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사람들을 찾아서 9.
판소리에 나타난 조선 남자 13
동식물의 가면을 쓰고 세상을 깨우치다
동식물의 가면을 쓰고 세상을 깨우치다
1.
소설 구성의 3가지 요소는 일반적으로 인물, 사건, 배경이다. 인물은 사건을 이끌어가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인물은 말과 행동을 통해서 자신의 성격을 나타내고 다른 인물들과의 관계를 통해서 자기 존재를 드러내며 소설의 배경이 되는 시대적 상황을 그대로 반영하기도 한다.
소설 인물은 중요성에 따라 주인공과 주변 인물로 나눌 수 있고 역할에 따라서 주동인물과 반동인물로 나눌 수 있다. 주동인물은 주제의 방향에 역행하는 인물로 주인공에 대립하는 부정적인 인물이다. 하지만 반동 인물이 있기 때문에 독자들은 주동인물에게 공감을 느끼게 된다. 예를 들면, 흥부는 주동인물이고 놀부는 반동 인물이다.
소설은 성격에 따라 전형적 인물과 개성적 인물로 구분된다. 전형적 인물은 어떤 계층이나 집단의 공통된 성격을 대표하는 인물이며 개성적 인물은 다른 인물이 지니지 못한 독창성과 특이성을 지닌 인물이다. 소설에서 전형적 인물은 충신, 간신, 거짓말쟁이, 탐욕스런 벼슬아치, 구두쇠, 겁쟁이, 악한, 반역자 로 나타난다. 독자에게 쉽게 이해되지만 형식적이고 일반적인 인물이 되기 쉬우며 개성이 없어지기고 한다. 효녀 심청, 열녀 춘향, 수궁가에서 충신 자라가 대표적인 전형적 인물이다.
2.
소설의 구성은 일반적으로 발단, 전개, 위기, 절정, 전환, 결말의 5단계로 나눈다. 수궁가에서 발단은 용왕의 질병으로부터 시작되고 있다. 이 용왕의 질병을 치유하는 문제가 사건의 계기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치유의 방법으로 제시된 것이 토끼의 간인데, 토끼의 간은 토끼를 죽여야 구할 수 있다. 이처럼 용왕의 질병의 치유의 문제는 토끼를 잡는가 하는 문제로 발전되고, 자라에 의하여 붙잡힌 토끼가 어떻게 무사히 귀환하는가의 문제로 전환된다.
수궁가는 기본적으로 토끼의 생환이 전제되어 있다. 따라서 수궁가의 모든 사건은 토끼가 궁지에 몰렸지만 결국은 다시 살아나는 이야기에 집중되어 있다. 이때 필연적인 것은 토끼의 기민한 대응이다. 그래서 수궁가의 기본적인 구성은 토끼에 대응하는 별주부의 활약이다. 결말에는 별주부의 지극한 충성이 토끼의 기지보다 더 중요한 주제로 등장하게 되었다.
경판본 소설이 나타난 19세기 중반에 수궁가는 충성이 강조되면서 용왕은 위엄 있는 존재로 그려지고 자라는 충신으로 묘사된다. 이에 비하여 토끼는 단순한 책사로 떨어져 왕과 신하들을 속이는 존재가 된다.
판소리를 정리한 신재효
탐구 1
수궁가는 전승되는 판소리 다섯 마당 중에서 유일하게 우화적인 작품입니다. 표면적으로는 충성을 강조하지만, 그 밑바탕에는 조선 후기 사회상에 대한 비판성이 깔려 빗댄 풍자와 재치가 가득한 작품입니다.
한편 수궁가는 충성이라는 교훈과 민중적 발랄함이 대비되는 작품으로서 그 관점에 따라 수많은 이본이 파생되었습니다. 예컨대 결말에 토끼가 칡잎에 똥을 싸서 주자 별주부가 용궁에 가져갔다, 아니면 별주부가 울며 탄식하자 산신령이 나타나 선약을 주었다, 별주부는 문란하고 방탕하여 병이 든 용왕을 버리고 육지에 살게 되었다 등입니다.
이처럼 수궁가의 주제는 관점에 따라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먼저 별주부를 긍정적인 인물로 보는 견해가 있습니다. 이런 관점으로 보면 수궁가는 충성을 강조한 작품으로 볼 수 있습니다. 결국 별주부는 충성스럽고 우직한 인물이 되며 토끼는 경망스럽고 불경스러운 인물이 됩니다.
반대로 용왕과 별주부를 부정적인 인물로 보는 견해가 있습니다. 주색잡기로 병이 든 자기의 수명 연장을 위해 목숨을 걸고 육지로 나가 약을 구해오라는 명령을 내린 용왕과 그 명령을 충실하게 받들어 수궁까지 토끼를 데려온 자라의 행동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입니다.
자기는 어떤 입장에서 수궁가의 등장인물을 보고 싶은지 판단해 보세요.
