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본편/투예] 뒷골목 이야기 44

[소피]

뒷골목 이야기 44

by 소피 

어떻게 된거야. 어디 있다 온거야. 정말 궁전의 아리엘이 너란 말이야? 유빈과는 무슨 관계니. 처음에 무슨 목적으로 들어온거니, 날 정말 사랑했었니, 진심이었니? 처음에는 진심이 아니었다가 변한거니. 선예에게 하고싶은 말이 목까지 차올랐는데, 묻고 싶은 것이 이만큼이나 많은데. 붙잡고 투정 부리고 싶은것도, 따져야 할 것도, 사랑해 주어야 할 것도 너무 많이 밀려 버렸는데. 막상 눈 앞에 연인을 두고보니,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는다.

“우리...”

“으..응.?”

“눈싸움 할래? 예은...아?”

주먹씨가 아닌 예은아..라고 불러주었다. 자신을 보고 눈웃음은 샐쭉, 입은 방긋. 그렇게 웃지 말라고 했잖아, 남자들 다 너한테 홀릴꺼라고, 그때 창고에서 분명히 그렇게 말 했었는데. 아까부터 계속 머릿속으로 할 말이 윙윙거리기만 할 뿐, 정작 선예 앞에서 쭈뼛쭈뼛거리는 예은의 손을, 선예가 잡아챘다. 장갑은 끼지 않아, 흰 손이 많이 시린지, 빨개져버렸다. 예은은 주저없이 선예의 두 손을 다시금 제가 쥐고 입으로 가져가댔다.

“호-호-호-”

선예의 자그마한 하얀 손을, 예은의 자잘한 상처가 많은 손에 가두고, 따뜻한 입김을 불어넣었다. 이런 예은의 행동을, 선예는 그저 또- 헤벌쭉 웃으면서 바라보기만 할 뿐, 손을 빼내진 않았다. 기뻤다. 지금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쥐고 있다는 게, 그리고 차가운 손을 녹이려고 열심히, 아주 열심히 입김을 불고 있다는 것이.

“이제..됬어..야...침나오겠다...푸힛.”

“어..어? 미..미안. 닦을래?”

“아니이~”

혀를 쏙 내밀고는, 제 손을 예은의 입가에서 낼름 뺀 뒤에, 주머니속으로 다시 쏙 집어넣어 버린다. 나를 놀렸어어~ 예은이 인상을 쓰며, 주먹을 꼭 쥐고 선예를 때릴거라는 제스쳐를 하자, 선예는 꺄르르- 웃으며 대문 밖으로 도망가버린다. 민선예, 너 오늘 죽었어. 잡으면 엉덩이 마구마구 때려줄꺼야- 성큼성큼, 선예가 도망친 대문 밖으로 나가는 예은의 발걸음이, 왠지 즐거워보였다.

“아하하하- 예은아, 나잡아 봐라아~”

영화에서 보면 꼭 연인들이 그런거 하더라. 근데 나는 조폭 아저씨한테 선언을 잡히면 진짜로 죽는건가? 정말 무서운 표정을 지으며 선예를 뒤쫓아오는 예은을 바라보며, 선예는 눈 앞에 놓인 여러개의 갈림길 중 하나를 택해 뛰기 시작했다. 바보가 아니었다, 선예는. 예은이 [박주먹]대신에 [박예은]이라는 이름을 말 했을 때, 어렴풋이 그 이름이 내포하는 뜻을 알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그런 것들- 선예가 누구였고 어떻게 예은을 만났고 왜 떠났고 왜 돌아왔는지- 가 중요하겠는가. 그것은 ‘과거’의 이름표를 붙이고 서랍 맨 끝에 밀어놓으면 되는 것이다. 지금은 그저, 찰나라도 예은과 뒷골목을 뛰어놀고 싶은 마음 뿐.

“에헤헤헤헤...”

“그렇게..그렇게 웃지 말라고 했잖아.”

역시 조폭한테는 못 이겨. 웃는 얼굴로 도리질을 치는 선예의 얼굴을 예은이 두 손으로 감쌌다. 그래도 많이 뛰었는지, 둘다 헉헉대는 소리가 새벽의 뒷골목을 채워나가고 있었다. 맑은 눈동자. 저 편에서는 사랑도 있고, 분노도 있고, 증오도 있고, 그리움도 있고, 미안함도 있다. 모두 뚜렷한 색을 가지고 있는 것들 섞여버려, 이제는 알 수 없는 색을 띄고 있었다. 하지만-

“얼마나 먹고싶었어? 내 입술.”

지금은, 그냥 어제도 우리가 이랬다는 듯이, 그렇게 있을래. 선예는 까치발을 한 채로, 제 입술을 예은에게 무작정 들이밀었다. 차가운 두 입술이 만나, 포개졌다. 여전히 좋은 말랑말랑한 감촉. 선예는 입을 열지 않고, 예은의 입술만을 느끼며 가만히 대고 있다가, 다시 들고있던 발을 슬며시 내려놓았다.

