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혜옹주 1부 최종화 "소녀는 간다 울지 마라" 上

[pizzapai]

"서러운 듯 품고 있다니요 황비께서 요새 몸이 안 좋으셔서 판단력 까지 흐려지시는 모양입니다 잘못 보신게지요"
"
"그러합니까?...."
"
"히로히토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면서 나가코에게 술을 한 잔 권했다 술을 한잔 마시는 나가코는 입술만 바르르떤다
"

'..진실로 폐하께서는 이 나가코를 비참하게 만드시는 데 명수이십니다 그렇게까지 아둔하게 보였습니까?'

나가코는 글라스를 거칠게 내려놓고 무언이 그리도 분한 듯 바르르 떨고만 있자 히로히토는 저고리를

그리고 노리개를 곱게 한 쪽 구석으로 밀어넣고 위스키를 다시 한 모금 입으로 넘긴 뒤 말을 했다


"황비.. 황비께서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한다고 한들 믿겠습니까? 이미 마음속에서는 아니라고 하시면서

"모든 것을 부인하시는데 이미 그렇게 생각하시는데 어떠한 말로도 그저 변명 그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까?

돌아가세요 돌아가서 마음대로 생각을 하세요 부풀려서 생각을 하시던지 혹은 진실을 바라보시던지.."


'...어떠한 변명이시던지 말씀하시는 결과는 같지 않습니까!'
나오는 목소리를 그저 함구하고 허리를 숙일 뿐이다 히로히토는 나가코가 나가지 않는 것에 대한 것에

다소 신경이 거슬린 듯 억지스런 웃음만을 짓고 있다 그녀도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 잘 알고 있었다


"..폐하 대비마마의 오라버니이신 구조 공작께서 쇼다케시 백작의 후견인이라고 하면 혼례에 구조 공작께서도

"참례를 하셔야 한다는 의미인지요? 혼례날짜는 돌아오는 오월 팔일자를 기하여 치루신다고 하시었습니다

허면 황궁에서도 구조가에 하례물과 신궁에 따른 준비를 하여야 하지 않겠습니까 모든 준비를 궁내성에
"
하라고 조취를 취하겠습니다 대비마마와 의논을 드리고 하지요 허면 물러가겠습니다"


"그만두시오-! 나가코-!"

히로히토는 거칠게 쇳소리를 내뱉으면서 나가코에게 비수를 던지듯 소리를 내뱉어 질렀다


"폐하?"


"그만두시오-! 그 따위 천한 계집의 혼례에 무얼 하사품까지 준단 말입니까 예 쇼오 가문에는 주어야지요

처치곤란한 대형 쓰레기 그 가문에서 떠받드니-! 생각해보세요 무지렁이들 벌레같은 것들이 죽어가면서도

그 얼굴을 바라보면서 죽어가고 있을 겝니다 그 천한 계집을 기둥이라 하며 목숨보다 더 따르고 있어요

허니 우리쪽에서 신경을 쓰면 얼마나 대일본제국의 위상이 얕잡아 보이겠습니까 목숨을 버릴지언정

고개를 숙이지 않는 족속들이 서로 삼삼오오 떼거지를 이루어 그러하지 않아도 난리일텐데 무슨 하사품이

필요하다고 생각을 하시는 겁니까? 진정 내가 그리라도 하면서 빌어주어야 한다는 겁니까! 잘 살라고?!"


"..폐하.. 신첩은 다만 폐하께서 .. 폐하.. 허나 어찌하여 그리 진노를 하십니까? ..그리 화를 내실 이유가.."

"..내가 하는 모든 일은 하늘과 맞닿아 있어요 허니 그 누가 내 결정에 이래라 저래라 할 수는 없는 일"

나가코는 문을 닫고 나선다 입에서는 싸늘하게 피가 흐른다 섧게 우는 꿩마냥 그녀는 긴 한숨을 한바탕 토한다


'..마음대로 하세요 평생을 그러시고 사셔도 황비는 황비 폐하는 폐하 그녀는 그녀.. 그녀에게 가장 지옥을

보여줄 겝니다 이미 지옥이겠지요 아비의 죽인 원수의 살안에 섞어들어가 살아야 한다는 것 자체부터가

허나 육체보다는 완벽한 정신의 죽음을 철저히 망가트려줄겝니다 모든 것들을 가질 수 없다면 하나의 자리를

위협하는 버러지 하나 인두로 지지고 짜내야 대일본제국이 성하겠지요 그리 바라시는 데로 해 드리지요

그리 성냄으로 가장하시면 제가 모를 줄 아십니까? 그리워해서 하마 그 말 명령하시면 당장 침전으로

끌어들이고 싶은 감정 인간이시기에 억누르지 못하고 여태까지 그리워 하신다는 것 그 쯤 하나 제가 모를 성

싶었습니까? 그리 성남으로 모진 말로서 가장 하면 그 감정 다 덮어진다고 합디까? 그것이 더욱 비참합니다

하늘과 닿은 일이니 이래라 저래라..어찌 하겠습니까 예 하늘이 하시는 일이실텐데요-! 하늘이요-!'


'..잘 알고 계십니다 나가코.. 그녀가 설사 다른이의 아내라도 내 앞에서 죽어 거꾸라지는 한이..있더라도

아마 나는 잊지 못하겠지요 역시 현명하신...... 스마일... 아내 이신 나가코 황비이십니다...'

그저 사람들이 손 놀려서 하는 일은 돈많고 할일없는 아줌마들 허리 살에 찐 몸 감추기 위하여 풀 베는 것

그 쓰레기 같은 세상을 그 쓰레기 같은 곳에서 적당하게 쓰레기처럼 매워주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사랑은 불법(不法) 어찌하였던 남녀간의 사랑이던지 혹은 부모자식의 사랑이던지 혹은 오누이간의 사랑

친구간의 사랑 동족간의 사랑 모든 것에 대한 사랑은 불법 그 자체인 곳 적당하게 매워서 살면 그만인 세상
그들도 그리 생각을 했다 그저 '사랑'을 하여주는 것이 아니라 적당하게 매워서 차면 팔면 되는 것이다