탐구 2
이유원은 ‘관극시’에서 어리석게도 신령스러운 토끼를 속이고자 헛된 노력을 한 용왕과 자라를 비판적인 관점에서 형상화했습니다. 이로부터 충성만을 앞세우는 봉건사회 지배층의 무능과 위선에 대한 비판과 풍자의 측면에서 수궁가의 주제를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물론 지배층을 향한 날카로운 비판과 반항적인 풍자의 주인공은 토끼로 표현되는 피지배층, 서민들입니다. 그들은 비록 힘이 없고 나약하나 지혜와 낙천성으로 삶을 헤쳐 나갑니다. 수궁가에서 그 예가 용왕의 질병을 온갖 잡스러운 병들의 집합으로 열거하는 장면입니다. 이를 통해서 봉건국가의 말기적 증상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즉 부패하고 무능한 용왕, 별주부의 맹목적인 충성, 토끼의 불합리한 희생의 거부와 비판입니다.
다음은 수궁가에서 용궁 벼슬아치들을 물고기로 표현한 대목입니다. 벼슬아치와 물고기의 특성이 어떻게 닮았는지 비유의 적절성과 재치를 평가해 보세요.
<늦은 자진모리>
동편에는 문관이요 서편에는 무관일듸 상하를 분별허여 차례로 들이올 제 좌승상에 거북이며 우승상에 잉어로다. 이부상서 농어 호부상서 방어 예부상서문어 병부상서 숭어 형부상서 준어 공부상서 민어 한림 깔따구 대식헌 도로목 간의대부 못치태 사관 풍어 금자광록 대부 금치 은청광록 대부 은어 대원수 고래 대사마 곤어 용양장군 이심이요 호위장군에 죽상어라.
표기장군 벌덕게 유격장군 새우 합장군 조개 원참굼 물메기 수문장 대구 주천태수 홍어 주부 자래 서주사자 서대연 주사 연어 감옥관 수달 유수 광어 병사 청어 군수 해구 현감 견어 청백리자손 어사 뱅어 탐관오리 자손 주서 오징어 금군별장에 도미 능성어 좌우순령수 조기 수피 범치 모지리 점복 수염긴 대하로다.
병어 전어 명태 복쟁이 눈치 멸치 삼치 꽁치 갈치 좀뱅어 미끈덕 배암장어 군로사령 자개사리 돌밑에 꺽지 산낸 물에는 중고기요 깊은 물에는 금잉어라. 삼천궁녀에 빛 좋은 피리 망동이 짱동이 승통이 올챙이 개고리 송사리 문쟁이까지 반차로 들어와서 어점에 복지 청령허는구나.
<아니리>
조관들이 들어오면 의관신야어로 향에 향내가 날 터인듸 속 뒤집히는 비린내가 파시평존장치게 용왕의 비위를 어떻게 상케 해놨든지 용왕이 가만히 보시더니만 내가 왕이 아니라 생선전 도물주 되었구나.
탐구 3.
수궁가는 강자와 약자의 대립 관계가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우화입니다. 용왕과 자라로 대표되는 수궁세계가 강자인 통치자와 지배층의 세계라면, 토끼와 여우로 대표되는 육지세계는 약자인 서민과 피지배층의 세계입니다.
그러나 수궁가의 강자와 약자의 대립 구도는 훨씬 다양합니다. 먼저 강자인 용왕 및 별주부와 약자인 토끼의 대립, 다음에 강자인 호랑이와 약자인 별주부의 대립, 강자인 호랑이와 약자인 작은 동물들 간의 대립, 강자인 사람 및 독수리와 약자인 토끼의 대립 등이 그 예입니다.
수궁가에서 대립과 갈등의 문제는 처음에는 강자가 손쉽게 이기는 듯 보이지만 여러 과정을 거쳐 결국 약자의 승리로 끝납니다. 이러한 구조는 풍자성과 발랄성을 유지하면서 우화적인 해학과 웃음을 선물합니다.
다음 대목은 범의 위엄 있는 모습과 범이 자라에게 물려 살려달라고 애걸하는 장면입니다. 자라가 범을 어떤 방식으로 골탕 먹이는지 대립적 입장에서 생각해 보세요.
민화 / 까치호랑이
범 내려오는 대목
<엇머리>
범 내려온다 범이 내려온다 송림 깊은 골로 한 짐승이 내론다 누에머리를 흔들며 양귀 찢어지고 몸을 얼숭덜숭 꼬리는 잔뜩 한발이 남고 동아 같은 뒷다리 전동 같은 앞다리 새낫 같은 발톱으로 엄동설한 백설격으로 잔디뿌리 왕모래를 좌르르르 흐트며 주홍 입 쩍 벌리고 홍행행 허는 소리 산천이 진동 황행행 허는 소리 강산이 뒤눕고 땅이 퉁 꺼지는 듯 자라가 깜짝 놀래여 목을 움치고 가만히 없졌을 제
범이 자라에게 물려 애걸하는 대목
<아니리>
-(중략)- 호랑이 질색허여 아이고 아이고 별나리 이것 좀 노아주시오. 이놈 잔말 말고 쓸개만 내놔라. 호랑이 꼼짝 딸삭을 못허고 그 육중헌 놈이 자라에게 매달려 애걸을 허는듸,
<중머리>
비나이다 비나이다 별나리 전에 비나이다. 나는 오래 독신이요. 사십이 이미 넘어 오십이 장근토록 슬하 일 점 혈육이 없오. 만일 내가 죽게 되면 손세를 막게 되니 원통헌 일이 아니오며 불휴심천에 무후의대라 허였으니 선영에 득죄가 망극허오. 차라리 이것 대충으로 내 왼 눈이나 하나 빼 잡수시오.
