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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들어가며
1. 시험 당일의 떨림, 긴장, 그리고 낭만
2. 얼마나 공부했는가?
3. 어떻게 공부했는가? -리딩-
4. 어떻게 공부했는가? -리스닝-
5. 스터디에 대한 고찰
6. 맺음말
0. 들어가며
장장 4시간에 걸쳐서 정성스럽게 적은 수기가 한 순간의 어리석은 실수로 날아가 버렸다.
정말로 허무하고, 어처구니가 없다. 후기고 나발이고 여기서 그만두고 책이나 읽고 싶다. 애초에 점수를 못 받았으면 후기 쓸 일도 없고, 후기 날아가서 좌절할 일도 없었을 텐데. 점수 못 받아서 좌절하나, 열심히 써 놓은 후기 날아가서 좌절하나 결국 좌절은 있게 마련이구나. 그러나 인생사는 새옹지마라 했던가. 이렇게 허무하게 날아가 버려서 더 좋은 글을 쓰게 될지 누가 아는가. 여기서 그만두면 모든 공功을 잃어버리지만 조금만 더 하면 공功을 이룰 것이다.
2014년 12월, 첫 모의토익을 보았다.
445점이었다.
그리고 4년이 흘렀다.
2018년 7월, 첫 정식토익을 보았다.
점수를 확인하고, 제일 친한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OO아! 905점이야!!”
점수를 확인하기 전, 나는 매우 떨렸고, 불안했다.
900점을 넘었을까? 못 넘었을까?
못 넘었더라도 낙심하지 말자. 실력이 그 수준인 것을 어쩌겠는가.
더 노력해서 다음에 잘 보면 된다.
넘었더라도 교만하지 말자. 운이 좋았을 뿐이다.
기껏해야 2년간 유지되는 성적일 뿐이다.
그렇게 마음을 다 잡았다.
그러나, 걱정은 기우였을 뿐이다.
가슴은 뜨겁게 벅차올랐고,
눈가에는 환희의 눈물이 맺힐 것만 같았다.
그리고, 나는 오래전부터 바라던 대로
후기 게시판에 수기를 남기고 있다.
1. 시험 당일의 떨림, 긴장, 그리고 낭만
시험 전 마지막 모의고사를 보았다. 리스닝 100문제 중 70개를 맞았다.
이대로라면 400점을 넘기기 힘들겠구나, 나는 낙심했다.
그 동안 뭐 하고 살았던 걸까. 나는 정말 최선을 다 했던 걸까.
그때 그 시간에 섀도잉 한번 더했더라면, 딕테이션 한 번 더 했더라면.
그러나,
나에게는 아직 이틀의 시간이 남아있다.
충무공 이순신이 열 두척의 배로 명량을 지켰듯이,
나는 내게 남은 이틀의 시간으로 무언가를 해야만 했다.
왜 틀리는가?
안 들리기 때문이다.
왜 안 들리는가?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왜 익숙하지 않은가?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내게 남은 이틀의 시간 동안 내 귀를 영어에 완전히 젖어들게 만들어야 했다.
운동할 때도,
밥 먹을 때도,
스트레칭 할 때도,
음성을 틀어놓고 들었다.
시험을 보기 일주일 전부터, 잠들기 전에 자기암시를 걸었다.
“나는 이번 토익 시험에서 최상의 집중력을 발휘하리라.”
결전의 날, 새벽 4시에 일어났다.
스트레칭하고 밥을 먹고 씻는 내내 음성을 틀어놓고 들었다.
선생님이 주신 Part 5,6 46문제를 풀어서 감을 살렸고,
마지막 리스닝 모의고사 음성을 스크립트를 보면서 반복해서 들었다.
시험 전 마지막 공부였다.
전쟁에 나가기 전, 장수가 갑옷을 걸쳐 메고 병장기를 점검하듯이,
나는 최후의 정비를 마쳤다.
그리고 옷장에서 내가 가지고 있는 옷 중 가장 좋은 것을 꺼내 입었다.
단 한번만 볼 시험이었기에,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예의를 갖추고 싶었다.