그들은 그 오누이들도 그리고 모든 이들도 그리하기를 바랬다 번식적인 욕구에 의하여 그저 나누어지는 아메바

이기를 바랬던 것이었다 훗날 누군가가 그들에게 이렇게 말을 할까.. 당신들은.."사랑"을 했군요

'로맨틱하고 낭만적인 것을 좋아하지? 도희(桃姬) 복숭아꽃 아가씨 과연 너는 대단한 소녀로다 그 이어진

피를 하나라도 완전히 보호하고자 스스로 섶을 지고 불타는 가운데 뛰어드니 희야 내 너에게 아주 완전한

희열을 후일 맛보게 해 줄 것이다 생살을 찔러 피를 낼 정도로 희생정신이 강한 너에게 그저 이 차가운

뱀의 심장은 감동하여 뜨끈뜨근하기만 하더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죽이는 그의 입장이 이 얼마나 낭만적인가

그는 아마도 너를 사랑할 것이지 아름답지 않나? 희 사랑하는 사람에게 아니 사랑하는 사람을 그가

그의 두손으로 죽인다는 것은 그리하여 그 짜릿한 쾌감의 전율을 맛보는 것이야 말로 어느 아편으로도 어느

환약으로도 따라올 수 없는 최고의 희열과 쾌감을 선사하지 아니 그러한가 자극을 만들어내는 소녀여"

그 해 삼월에 소녀는 학습원 본과를 졸업했다 짧은 만남과 그리고 영원히 만나지 못함이 교차하는 이상하고

기묘한 그 만월(滿月)의 시기 혹은 이미 만월(曼鉞) 덩굴속에 있었던 인연은 찍혀지기 위하여 덩그러니

그저 서 있을 뿐이었다 졸업식장은 으례 늘 그렇듯이 왁자지껄한 일종의 축제분위기였다 기모노를 색색깔

화려하게 차려입은 여인들 얼굴에는 역겨운 분 내음새를 가득하게 바르고 입술에는 빨간 기지꾸니를 바르고

이미 몇 몇 혼례처 혹은 정혼자가 소녀처럼 정해져 있는 여인들은 하얀색 벚꽃무늬 기모노를 입고서 온

이들도 있었다 소녀가 걷는 세상은 살얼음판이기만 하다 또한 축제의 장 역시 살얼음의 고통의 축제였다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하여 애쓰는 퀭한 눈의 충혈된 눈을 지니고 있는 작은 소호(小湖) 함정과 살얼음과

고통의 축제를 다시금 대물림 하지 않기 위하여 충혈된 눈으로 바라보는 소녀 그러한 슬픈 눈빛

허나 그것은 그들에게 굴절된 모습으로 빛이 꺽여져 굴절되는 모습으로 받아들여진다 무책임한 야유

그 사이에 덩그라니 홀로 서 있는 작은 살얼음위의 소호의 눈 무력감과 침묵의 손만 지니었다고 홀로 여윈

거문고자락 같은 설움을 방 안에서 내뱉는 그와 소호의 소녀의 눈은 그저 교차되어 서리처럼 앉는다

그는 한 마디도 해 주지 못하였다 소녀가 아침 일찍 그저 슬픈 눈을 지니고 학습원으로 향하는 차를 타고

갔을 때 저 멀리 창문으로만 바라보면서 단 한 마디도 해 주지 못하였다 이미 갈 수 없다는 칙서를 받아서

발걸음을 옮기지도 못하였으나 소녀를 바라보면서 그는 한 마디의 말도 해 줄 수가 없었다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바라보았다 그리고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마음속에 있는 빈 공간이 눈물로 채워지기 위해

그 날이 오면 샘솟듯이 그보다도 더하게 이미 눈물로 채워질 것이므로 그러면서 하루의 짧은 만남은 다시금 간다

눈앞에 널려있는 자욱한 시체를 잊기 위하여 몸밖으로 터져나간 혈관 그리고 뚝뚝 바닥에 떨구어지는 살점들

아직도 다 잊지 못하는 기억을 가진 채로 소녀는 60일도 채 남지 않는 지옥의 시간을 밤에서 해매야 했다


I see the trees of green, see roses too. I see them bloom for me and you. And I think myself

What a wonderful world. The colors of rainbow so beautiful in the sky. Are also on the face of

people going by I see the friends snaking hands saying how do you do They really saying I love you

I see skies of blue and clouds of white the brighit blessed the day... so What a wonderful world...


전쟁이라는 것을 얼마나 달콤한 것일까 그리고 그에 따라 얻어지는 피또한 얼마나 감미로운 것이었을까

조금 더 많이 그 무언가를 가지지 위하여 팔리어지는 소녀의 눈물은 얼마나 그들에게는 달콤한 것인가

도박과 유흥의 거리 그리고 소돔과 고모라와 같이 늘어나기만 하는 타락의 상징의 붉은 불빛들

지킨다-! 빼았긴다-! 이것보다 그들에게 더욱 중요한 것은 그 위협 속에서 어떻게 생존을 하느냐 였다

결국 그들은 그 모든 문제를 가치관의 다른 차이라고 여겼다 살아서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라는 것

그 말을 내세우다시피 어쨌거나 살아야 독립을 하고 우리가 힘을 기르니 일단은 개밥을 먹고 살자라는 이들

그리고 역사는 강자로 위주 그리고 우리 약자들은 그 강자를 위하여 무언가를 할 의무는 반복되는 역사의

일상이다 혹은 서서 죽으리라 다가오는 죽음마저도 감미롭게 나는 서서 죽으리라 하는 이들.. 무엇이 옳은가?

책임감을 어디에 대고 느끼는가? 가책을 느끼는가? 허나 모든 것은.. 이미 소녀의 눈물속에서는 어쩌면 그

모든 것들도 옛 쓸쓸하게 무너져 내리는 성터의 짧은 노래 구절처럼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소녀가 팔리어지는 경매의 날은 점점 더 다가온다 아니 이미 한 섬에 비싼값으로 낙찰되어 팔리는 날은..

