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글 시창작강의 - (559) 정서의 감수성 균형 - ② 숲과 감각의 정서/ 시인 이승섭

[화룡이(이창모)]

정서의 감수성 균형

네이버블로그/ 숲, 정서적 회복 환경으로 긍정적 효과 있어!

② 숲과 감각의 정서

홍현기의 시는 감각적인 정서가 언어의 조화미를 연출 시작으로 출발하는 것 같다. 이는 모든 사물과 결합하는 조화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비유와 언어가 살아있음을 상기시키고 있다. 이질적인 사물과 사물의 결합 조건은 시인의 재능이라 하겠다.

이러한 그의 탁월한 촉매제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미지 또한 주도하는 형식으로 시심의 운용적 재능이 보인다. 여기서 시의 달달한 맛은 너무 달라지는 것이다. 같은 그림이라도 그림마다 풍경과 이미지가 다르듯이 주관적 시인의 입맛대로 연출한다. 같은 재료라도 어떻게 요리하는가에 따라 호불호의 결말이 판연하기 때문이다. 그 예로 한 편의 시로 그를 만나겠다.

하늘에 두둥실 떠 있는 그 얼굴

삐죽 구름 사이로 나온 그 얼굴

정성 모아 정한수 떠 놓고

간절한 소망을 전하는 정성에

촛불 꽂아 불 밝혀

그 얼굴 그리면서

오늘 밤 가지 않도록

붙잡아 둘 거야

          ―홍현기, 「달밤에 님 그리며」

시는 궁극적으로 언어의 그림이라 칭한다. 여기에는 감각과 언어 긴축에 탄력이 수용되어야 한다. 보름달은 그 얼굴을 그리는 애잔한 마음을 전한다. 그리곤 밤이 지나지 않도록 붙잡아 둘 거야, 라는 애틋한 감성이 자리 잡는다.

이는 순수한 이미지를 강화하는 기교이면서 ‘촛불 꽂아 불 밝혀’ 그 얼굴 기다리는 내면의 감성이 사랑하는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랑의 속삭임을 연상하게 된다. 다시 말하면 요란한 기다림이 아니라 넘침이 없고 고요한 관조의 내면이 열리는 순간의 고요, 그런 고요의 달을 내 사랑하는 그 얼굴을 그리면서 달에게 요구하는 감수성이 돋보인다.

실눈으로 초침을 끌어다가

낮잠에

나른하고 질펀하게

멍하니 취한 나절

번쩍 일어나는 낮잠

달착지근한 초침에

고인 침 달콤한 사탕수수라

                   ―홍현기, 「눈 붙임」

나른하게 질펀한 낮잠에 빠진 그림을 웃기게도 비유한 졸음에 허우적이는 모습. 달착지근한 초침에 사탕수수의 이미지를 표현하고 신음하는 공감을 자극하는 익살스러움이다. 이는 시심을 풀어내는 재주가 홍현기는 남다른 듯하다.

시인은 사실 어느 대상을 표현할 때 높고 깊게 발성은 한다. 꼭 은유법을 쓰지 않더라도 이렇게 낮잠 하나의 키를 가지고 멋지게 풀어내는 것이 시인이다. 시를 향해 온갖 언어를 통하여 질펀하게 한숨 낮잠을 자면서 잠깐이나마 그 시간을 시로 응축해 내고 익살스럽게 풀어내는 솜씨가 멋들어진다.

어설픈 말을 꿰고

웃음과 울음 앞에

물구나무를 섰던 그날처럼

유별난 시 하나 줍지 못하고

시간을 구를 때

기억 저 너머 그 시절

마음 밭에 가버리고 말았다

              ―홍현기, 「기억의 저 너머에」

시인이 선택하고 주제하는 시 한마디는 시인의 평생을 투척하는 에너지를 소유한다. 시어는 곧 삶의 생애에 호흡이 들어 있기 때문에 시인 자신의 분신으로 길을 만든다. ‘유별난 시 하나’를 줍기 위해 홍현기의 시적인 길은 얼마나 감수성의 깊이를 방문할 수 있을 것인가의 여부가 가로놓이는 것이다.

그러나 순수한 ‘저 너머 그 시절’ 미소가 찰랑이는 공간을 찾아 나그네의 모습으로 시의 성문을 찾아가는 모습이 안도감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 ‘이승섭 시평집, 문학의 혼을 말하다(이승섭, 마음시회, 2022.)’에서 옮겨 적음. (2024. 6.23. 화룡이) >

[의초 이정석]

시어는 곧 삶의 생애에 호흡이 들어 있기 때문에
시인 자신의 분신으로 길을 만든다.

[화룡이(이창모)]

시어 선택의 중요성이 되짚어집니다.
퇴고에 좀 더 신경을 써야겠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