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평양의 해저.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낭떠러지 위로 축구장 열배 정도 크기의 넓은 해저고원이 시원스럽게 펼쳐지고 있었다.
고원 중앙지점에는 드럼통을 닮은 해저기지가 깊은 산, 외딴 오두막에서 흘러나오는 불빛처럼 파란 조명을 깜박대며 외롭게 봉우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곳은 클라리언 클리퍼튼 해역의 해저에 위치한 대한민국 의 해저광산, 제 5광구 서쪽 경비기지.
마침 기지 주위에는 가파른 협곡 아래, 수천미터 심해광구로부터 채집된 광물들을 운반해 온 컨테이너 박스들이 작은 산을 이루며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었다.
수면으로부터 약 200미터 아래지점인 이곳은 수억 년 전, 오랜 비바람과 거센 파도로 뾰족했던 산봉우리가 잘려나가고 그 위로 평편하게 깎인 고원지대가 생성된 곳이었다. 일종의 평정해산인 것이다.
특히 이 제5광구는 코발트 크러스트(cobalt crust)를 집중적으로 채광하는 해저광산으로 대한민국이 갖고 있는 수십 개의 광구 중 하나이며 광활한 해저 대평원에 우뚝 솟은 산맥 중, 가장 높은 봉우리에 위치하고 있었다.
아직 새벽 단잠에 빠져있을 시각...
희미한 탐조등 아래 모습을 드러낸 거대한 원통형 기지는 온통 조개류의 일종과 해초류들이 덕지덕지 붙어 있어 자세히 보지 않으면 그저 바다 속에 가라앉은 평범한 페기물의 하나로 보일 뿐이었다.
끼이이익-
그때 난파선을 연상케 하던 수중기지의 아래쪽으로부터 작은 소음이 들리며 서서히 환한 불빛이 모래사장으로 번져 나가기 시작했다.
문풀(Moon Pool)이 열리고 있는 중이었다. 잠수부들이 외부로 출입하는 일종의 문이었다.
(마치 컵을 뒤집어 물 속에 넣으면 내부에 공기층이 남아 있듯, 기지안의 강력한 공기압에 의해 문이 개방돼도 전혀 해수가 침수되지 않게 설계가 된 일종의 특수 출입구였다.)
잠시 후, 우주헬멧처럼 생긴 둥근 잠수구와 은색의 금속잠수복을 걸친 이십 여 명의 잠수부들이 차례대로 직경 4미터의 문을 빠져 나오자 미리 대기하고 있던 소형잠수정 두 척이 15,000와트의 강렬한 조명들을 밝히며 작업을 유도하기 시작했다.
새롭게 운반해온 거대한 신형 원통형 초소 하나를 전기용접기 등을 통해 접합하는 고난도의 수중작업이 시작된 것이다.
“자네도 들었지? 독일 광산지대에서 큰 사고가 생겼다는 것 말이야.”
작업 조장인 강현모 준위는 거대한 바다뱀이 툭 튀어나올 것 같은 시커먼 협곡을 쳐다보며 기분이 언짢은지 툭하고 한마디 던졌다.
“넷! 들어 알고 있습니다. 대체 이 평화롭던 바다 밑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려는지... 오늘따라 이놈의 이온잠수헬멧이 공포심을 더욱 유발시키는군요.”
부조장인 유현곤 중사의 대답처럼 지금 착용하고 있는 멋진 유선형 헬멧은 기존 헬멧보다 약 3배 이상의 깨끗한 시야를 제공하고 있었다.
마침 저 멀리서 부연 부유물을 뚫고 신기하게도 큰 작대기처럼 뻣뻣하게 선 체, 느릿느릿하게 꼬리지느러미를 흔들며 슬금슬금 밀려오는 것이 있었다. 납작한 리본처럼 생긴 것이 머리엔 큰 깃을 단 것을 보면 산갈치의 일종으로 여겨졌다.
무섭게 생긴 산갈치의 등장을 시작으로 광물을 가득 담은 컨테이너박스 위로 수심 400미터 아래에 사는 심해어의 일종인 긴 수염이 달린 포토넥테스와 입이 기형처럼 생긴 아피니스치 등 괴상한 물고기들이 떼를 지어 빛을 내며 모습을 드러냈다.
잠수정의 탐조등 불빛이 미치지 못하는 고원 주위로는 거대한 크리스마스트리들이 여기저기에서 불을 밝히는 그런 장엄한 광경이 연출되고 있었다.
“후후후... 저 놈들도 몹시 심심한 모양이군. 불빛을 보고 떼거지로 몰려나오는 것을 보면 말이다. 하지만 오늘은 같이 놀아 줄 시간이 없느니라.”
“준위님. 사실 이런 날은 새벽부터 작업하기가 좀 껄끄럽습니다. 근자에 들어와 기지를 벗어나는 일이 별로 내키지 않더니만... 쯧쯧쯧......”