죽어서도 눈을 감지 못하는 하얀 옷에 그저 구르는 눈알들을 그들은 밟으며 소녀를 팔려고 한다


계집-! 천한 것들에게 골수속까지 반역의 피를 심어놓았도다 그러하니 그 계집은 팔려가야 하는 것이다

알려하지 않아도 알려고 애쓰지 않아도 알고 있었다 자신이 팔려가는 이유쯤이야 소녀도 이미 알고 있다

어떤 인간들이 이리도 사람들 사는 곳을 오물천지로 사람이 살 수 없는 황무지로 만들어 놓았는지는

그리고 이 나라를 거꾸로 만들어 버린 것이라는 것은 그들이 말하는 천한 것들 바퀴들은 모두들 알고있다

옹주가 졸업한 지 보름이 지나지 않아서 결납 일종의 납채의 행위가 이루어졌다 결납이란 신랑이 신부가

될 여자에게 보내는 결혼의 증표와 신부에게 지금까지 길러준 양친에 대한 감사의 의미가 담긴 것이다

다른 말로 하자면 납채라고도 한다 결납에는 띠를 만드는 천인 "오비지" 평상복을 만드는 옷감인 "코소데지"등

결혼 준비에 필요한 물품과 술과 안주를 준비하고 물품들에 대한 목록을 써서 보냈다 오비를 만들기 위한

오비지 천이 보내어졌다 두 가지 색의 옷감이 보내어 졌는데 하나는 혼례식 당일 날 입을 하얀색의 천

하나는 초야에 입기 위해서 쓰인 건지 몰라도 붉디 붉은 천 두가지 오비지 천과 코소데지 천이 놓였다

감사의 의미의 납채라고 하였다 그러나 보내어진 것은 끈으로 보내기 위한 천쪼가리 몇 개에 불과하다..

그리고 길하다는 의미로 結納(약혼 예물)로서 するめ(말린 오징어. 보존 식품이라는 사실에서 유래하여

백년 해로를 기원하는 상징)와 こんぶ(자손 번성을 기원하는 상징)이 전해졌다 길한 일 그래.. 그리하였다

천쪼가리 몇 개와 するめ(말린 오징어)등 따위를 보내고 길하다는 의미로 그저 받아들이며 옹주는 딸려온

지환을 반드시 손에 끼고 혼례식까지 있어야 하는 의무가 또한 있었다 아마도 결혼식은 오시가와라식으로

치루어질 것이다 혹은 神前婚礼(大正천황의 혼례 이후 정착된 신사에서의 결혼)예식으로

白無垢(전통 혼례용 백색 예복 한자)기모노를 입고서 치루어진다고 납채를 거행하여 알려온 이가 소녀에게 알렸다

쇼오가에서 보낸 물건은 손가락으로 셀 만큼 작은 것들에 불과하였고 반면에 옹주가 혼수품으로 가지고

가야할 것은 거의 세트럭 가까운 분량이었다 (문서자료를 보자면 방자비께서는 한 두트럭 정도의 혼수품을

하셨다고 합니다 일제는 옹주와의 결혼으로 재정을 확보하려고 하였으므로 말도 안 될 정도로 가져갔다고하죠)

가지고 와야 하였으며 또한 조선왕실은 황족에 준하는 동등한 대우를 받고 있었으므로(비록 말에 불과하지만

재정적으로 뜯어갈 때는 언제나 이러한 핑계를 댔다는 것쯤이야!) 황족에 걸맞는 혼수품을 해야 할

의무가 부여되는 옹주였다 이에 따라서 조선의 궁궐 옹주가 쓸 일상 물건 분합, 팔각 빗, 미지함같은

화장도구에는 그 사람의 문장을 새겨가야 했다 즉 덕혜옹주같은 경우에는 조선의 상징이었던 이화를

아로새겨가야 했다 봄기운 싹이 돋아나는 삼월의 막바지에 조선에서는 옹주에게 보낼 일상 물건에 문장을

새기고 있었다 손수 나서서 화장도구를 천으로 닦는 한 여인의 눈가에서는 그저 파르라니 눈물만

살짝 접은 버선사이로 닦이어져 흡수되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폐부를 찢는듯한 고통은 이미 지긋지긋하다

눈에서는 아무런 불순물 한 점 없는 물만이 흘러내리는데 발은 어디로 가버렸는지 숨어서 보이지 않는다

그리운 그 얼굴은 가슴에 물처럼 스며들기만 하는데 한번 보고 해원문으로 끌려가 좋으니 그 가슴에

눈물 한 방울 스며든 것 닦아주어 보았으면.. 작은 비취 지환 바라보고서 그 슬픈 의미를 알았노라

가느다란 소녀는 온간데 없고 무심하게만 남은 소녀 향을 담은 미지각만이 홀로 남아 여윈 주인을 기다린다

밤이 아무리 길다고 하여도 동짓밤 토악질 서린 밤 길다고 아무리 말을 하여도 그 밤의 와중에는

자락을 잡으면 끝은 보이는데 너를 향한 운명의 조롱질은 끝도 보이지를 아니하구나

업이 많은 운명이로고 난이 많은 운명이로고 나무 아미타불 하며 염주만 굴리며 목소리는 지붕을 덮는데

아비지옥같은 세상! 그 와중에서도 맑은 눈을 이제는 그 눈알을 빼버려야 하는 것이더냐

결국 천년의 세월에서도 뚫지못하는 우려는 현실로 칼날처럼 춤을 추듯 다가오고 어린 아이는 피를 보고

피를 많이 볼수록 그 업은 더욱 쌓여져만 가니 업이 많은 아이이로고 업이 많은 아이이로고...


'..그래 나 -! 이미 부토가 된다고 한들 아무 미련없는 몸이로다 일찍 더욱 일찍 썩어 차라리 대신하여 죽은들

미리 좀 썩어버린 들 무슨 상관이 있겠더냐 너희들 불사(不死)를 바라고 있겠지 그것을 가진다는 것을 하늘을

거스른 일이며 윤회의 수레바퀴를 막아버린다는 뜻 아니더냐 윤회의 수레바퀴는 결코 멈추지 아니하리라

반드시 언젠가 바퀴가 돌고 돌아 제자리에 오면 모든 이들이 가라앉아 수장되어 하늘로 오르지도 못하고

살아남은 것을 저주하며 제 살을 서로 베어먹기에 바쁠 것이다.. 너희는 불사를 바라지만 오히려 불사는

우리가 이루었도다 이미 죽어도 죽지 않은 한 소녀를 여기 살아있어 생생한 증거로 나는 소녀를 묻었도다

몸은 마치 대나무와도 같아서 성긴 광주리와도 같아 아무런 것도 담아둘 수는 없지만 심지어 물조차도

담아둘 수 없는 운명을 지금 여기서는 지녔다고 하나 이미 불사를 얻은 덕혜는 아무것도 더 바라지 않을 것이야

죽어도 죽음이 아닌 죽음으로서 영원한 삶을 얻었으니 또한 우리 조선의 모든 이는 죽음으로서 영생을 얻었도다

그래! 보거라 땅이여 하늘이여! 소녀는 죽음으로서 영원한 삶을 얻고 하얀 옷을 입고 피묻지 않는 나라로

걸어들어가노라! 이미 돌아가신 모든 흰 옷입은 이들과 더불어 손을 잡고 하얀 백성들과 걸어..가...노..라'

