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산 作
없어지면 아쉬운글
제가 대신 올립니다.
장문의 글
한 번에 올릴 수 없어
1, 2 편 두번 올립니다.
< 지리산 종주기 1 >
지난 6월 26일부터 6월 29일까지 고려대 72산악회 회원 8명이 지리산 종주 산행에 나섰다. 26일 오전에 서울 용산역, 영등포역과 수원역에서 각각 탑승하여 전남 구례구역 가는 ITX 열차에 몸을 싣고 떠났다. ITX는 기존의 철도선을 이용하여 보다 많은 역에 정차하는 열차로서, 전용 선로를 사용하면서 상대적으로 적은 역에 정차하는 고속 KTX와 비교된다.
처음에 지리산 3박 4일 지리산 종주 이야기가 나왔을 때, 칠순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무리하는 것 같고 또한 장마철에 진입하면 산행이 힘들 것이라고 생각하여 한참을 망설이다가, 이번 기회를 놓치면 앞으로는 정말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에 두려운 마음을 접고 용감하게 참여했다.
우선 간략하게 지리산 종주 일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일차:서울 출발, 구례구역 도착, 택시로 성삼재 이동, 노고단까지 도보 이동
2일차:노고단에서 벽소령까지 이동
3일차:벽소령에서 장터목까지 이동
4일차:장터목에서 천왕봉 등정 및 일출 관람, 백무동계곡으로 하산 및 귀경
이틀 한나절 동안 35.7Km의 험준한 산을 걷는 산악 행군이다.
먼저 잠자리 이야기부터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첫날 밤은 노고단 대피소에서 잤다. 둘째 날은 벽소령 대피소에서 묵고, 3일째 밤은 장터목에서 머물렀다. 숙소를 비교하자면 노고단은 3성급 호텔 수준이고, 벽소령은 깨끗한 모텔 수준이고, 장터목은 지금은 없어진 60.70년대의 여인숙 수준이다. 대피소 직원들의 근무태도나 고객대응도 숙소 평가와 동일한 것은 우연일까 아니면 근무 환경과 개인의 인성이 영향을 미친 것일까?
첫째 날은 구례구역 부근에서 점심으로 다슬기 수제비를 먹고, 저녁은 노고단에서 삼겹살 구이로 잘 먹었다. 일행 중 B는 점심 먹은 것이 체하여서 토하고 아무 것도 먹지 못하게 되어 내일의 일정이 걱정되었다. 노고단(老姑壇)은 해발 1,500m 이상이라 밤하늘에 대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북두칠성을 비롯한 많은 별들이 보였다. 숙소는 준공된지 육 개월밖에 되지 않고 작지만 1인 1개 cabin식으로 방이 배치되어 주위 사람 영향을 받지 않고 편안하게 잘 수 있는 좋은 조건이었다.
둘째 날 큰 꿈을 안고 시작하는 대장정이 시작되는 날이다. 아침밥을 든든히 먹고 출발하여 노고단에 올라 주위를 바라보니 부드러운 산세의 모습을 갖고 있는 산들의 연봉이 끝없이 전개된다. 피아골 삼거리에 도달하기 전에 험준한 피아골을 내려다 볼 수 있는 전망대에서 피아골 계곡을 내려다 보려고 가장자리로 걸어가다가, 두 개의 계단이 있는 걸 모르고 가다가 배낭을 맨 채로 넘어져 난간 밖으로 튀어 나갈 것 같은 찰나에 F가 나를 잡아서 큰 위험에서 나를 구했다. 그러나 큰 충돌의 충격으로 왼쪽 허벅지에 통증을 느껴 산행 내내 내리막길 걷는 것이 다른 사람의 1.5배 더 힘들었다. 피아골은 1950년대 초에 소위 공산주의자 빨치산과 우리 국군 및 경찰과의 치열할 전투가 있어 많은 사람이 죽은 골짜기이다. 피아골 전망대를 지나서, A와 B는 몸 상태를 고려하고 다른 일행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하여 하산하여 하루 먼저 서울로 귀경하는 것으로 결정하였다. 무척 아쉽지만 어떡하냐. 내 몸이 최우선이며 정상 도전은 다음에도 기회가 있는 것 아닌가?
점심은 아침에 준비한 이런저런 내용물을 넣은 주먹밥을 전라북도, 전라남도와 경상남도 세 개의 道가 만나는 三道峰에서 먹었는데 아주 별미이며 의미가 깊다. 모두 맛있다고 말하니 아침을 준비하신 분들의 기분이 많이 고양되었을 것이다. 벽소령(碧宵嶺)으로 가는 길은 참 경치가 아름답고 하늘은 에메랄드보다 더 고은 코발트블루 색상이라 아래 그림같이 사진이 그렇게 예쁠 수가 없다.
오후에는 호사다마라고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비가 내리면 더욱더 힘들고 길이 미끄러워 위험하다. 오후에는 지쳐서 원래 예약한 벽소령대피소가 아닌 훨씬 그전에 있는 연하천대피소에 하룻밤 묵으려 했지만 당일 현장 예약은 불가하다고 한다. 설상가상으로 대피서 직원이 나의 스틱 한 개를 밟아 부서트려서 난감해졌다. 두 개의 스틱으로 걷지 않으면 훨씬 위험한데 걱정이다. 그 직원이 대피소에 있는 헌 스틱 하나를 드리겠다고 제안하여 울며 겨자 먹기로 받을 수밖에 없었다.
빗속의 산행이라 모두 지쳤다. 저녁 무렵 벽소령대피소에 도착하여 저녁을 먹으니 피로가 밀려와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하도 피곤하여 아침 5시가 넘어서 눈을 떴다. 잠이 적은 사람은 한밤중에 깨어나 밖으로 나가 하늘을 보니 수많은 별들이 반짝이는 별천지가 펼쳐졌었다고 말한다. 나도 중간에 잠이 깨어 별을 보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래도 별구경보다는 잠을 더 자는 것이 내일 일정에 더 좋은 것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