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파이'와 '더 부스' 경리단 인근 생맥주집 [갑판장의 단골집 '2013]

[강구호 갑판장]

다사다난했던 2013년을 보내며 지난 한 해 둥안 갑판장이 즐겨다녔던 나름 단골집 몇 집을 소개하는 것으로 마무리를 짓겠습니다.



갑판장은 술집에서 맥주를 마실 땐 주로 생맥주를 마십니다. 대개는 국내 대기업에서 생산한 생맥주를 마시는데 별 감흥없이 마실 때가 많습니다. 간혹 관리를 잘하거나 따로 거품을 만들어 얹어주는 집들이 있어 그나마 위안(?)을 받습니다만 그래봐야 호박에 줄긋기일 뿐입니다. 그렇다고 더 작은 잔(대개 1파인트 잔, 약 380cc)에 담아 주면서도 1만원에 육박하는 비싼 수입 생맥주를 술술 들이킬 형편은 못 되고요.

대형마트에서 할인행사를 하는 수입맥주중에서 갑판장의 입맛에 맞는 것들로 간간히 갈증을 해소하긴 하지만 병이나 캔제품으론 살아있는 효모의 생생한 기운을 느낄 수 없어 아쉬움이 남습니다.

상기한 갑판장의 심정에 동감하시는 분들이라면 아래의 글에도 동감해 주실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특히 서울에 거주하며 낮술을 즐기시는 분이라면 더욱 더...

ㅡ 아 래 ㅡ

경리단에서 남산터널 방향으로 조금 걷다보면 육교가 보입니다. 그 육교 바로 앞에서 우회전을 하여 골목으로 진입하면 갑판장이 구시가로 마실을 나갈 때 두 번중 한 번 꼴로 들리는 보석(참새의 방앗간)같은 생맥주집 두 곳이 있습니다.

맥파이와 더 부스가 각각 그 곳의 상호인데 먼저 생긴 맥파이는 간판조차 없습니다. 한국의 후진 맥주환경에 갈증난 맥주 매니아 네 명(주한 외국인)이 의기투합하여 국내의 매니아들과 자가제조맥주를 만들기도 하고 관련정보를 교류할 목적으로 작은 스튜디오를 연 것이 시작입니다.

현재는 맥파이의 맥주를 맛보러 오는 이들이 많아 시판용 맥주를 자가제조만으로는 감당이 안 되어 그들만의 레시피로 전문제조시설에서 양조하여 공급을 받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맥파이의 맥주중에서 갑판장이 가장 즐겨 마시는 페일 에일은 원료를 원활하게 조달하지 못해 종종 품절이 될 때도 있습니다.

협소한 스튜디오 형태인 맥파이 본점은 좌석이 몇 개 없기에 대개의 손님들은 맥주잔을 받아들고 골목에 서서 마시기에 그 동네 주민들에게 민폐를 끼칠 수밖에 없습니다. 이를 조금이라도 해소하고자 바로 앞 건물 지하에 별도의 시음장을 마런했습니다. 본관은 오후 3시부터 10시까지, 지하별관은 오후 5~6시부터 익일 오전 1시까지 영업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틀린 정보 혹은 까마득한 옛날 정보일 수도 있습니다. 갑판장은 어차피 한낮에 드나들기에 대낮에도 문을 여는 맛난 맥주집이란 게 중요할 따름입니다.

나중에 생겨 이 골목을 맥주 매니아들의 성지로 만드는데 일조를 한 더 부스는 영국의 한 시사주간지에 한국산 맥주를 '북한산 대동강맥주보다 맛없는 따분한 맥주'로 평가한 기사를 쓴 기자(주한 외국인)가 (본 때를 보여주러)직접 차린 맥주집입니다.

맥파이가 개업 초기에 딱 맥주만 판매한 것(현재는 토스트 등을 판매함)에 반해 이 집은 홍대 인근의 대중적인 피잣집에서 두 종류의 피자(갑판장은 그닥)를 공급받아 한 조각에 3천5백원에 판매를 해서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또 맥파이의 영업시간이 오후 3시(초기에는 4시)부터여서 점심 때부터 낮술을 즐기는 갑판장류의 인류들에게 큰 불편을 끼쳤었는데 더 부스는 정오부터 영업을 하여 갑판장류의 인류들에게 복음을 전했습니다.

더 부스도 맥파이와 마찬가지로 자신들만의 레시피를 개발하여 전문제조회사에서 양조를 한 맥주를 공급 받고 있습니다. 몇 종류의 맥주중 갑판장이 즐겨 마시는 맥주는 쥔장의 이름을 딴 빌스 페일에일입니다. 롯트별로 맛의 편차가 있기에 운수좋은 갑판장은 극강의 홉함량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몹시 쓰디쓴(그러나 매우 향긋하고 맛난) 페일에일을 맛 본 적도 있습니다. 그 한 잔을 마시고는 맛난 맥주에 대한 갈증을 말끔히 해소할 수 있었습니다. 그 전까지만 해도 맛난 맥주를 찾아 떠나는 해외여행을 늘 꿈뀠었습니다.

맥파이와 더 부스에는 페일 에일, 엠버 에일, 포터 등의 메뉴가 있는데 각 1파인트(약 380ml) 잔에 6천원입니다. 특히 맥파이는 1/2파인트 잔(국내에서 가장 흔한 맥주잔)도 있어 여러 맥주를 시음하실 수 있습니다. 셀프서비스이고 주문을 할 때마다 수시로 값을 치뤄야합니다. 갑판장은 점심식사를 한 직후에 방문하기에 안주없이 맥주만 2~3잔 마시고 옵니다.

1~2명일 땐 맥파이를, 4명 이하일 때나 배고플 땐 더 부스를, 5명 이하에 식사(또는 다양한 안주)를 겸하고 싶을 땐 경리단 인근에 있는 크라프트웍스(6명이상이면 청구액이 10%가산됩니다)를 추천합니다. 그런데 가급적 떼거리로 몰려 다니진 마세요. 민폐일 수도 있으니까요.

[민수아빠]

저는 더 부스의 오너가 쓴 "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라는 책도 사서 읽었습니다 ^^;

외국인이라는 제 3자가 바라보는 한국인데, 그 시각이 상당히 객관적이고,
한국 사회에대한 통찰이 상당합니다 ^^

옛날엔 회사 퇴근하고 더부스 / 맥파이 자리 잡기 어려웠는데, 요즘은 분점들이 많이 생겨서 더 편해진것 같습니다. ^^

[강구호 갑판장]

이용시간대가 달라 우연히 마주치긴 쪼께 힘들겠구만요. ㅎ

[푸른]

수입생맥주들도 많이 다양해지고 퀄리티가 높아졌습니다.
이태원의 라일리스 탭하우스와 사계 가 주말에는 낮에도 영업을 한다니 한번 찾아보시지요.

[강구호 갑판장]

맛난 맥주 홍보대사로 임명함. 땅땅땅
갑판장 마음데로..ㅋ

[푸른]

와인에 맥주에 사케에
내해에도 홍보대사 역할을 충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