“뭐야...이건. 감칠맛나게. 예고만 보여주는거야?”

“응. 아직 본방을 기대해주세요.”

“지금 다 해버릴까?”

“여기서?”

“....하긴, 겨울이지.”

“겨울이든 여름이든. 여긴 사람 다니는 골목길이라구우!”

밝히기는 무지 밝힌다니까, 선예는 벌로 예은의 볼을 잡아당기려고 한쪽 팔을 들어올렸지만, 선예의 움직임을 눈치 채버린 예은에 의해서, 간단하게 제압당했다. 어엇..! 미간을 좁히며 남은 팔을 들어 올려 보았지만, 역시, 예은의 남아있던 다른 팔이, 가는 선예의 손목을 쥐어 벽에 밀어붙였다. 두 팔이 꼭 손들고 벌받는 자세로, 벽에 붙여진 꼴. 울상을 지으며 입술을 삐죽삐죽거리는 선예의 얼굴 위로-

“안 보여줄꺼면, 내가 가져갈꺼야. 본방.”

“응...? 무..무슨-”

익숙한 느낌. 미끈미끈하면서도 따뜻하고 구수한 느낌. 예은의 혀가 열린 선예의 입술을 익숙하게 찾아들어온다. 동시에 예은이 결박하고 있던 선예의 두 손을 풀어주고, 대신 선예의 허리께를 으스러지게 안아버린다. 선예의 가슴이 예은의 가슴에 밀착되고, 선예 역시 풀려난 팔을 예은의 목 뒤로 둘러, 그 동안의 그리움을 표시하듯 힘껏 제게로 당겨버린다. 서로가 서로를 옭아매며 숨통을 조이는 꼴이 되 버렸지만, 둘은 무어가 좋은지, 그 상태에서 타액을 섞으며 서로가, 서로에게 갇혀버린다. 농밀한 구속.

“하아...”

“흐아...”

십분 가량 지났을 까, 한 덩어리로 얽혀있던 두 사람이 떨어졌다. 선예는 볼은 물론 귀까지 잔뜩 상기되어 있었고, 예은 역시 마라톤이라도 완주한 것처럼 가쁜 숨을 뱉어내고 있었다. 허공에서 시선 두개가 마주치고, 약속이라도 했는지 동시에 피식.

“꼭...첫키스 다시 한 기분이야.”

“응...나도. 막 귀도 멍멍거리고 머리도 아파와.”

“다리...또 풀리려고 해.”

“또..? 큭큭..난 그정도는 아니다.”

선예는 울상을 지으며, 다리를 반쯤 굽힌 채, 무릎에 두 손을 얹고- 언뜻 보면 똥 누는 자세를 하고있는 예은을 보고 박장대소했다. 얼마만에 이렇게 크게 웃어보는지. 이제는 배를 잡고 눈물을 찔끔거리면서 한 손으로는 벽을 두드리면서 웃는 선예를, 예은이 얄미운 듯이 흘겨보았다. 하지만 기분은 좋았다. 선예의 웃음소리에, 지금껏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슬픔이 모두 공기중으로 흩어져, 멀리멀리 날아가버리는 느낌이었으니까.

*

선예를 보낸 후, 유빈은 이제는 주인을 잃은 아리엘의 방, 침대에 앉았다. 이불을 만져보니, 아직 미지근한게, 꼭 선예가 방금이라도 여기 누워 있었던 것 같았다. 짐가방을 꺼내들고, 옷을 잘 못 개는 선예를 대신해서 속옷부터 청바지, 티셔츠, 스웨터, 니트- 그리고 필요한 생리대까지 다 대신 싸줬었드랬다. 유빈 옆에서 어찌할 줄 모르면서도, 다시 돌아갈 생각에 토끼처럼 깡총거리던 선예. 후후- 아직도 눈에 선한데, 이 방에는 이제 주인은 없고, 주인이 자리가 없어 가지고 가지 못한 인형들만이 유빈의 곁에 남아있다.

“선예, 선예 어디갔어?”

유빈의 상념만이 가득한 공기를 가로지른 건, 날카로운 목소리. 선예의 방이 쾅 하고 열리고, 화가 많이 났는지 씩씩대며 마담이 방에 들어선다.

“나갔어요.”

“어딜? 어딜 갔는데?”

“박가에..다시 갔어요.”

“거긴 왜?”

“살러요. 이제 다시는..궁전에 돌아오지 않아요.”

유빈은 일부러 자신을 쏘아보는 그녀의 시선을 피하며, 국어책 한 구절을 읽어가듯 대답했다. 그녀의 목소리에서 어마어마한 분노가 느껴졌지만, 애써 무시했다. 어떤 벌이 떨어질지 예상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달게 받을 것이다. 선예의 몫으로 평생 궁전에 제가 잡혀 살아야 한다면, 그것도 감수하리라.

“그...래? 그러면 선예 몸값은, 몸값은 갚고 나가야 할 거 아냐!!!”

