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전문점을 열어볼까 하는데 어떻게 생각해?”
이 질문을 받은 때가 1880년대라면 고민할 여지 없이 적극적으로 권장했을 것입니다.
고종황제가 즐겨 마셨다고 하니 별다른 마케팅이 필요 없었을 테니까요.
1901년~1999년, 즉 20세기에 질문을 받았다면 오히려 자신도 투자하겠다며 나섰을걸요.
20세기 초반(1920~1930년대)은 모더니즘이 유행처럼 번지던 시절이었기에, ‘신(新)지식인’ 즉, 엘리트들에게 커피는 하나의 상징처럼 작용했으니까요. 당시 ‘다방’이라 불리던 커피전문점은 하루에도 수십 명 단골의 돈을 긁어모았죠.
영화 속 그 시절의 장면을 기억하시나요? 참기름과 계란 노른자가 둥둥 띄워진 커피를 멋진 목소리로 주문하던 모습을. 도끼빗을 허리춤에 꼽고 레코드판을 돌려주던 다방 DJ의 높디높던 인기를. 일제 강점기 시절이나 수입품 규제가 엄했던 5.16쿠데타 전후를 제외하면(솔직히 이때는 어떤 분야든 힘든 시절이었죠) 커피전문점은 최고의 사업아이템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던 거죠.
이후 1970년대에는 ‘커피믹스’라는 엄청난 녀석이 등장했고, 1990년대에는 ‘스타벅스’라는 대형 캐주얼 커피전문점이 국내에 상륙합니다.
커피! 이 녀석, 참 대단하죠? 수많은 음료 중 하나일 뿐인데 이토록 엄청난 성공을 이뤄왔다니, 진정 신화라고 부를밖에 도리가 없네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서,
2010년 하반기, “커피전문점을 열어볼까 하는데 어떻게 생각해?”라는 질문의 답변은….
적어도 ‘무조건 찬성’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수십 개의 브랜드 커피숍, 바리스타 특유의 맛을 자랑하는 개인 커피전문점, 고개만 돌리면 어디서든 발견할 수 있는 커피 자판기까지. 휴~ 이 많은 곳 중에서 ‘나만의 경쟁력’을 확보하기는 결코 쉬워 보이진 않네요.
그런 와중에 들려온 희소식, 더치커피!
입소문을 타고 커피 人들의 발길을 재촉하게 한 그 녀석, 궁금증과 호기심에 찾았다가 단골 1호로 찜! 하게 된다는 그 녀석, ‘여름커피’ 이자 ‘커피와인’으로 불린다는 그 녀석.
지금부터 커피숍의 성공신화를 이어갈 그 녀석 ‘더치커피’를 소개합니다!
더치커피, 소문의 진상을 밝히다!
하나, 무엇이 다른가?
‘네덜란드-커피’라는 뜻의 더치커피는, 원두의 차이가 아닌 추출 방법의 차이로 구분됩니다.
증기와 압력으로 추출하는 에스프레소와 달리, 흐르는 물과 신선한 원두만으로 커피를 만들어내는 특이한 추출법을 사용하죠.
간단히 말하면 크고 작은 통 세 개를 세워두는 것만으로 커피를 추출할 수 있죠.
먼저 꼭대기 통에서 3~4초 간격으로 깨끗한 물이 한 방울씩 두 번째 통으로 떨어집니다.
두 번째 통은 깔때기 모양으로 생겼는데, 여기에는 신선한 원두가루가 담겨 있답니다.
깔때기에 떨어진 물이 원두 가루를 통과한 후에는 비커 모양의 세 번째 통으로 떨어지죠.
그렇게 만들어진, 얼핏 봐도 커피색이 선명한 그 물이 바로 더치커피랍니다.
중요한 사실은 뜨거운 물이 아닌 찬물을 사용한다는 사실. ‘여름커피’로 불리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겠죠? ‘커피와인’으로 불리는 이유도 여기서 알 수 있는데요, 물이 한 방울씩 천천히 떨어져서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커피를 즐길 수 있기에 붙여진 별명이라네요.