이놈 못될 말이로다. 아생연후 살타라니 잔말 말고 쓸개만 내놔라.
웠다. 여기만 놓아주면 당장에 쓸개를 드리리다.
<아니리>
별주부 가만히 생각헌 즉 쓸개 주겠다고 놓아 달라는 것이 얼죽엄은 된 모양이라 깍 물었든 호랑이 알불을 슬그머니 늦혀 노니,
<휘머리>
호랑이 몽그랐다 후다딱 뛰어갈 제, 급한 난리 화살 닷 듯 오림에서 조조 닷 듯 조총에서 철환 닷 듯 산을 넘고 바다를 건너 그저 인홀불견 간 곳 없네.
탐구 4
수궁가에서 중요한 등장인물은 별주부(鼈主簿), 토끼, 용왕입니다.
먼저 별주부는 용왕이 중병에 걸리자 목숨을 걸고 육지로 나아가 약으로 쓸 토끼를 잡아오는 인물입니다. '별(鼈)'은 자라를 뜻하며, '주부(主簿)'는 조선시대에 종육품의 하찮은 관직입니다.
먼저 별주부를 부정적인 관점에서 살펴 볼 수 있습니다.
별주부는 용왕으로 상징되는 절대적 권력에 복종하다가 배신당하는 봉건적인 관리입니다. 즉 목숨까지 걸고 용왕을 위해 충성을 다했으나 토끼의 거짓말에 속은 별주부를 용왕은 보신탕감이라고 우롱하면서 박대합니다. 그런 점에서 지배층지만 한편으로 토끼처럼 약자로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직하여 자기의 처지를 반성하거나 의심해 보지 않는 경직된 인물입니다. 말하자면 별주부의 충성은 유교적 충성을 북돋우기보다는 역설적으로 충성의 헛됨을 드러내는 것으로 볼 수 있는 여지가 큽니다.
사냥이 끝나면 사냥개를 잡아먹는다, 는 속담과 관련시켜 별주부를 평가해 보세요.
분청사기 / 물고기 무늬 자라병
탐구 5.
별주부의 우직한 면은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예컨대 육지에 나가 토끼의 간을 구해오라는 용왕의 명령이 떨어지자 대부분의 신하들은 각자의 안위를 먼저 생각하여 다른 신하들에게 미룹니다. 이때 말석에 있던 별주부가 앞장서서 임무를 떠맡는 것입니다.
물론 큰 공을 세워 출세하려는 다른 계산이 깔려 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러나 호랑이를 만나 죽게 되었을 때도 용왕의 건강을 먼저 염려하고, 토끼를 찾기 위해 정성스레 산신제까지 지내며, 토끼를 놓친 후에도 용왕을 원망하기보다 스스로를 탓하는 그의 우직한 충성심은 다른 신하들에게서는 볼 수 없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별주부는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을 실천하는 인물이며 유교적인 점에서 전형적인 충신에 해당됩니다. 그러나 토끼를 유혹하는 대목은 지모가 출중한 인물로 묘사됩니다.
다음 토끼를 유혹하는 대목을 감상해 보고 별주부의 지모를 생각해 보세요.
<아니리>
선생의 기상을 살펴보니 치세지능신이요 난세지간웅이라. 눈이 밝고 총민허여 천문지리 다 알태며 몸이 적고 발이 빨라 산도 넘고 물도 뛰어 따라갈 이 없을 테요, 첩첩한 그 구변은 소진장의 웃줄이요, 각금각금 조으난 건 공명선생의 춘수인 듯 생긴 것이 모도정신 볼수록 귀골이라 모족 중에 제일이니 우리 수궁가시오면 출장입상 그 공명을 따라갈 이 뉘 있을까.
선생의 기상을 살펴보니 치세지능신이요 난세지간웅이라 눈이 밝고 총민허여 천문지리 다 알태며 몸이 적고 발이 빨라 산도 넘고 물도 뛰어 따라가리 없을 테요. 첩첩한 그 구변은 소진장의 웃줄이요, 각금각금 조으난 건 공명선생의 춘수인 듯 생긴 것이 모도정신 볼수록 귀골이라 모족중에 제일이니 우리수궁가시오면 출장입상 그 공명을 따라가 리 뉘 있을가.
<아니리>
주부가 들으면서 가만히 생각헌즉 저 놈을 훨석 추어논 바 방정 마진 저 소견에 교만이 나서 저 모양이니 되게 한번 탁 질러서 저놈 기를 꺾어 보리라, 허고 퇴선생 말 다 하셨오. 예, 다 했오. 몹씨 불어재치요. 산중에서 부는 바람 해풍보다 훨신 세여서 귀가 시려 못 듯겠오 .