거기까지였다 그녀가 차마 바닥에 주저앉지 않고서 내뱉을 수 있는 말은 거기가 끝이었던 것인다

사월에는 납채식이 모두 거행이 되었다 그들은 가져갈 수 있는 모든 물건들은 다 쇼오가의 저택으로 보내버렸다

여러가지 자기들, 그리고 눈에 띄는 것은 옹주의 어릴 적의 옷들도 모두 쇼오가로 보내진 것이었다

지난 초여름에서의 소녀의 청순함을 반영하는 까만 모시치마에 흰 모시저고리들, 산나리꽃 청초함 혹은

꽃다지의 보드라운 솜털 바람불어 날리면 동그랗게 춤을 추고 했던 쪽으로 얼음을 쓰이지 않고 낸 비취남색

스란치마 짙은 쪽빛 겹치마는 향 날리는 모과향 스치는 내음새를 간직하였던 옷 베틀에서 짜낸 손무명으로 곱게

만들던 소녀의 우윳빛 살결에 다다른 옥양목으로 만든 듯한 우아한 단속곳 유일하게 소녀의 분신을 보는 듯한

수복을 더댄 금박자로 만든 당의와 아직 처녀임을 수줍게 내밀던 자주색 생고사 옷고름으로 만든 흉배당의

화사하게 수를 놓은 봄빛.. 지금 가버리는 소녀처럼 봄빛의 잇다홍빛 저고리 어릴 적의 소녀의 눈홍겹치마..

노랑의 삼회장 겹저고리와 풀잎 스며들어 이슬머금은 초록당의들과 해맑은 소녀의 영혼의 분신을 지닌 듯한

노란색의 도투락 댕기들...살구향 가득한 뽀얀 내음새를 담은 부용향 다홍색 속사치마 다홍비단을 금실로

몰래 수를 놓은 그리고 모시로 안을 댄 깨끼저고리 붉게 칠한 경대에 몰래 몰래 들어있던 미지, 빗, 분합..

달빛에 부풀어 오른듯 옥빛의 발등은 부풀어진 욕망에 끌려 도톰한 장미빛 입술을.. 바다에 던져버린다

이 모든 물건들은 고이고이 싸져 새로 만들어 이화를 찍은 물건들어 더불어 고이고이 싸 바다에 던져질 것이다

물건을 비단천으로 싸고 그 위에 다시 이화무늬를 새기고 있는 상궁들의 손에서는 입은 못 만큼이나 푸른

시름 깃든 얼굴과 지른 은비녀 만큼이나 세월을 가로지른 얼굴들은 눈물마저 더불어 싸버리고 있었는지도..모른다

후일 이 물건들은 덕혜옹주가 전쟁이 끝난 후 이혼에 궁핍한 생활에 시달릴 때 덕천가문(도쿠가와 이에야스)

으로 팔리어지게 된다 그들은 이 물건에 매우 흡족해하며 값을 치루었다고 전해진다

1956년 기증하기 전까지는 그대로 덕천가문에 10년이 넘는 세월이 있었다 모든 물품들은 그채로 차에 의해

옮겨져 인천 포구로 향할 예정이었다 상복을 입은 여인은 그저 눈물로서 마지막 흔적을 배웅했다

그저 남은 여인들은 입은 옷 만큼 푸르게 빛나는 근심속에서 눈물로서 마지막을 싸보내며 무덤에 들어가는

소녀의 하얀 얼굴을 그리워하며 몰래 보내지 아니한 분각..하나 사진 하나 떨궈두고 입을 가리우면서

하얀 천을 입으로 밀어넣으며 버티온 끈을 놓았다 눈물 흘릴 준비로 그들은 결혼식에..이미 동참하고 있었다

오월.. 덕혜옹주는 영왕에게 작별인사를 고해야했다 종가로 들어가기 위한 수업과 준비때문에 격리가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그들이 내린 결론으로 떨어져 있어야 한다 기가 역행한다 흐르는 피가 거슬러 올라

그저 그들은 웃고있었다 기가 역행하여 그는 그저 홀로 서 있는채로 피를 토하면서 역행하고 있었다

죽음마저 거부할 분노만을 그저 역행하여 내면서 온몸을 터트릴 것 같은 심장의 군무소리와 더불어 보낸다

그리하여 영원한 헤어짐뒤에는 무엇이 남을까

이리 다시 보낸다면 그 시간들, 눈빛들, 기억들 순간순간의 모든 것은 다 어디로 휩쓸려 가지며 어디로

버려지는가 진짜 기억들을 다 버리고 오로지 가짜 기억을 가져간 채로 돌아오지 못하는 강을 건너서

누이야 누이야 가는 것이야 존재에 사로잡히지도 못한채 생명의 저편과 시간의 먼지를 잡으며 자신의 자리를

지켜온 그녀 덕혜옹주 마지막으로 가둔 생명의 무덤속으로 이제는 가버리네 가버리네 햇살을 안았다고 했다

송곳처럼 뾰족한 햇살을 안은채로 살아버렸다 송곳같이 박은 햇살로 가버린 누이여... 가는가? 가는가

달세계의 사람처럼 그녀만이 그 가운데 홀로 기묘하게 서 있었다 유일하게 다른 곳에서 온 달세계의 사람처럼

피란 것은 참으로 무섭고도 묘한 것이었다 소녀의 머리가 올려지고 소녀의 얼굴에 단장을 위한 분이

발라지기 위하여 분합이 그녀 얼굴 가까이로 오자 소녀는 갑자기 구토감을 심하게 느꼈다

그 구토감은 그에게도 이어져 본능안에 숨어있던 분노가 드러나고 있었다 그 역시 심한 구토감을 느낀다

그리고 그것은 곧이어 현실을 받아들이기 끔찍한 행동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그는 구토를 한다

