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누리] 피향정 |
2006-08-10 17: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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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땅에는 예로부터 경치가 아름다운 곳마다 누각과 정자들이 들어섰다. 누(樓)는 멀리 넓게 볼 수 있도록 다락구조로 높게 지어졌다. 반면 정(亭)은 주로 경관이 수려하고 사방이 터진 곳에 세웠다. 둘다 자연 속에서 풍류를 즐기며 정신수양의 장소로 활용됐던 건축물이다. 특히 선인(仙人)에 가까워지기 위해 항시 스스로를 자연의 일원으로 보고, 자연과 함께 존재하고자 하는 기대가 강했다. 거기서부터 정자나 누각이 생겨나게 됐다. 정자가 개인적이라면, 누각은 공적인 공간의 성격이 강했다. 농촌들판 또는 마을 입구에 있는 모정(茅亭)조차 다 뜻이 있다. 고려시대 재상 이규보는 ‘사륜정기(四輪亭記)’라는 글에서 정자에 필요한 도구로 책, 베개, 바둑판을 중요시했다. 또 거기에 모이는 사람들을 예시했다. 시를 잘 쓰는 사람, 거문고를 잘 타는 사람, 노래를 잘하는 사람, 바둑을 두는 사람들이 그 예다. 그만큼 정자가 풍류장소일 뿐만 아니라 학자들의 학문의 공간이었다. 정자는 산과 강, 들에 자리잡은 장소가 보여주듯이, 자연합일이라는 건축관이 적극적으로 반영됐다. 그러다가 차츰 일상과 가깝게 정자를 뒀다. 따라서 정자는 개인 수양을 위한 풍류기능, 교육을 위한 강학기능, 조상숭배를 위한 기능, 지역적인 계 모임의 기능 등 다양한 목적을 위해 건축됐다. 태인 피향정(披香亭 보물 289호)은 호남지방에서 으뜸가는 정자다. 조선시대 대표 정자 중 하나로 조선 중기의 목조건축 양식을 잘 보여주고 있어 건축사 연구에 중요한 문화재이다. ‘호남제일정'으로 알려진 피향정은 신라 시대 문장가 고운 최치원이 태산(현 태인)군수로 재임 중에 풍월을 읊고 소요하던 연못가에 세워진 것으로 유명하다. 피향정 인근 연못에 매년 여름에 피는 연꽃이 화려하지는 않지만 고고한 자태를 뽐내며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연꽃의 아름다운 자태와 향을 즐길 수 있는 '태인 피향정문화축제'가 12-13일 정읍시 태인면 피향정 일대에서 열린다. 축제는 청소년 어울림 마당, 정읍시립국악단의 공연과 연꽃 사진전시회, 연잎차와 죽력고(대나무즙을 발효한 술) 시음회등이 이어진다. |
새전북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