내가 산중일 들 어찌 알랴 허고 그렇게 과장을 허지마는 당신 상을 보니 입이 거짓 말 잘 허게 생겼고 또 눈알이 붉어 화망살기가 있소. 고향을 떠나 타국에를 간다면 살기를 면허고 훈련대장을 곳 헐 터이나 진세 간에 오래 머물다가는 그 살기로 인허여 죽을 지경을 꼭 여덟 번 당허겠오.
어, 그분 초면에 방정 마진소리 허는고.
탐구 6
토끼는 몸집이 크고 힘센 동물이나 인간들에게 핍박받으며 살아가는 미미한 존재이며 산중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팔난(八難)의 위험을 열거하면서 별천지 같은 수궁으로 인도하겠다는 별주부의 유혹에 토끼가 쉽게 넘어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부푼 기대를 안고 수궁에 도착하자마자 용왕은 자신을 위해 목숨을 바칠 것을 당연하듯이 명령합니다. 하지만 토끼는 간을 육지에 꺼내두고 왔다는 대담한 거짓말로 용왕을 포함한 수궁의 신하들을 감쪽같이 속이고 융숭한 대접까지 받고 육지로 돌아옵니다. 토끼는 비록 가진 것과 힘도 없지만 삶의 지혜를 갖춘 서민층을 대변하는 존재입니다.
다음은 토끼가 별주부를 따라가기를 망설이는 대목입니다. 감상하고 조심스럽게 살아가는 서민들을 소재로 글을 써 보세요.
경북궁 근정전의 십이지신상 / 토끼상
<자진머리>
어따 이놈아 썩 가거라. 벼슬하려 간단 놈이 다리 앞으다 물 써겄다. 가진 핑개를 헌단 말이냐. 장부 의심 만커드면 대소성사 못허느니라. 너 생긴 모양새가 무슨 복이 드럿으랴. 인중 밑 쩌룬 것은 단명 격이 분명허고 안중에 화망살이라 내일 일모 시에 김포수 날랜 총 네 놈의 징구리 듸리대고 꾸루루루루루 쾅,
<아니리>
토기 깜작 놀래 여보 그 쾅 소리 좀 빼고 말허시오. 그런듸 수궁에는 총 없오. 여보시오 총이라 허는 것은 불이 일어나야 나가는 것인듸 물속에서 총이 있은들 어떻게 쓸 것이요. 그러면 별주부 좋은 수가 있소. 내가 버드나무 가지 하나 잡고 뒷발 정거 보아 물이 목불만 찌면 가려니와 더 깊으면 갈 수 없오.
아-글랑 그리허오.
토끼가 버드나무 가지 하나를 잡더니 자-내려 가오. 물이 어듸만큼 닸는가 보시요. 자- 자래는 물에서는 나는 짐승이라 편전 살같이 쑤루루루루루 들어가 토끼 뒷다리를 깍 물고 물속으로 울눅울눅 들어가니 토끼 일변 물을 키면서 어-푸 아이고 이놈 별주부야 나 죽겄다. 족금 놓아라. 아이고 똥 싸 겄다. 이놈 똥 싸라. 아이고 뒷지는 멀로 허고야. 너룬 물에 훌넝훌넝허면 목욕 삼어 좋으니라. 아가리 벌리지 마라. 짠 물 들어가면 벙어리 될 것이다. 이놈 내 등에 가만히 업저 세상 구경이나 허고.
탐구 7
토끼 배 가르는 대목을 감상하고 용왕의 이기주의, 토끼의 능청스런 꾀를 중심으로 지배층과 서민이 이 세상을 살아가는 태도를 비교하는 글을 써 보세요.
<아니리>
용왕이 분부허시되 에-토끼 들어라. 내 우연히 병이 들어 사경에 이르러 명의다려 물은 즉 네 간이 으뜸이라 허기로 어진 신하를 보내 너를 잡아 왔으니 죽노라 한을 마라. 네가 이제 죽거드면 너의 그 떳떳한 이름 천추만세 사기중에서 찾게 될 것이요 너의 육신은 안장헌 연후 기린 각능허대에 너의 이름을 새길 것이며 황금으로 너의 형상을 짓게 허고 정조 한식 단오 추석엔 너의 제사도 받들게 헐 것이니 네 죽노라 설어 말라. 네 토끼 배 급히 갈라 간을 더운 짐에 소금 찍어 올려라.
토끼란 놈 훈련대장 헐 줄 알고 갔다가 이 말을 들어노니 기가 칵 맥힐 지경이라. 한 꾀를 얼른 생각해가지고 눈물을 뚝뚝 빠치며 허는 말이 허-막비운수구나. 소년 대장 못 지내고 이놈 용케 허망히 잘 죽는다.
<중머리>
허허 원통헌 일이로구나. 소퇴 한 말슴 아뢰리다. 회음따 한신이가 소하 따라 파촉 가기는 한왕 섬길 마음이요, 궁팔십 강태공도 주나라에 가옵기는 문왕 섬길 마음이요, 남양따 제갈량이 한나라 가옵기는 현덕 섬길 마음이요. 소퇴도 주부 따라 수궁에 들어오기는 대왕 섬길 마음이니 분골쇄신 되온대도 무슨 여한이 있으리요만 이 속진즉 몰은 것이 절통허고 한이 되옵니다.