부처님께 간단히 기도를 올리고,
아침 8시 30분, 시험장을 향해 조용히 걸어갔다.
시험장까지 걸어가는 동안에는 음성을 듣지 않았다.
워낙에 귀에 이어폰 꽂는 것을 싫어했고,
길가에 사람이며 차가 막 지나가는 판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어떻게 아는가.
시험장에 도착하니 9시 10분이 조금 넘었다.
화장실에 다녀왔다.
만약을 대비하여 약 2시간 전부터 단 한 모금의 물도 먹지 않았다.
그리고 기다렸다. 마음을 고요히 가다듬으면서.
뭔가 오류가 있었는지, 시험은 10시가 아니라 10시 16분에 시작했다.
수능 이래로 그토록 긴장하고 그렇게 집중한 적은 없었다.
음성은 선명하게 들렸고, 나는 내가 찍은 답의 이유를 댈 수 있을 것 같았다.
독해 문제는 너무나 쉬웠고, 이유 없이 찍은 문제도 없었고, 어려워서 망설인 문제도 없었다.
마지막 7분을 남겨두고, 최후의 200번 문제를 풀었을 때,
시험이 시작하고 처음으로 등받이에 등을 기대었다.
과거도, 미래도 잊어버린 채 200개의 답을 정신없이 찍어나갈 때
일말의 낭만이 느껴졌다.
시험이 끝나고, 서신중학교의 가파른 계단을 터덜터덜 걸어 내려왔다.
내가 가진 모든 힘을 쏟아 부었기에,
정말로 후회 없는 시험이었기에,
마음은 너무나 평안했고,
하늘은 유난히 화창했으며,
작열하는 더위는 밉지 않았다.
2. 얼마나 공부했는가?
나는 영문과생이다. 올해 3학년이며, 5학기를 이수했다.
영어로 소설을 읽고, 드라마 대본을 보고, 셰익스피어를 읽었다.
그런 과정을 거치다보니 자연스럽게 리딩 영역에 어느 정도의 도가 튼 것 같다.
수쌤 강의는 딱 3달 들었다.
18년 1월에 중급 LC, 2월에 고급 LC, 그리고 7월에 고급 종합.
3. 어떻게 공부했는가? -리딩-
학과 공부 때 최대한 번역본을 보지 않았다. 가능한 한 원어로 읽었다.
그 외에는 수쌤이 하라는 것을 정확하게 해간 게 전부다.
뭐 풀어오라 그러면 풀어오고,
복습하라고 하면 복습하고,
단어 외우라고 그러면 외우고.
오답노트는 따로 만들지 않고, 틀린 문제 옆에 왜 틀렸는지를 간단히 적었다.
4. 어떻게 공부했는가? -리스닝-
나는 타고나기를 듣기에 재주가 없는 사람이다.
수능 때 영어 5문제를 틀렸는데, 4개가 듣기였다.
그런 내가 리스닝 공부법을 운운하고 있으니,
참으로 감개무량하다.
영문과에서 따로 듣기 수업을 진행하지도 않고,
대부분의 강의가 한국어로 진행되기 때문에
나는 수토익에서만 유일하게 듣기 공부를 했다.
수쌤이 하라는 대로 문제 열심히 풀었고,
남는 시간에 최대한 딕테이션을 했다.
섀도잉은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RC 숙제하랴, 딕테이션하랴, 주말과제하랴,
게다가 주말에는 알바를 했기에 시간이 없었다.
아마 섀도잉까지 했으면 더 오르지 않았을까.
굳이 비결을 꼽자면,
시험 보기 직전에 음성을 정말 뭣 빠지게 들은 것 정도.
한국어에 맞추어진 나의 뇌를 영어화시키고자 노력했다.
5. 스터디에 대한 고찰
결론부터 말하겠다.
“혼자서도 공부를 잘 할 수 있다면” 굳이 필요 없다.
스터디는 이렇게 진행된다.
예치금을 2만원 걷는다.
그리고 숙제를 안 해오거나, 지각하거나, 결석하거나,
단어시험에서 일정 개수 이하로 틀리면 벌금을 낸다.
액수는 알아서 정하는데, 보통 5개 밑으로 틀리면 개당 100원이다.
