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이 내외가 1주일 예정으로 여행중이다.
그래서, 두 조카를 봐주기 위해
애먼 삼촌이 제 가정은 팽개친채 누이네에서 출퇴근 및 숙식중이다.
따라서, 부산 동성초등학교 6학년 김수현과 3학년 김태민은 살 판이 났다.
tv 시청 시간을 평소 2배로 늘리는 한 편,
삼촌이 밥하기 싫어 패스트 푸드점에서 골라 온 갖가지 정크푸드를
녀석들은 꾸역꾸역 입 안에 버리고 있다. 평소에는 금지식품 이었으리라.
변화된 환경에 들뜬 건 애들만이 아니다.
삼촌도 본 적 없는 대하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을
늦은 11시까지 똘망똘망하게 보던 녀석들을 등 떠밀어 방으로 들여보내 재우고,
매형이 꼭꼭 숨겨둔 13도 짜리 A.O.C 까베르네 소비뇽 와인을
소리도 경쾌하게 "뽕!" 까버리고 나서는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영화 '언브레이커블'을 안주 삼아 2시까지 보고
초등학교 3학년 김태민군의 일기장을 깔깔거리며 훔쳐 보기도 하고
책상에 꽂혀 있는 만화 '먼나라 이웃나라 8 한국편'을 통독한 후에
새벽 3시 반 쯤에 잠이 들었을까.
깜빡 눈을 떠 보니 아침 7시 50분.
그 시간의 의미는 8시에 출발하는 스쿨버스를 탈 수 있는 모든 희망을 버리라는 뜻.
부랴부랴 진돗개 2호 비상을 걸어 놓고
애들이 고양이 세수하느라 욕실에서 뽁짝뽁짝 대는 동안
하나씩 먹여야 할 초코 머핀을 딱 반 잘라서
반 개씩 먹이고 우유를 입에 쏟아 넣은 후
인스턴트 초코파이를 강호의 비정통파 무림들이 사용하는 표창 초식으로 2개의 가방에
쏙쏙 집어 넣고는
빛이 안 들어 푸르스름한 지하주차장을 가로질러 질주하여 황급히 애들을 태우고
동물적인 감각으로 읽은 도로를 움켜 잡듯 달려 학교앞에 다다르니
앞서 떠났던 스쿨버스가 백미러에 보인다.
아아, 이런 아침이 다시 와서는 안될 터인데.
놀다 보며 이 글을 쓰고 있는 시간이 새벽 3시 20분, 어제와 비슷한 상황.
알람을 맞춰 놓고 눈을 붙여야 겠다.
내일 아침은 반드시 머핀 한 개씩을 다 먹이리라 다짐하며...
첫댓글 가끔은 일상을 벗어난 일들이 나중에 보면 추억의 큰 부분을 차지하곤 하더군요. 재미있겠군요. 조카 돌보기와 같이 놀기 !!!
진용님의 글은 항상 재미나요. ㅋㅋ
ㅋㅋㅋ 재밌다. 우히히히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