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대기행--김지숙
(시사랑사람들 대표지도시인)
오늘은 겨울비가 촉촉하게 내린다. 하단 방면에 보충수업이 있어 낙동로를 달린다.
짙은 안개가 자욱해 운전하기가 힘들었다. 그리고 그 안개는 내가 갈 길을 바꾸어 버린다. 이런 날은 큰 도로를 달리기가 싫다. 한적하고 고요한 감전야생화 단지를 지나는 이면도로로 향한다. 촉촉한 겨울 갈대에 걸린 짐짓 무거운 안개는 온몸으로 눈물을 쏟아 놓을 것만 같은 슬픈 여자의 모습이다. 한참을 그 속에 서 있다.
하늘과 땅과 갈대가 수채화 속 그림처럼 연갈색으로 보이는 풍광은 천국에 서 있는 기분이다. 메마른 날들 속에서 맞는 충만함의 여유처럼 안개비에 젖어 있는 겨울 갈대의 매력은 세상의 언어로 풀 수 없다. 보는 자에게만 보여지고 이해될 뿐이다.
그리고 누구에겐가 꼭 보여주고 싶다. 혼자보기엔 너무 아까운 정경이다. 차를 몰면서 오늘 수업하는 아이에게 꼭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이 아이는 창작영재로 무척 밝고 귀엽게 생긴 아이다. 꾸김없이 자라 막 피기 시작한 장미송이처럼 예쁘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이 아이와 나는 말이 아주 잘 통한다는 점이다.
도대체가 멍한 상태로 내가 오면서 본 풍경들을 이 아이에게 말하니 이 아이도 많이 보고 싶어 한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우리의 이런 종류의 대화를 이해할 수 있을까싶었지만 그래도 꼭 그 광경을 이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감성훈련에 절대적으로 필요하며, 아주 중요한 시적 체험이 될 수 있기에. 30분정도 이론수업하고 그 아이의 할머니께 ‘체험학습 간다.’고 말씀드리고 그 아이랑 둘이서 차를 몰고 다시 그 자리로 갔다.
한 시간이 지나서인지 안개들은 간 곳이 없었지만 여전히 물기가 촉촉한 갈대는 충분히 살아있고 아름답다. 교각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은 물이 ‘나도 살아있어요. 살아있어요’말한다. 안개가 걷히자 철새들도 후드득 날개짓을 요란히 해댄다. 이리저리 열심히 촉촉이 젖은 갈대밭 풍경을 이 아이는 열심히 눈으로 카메라로 찍었다.
을숙도로 향했다. 을숙도에는 아직도 안개가 많다. 을숙도 광장 옆 작은 호수에는 연잎이 세월의 흔적을 듬뿍 담아 마치 주석으로 만든 조각품처럼 물 위에 떠 있다. 연잎은 사라짐마저도 하나하나가 다 아름답다. 나는 연꽃과 꽤 인연이 깊다. 어릴 적 우리 집 정원 연못에 피었던 예쁜 연꽃을 기억해서일까? 연꽃은 늘 반갑고 친한 친구같아 연꽃이 있는 곳에 자주 발길이 멈춘다. ㅗ과거든, 미래든 그 어느 세상에서 난 연꽃이었으리라. 하지만 이렇게 묘한 일그러짐, 마치 등신불의 마지막 다 타버린, 형태가 완전히 일그러진 형상을 한 연잎은 처음 본다. 마음이 아팠다. 모든 사라짐이 저렇듯 허망하리라는 생각도 스쳤다.
강물 앞에 서 보았다. 안개에 싸여 바라보는 먼 갈대밭이 아련히 아름답다. 따뜻한 카프치노를 한잔씩 마시고, 우리는 갈대 기행을 마쳤다. 이 아이에게 수필 한편을 숙제로 남겼다. 물론 강요하지는 않는다. 다만 우리가 작품을 한편 건지면 오늘 일들은 감성학습이 될 것이고, 작품 못 건지면, 논 것 밖에 안된다고 못을 박으니, 꼭 써 보겠다고 한다. 난 이 아이의 말을 믿는다. 다음 주에 만날 핑크빛 장미 송이 같은 이 아이의 머릿속에 담긴 을숙도 갈대를 기대한다.
*출처 다산초당논술 원문보기 글쓴이 : 지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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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숙 약력
<현재>
시인(1994), 문학평론가(2001), 문학박사(2003, 동아대)
동아대학교 한국어문학부 강사(문장론, 한국현대문학사의 이해, 현대시의 감상, 현대시와 현실)
동아대학교 인문과학연구소 특별연구원
부경대학교인문사회과학연구소 전임연구원
동부교육청, 남부교육청 창작영재교육원(논술지도, 시창작지도)
한국시문학회 회원, 한국비평문학회 회원, 한국비평가협회 회원,
부산시문학시인회 회원, 국어국문학회 회원, 동남어문학회 회원,
동아문인회 이사, 부산문인협회 회원, 부산시인협회 회원. 한국문학회 회원. 지역문학연구회 회원.