소녀를 단장하기 위한 준비가 되고 있었다 머리가 한번 올려지고 얼굴에는 분이 칠해지고 있었고 입술에는

기지꾸니까지 발라졌다 설용(雪容).. 눈처럼 하이얀 얼굴위에 주검처럼 찬 달이 서린 듯 박혀있었다

그들은 옹주의 치장을 끝내놓고 이제 결혼 예복을 입히려고 하자 옹주는 손으로 가로막았다


"..어차피 후일에 입게 될 것이 아니더냐 지금 굳이 입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더냐 아니지 않더냐"

시종들은 당황해했다 옹주는 자신의 얼굴에 발라진 역겨운 분 냄새를 지우기 위하여 욕실로 향하고 있었다

허나 마주친 아키토 그는 싸늘하게 그저 웃고만 있었다 추악한 벚꽃 내음새처럼... 그 향기를 뿜으며..


"마마께서 이 일이 마음에 들지 않으신지는 아십니다만은....."

그 말을 끝나기도 전에 그는 종이 한 장을 바스락 거리면서 그녀 앞에 내밀며 그저 보여줄 뿐이었다


"마마께서는 이미 더 이상 조선의 왕녀가 아니심을 기억하시옵소서 또한..저당잡히신 몸이라는 걸 잊지 마소서"

"..훈계하지 마시오 툭하면 단정짓는 것은 그대 수캐들의 특징이 아니던가 허면 어찌 하란 말인가 지금이라도

입으면서 눈물깊게 감격이라도 하면서 부르르 떨고라도 있을까? 나보고 대체 무얼 어떻게 더 하라는 게야!"

"..뭐 그것이야 마마의 마음이시지 않겠습니까? 허나 약속은 유효한 것 아닙니까 살아있을 때나 혹은 죽어있을때

혹여라도 그 무덤속에 들어가 시신마저 없을 때 약속은 언제나 유효한 것입니다 아시겠지요"

"훗 그래? 그러한가? 이미 죽었는데도 그 약속이 유효하다니 참 약속이라는 하에 저당잡힌 신세가 처량하네

아키토 그런데 보아하니 최근에 어째 몸이 좀 불으신 것 같습니다 아닌가요?"


"..마마께서 갑자기 왜 저의 몸을 가지고 그러하시는지요 이야기를 딴 데로 돌리시려는 것 치곤 어색합니다"

"아닙니다 그저 그 몸에 총알 날아들어 관통하면 한 비계만 적어도 열근은 나오겠구나란 생각 뿐입니다"

"마마-! 예 그러하겠지요 기름진 것 먹고 사니 이 몸에 비계만 기득하겠지요 허나 그 마른 살가지고

마른 피부로 과연 언제까지 기름을 바라지 아니하고 사시는지 보십시다"

쾅-! 혹은 그 이상의 소리가 들리며 문이 닫히듯 그는 구둣발로 땅을 차고 나가자 소녀만이 홀로 남는다

긴장의 균형이 깨지자 소녀는 기를 쓰고 서글픈 절규를 토해냈다 어둠의 창고에서 꺼내어지는 어둠의 기억에서

그 기억때문에 아직도 묻은 피가 끈적하게 손 한구석에 마음 한 구석에 흔적이 남아있게 느껴졌다 소녀는

절규를 하였다 허나 다가오는 것은 정중한 폭력만이 그녀를 맞는다 끈끈하고 더운 습기가 그녀를 어둠과

열과 불꽃이 섞인 눈물만을 흘리게 한다 소녀는 문듯 느낀다 걸치고 있는 옷이 너무 무거운 것을 느낀다

너무 무겁다 너무 아프다 슬픔이라는 전율의 옷은 평생 벗겨지지 아니한 것인가보다

"..차라리 절벽으로 내딛느 발걸음이라면 더욱 좋을것을.. 한 걸음 나아가면 이제 모든 것이 끝 아니겠는가

모든 것이 멈추어지지 아니하겠는가 왜 자꾸 지쳤는데 걸을 힘도 더 이상 없는데 길은 이어지면서 내 등을

떠밀어대는 것일까 어디론가 사라질 수도 없고 더 이상 보이지도 않는 그 길을 가라고 나에게 떠밀어 대는 것일까"

저주받은 새벽이 머무는 시기였다 그전날밤 이미 5월 6일 일본에 다다른 의왕은 영왕궁에 머물고 있었다

드디어 하룻밤.. 그 시기가 지나가면 만월의 낮은 찾아올 것이다 밤의 선율이 움직이자 의왕도 잠을 이루지

못하고 밖으로 나갔다 아무리 봄바람 달콤하게 불어와 능금향 콧가로 스며드나 모든 것은 구토로 나올 뿐이다

밖에 나가자 한 쪽에서는 마당의 정원에서는 구슬픈 상곡소리가 밤을 따라 그의 걸음을 꿈결처럼 옮긴다

"..아십니까? 어찌하여 그 아이가 그렇게 되었는지?"

"...저주받은... 저주받은... 저주받은... 일이지"

영왕이었다 혹은 자신의 동생 그리고 유일한 누이 덕혜의 오라비이자 자신의 하나뿐인 그가 상곡을 부른다

그리하면서 아직도 충혈되어버린 눈과 아직도 마르지 않는 샘을 퍼 샘솟듯이 거친 목소리로 말을 했다


"..아닙니다.. 그것은 저에게 이미 정해져 있었습니다 제가 태어날 때부터 그리고 그 아이가 태어날 때부터

이미 운명처럼 정해져 있었습니다 신내림을 받은 그 선택된 순간부터 이미 정해지어 있었던 일입니다"

"..무슨 말이더냐? 신내림이라니?"