유중사는 일주일 전, 새롭게 지급된 티타늄에 탄소나노튜브 소재를 몇 겹으로 입혀 만든 초강력 신형잠수복의 팔을 가볍게 들어올리며 대꾸를 했다.
날렵한 그의 몸놀림만큼이나 이미 심해잠수 분야만은 세계에서 최고의 수준을 자랑하는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었다.
“그래? 잘못하다가는 큰 전쟁이 벌어지겠지?”
“그러나저러나 수많은 전우들의 피와 땀으로 이루어진 이 기지들은 어떻게 되겠습니까? 아마 폐쇄되지는 않겠지요?”
“뭐! 그렀게까지야 하겠어? 우리 기지는 저 아피니스치의 이빨처럼 촘촘하게 이중 삼중으로 경비망을 펼치고 있는데 설마 아니 이곳까지 기습하려고? 그것은 자살행위지!”
“그렇지요?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하지만 늘 위험을 안고 생활하는 것이 우리의 삶이 아닌가. 언제 그런 두려움마저 느낄 여유조차 있었던가?”
“하하하... 맞는 말씀입니다. 하지만 전 내일이면 이 지긋지긋한 해저생활도 잠시 이별입니다."
“후후후... 유중사는 좋겠네. 이제 본국으로 돌아가 달콤한 휴가를 즐길 것이 아닌가. 자네가 떠나고 나면 이 황량한 해저는 더욱 정나미가 떨어질 것이야. 으하하하......”
강준위는 헬멧을 통해 생생하게 들리는 유중사의 푸념 섞인 농담에 열심히 동조를 했다. 그러면서도 용접하는 부하들을 독려하는 것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몇 분 후...
먼저 작업을 마친 유중사는 어느 정도 용접부위가 제대로 붙었다고 생각했던지 잠수복 등에 부착된 이동용 프로펠러를 움직여 5미터 정도 부상을 하며 막 다른 장소로 옮기려던 참이었다.
삐......
갑자기 헬멧의 선명한 창에 전자스크린이 다급하게 펼쳐지며 다수의 붉은 점들이 반짝거렸다.
침입자였다.
발광 점들과의 거리가 너무나 가까웠다. 무엇인가 협곡의 바위를 엄폐물로 하여 접근을 시도하는 중이었다.
물갈퀴를 바삐 움직이며 본능적으로 몸을 돌려 협곡 쪽을 노려보았다. 순간 뭔가 바위 뒤로부터 어뢰처럼 빠른 속도로 튀어나오는 것이 보였다.
“으응......?”
아래에서 작업에 몰두하던 잠수부들은 여러 소음으로 인해 이상한 그의 신음소리를 흘리고 말았다.
카우우우-
엄청난 세기의 날카로운 음파가 사람들의 두꺼운 헬멧을 강타하며 그대로 통과했다.
“헉!”
사람들은 작업공구를 든 체 단말마 비명을 지르며 비스듬히 드러눕고 말았다. 고막이 찢겨 나가는 엄청난 충격이었다.
그나마 신형 이온헬멧이 외부음파를 어느 정도 차단해 주었기를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으면 거의 치명상을 입을 정도였다.
삐잉- 삐잉-
그때 잠수부들 머리 위에서 기동하던 비행접시처럼 생긴 호위 잠수정이 적들의 기습을 감지하고는 노란 불을 정면으로 쏘아대며 쏜살같이 튀어나갔다.
“어서 정신 차려! 적들의 기습이다!”
이미 적들을 발견한 유중사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충격을 덜 받았는지 벼락같이 고함을 질렀다. 있는 힘을 다한 외침에 겨우 정신을 차린 대원들은 주위를 살폈다.
“으악! 괴, 괴물이다.”
생전 처음 대면하는 생명체였다.
커다란 지느러미와 사람의 모습과 비슷한 엄청난 머리, 그리고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해저생물체는 길이가 3미터 정도로 그 수는 40마리가 넘었다.
뭉텅하면서도 길쭉한 꼬리지느러미를 움직이면서 빠른 속도로 미끄러져 오던 선두 괴물은 맨 끝에 위치한 조장인 강준위의 다리를 물고는 마구 도리질을 하기 시작했다.
“크아아악!”
조장의 처절한 비명이 그대로 모두의 귓전을 강타했다. 삽시간에 다른 대원들도 하나 둘 괴물의 피습을 받자 회색빛 해저는 점차 시커먼 액체로 물들어 가기 시작했다.
“에잇!”
강준위는 엄청난 고통 속에서 초강력 티타늄으로 만들어진 잠수복의 팔을 들어 괴물의 머리를 내리치며 필사적으로 탈출을 시도했다.
“조장님! 정신을 잃으면 안 됩니다. 제가 갑니다!”