동아대에 출강중인 김지숙(金智淑,문학박사)의 주요 논저를 알아봅니다
김지숙 시인은 동아대 인문과학연구소,부경대 인문사회과학연구소에서
저작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저서
「20세기 한국문학사·Ⅰ」(2인 공저·동아대학교 출판부, 1999. 9)
「20세기 한국문학사·Ⅱ」(2인 공저·동아대학교 출판부, 1999. 11)
「문장과 문장 실기」(부산예술문화대학교재 1999. 8)
시집
「 하늘가는 길에 들꽃이 핀다」(1994)
「푸른 솔숲 꽃이 되어버린 바람에게」(2003)
논집
「조향(趙鄕) 시의 상징성 연구」(동아대석사학위논문, 1996)
「일제강점기 한국 현대시의 자연에 관한 연구」(동아대박사학위논문, 2002)
논문
1. 조향(趙鄕) 시의 현실수용(동아대 국어국문학논문집 제 15집, 1996)
2. 이상(李箱) 시의 수 상징(동남어문논집 제 8집, 1998)
3. 원광(圓光) 시의 죽음 상징(동아대 국어국문학논문집 제 18집, 1999)
4. 전쟁시의 문체연구(동남어문학회 발표, 2000. 4. 8)
5. 자연지향시의 자연성 고찰(동남어문논집, 2000)
6. 전쟁기 비극성 표현기법(지역문학연구, 2000. 겨울)
7. 자연지향시의 시간(최상윤 화갑논총, 동남어문논집 제10집1999.겨울)
8. 녹색시 연구(한국비평문학, 2000. 겨울호)
9. 자연지향시 고찰(한국시문학, 2000 겨울호)
10. 전쟁시의 표현방식(동아대 국어국문학 제19집)
11. 시의 화자와 자연지향성(동남어문논집, 제12집, 2001. 6)
12. 우리 시의 생명성 고찰(동남어문논집, 제 13집, 2001. 12)
13. 부산시문학비평의 현황과 과제, 문학비평, 2004. 10.
평론
1. 조향(趙鄕) 평전(동아문학, 2000.창간호)
2. 메타유토피아성 연구, 시문학, 2001. 7월호)
3. 그 눈부신 쓸쓸함의 바깥풍경(계간 詩, 2001년 여름호)
4. 고독한 황제, 숨은 자연(시와 생명, 2001. 여름호)
5. 교란의 메카니즘, 퓨전성(동아문학 3호, 2002)
6. 자연지향성 시의 생명(시문학, 2002. 5)
7. 욕망인가, 초월인가(예술부산, 2002. 여름호)
8. 시가 만난 세 겹의 의미(부산시인, 2003, 겨울호)
9. 일제강점기 동시 속의 자연(동아문학 제4집. 2004. 4).
10.데카당스 시학, 시의 데카당스(시문학, 2004. 4.)
11.몸, 꽃, 숲의 공간 넘나들기(시문학, 2004. 10)
12.부산시문학비평의 현황과 과제, 문학비평, 2004. 10.
13.물, 안개, 바다와 닿은 여성성(동아문학 제5호)
14.바람, 그늘, 길의 상징성(2004.12.문학도시)
15.존재를 뛰어넘은 ‘나무’읽기(2004.12.부산시인)
16. 욕망, 일탈, 여유의 시학(2005.3.시문학)
시
1. 그대 외(부산문학 1994)
2. 바다 외(한국시, 1994)
3. 그 사람의 정원(문학도시, 1998 여름)
4. 그 날(창작정신, 1999)
5. 감나무(창작정신, 2000)
6. 을숙도 (동아문학 제2호, 2001)
7. 고랑할매외 4편(부산시문학시인회 동인지, 2002)
8. 무심천외 4편(부산시문학시인회 동인지, 2003)
9. 억수비외 4편(부산시문학시인회동인지, 2004)
<수상경력>
1. 시문학 전국대학문예작품모집 입선, 1980.
2 전국해변백일장 입선, 1993. 8
3 부산예총주최 백일장 차상, 1993.9
4. 영남여성백일장 장려상, 1993. 10
5. 가야문학상 우수상, 1994. 3
6. 한국예총주최 백일장 차상, 1994. 4
7. 한국시 시부문 시인상, 1994. 4
8. 시문학 평론 우수상, 2001. 7
9. 시사랑 사람들, 최우수 작품상, 2004. 4
10. 설송문학상 평론부문 우수상 수상
<주요강의경력>
부산 예술문화대학 문예창작과 강사 역임( 현대문학사의 이해, 현대문학의 이해, 작문실기지도,
시창작지도, 문장론, 교양국어)
부산광역시 부설 부산발전연구원 외주 연구원 역임(부산시문학비평의 현황과 과제)
부산 경상대 강사역임
신라대학교 인문대, 사범대 강사 역임(사고와 표현, 한국현대시 읽기, 논술지도, 현대작가론)
<교육실적>
고려대 영어교육학과(2006), 연세대 법대(2006), 성균관대 법대(2005), 부산대 분자생물과, 영어교육과(2006), 부산대 나노과(2005), 춘천교대(2006), 이화대 법대(2006), 한양대 예대(2006) 등을 비롯하여 2006년 20여명의 서울권 학생들을 논술지도, 언어영역로 합격시켰으며, 부산시교육청 창작영재(2006)를 배출한 경력이 있고, 현 동아대 문창과, 부산시 교육청 창작영재 논술지도 강의 중.
다음 카페 <온누리 논술>온라인 논술지도, 다음카페<시사랑 사람들>에서 온라인 창작지도 활동
메일kjsinfano@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