숙제 안 해오면 500원, 지각하면 분당 100원, 결석하면 5000원,
사유 결석은 최대 2번까지 허용 등등.
구체적인 사안은 스터디 첫 날 조원들이랑 정하면 된다.
과정을 끝까지 마치지 못 하면 예치금은 돌려받을 수 없다.
먼저 단어시험을 보고, 옆 사람이랑 바꿔서 채점한다.
단어 시험의 범위는 전날 수업한 내용 및 숙제다.
이어서 데일리 15제와 S.M (Study Material)을 하는데,
한 문제 한 문제씩 자기가 어떻게 풀었는지를 돌아가면서 설명한다.
이 외에 주말과제나, Actual Test, Part5 집중훈련 등의 숙제가 있다면
마찬가지로 돌아가면서 발표한다.
그리고 LC장이라는 직책이 있어서, 이 사람이 LC 숙제 검사를 도맡는다.
그 외에 예치금 및 벌금을 관리하는 총무,
스터디 중 질문거리가 생길 경우 잘 적어놓았다가 조교쌤에게 질문하는 질문장,
그리고 스터디를 총괄하는 조장이 있다.
하루에 대략 1시간에서 1시간 30분정도가 소요된다.
이렇게 한 달 동안 스터디를 하면 스무 시간에서 서른 시간 가까이를 소모하게 된다.
만일 내가 이 시간에 스터디를 안 가고 섀도잉을 해갔더라면
내 점수가 얼마나 올랐을지 모르겠다.
스터디를 통해서 배우는 것은 사실 거의 없다.
다만 동기부여를 하는 데 일조할 뿐이다.
가령, 자존심의 문제가 걸려있다.
내가 숙제를 안 해가면 조원들이 나를 뭐라고 생각할까?
“숙제도 안 해올 거면 뭣 하러 왔대?” 이런 생각을 하지 않겠는가?
나의 경우에는, 벌금을 내기가 죽어도 싫었다.
돈의 소중함을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벌금이 그다지 동기부여 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주말알바를 하며 내 생활비를 대고 산다.
남들에게는 천원이천원이 별 게 아닐지 모르겠으나, 나에게는 아니었다.
예치금은 반드시 돌려받아야 하며, 단어 따위로 벌금을 낸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 지점에서 스터디의 이중성이 발생한다.
스터디에서 검사하는 것“만” 해가는 것이다.
내가 바쁘고 시간이 없어서 섀도잉을 못 해갔다고 말했으나, 실은 다 핑계일지도 모른다.
섀도잉은 검사하지 않는다.
따라서 섀도잉을 안 해갔다고 자존심 상할 일도, 돈 뺏길 일도 없는 것이다.
나는 고급종합반에 들어와서 스터디를 처음 해보았다.
후기 글들을 보면, “스터디 덕분에”, “스터디 꼭 하세요.” 운운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나 역시 스터디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몇 번 해보니 “굳이 이런걸 내가 왜”하는 생각이 간절했다.
그래도 오기로 깡으로 자존심으로 한 달을 버텼다.
내가 참여한 스터디는 분위기가 그다지 좋지 않았다.
처음에 10명으로 시작했는데, 스터디가 끝나는 날에는 4명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다들 무슨 이유에서인지 하나 둘 사라졌다.
심지어 예치금까지 넣어두고 사라진 사람이 4명이나 된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럴 거면 애초에 왜 신청을 한 것인가.
책임감도 없고, 끈기도 없이.
스스로에게 이런저런 변명을 던지면서.
스스로에게 속은 것인가, 남에게 속은 것인가.
다른 조들은 오순도순하고 화기애애해서 끝나고 회식도 했다는데,
우리는 그런 거 없었다.
정확히 스터디만 하고 헤어졌으며, 사담은 거의 나누지 않았다.
가끔씩 스터디하면 애인 생긴다느니 이상한 소리하는 사람들이 있던데,
내 경험상 동의할 수 없는 얘기다.
애초에 공부를 목적으로 참여한 스터디였기에,
이런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으나, 그다지 유쾌하지도 않았다.