용왕이 가만히 듣더니만 네가 나를 섬기려왔다? 그래 죽어도 여한이 없다면서 절통허다 험은 그 어쩐 뜻인고? 소퇴 같은 일루잔명 진세산 중에 지천이오라 산양군의 반찬될 지 독수리 밥이 될 지 그물에 쌓일런지 총부리에 타질런지 기왕 죽을 목숨이오나 그런 죽엄을 당허오면 세상에 났든 자취 흔적도 없아올듸 소퇴의 간으로써 대왕 환후 구허오면 아무 공로 없아와도 유방백세 될 터온데 하물며대왕의성덕으로 황금형용사당봉사 그영화무궁허여 만세유전허올것을 천하 몹쓸이 방정이 간을 두고 왔아오니 절통허기 측량이 없나이다.
<아니리>
토끼가 이렇듯 원통타 말을 허며 눈물을 한없이 흘리고 앉었겄다. 용왕이 보시다 대소 허시며 허허허허 그것 미련헌 것이로다. 거짓말을 헐지라도 가기기방헐 것이지 천천만만부당헌 말을 누가 고지 드를 텐고. 네 복중에 있는 간을 어데다 어떻게 두고 왔다 허느냐.
하하하하 토끼가 듯저니 저도 또한 앙천대소허며 아하하하하하 대왕의 무궁조화 승천입해 허옵시고 흥운치무허시기에 천지간 모든 이치 아-아실 줄 알었더니 소퇴의 간 출입은 초동목수도 다 아는듸 대왕 혼자만 몰으시니 황송헌 말슴이오나 어찌 그리 무식허시니까. 내 배속에 간이 없다 해도 고지 듣지 않을 묘양이요 내 배를 따 봐야 알 일이니 간이 있 없나 자-배를 따보시요.
용왕이 듣고 의혹이 잔득 삼겨 아니 어떻게 된 말인고 말을 분명히 해보아라
탐구 8
토끼와 별주부는 지략과 어리석음, 욕망, 허위의식에서 서로 공유하는 부분도 많습니다. 먼저 별주부의 지략은 호랑이를 만난 위기에서 벗어나고 토끼를 수궁으로 인도하는 과정에서 보입니다. 그리고 토끼를 잡아 공을 세우고 싶다는 욕망이 보입니다.
반면에 토끼는 별주부에게 유혹당하는 과정에서 어리석음을 드러내며 수궁에서 높은 벼슬과 미인을 얻을 수 있다는 욕망이 작용합니다.
그리고 별주부와 토끼의 허영심과 허위의식은 토끼가 자신이 살고 있는 산중 세계를 자랑하는 대목에서 드러나며 별주부가 전혀 경험이 없는 육지에 나가겠다고 자원하는 대목에서 보입니다.
자기 속에 숨어 있는 어리석음, 욕망, 허위의식을 찾아 이를 중심으로 자기를 폭로하는 시를 써 보세요.
탐구 9
용왕은 자신의 병을 고쳐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 신하들로 하여금 목숨을 걸고 토끼의 간을 구해올 것을 요구하는 권위적인 인물입니다. 용왕은 별주부가 육지로 나갈 뜻을 밝히자마자 그를 고귀한 충신으로 대접했지만 토끼의 거짓말에 속은 뒤로는 바로 별주부를 멸시하고 토끼를 찬양하는 태도를 보입니다.
수궁가에서 용왕은 가장 풍자의 대상이 되는 인물입니다. 탐욕적이고 부도덕한 지배층을 형상화한 용왕은 수궁가에서 철저하게 조롱당하고 희화화되는데, 당시 관객들이 명창이 부르는 판소리를 통해서 느낀 통쾌한 감정을 상상해 보고 조선시대의 왕을 비판해 보세요.
고성 운흥사 관음보살도 중 용왕과 용녀
발전 1
우화소설은 우화의 수법을 본 딴 소설입니다. 우화는 동식물의 가면을 쓴 인물을 통하여 인간의 본성과 행동의 원리를 보여주는 이야기로서 본래 교훈성이 강하며 반어적인 표현을 통하여 인간의 결함이나 부조리를 비판하려는 풍자적인 작품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최초의 우화소설은 신라 때 설총이 지은 화왕계(花王戒)입니다. 〈삼국사기〉에 의하면, 신문왕은 어느 여름날 밤 설총에게 이야기를 들으면서 울적한 마음을 풀고 싶다고 했다고 합니다. 그러자 설총이 옛날이야기를 하듯이 말을 꺼냈습니다.
온갖 꽃이 피어 있는 꽃나라의 화왕(花王)이 처음에는 꽃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미를 사랑했습니다. 그러나 할미꽃이 나타나 "임금님께서는 좌우에서 온갖 물품을 넉넉히 공급하여 기름진 쌀과 고기로 창자를 채우고, 아름다운 차와 술로 정신을 맑게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상자 속에 깊이 간직한 양약으로 원기를 돋우어야 하고, 영사(靈砂)로 독을 제거해야 한다"라고 충언을 하였습니다. 그 말에 감동한 화왕은 요망한 무리를 멀리하고 정직한 도리를 받들게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야기를 다 듣고 난 신문왕은 "그대의 우언이 참으로 깊은 뜻이 있으니 글로 써두어 임금을 경계하는 말로 하라"라고 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설총은 할미꽃을 빗대어 바른 도리로 정치를 해야 한다고 넌지시 암시했던 것입니다.