"..선택받은 자가 겪는 저주지요 그 아이는 이미 저의 새타니(어린 아이의 혼령이 씌어진 것)으로 이미

자궁안에서 그리 운명지어 태어난 것입니다 그것은 주도면밀하게 운명되고 계획되어진 일이었습니다

여기서.. 이리 된 것은 그 아이가 태어난 것은 그리고 이 곳으로 오게 된 것은 모두가 '운명이지요'

새타니로 실려야 하는 그 아이의 운명이었습니다 덕혜는 나의 새타니로 실리기 위하여 이미 죽어야 할

운명이었어요 애초부터 그리 내 운명이 정해져 있었으니-! 아시지 않습니까 새타니는 어린 영혼 어린 아이

그것이 아니면 안되니 예 이제 덕혜는 평생 늙지 아니하겠지요 죽은 사람은 나이를 먹을 수 없으니 말입니다

허나 아무리 그것이 운명이라고 하지만 어찌하여 나의 새타니가 되기 위하여 나의 가장 소중한 것이

희생되어야 했을까요? 아십니까? 덕혜는 죽어서-! 죽어서-! 내 새타니로 실리기 위하여 오로지 그 이유하나만으로

세상에 태어난 것입니다 그 이유만으로 세상에 단지 그 이유 하나만으로 이리 죽은 것입니다-! 이리요-!"


"은아! 네 어찌 그리 어리석은 말을 하느냐? 어찌-! 그것은 너의 환상이야 죄의식이 그렇게 만든 것이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에요 그러지 말아야 했어요 그러니 나는 애초부터 혹은 그 아이가 애초부터

태어나지 말아야 했어-! 태어나서 새타니로 실릴 운명의 아이따위 태어나지 말아야 했어요

그 애는 하늘로 날아가야 했어요 죽어서 새타니 따위가 되어서 실리는 것이 아니라 하늘로 날아가라고

날아가야 하는 것이었어요 아니야 나는 나는.. 죽어야 했어요 살아 있지 말아야 했어요 이미 아버지의 피를

어머니의 피를 머금고 있는데도 모자라서 새타니 짓까지 한 나는 살지 말아야 했습니다 죽어버려야 했어요

나 따위-! 왜 나 따위-! 때문에 아니야! 그 아이는 나를 살릴 새타니가 아니라 새타니가 되는 것이 아니라

날아가야 했어요 나는 죽었어야 했어요 나 따위-! 왜 나-! 나! 나 따위 때문에.. 왜! 왜! 왜! 나 따위-!"

딱-!하며 그의 손이 또다른 그의 뺨을 가른다 허나 뺨을 가른 손을 가진 이의 눈에서도 페부를 찢는 적루가 흐른다


"그래서 어찌 하겠다는 것인데? 원령이라도 소멸시켜서 함께 타죽기라도 할까? 아예 두번다시 태어나지

못하게 원령이라도 아예 태워버릴까? 기억해라.. 누이가 피눈물을 발등에 끝끝내 홀로 적시며 간..이유따위

구구절절하게 단장하며 설명하지 않아도 영민한 너로서도 잘 알지 않더냐 자괴감? 부끄러움? 나 역시

그러하다 이 하얀 손 저주스럽고도 또 저주스러워-! 누이의.. 눈물의 의미를.. 알아야 하는 것이다..

마지막까지 적시지 않기 위하여 여윈 몸 바스라지는 혼 지니고 골방에서 섧디 섧게 울던 누이의.. 눈물의 의미를

그래.. 머리는 망각을 할지도 모르지 여린 누이니.. 허나 몸만은 기억하고 있을께다 세포만은 기억을 할께다

그 과거의 기억들 모두 완전히 고스란히 담아 기억하고 있을게다.. 그 와중에서도..장하던..누이가..아니더냐.."


"..형님.. 아바마마도 이미 붕어하셨고... 어마마마도 이미 가시었습니다.. 왜.. 왜.. 나만..살아서...이미

..아무도 세상에..없는데 하나남은 덕혜마저.. 이제 죽으러 가는데.. 왜..나만...못난..나만..살아서..

..장한 누이는 죽으로 가고 왜 이다지도 못난 오라비만..살아..있답니까? 아무도..세상엔..없는데.."


몰래 가지고 온 옹주의 지환을 목에 매단 의왕은.. 너무 무거웠다 그 와중에서도 한번 본 부용화같은 누이얼굴

판화처럼 가슴에 서로 아로새겨져 있어서.. 그 와중에서도 "가요! 오라번..도망가요...덕혜는 괜찮아요..

여리디 여리신 우리 왕녀.. 덕혜님 무정한 오라비가 너를 다시 버리고 도망가는구나 척살되는 너를 바라보면서도

나는 무정하게 더러운 한 목숨 구하고자 나는 다시금 도망가는구나 너를 다시..가엾은..우리..애기..마마님.
.
오라버니.. 천만리 길을 달리고도 지친 몸으로 나로 인하여 눈물 지으시는 일 더 이상 없도록 하십시오..
하나남은 오라버니에게.. 짐이 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눈물 지으시는 일 이제는 마지막이 되게 하십시오


왜! 자꾸 그러한 말을 하는 것이냐! 마음껏 사랑해주지도 못하였는데! 왜 도대체.. 너마저도..그리되더냐


..운명이겠지요 저주받은 내 운명이 그리하라고 하였겠지요 12년전.. 아버지 황제께서는 나라를 팔아버린

이들에게 목을 달아나시어 피를 바닥에 흘리시었고 또한 그 후 내 어미조차 피를 토하면서 살았습니다

이 못난 자식은 뛰었습니다 살기 위하여 발등에 아직 얼룩 가시지 않은 부모의 피를 적시고 산다고 그 하나로

위하여 이 못난 자식은 뛰어 살아왔습니다 그렇게 살아남았습니다 시신을 밟고 뛰면서 살아남았습니다..

..허니 이 그 대가를 받는 것이지요 그래요.. 오라버니.. 이 누이가 해 드릴 일은.. 여기까지입니다..

아주 머언 옛날에도.. 그리고 소녀적에도.. 그리고 지금에도..그 사랑.. 잊지하니하고.. 소녀는 죽어가니...

행복할 뿐입니다 놓으세요.. 오라버니 이제는 제발 저를 놓으세요 마주잡은 그 손을.. 이제는 놓아주세요..

..아.. 오라버니.. 가엾은 내 오라버니.. 마지막까지 누이는.. 죽어서.. 가는 이 마지막 길까지..오라버니

발등을 피눈물로 적십니다... 부디 용서하시기를.. .. 이 누이가.. 해 드릴 것은 여기까지나... 누이는...

..누이는...행복합니다.. 그 사랑 잊지 아니한 채로... 그 모습.. 잊지 아니하고 죽어가니..누이는 행복합니다


5월 8일, 오전 10시반에 종백작가의 사신인 마쓰오 남작이 기찌오찌정에 있는 영왕저택을 찾아왔다.

