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누라는 웬수
오늘은 하루종일 비에 젖은 우(雨)요일이었지요.주룩주룩 내리는 비가 봄비 치고는 심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농사를 짓는 분들에게는 모처럼 기다린 단비가 되었겠지만요.오늘같이 하루종일 비에 젖는 날엔 한잔 술이 생각납니다.일주일중 제일 바쁜 월요일, 퇴근길에 방앗 간을 들러갈까 하다가 "그래, 바로 집에가서 마누라와 한잔하며 점수나 따자" 하였지요.장가들고 그동안 이십 수년을 앞만 보고 살아오며, 사실 마누라와의 분위기있는 한잔 술이 마음처럼 쉽지 않았는데,아직도 뭐가 그리도 바쁜척하며 사는지 남들처럼 자주 못합니다. 연애하던 20대 시절엔 오늘처럼 봄에 비가 내리는 날이면,봄비를 핑게삼아 불러내어 종로거리를 헤메며 봄비에 젖기도 하고,한집살림을 차린 30대 시절엔 봄비라도 내리는 날이면,"봄비에 젖어 분위기좀 잡자!" 하며 이름난 카페 창가자리를 찾아서,인생이 어쩌구 저쩌구 하며 분위기를 잡으려 꼴값을 떨기도 했는데,어느덧 40대가 되어서는 그런 분위기가 집을 나가버리고 말더군요.비에 젖는 날이 되면, "누가 한잔 하자고 시비좀 안 거나" 기다리고,퇴근무렵까지 시비거는 사람이 없으면 제가 시비를 걸기도 했지요.남자들이 나이를 더해가며,마누라는 때론 여자요, 때론 친구의 감정으로 살라는 말이 있듯이,갈수록 약해져만 가는 사랑의 감응을 대화로 이어가야만 한다지요. 생각끝에 봄비에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고 곧바로 집으로 왔습니다.집안으로 들어서며 "그래, 참 잘 생각했어" 제 속내가 흐믓하더군요."아니?, 당신 오늘은 웬일이야?, 이렇게 일찍 들어오고..........???" "웬일은 무슨 웬일, 저녁은 관두고 술상이나 근사하게 차려 봐.""술상이라니?, 누구라도 오기로 했어요?""오긴 누가와, 봄비에 젖어서 둘이 오봇하게 한잔 하려고 그래!!" "뭐라구요?, 봄비?, 술??, 당신 내 속이 어떤지 알고나 하는 말야? "뭐라구?, 속??" 그렇군요. 얼마 전부터 소화가 잘 안된다고 병원에 가고, 검사받고,위에 염증이 있다고 약을 먹고 있었는데 제가 깜빡 잊고 말았습니다.암만 그래도 그렇지. 분위기좀 맞춰주면 어디가 덧나는지 이거야 원,큰 맘먹고 일찍 집에 와서 분위기 있는 한잔 대신 지청구나 먹고.. 역시 마누라는 평생 웬수요, 자식은 평생부담이라는 말이 맞나 봅니다. 글/허상님 ************************************************************************** 왠수처럼 으러렁 거리며 싸우다가도 아프거나 힘들때는 위로가 되어 주고 힘이 되는것이 부부고 자식 아닐런지요? 살다보면 별것 아닌것 때문에 큰 싸움이 되기도 하지만 서로가 그 순간 마음을 다스리지 못했기 때문에 싸움이 되는듯 한번만 더 생각하고 말을 한다면 싸울일도 아니 였을텐데... 우리님들은 다들 지혜로운 분들이니 한번 쯤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대처해 나가리란 생각이 듭니다. 고운 하루 되세요~&& 시인 /元花 허영옥
향기가 있는 뜨락에서/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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