화왕계처럼 꽃을 소재로 간단한 우화소설을 써 보세요.
발전 2
고려 후기에 가전체의 우화소설이 등장합니다. 돈과 술을 의인화 한 임춘(林椿)의 〈공방전 孔方傳〉과 〈국순전 麴醇傳〉, 술과 거북을 의인화 한 이규보(李奎報)의 〈국선생전 麴先生傳〉과 〈청강사자현부전 淸江使者玄夫傳〉, 종이를 의인화 한 이첨(李詹)의 〈저생전 楮生傳〉, 지팡이를 의인화 한 식영암(息影庵)의 〈정시자전 丁侍者傳〉, 대나무를 의인화한 이곡(李穀)의 〈죽부인전 竹夫人傳〉이 그러합니다.
이규보의 <청강사자현부전(淸江使者玄夫傳)>은 거북을 의인화하여 지은 가전체 작품입니다. 그 줄거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현부는 강바닥에 엎드려 살았다. 그의 선조는 신인으로 놀라운 힘을 지니고 있어 바다 한가운데 있는 산을 지탱했다. 그러나 그 후손들은 몸이 작아지고 힘도 약해져 점을 치며 살아갔다. 임금이 그 이름을 듣고 불렀으나 현부는 거절했다. 진흙 속에서 노는 재미가 무궁한데 잡아다가 문갑 속에 넣어두는 것 같은 사랑을 받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실수로 어부에게 잡혀 송나라 원왕에게 끌려가 고난을 겪었고 그 아들은 사람들에게 삶아 먹히기도 했다. 왕이 어떻게 잡혔냐고 묻자 현부는 밝은 눈에도 보이지 않는 것이 있으며, 지혜도 미치지 못하는 곳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벼슬보다 자유를 강조한 이 작품은 우리 국문학사상 동물을 의인화한 첫 가전체입니다. 자유를 주제로 하여 자기 주변에서 적당한 소재를 골라 우화적인 소설을 구상해 보세요.
발전 3
<화사(花史)>는 조선 중기에 임제(林悌)가 지은 의인체 한문소설입니다. <화사>는 식물세계를 의인화하여 사건을 전개하는데, 내용은 봄 여름 가을에 피는 꽃 중에서 매화, 모란, 부용 등 세 꽃을 군왕으로 설정하였습니다.
임제는 철 따라 피는 꽃, 나무, 풀들의 세계를 나라와 백성과 신하로 삼아서 사건을 진행시킵니다. 매화는 도(陶), 모란은 하(夏), 부용은 당(唐)이라는 왕국을 통치합니다.
이처럼 꽃을 소재로 미국, 북한, 중국, 남한을 중심으로 우화소설을 구상해 보세요.
발전 4
우화소설이 본격적으로 발전된 것은 조선 후기입니다. 한글로 쓰여 진 우화소설은<토끼전><장끼전><서동지전(鼠同知傳)><녹처사연회(鹿處士宴會)><까치전> 등이 있는데 그 중 판소리로 불린 것은 <토끼전>과 <장끼전>이 대표적입니다.
<토끼전>은 용왕과 자라의 봉건사회의 풍속을 조소하고 비판하면서 하층인 토끼를 통하여 인간의 해방을 주장한 작품입니다. <장끼전>은 장끼로 대표되는 가부장의 권위의식과 탐욕을 징계하고 고난과 순종을 강요당하는 여인의 운명을 극복하려는 작품입니다. 그 중심이 바로 까투리의 개가(改嫁)입니다.
한문우화 소설은 <서대주전(鼠大州傳)><와사옥안(蛙蛇獄案)><서옥기(鼠獄記)> 등 재판기록의 형식으로 된 작품들이 있는데, 이 중 <서옥기>는 독창성이 두드러진 작품입니다.
<서옥기>는 창고를 털어먹은 큰 쥐의 범행에 대소 80여 종의 동식물이 연루되어 있는 옥사(獄事)를 묘사하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자기의 죄를 남에게 뒤집어씌우는 교활하고 비굴한 인간들의 행동을 신랄하게 풍자하는 작품입니다. 즉 지배층의 수탈로 파탄을 맞이한 조선 후기 농촌사회를 풍자적인 비유, 반어, 역설, 패러디 등의 수법을 통하여 예리하게 고발하고 있습니다.
서옥기의 줄거리를 읽고 등장하는 동물이 무엇을 상징하는지 지적해 보세요.
한 마리의 쥐가 그의 무리들을 이끌고 쌀창고를 뚫고 들어가 배불리 먹고 지내다가 창신(倉神 곳간을 지키는 신)에게 발각되어 신병(神兵)에게 잡혀간다. 창신은 누가 여기에 쌀이 있다는 것을 가르쳐 주었는지를 국문한다. 쥐가 처음은 쌀창고 앞의 복숭아나무와 버드나무라고 말한다. 창신이 그들을 잡아 물어보니 그런 일이 없다고 한다.