다시 한 번 결론을 말하자면,
한번쯤은 경험삼아 해볼 만하나, 두 번은 불필요하다.
스스로의 성향을 객관적으로 생각해보시길.
6. 맺음말
아주 오래 전부터, 영문과에 입학하기 훨씬 전부터,
토익 900은 나에게 하나의 이상이었다.
언젠가는 도달해야 할, 하지만 잡히지는 않는.
누군가 토익 900 넘는다는 말을 들으면
괜히 그 사람이 대단해보이고는 했다.
영문과에 입학한 이후로, 초면에 흔히들
“영어 잘 하시겠네요? 토익 몇 점 나오세요?” 라고 물어보곤 했다.
그때마다 “앞으로 잘 하게 되겠죠.” 운운하는 말로 얼버무려야만 했다.
그러나 이제는 당당하게 말할 수 있으리라.
이런 소소한 후기 하나를 쓰는데 일곱 시간이나 걸렸다.
처음에 네 시간, 다시 쓰는 데 세 시간.
한번 써 놓은 내용을 어느 정도 기억하고 있어서 두 번째는 금방 썼다.
이렇게 고생하며 다시 쓸 정도로,
후기를 남기려는 나의 염원은 간절한 것이었다.
무슨 고시를 붙은 것도 아니고,
작은 시험에서 점수 한번 괜찮게 받은 것일 뿐인데,
대단한 일이라도 이룬 사람처럼 구는 것 같아서
기분이 그다지 좋지는 않다.
처음의 흥분도 많이 가라앉고,
자아도취 상태에서 조금 벗어나니,
스스로의 모습이 달리 보인다.
사나이가 해야 할 일은 많고,
나는 그 중에 사소한 일을 하나 했을 뿐이다.
마지막으로,
수쌤에게 감사드립니다.
잘 가르쳐주셔서 감사드리고,
중간에 아팠는데 걱정해주셔서 감사드리고,
숙제 잘 챙겨주셔서 감사드리고,
스터디한다고 별로 고생하지도 않은 애들 맛있는 빵하고 우유 사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언제였던가요. 올해 3월이었지요.
정담원에서 짧게 대화를 나누지 않았나요.
그때, 점수 받고 후기 게시판에 꼭 글을 남기겠다고 약속했었지요.
늘 그 약속이 가슴 한편에 짐처럼 남아있었는데,
이제 지킬 수 있어서 매우 기쁩니다.
토익을 준비하시는 분들은
한 달이건 두 달이건 정말로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 해보시기를.
이 글을 읽는 모든 이가
날마다 좋은 날 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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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수안학생!!!! 정말 축하해요!!!!!!!!!!!!!!!!!!!!!!!!!!!!!!!!!!!!!!!!!!!! 후기의 짐을 덜었어요!!! 맨 앞에서 수업을 듣더니, 결국 목표 점수를 이뤘네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 정말정말 축하해요!!!!! 원하는 토익 점수 맞는 일이 사소한 일이기도 하지만, 꼭 필요한 일이기도 해요!! 그러니, 저는 맘껏 축하받고 신나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렇게 소설같은 후기까지!!~~ 시험장 가는 날까지 어떻게 준비했는지 하나하나 다~ 적어주셨는데 쌤이랑 제가 더더더더 축하드려야죠!!! 정말 고생많았어요!! 쌤이 말하는 그대로 공부하시느라 정말 고생많으셨어요!! 이젠 아프지 마시고요!!!!!!! 한 번 더 축하드려요!!!!!!!
수안아~~~~ 역시 문학도는 후기도 남다르네~~~~ ^^
매 시간 맨 앞자리 사수하며 열심히 따라와줘서 정말 고마웠어.
너란 녀석 성실한 녀석 뭐를 해도 할 줄 알았지만 첫 토익에 900점 찍어버리는 스케일이란... ㅋㅋㅋ
간간히 무거워지는 눈꺼풀에게 백기를 들기도 하였음은 안비밀!! ㅋㅋㅋ
정말 수고했고~~~ 진짜 축하해~~~~~~~~~~~~!!!! 네 앞날에 더더더 좋은 일들만 가득하길 기도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