두울, 맛의 비밀은?
독특한 추출방식 탓에 대부분 사람들은 ‘진하다’ ‘쓰다’라는 선입견을 품는다고 해요.
색은 정말로 진하고 선명해요. 보는 것만으로도 입안이 쓰죠.
하지만, 커피가 혀끝을 스치며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순간, 앗! 사람들은 고개를 갸우뚱하죠.
에스프레소보다 진한 향기를 지녔지만, 전혀 강한 맛이 느껴지지 않거든요.
맑은 커피물(?)을 마시는 느낌이랄까. 약간의 시큼함이 느껴지지만, 그 때문인지 목 넘김이 부드럽고 천천히 스며드는 코끝의 향기는 독특한 기분을 자아냅니다.
어떤 이는 오랜 시간을 들여 만든 탓인지 와인처럼 맑고 진득한 맛이 느껴진다고도 하죠.
세엣, 더치커피만의 매력
종종 ‘기다림의 미학’이란 말로 더치커피를 설명하죠.
그런가 하면 ‘유니크 커피’라며 독특함을 강조하는 이들도 있고,
마니아들은 ‘자연의 커피’라며 인간이나 기계의 힘을 빌리지 않은 순수함을 강조하죠.
그 외에도 ‘이벤트 커피’, ‘착한 커피’, ‘게으른 커피’ 등 더치커피는 참 많은 수식어로 표현되고 있어요. 더치커피의 진정한 매력은 바로 이것이랍니다. 연예인으로 치면 ‘아이돌’처럼 여러 수식어를 달고 커피계의 슈퍼루키로 부상하고 있다는 점이죠.
이름을 알린 기간은 짧지만 전문점의 수가 하루가 다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 강남, 홍대를 비롯해 각 지역의 유명 커피숍에 더치커피라는 메뉴가 새롭게 등장하고 있다니 사실. 이 정도면 더치커피의 인기는 두말하면 잔소리겠죠.
네엣, 어디서 즐길 수 있나?
더치커피를 즐기려면 ‘커피숍으로 가야 합니다.’라고 말하렵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당연하지가 않거든요.
더치커피는 그 양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일반 커피숍에선 쉽게 접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렇기에 같은 커피숍이라도 대한민국 대표 커피마을로 갈 것을 추천합니다.
동호회의 커피순례 영순위로 꼽히는 신사동의 가로수길이나 논현동의 서래마을은 어떤가요?
홍대 골목도 더치커피를 즐기기엔 그만이죠.
물론 스타벅스나 탐앤탐스 등의 캐주얼 커피전문점에서 일반 커피를 즐기는 것도 좋습니다.
단, 너무 뻔~한 맛에 질린다면 한 번쯤 더치커피로 기분을 바꿔보는 것은 어떨까요?
어쩌면 ‘커피 맛이 싫어!’라고 말했던 사람의 입에서 ‘커피 맛, 킹왕짱!’이란 말을 듣게 될지도.
커피의 새로운 패러다임, 그 시작에 앞서
아직도 ‘커피는 끓여 먹는 것’이라 생각하시나요?
조심스레 오른손 검지를 들어 좌우로 흔들어보렵니다.
더치커피로 커피 문화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가고 있어요. 더 우수한 커피라는
의미가 아니라, 추출방식이 새로운 커피라는 점에서 이전과는 전혀 다른 커피의 맛과 향을 즐길
가능성이 열렸다는 것이죠.
약간의 과장을 보태면, 우리는 대한민국 커피혁명의 대사건을 마주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에 커피의 새로운 패러다임, 그 시작에 앞서 가만히 외쳐봅니다.
“커피는 (원두를) 끓여서도 먹지만 (원두를) 적셔서도 먹는다.”라고!
그것이 바로 소문의 더치커피라고!
커피는 여전히 무한한 가능성을 품고 있다고!
커피전문점은 지금도 성공신화를 이어가고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