창신이 다시 쥐를 국문하자, 이번에는 문신(門神)과 호신(戶神)이라고 하더니, 다음에는 고양이와 개라고 했다가, 다시 백호(白狐)와 반리(斑狸)라고 했다가, 토끼·사슴·염소·기린 등이라고 계속 거짓말을 한다. 그 뒤에 쥐는 두견·앵무·꾀꼬리·나비·박쥐·참새 등의 이름을 대면서 거짓말을 계속한다.
이에 격분한 창신은 쥐를 기둥에 묶고 다섯 가지 형벌을 갖추어 처형하려 하자 쥐는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말할 기회를 줄 것을 호소하면서 여러 동물들의 간사함을 얘기하고는 자신의 무죄를 주장한다.
창신이 하늘에 올라가 상제께 소송사건의 전모를 아뢰자, 상제는 쥐도둑들의 목을 베어 거리에 버리고 다른 새와 짐승들은 놓아주도록 명령한다. 이에 창신은 쥐도적들을 베고, 쥐구멍을 파헤쳐 모두 죽이니, 그 뒤부터는 창고의 곡식이 소모되지 않았다.
심화 1
유럽에서 우화의 형식을 이용한 작가는 안데르센, 오스카 와일드, 생텍쥐페리, 조지 오웰입니다.
안데르센의 ‘미운 오리새끼’는 너무나 잘 알려진 우화소설입니다. 잘 알려진 줄거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어느 날 오리가 낳은 알들이 모두 부화하였는데, 그 중 다른 새끼들과는 다른 외모의 못생긴 오리 새끼 한 마리가 있었다. 다른 새끼 오리들은 색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이 미운 오리 새끼를 괴롭혔고, 고통 받던 미운 오리 새끼는 무리를 떠나 혼자 살아간다. 그러나 다음 해 미운 오리 새끼는 알고보니 고니의 새끼였다는 출생의 비밀이 밝혀져 오리보다 훨씬 아름다운 고니들 무리에 합류해 살아간다.
소외당하는 인간의 고귀함을 소재로 우화소설을 구상해 보세요.
심화 2
안데르센의 우화소설인 ‘나이팅게일’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노래를 하는 나이팅게일이라는 새가 있다는 소문을 들은 황제는 신하들을 시켜 그 새를 찾아오게 했다. 새의 노래에 반해 버린 황제는 새를 가두어 놓고 매일 자신을 위해 노래를 하게 했다.
얼마 후 황제는 나이팅게일을 똑 닮은 가짜 새를 선물로 받았다. 신하들은 모두 입을 모아 가짜 새를 칭찬했고, 나이팅게일은 점차 잊혀졌다. 그러던 어느 날 가짜 새는 망가져 일 년에 딱 한번만 노래 할 수 있었고 황제는 병이 들었다. 병이 난 황제의 곁에 구세주처럼 나타난 진짜 나이팅게일은 그를 위해 아름다운 노래를 시작한다.
가짜와 진짜를 대조하여 우화소설을 구상해 보세요.
심화 3
오스카 와일드의 동화책은 1888년에 출간된 <행복한 왕자와 다른 이야기들 (The happy prince and other tales)>입니다. ‘행복한 왕자’를 비롯하여 5개의 동화로 구성된 이 동화책의 3번째 작품이 바로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리기도 했던 ‘욕심쟁이 거인(The selfish Giant)입니다. 그 줄거리는 아래와 같습니다.
한 때는 아이들이 매일 찾아와 뛰어노는 생기 넘치는 정원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어느 날 거인이 혼자 독차지하기 위해 높은 담을 쌓고 아이들을 쫓아내 버렸습니다. 그 뒤부터 정원은 봄이 찾아오지 않고 늘 겨울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 이유를 모른 채 새가 돌아와 지저귀고 꽃이 다시 피길 바라는 거인의 마음 속에는 그리움이 점점 커져만 갔습니다.
여러 해가 지난 어느 날 거인의 정원이 봄으로 물들기 시작하였습니다. 아이들이 나무를 타고 담을 넘어 정원으로 들어와 뛰어노는 모습을 보고서야 거인은 왜 정원에 봄이 찾아오지 않았는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거인은 키가 작아 혼자 나무에 오르지 못해 울고 있는 아이를 안아 나무에 올려주고 담을 허물었습니다. 드디어 정원은 아이들과 거인 모두의 정원이 되었고 거인과 아이들은 모두 친구가 되어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내게 되었습니다.
‘왕자와 제비’라는 동화로 잘 알려진 오스카 와일드의 ‘욕심쟁이 거인’의 동화를 본받아 이 시대의 부자들을 소재로 우화소설을 써 보세요.
심화 4
프랑스의 생 텍쥐베리의 ‘어린 왕자(1943)는 비행기 고장으로 사막에 불시착한 주인공이 어떤 별에서 우주여행을 온 어린 왕자와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인간이 고독을 극복하는 과정을 연약하고 순결한 어린 왕자의 눈을 통해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이 작품은 어른들을 위한 동화입니다. 이 작품은 다음과 같이 시작됩니다.