옹주는 오빠내외에게 이별을 고하고 영친왕 내외의 마중을 받으며 떠났다 이방인이 되기 위한..길을..

번개와 폭풍의 밤에 열 아홉해의 살아있음 곤혹에 갇히어 가장 모질은 돌밭에 너를 버려두어야 하는 것이다

가장 모진 돌밭에 너를 묻어버린 채로 나는 허리를 굽혀 삽질을 하면서 누운 너의 위에..돌을 끼얹는다

너는 그것을 원했다 네 피가 아직 더운것인데 더운 피 그 채로 지니고 차라리 빙하속에 가두어 버림을..

좌절당한 비보도에서 마지막의 조롱의 끝 그 불밭에 운명에 너를 묻기 위해 너를 홉뜬 눈 있는 채로 묻기위해

뜬눈의 주검 더없이 억세고 질긴 갈대같은 미소의 뜬눈의 주검 염도 상복도 누가 애타게 불러줄 사망곡도

관조차도 없다 네겐 붉은 상사화 핏빛 울음 토해낸 귀촉도가 토해내고 간 듯한 붉은 피의 상사화 그리고

하이얀 얼굴빛의 한 송이의 박꽃뿐 그리고 마지막 굽히지 않는 부스러기를 증오하는 주인의 마음가지

너는 그것을 원했다 황량한 벌판속에서도 호올로 실타래처럼 풀어지는 운명속에도 까만 눈을 지니면서

볕에 타고 거친 바람에 시달리어도 끝끝내 빛나기를, 끝끝내 흔들리지 아니하기기를 바라고 있었다

죽음 속에서도 붉게 타는 뜬눈의 홉뜬 눈에 서려있었던 치열한 핏발아 아직도 내 가슴속에 징처럼 울리는 그 눈빛

그리고 그 한마디.. 칼 위에서 발바닥이 너덜하도록 춤을 추는 운명속에서도 굵은 목소리로 아직도 너의 가슴은

조선의 더운 피로 흘린 흙을 가슴에 묻은채로 살아있었다 살아있다고 하는 꿈틀거린다고 하는 반역의 피를

이었다고 했다 살아있는 반역인 따위 이 땡볕 불밭의 조롱스런 운명아래서 나는 너를 묻으라고 삽을 쥐어야 했다

너를 묻기 위하여 나는 허리를 굽히면서 삽질을 한다.. 번개의 밤에 칼 위에서 춤을 추는 너를 묻기 위해

통곡하며 통곡하며 나는 너를 묻는다 피를 토하며 제 피에 취해버린 귀촉도 통곡하며 통곡하며 너를 묻는다

마시는 방울이 떠돌고 그 방울로 빚은 술을 마신다 이 세상의 모든 괴로움으로 빚은 술을 마시고 떡을 먹는다

시계꽃같이 피 알알이 흐르는 그 그리움도 얼굴도 체온을 느낌도 모두다 가두어야 한다 차마 터져 흐르는 핏빛

방울방울 섥힌 추억도 달빛을 받아 희미하게 빛나게 웃던 그 추억도 둔덕속에 그녀와 함께 묻어야 하는 것이다

너의 그 살을 마지막 부빔도.. 그 살의 마지막 느낌도 나는 통곡하며 드러누운 너의 얼굴위에..자갈을..덮는다

옮겨진 옹주는 일단 먼저 얼굴을 설용(雪容)처럼 보이기 위한 분을 바르기 위하여 얼굴 가득 분이 칠해졌다

서러움을 간직한 하얀 얼굴이 다 칠해지자 한쪽에서는 소녀의 검은 밤하늘을 드리운 아직도 그립다고 말할 수

있는 조선의 밤하늘을 사정없이 말아올려 머리를 둥근 원형으로 말아올리고 장식도구를 꽂아서 올렸다

이리 머리를 올리기 위하여 그에게 머리를 올리기 위하여 그 동안 그렇게 풀어놓았던 창포향 머리카락..아닌데..

이윽고 가느다란 일본식 눈썹을 만들기 위하여 짙은 옹주이 검은 눈썹을 칼로 밀고 거의 흔적도 남겨놓지

아니하고 목탄향이 얼룩진 역겨운 기름향 나는 연필같은 것으로 옹주의 눈썹을 가느다랗게 길게 그렸다

이윽고 얼굴에는 다시금 한번의 분첩(아마도 이 때 일본 화장품은 지금도 유명한 시세이도이니..그것을

이용한 것이 아닐까 싶군요)을 바르고 입술에는 붉은 기지꾸니를 덧대어 칠하자 드디어 죽으러 가는 신부

신부(神婦)의 화장이 완성되었다 서러움을 덮어버린 역겨운 하얀 얼굴 속에 다다른 피의 절정이 완성되었다

이윽고 옆에 궁내성의 관리는 옹주에게 이미 전부터 신경이 매우 거슬릴 정도로 닥닥거리는 쇠목소리로 말했다

"옹주마마 이미 전에 규범은 많이 가르쳐 드렸으니 잘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처음 가시면 일단 구조 공작께서.."


"다 아니 그만 말하여 주시오 말하지 않아도 그 순서쯤이야 이미 다 외우고 있으니 쓸데없는 말은 삼가하시오"
"마마 이제 오늘서부터는 새날을 사시는 것입니다 절차가 복잡한데 어찌하여 그리도 빨리 아시는지요"

"..그것이야 너같은 것의 머리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이유지"