“이미 선예가 벌어다 준 돈으로 충분하잖아요?”

“웃기지마. 이 바닥 생리를 잘 아는 니가 왜 이래?”

굳이 피하려고 했는데. 바닥에 나뒹구는 토끼 슬리퍼만 바라보던 유빈의 얼굴이 마담에 의해 강제로 들려졌다. 많이, 늙으셨구나 우리 마담. 시선을 마주하고 보니 화장이 2cm는 되어보이는 얼굴이 안쓰러웠다. 파운데이션으로 애써 가려보려고 해도, 눈가에는 잔주름이 자글자글 하다. 진한 아이 메이크업도, 그리고 현대의학도 세월앞에서는 어쩌지 못하리라.

“많이 늙으셨네요, 마담.”

“왜 말을 돌리고 지랄이야 김유빈! 어떻게할꺼야! 어떻게 할꺼냐고!”

흥분하셨구나, 하긴. 에이스가 빠져 나갔으니. 이제 그녀는 침대에 앉아있는 유빈을 일으켜, 어깨를 부여잡고 사정없이 흔들어 대고 있었다. 빨간색 매니큐어를 한 손톱이, 유빈의 쇄골 언저리를 파고들었다. 눈을 감았다. 아직도 궁전을 떠나면서, 제 머리위로 크게 반원을 그리며 손을 흔들던 모습이 잊혀지질 않는다. 아가씨, 행복하셔야 해요. 꼭...

“평생...절 부리세요. 마담에게서 나갈 수 있는 권리, 기회, 제 손으로 박탈하겠습니다.”

“너...그게...무얼 뜻하는지...”

흔들림이 멈추었다. 마담의 두 눈이, 지옥과 천당, 그리고 그 사이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경험한 연륜있는 그 눈이, 흔들린다. 믿을 수 없다는 듯, 제 귀를 의심하면서 유빈에게 다시 말해보라 하지만, 유빈의 대답은 변함이 없다.

“평생...여기서 썩겠다고요. 나이가 들어 일을 못하면 죽여 장기를 팔던 말던..마음대로 하세요. 신체포기각서라도 쓸 테니까.”

아가씨, 아가씨의 자유와 내 자유를 바꿀께요. 아가씨를 옥죄이던 이 새장을 벗어나, 아가씨가 사랑하는 그 사람들과- 천년만년 잘 살아야 해요. 내 자유가...아깝지 않도록 말이에요. 아가씨의 보디가드로서, 마지막으로 아가씨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을 택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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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외편올리고- 혹여라도 뒷골목 이야기 처음보시는분이 저거 클릭하면 정말 이건 뭥미? 하실듯 ㅋㅋㅋ 싶습니다

아아아 우리 윱 ㅠ 어쩌나요 ㅠ

일단 이게 [목요일 분] 입니다. 아시겠죠? 수요일거라고 빡빡 우기심안대욧 -_-+

그러면 저는, 금요일날, 혹은 목요일날 삘받으면 목요일날 밤늦게, 찾아오겠습니다아-

투예, 음 시련을 넘어서 초큼 깨소금모드 돌입하셨는데. 하하 저게 예고편이에여^^ 어떠셨는지요 ㅋㅋ

[투예아이컨택]

아 유빈이 너무 멋지다는 ㅠㅠㅠ 정말 넌 멋진 볻이갇으 ㅠㅠㅠ그냥 윱이도 궁전에서 뛰처나와 박가로 가면 안됄까요ㅠㅠㅠㅠ

[투예굳]

투예 드뎌만낫군여 ~_~......아 근데 윱뇽 불쌍해서 어떠케요 ㅠㅠ...............유빈아 너두 도망쳐 흐그흐그 ㅠㅠ 미소는 어떠케된건지 요번편에 안보이는군여 ~_~ㅋㅋㅋㅋ 잘읽구가요 ><

[원더가문]

우리 유빈이 멋지다... 누가 그대에게 존재감이 없다고 하겠느뇨@@

[꼬지모]

헑...윱뇽...신체포기각서만은안돼요.....윱뇽에겐 현아가잇잖아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소율]

안되 그것만은 안되는데 ㅠㅠㅠㅠㅠㅠㅠㅠ 하찮뇽이라고 불러서 미안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Luee]

후악..........유비뇽.......애틋하네요

[젠틀이지조미]

진짜 달달했던 투예를 보면서 흐뭇한 미소를 짓다가.. 유빈이 보고 급우울......ㅜㅜㅜㅜㅜㅜㅜㅜ 유빈아 그러지마 ㅜㅜㅜㅜㅜㅜㅜ

[하이하이옌]

아씨...유빈아ㅠㅠㅠㅠㅠ무섭게 시리 신체 포기각서는ㅠㅠㅠㅠ

[투예이제시작]

헛,유빈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너도 나와서 현아랑 알콩달콩살려므ㅠㅠㅠㅠ

[퐁퐁]

유빈이 왜그래 너도 나와라

[prang]

신체를 포기하면 안돼...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