나는 코끼리를 삼키고 있는 보아 구렁이를 그려서 어른들에게 보여주었다. 무섭지 않으냐고 하자 어른들은 모자가 뭐가 무서우냐고 하며 그런 그림을 그리고 있느니 지리나 역사에 관심을 두라고 하였다. 그래서 나는 내 어릴 적 꿈인 화가라는 직업을 포기하고 비행기 조종하는 법을 배웠고 나는 세계 여기저기 안 가본 곳이 없다. 비행기를 타고 세계 일주를 하던 중 비행기가 갑작스럽게 고장이 나버렸다. 그래서 도착한 곳은 사하라 사막 한가운데였다. 사막 한가운데에서 비행기를 고치고 있을 때 어린 왕자를 만났다.
B-612라는 별에서 온 어린 왕자는 크고 작은 일곱 개 별을 방문한다. 그중에서 마지막 별이 지구인데, 어린 왕자는 지구에서 지혜로운 여우 한 마리를 만나게 된다. 어린 왕자가 친구가 되자고 제의했으나 여우는 길이 들지 않아서 친구가 될 수 없노라고 말한다. ‘길들인다’는 것이 무슨 뜻이냐고 묻자 여우는 ‘관계를 맺는다.’는 뜻이라고 설명해준다.
이 작품 전체에 흐르는 중심 사상은 눈에 보이지 않고 마음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과 길들인 것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이 작품이 사랑받는 이유는 어린 왕자라는 순결한 어린이의 눈을 통하여 잊히고 등한시되었던 진실들을 우리가 하나씩 깨달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린이의 눈이 되어 여우와 장미꽃을 소재로 우화소설을 구상해 보세요.
심화 5
영국의 소설가 오웰의 〈동물농장 1984〉은 전체주의 질서의 공포를 분석한 반유토피아 소설입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존스 농장의 동물들이 지도자인 돼지의 유언에 따라 반란을 일으켜 농장주를 쫓아낸다. 동물농장의 주인이 된 동물들은 평등한 사회를 바라면서 열심히 일하지만 수뇌자들의 권력투쟁으로 트로츠키를 연상시키는 이론가 스노볼이 추방되고 스탈린을 상징하는 나폴레옹의 독재체제가 굳어진다. 결국 동물 가운데 돼지만 특권을 누리게 되고 혁명 전보다 더 심한 착취가 이루어지며 금기시되던 인간들과의 상거래도 부활된다.
이 소설은 러시아 혁명과 스탈린의 배신에 바탕을 둔 정치적 우화소설입니다. 유토피아와 사회주의를 주제로 하여 우화소설을 구상해 보세요.
심화 6
<마당을 나온 암탉>은 황선미가 2000년에 발표한 동화입니다. 2000년 겨울에 성인용으로 다시 출간되었고 2011년에 원작 동화를 바탕으로 애니메이션과 그림책으로 출간되었습니다. 또 이 책은 영문판으로 출간되어 한달 만에 영국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기도 한 작품입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에니메이션 속의 청둥오리와 암닭
품지 못하는 알을 더 이상 낳지 않기로 결심한 '잎싹'이라는 양계장 닭은 어느 날 마당을 보게 된다. 마당으로 나가기를 꿈꾸던 잎싹은 너무 먹지 않아 병들고 쓸모없는 닭이 되어 주인에게 양계장 밖으로 쫓겨나 구덩이 속으로 버려지게 된다.
구덩이에서 간신히 살아난 잎싹에게 청둥오리 '나그네'가 나타나 족제비를 피해서 빨리 위험 지역에서 벗어나라고 일러준다. 하지만 나그네마저 뽀얀 오리(백조)와 함께 사라진 집에서 잎싹은 혼자 찔레덤불로 가다가 비명 소리를 듣게 된다.
잎싹은 가시덤불 속에서 알을 발견한다. 알을 품고 싶었던 잎싹 앞에 갑자기 사라졌던 나그네가 나타나 알을 품는 잎싹을 보살펴주지만 알이 부화하기 직전에 족제비에게 잡아먹히게 된다. 잎싹은 알에서 깨어난 아기 청둥오리를 '초록이'라고 이름 지어 부르면서 자식처럼 보살핀다.
족제비에게 잡아먹힌 나그네는 잎싹에게 저수지로 가라고 했었지만 잎싹은 자신이 품은 아기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마당을 찾게 되나 따돌림을 당하고 결국 저수지에서 지내게 된다. 마침내 초록이는 청둥오리로 자라고 겨울을 맞아 찾아온 청둥오리 떼에 합류하면서 잎싹을 떠나게 된다. 잎싹은 자신이 할 일을 다 했다고 생각하면서 어미 족제비에 비참하게 물려 죽게 된다.
이 작품은 자유를 향한 의지와 아름다운 모성애를 그린 우화적인 동화입니다. 근대문명을 상징하는 마당과 탈문명적인 저수지를 배경으로 우화소설을 써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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