뜨거운 액체가 영원히 머물듯이 흘러내린다 밤의 잠결처럼 얼굴이 그저 뿌옇게 보이는 얼굴은 보이지 아니하고


뿌옇게 새벽안개처럼 잠긴다 살아있는 한 이제 평화는 없을 것이다 이미 소녀를 두고 세상과 매춘은 서로 마담뚜

사이에서 계약을 맺었으니 싫다면 그 허리를 굽히고 정신을 마담뚜에게 팔으라 아니라면 그저 기억하고

살아라 그저 기억하고 살아라 소녀에게 더욱 벗어나지 못하게 아픔따위는 상관없는 붉은 꽃을 한송이

피게 하여주면 만족하여 웃음지는 듯한 그였을까 짧은 순간 투명하게 그의 가슴을 치는 서러운 순수의 얼굴에

넋을 잃었다 시야로 보기에 아무런 근심이 없는 하이얀 순백의 드레스를 걸친 소녀가 그저 아름다울 뿐이다

소녀가 한 자욱 치장을 하여 갈 때마다 순수함은 더욱 투명하게 응시된다 세상은 소녀가 가진 투명함을 그저

배설물보다 더러운 말들로 감싸버릴 뿐이다 소녀의, 혹은 오라비의 깨어질 것 같았던 그 조각의 눈빛들은

그래서 더욱 깊게 심장 가까이로 흘러 동맥사이로 힘차게 들어가 심장을 따끔거리며 아픈 상처로 영원히 기억한다

옹주가 치장을 하기 위하여 시종들의 손에 이끌려 들어갈 제에 양복을 차려입은 그의 눈가에서는 아직도 뿌옇게

눈물만이 맺혀있었다 그랬다 누이에게 입혀주고 싶었다 하얀 드레스를.. 그래 누이에겐 입혀졌다 허나 정말

아무런 근심없는 순백의 드레스를 입혀주고 싶었었다 아무런 생각없이 그저 행복해 할 것만을 기다리면서

두근거리는 홍조의 얼굴을.. 그 새색시의 얼굴을 한번이라도 해 주고 싶었다 허나 진실은 외면하고 옛적의

불현듯 소녀가 그에게 말을 한 것만이 생각났다 그것처럼만 기억에 남아 생생하게 살아숨쉬고 있었다


"..이 세상 모든 이가 잊어도 상관없습니다 오라버니만 기억하시면 저를 기억하신다면 저는 그걸로 충분합니다

세상 모든 이가 저 덕혜를 기억하여도 오라버니가 기억을 못하신다면 그것은 저는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것입니다 그보다도 더욱 비참하겠지요 저주입니다 생에서 가장 끔찍한 저주중의 하나가 될 것입니다

허니 보아주십시오 잊지 말고 이 누이가 마지막 가는 길을 부디 지켜보고 피 속에 가두어 주십시오..

오라버니.. 미안해요 이렇게 되어서 오라버니 눈에 기어코 다시금 눈물을 흘리게 하여서 미안합니다

..미안해요... 오라버니 아무것도 못해줘서.. 구해주지..못해서..정말..정말..미안해요...구해주지..못해서

..정말 미안해요 사랑하는데 아무것도 해주지.. 못해서.. 구해주지..못해서.. 오라버니.. 미안합니다..."

......다가오는 새벽에 외줄기 실따라 소녀는 갑니다 울지 마세요 소녀는 갑니다..울지 마세요..
..

[ㅂ ㅏㄷ ㅏ♡]

언니+ㅁ+이제 감밥주는데도 답글로 쓰면 삭제된다고 하니-.. 성의없는 감밥이라도 잘받아주었으면해-. 1부의 완결을 축하해^-^;;

[My Jewel-。]

너무 슬프네ㅇ-..이제 덕혜옹주 혼인하는건가요?

[⊂아츠⊃]

다가오는 새벽에 외줄기 실따라 … 다가오는 바람에 두 줄기 실따라 -_-; 역시 피자언니의 시는 언제나 감명깊다 '0' -_- 으흑 이제 마지막 글만 읽으면 된다 -__

[‥풍금이 있던 자리ⓘ]

언니 미안하네, 내가 답글로 시 써준다 그랬는데, 꼬리글이라서 말이야^-^ 1부 잘 봤어, 2부도 남길께

[Eun-Kyung]

아아아악>ㅁ< 눈물나흑흑흑-_ㅠㅠㅠ+++ 옹주마마, 부디 저승에서도 만수무강하시옵소서(__);

[♡〃정월냥」]

아주 재밌기는 한데-,, 제가 띨빵해서 잘 이해를 못하겠어요-ㅁ-

[재모씨♥실버ⓥ]

마지막 말이 너무 슬프네요-_ㅠ새벽에 외줄기따라 가는 덕혜옹주.. 정말 오라버니가 기억하지 못한다면 그것이 생애 최대의 저주일것 같네요

[「_ⓦⓘⓩ냥。]

너무 감동이에요~ 덕혜옹주 역시 실망 시키지 않는 군요+_+ 덕혜옹주 2부도 화이팅!

[㈜빠ㅆㅑ-_-)//]

우애앵-_ㅠ 이대로 끈낼수 없어ㅠㅠ

[ㅈH원♥단ㅂl乃]

어쩌면 좋아 ㅠ.ㅠ 죽지 말아요 옹주니이임~~~

[└코코㉧ㅏ♡]

-_ㅜ 너무 슬퍼요ㅠ_ㅠ 흑. 벌써 마칠시간이ㅠㅠ 좋은 소설로 돌아와 주실꺼죠? 2부에서 봐요^-^

[〃♥알라뷰시엘ⓘ]

한낯 섬의 도주와 한 나라의 왕녀와의.. 결혼이라니.. 옹주마마 죽지 마세요-_ㅠ

[〃푼수-‥율-ㅅ-〃]

너무 슬퍼요 -_ㅠ

[〃기억의 저편…♡]

덕혜옹주 너무 재밌어요+_+... 옹주마마와 섬의 도주와의 결혼-_-..... 옹주 화이팅+_+!

[〃토리〃]

재미있었어요 피자언니^-^ 앞으로도 화이팅이에요 저도 지금 소설 준비중인데 이렇게 잘 쓸수가 없을 것 같아요;;

[「 happy 」]

아 , 진짜 슬퍼요 ㅠ_ㅠ 이렇게 감동 주는 소설은 처음이에요 -_ㅜ

[♡그리움♡]

언니, 수고했고, -_ㅜ... 소설 잘 읽었어. 언니 소설 쓰느라 무리한 것 같은데, 이제 좀 쉬고-_ㅠ.... 언니 사랑해요♡.... 언니 소설 읽고 정말 많이 울었다,

[캐비아냥:)]

우후.. 피자님, 이제부터 심장발작;; 일어나면 안되요! [퍽! 그게 맘대로 되니?] 1부가 끝났다니 아쉽고...2부도 기대할께용~♡

[고마워냥☆]

정말 감동적이야..;; 몇번을 읽어두 말이야..-_ㅠ 흐업.. 빨리 덕혜옹주 2부가 나오길 기다릴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