좋은 곳 소개
감사합니다~~^^
좋은 숲길, 둘레길, 올레길, 오름.
많이 즐기세요~
몇년 전 제주 산간 지방을 지나며 가을 억새에 감탄했던 기억들, 거문오름을 오르며 아득한 마음에 문득 멈췄던 그때가 생각납니다.
비 오는 제주에서 숲의 향연을 제대로 즐기셨네요~^^
노꼬메오름은 못가봤는데 갈피에 잘 넣어 두겠습니다.
아. 거문오름을 가보셨군요.
유일하게 예약해야 하는 오름을 오르셨으니
다른 오름들이야 네비 보며 찾아가면 되겠네요.
해안가에서 멀지 않아서 바다와 주변 오름들, 한라산까지 풍경이 좋은 오름들도 많은 것 같아요.
올레 1번 길에서 만나는 두산봉이나 유명한 다랑쉬도 경치 뛰어나고..
이번에 오름과 밤 하늘 사진 찍는 사람으로부터 오름 책자를 선물 받았어요.
읽고서 한번 제주 가면 몇개씩 돌아보고 올까 해요.
참, 큰 노꼬메와 작은 노꼬메는 한번에 돌아보는 곳이라네요.
거기는 동행자가 필요한 곳.
오름은 많고 갈 곳은 많네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