그때 헬멧을 통해 유중사의 갈라지는 소리가 전달되었다. 위험을 무릅쓰고 조장을 향해 곤두박질치듯 프로펠러의 속도를 높여 다가오는 중이었다.
“안돼. 어서 피해! 피하란 말이다!”
정신이 가물거리는 와중에서도 강준위는 부하들에게 대피하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괴물아! 이리와!”
유중사는 들고 있던 창처럼 생긴 뾰족한 용접기로 조장의 다리를 물고 있는 괴물의 눈을 향해 힘껏 찔러갔다. 묵직한 스펀지에 닿는 느낌이 양팔에 전달되었다.
괴물은 엄청난 고통 속에 마구 온 몸을 비틀기 시작했다. 반발력에 의한 전기용접기는 이미 유중사의 손을 떠나 허공에서 마구 춤을 췄다.
“크윽! 유, 유중사!”
그사이 다리뼈가 바스러지는 고통 속에서 해방된 강준위는 비스듬히 누운 체 사랑하는 부하를 쳐다보았다.
훼손된 다리부위는 형상기억합금으로 만들어진 잠수복이 자동으로 수압의 위험으로부터 방어하기 위해 원상태로 회복되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가물거리는 시선 속으로 저 멀리 부연 협곡 쪽으로부터 유중사의 등을 향해 미사일처럼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아! 안, 안돼-! 뒤......”
괴물과의 힘겨루기로 손가락조차 움직일 힘이 없는 그는 심장이 튀어나올 것 같은 안타까움에 그만 몸부림을 치고 말았다.
“유중사! 안돼!”
이미 그땐 괴물의 커다란 아가리 속으로 유중사의 헬멧이 빨려 들어간 후였다.
강준위는 있는 힘을 다해 몸을 내던졌다. 교활한 괴물은 유중사의 머리를 물고는 부채꼴 같은 꼬리지느러미를 흔들며 방향을 틀고 있었다.
“아, 안돼... 어서 몸을 비틀어! 어서 빠져나오란 말이다!”
인간의 움직임보다 괴물의 몸놀림은 몇 배나 빨랐다. 여기저기에서 몸을 피하는 인간들의 몸짓은 너무나 처절해 보였다.
강준위는 이동용 프로펠러의 속도를 최대한 높이고는 급히 허리춤에 찬 비상 칼을 꺼내들어 괴물의 꼬리를 향해 발악하듯 휘둘렀다.
“어서 정신 차려!”
잠수선에서 보내는 탐조등 불빛에 드러난 괴물의 형상은 너무도 흉측했다. 전체적인 형태는 바다사자를 닮았지만 울퉁불퉁한 머리와 이빨 그리고 양팔의 역할을 하는 지느러미는 전혀 달랐다.
카우우우!
인간의 발악적인 움직임으로 해류가 유동하자 괴물은 본능적으로 물고 있던 헬멧을 뱉어내며 몸을 홱 돌렸다.
‘크윽......’
고막이 터져 나가는 충격이 헬멧을 강타했다.
피가 나도록 이를 꽉 물은 강준위는 바로 코앞으로 밀려드는 징그러운 괴물의 머리를 향해 칼을 쭉 밀었다.
깡!
요란한 금속성 소리가 귀를 통해 전신으로 번져갔다. 오른팔에 엄청난 충격이 가해졌다. 괴물의 굵은 송곳니에 부딪친 초강력 금속의 잠수복 팔이 구십 도로 확 꺾이고 말았다.
절대절명의 순간이었다.
괴물도 충격을 받은 듯 멈칫 하다말고 이내 옆으로 쓰러지는 강준위의 몸통을 향해 크게 입을 벌렸다.
슈욱-
퍽!
순간 칠흑 같은 해저는 대낮처럼 밝아졌다. 다급해진 호위잠수정에서 조명탄을 발사한 것이다. 시력까지 멀게 한 강력한 조명탄에 의해 순간 괴물들은 입을 딱 벌린 체 거짓말처럼 동작을 멈추고 말았다.
이때를 놓치지 않고 빠른 속도로 괴물들 사이로 진입을 시도한 호위잠수정의 선체 아래 격납고 문이 열리며 길쭉한 발칸포 형태의 연통들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모두 세 개였다.
슛! 슛!
연이어 날카로운 발사음이 들렸다.
수많은 구멍으로부터 작살들이 엄청난 속도로 해저를 갈랐다. 그 중 하나는 강준위에게 다가서던 괴물의 몸통에 그대로 박혔다.
카우우우-
엄청난 충격과 고통에 끔찍한 괴물은 시커먼 해저 아래로 빙글빙글 회전을 하면서 추락을 하기 시작했다.
잠시나마 큰 충격을 받은 괴물들은 하나, 둘, 피를 흘리며 해저 아래로 가라앉자 겨우 힘을 얻은 잠수부 하나가 곁으로 다가오더니 강준위의 헬멧을 힘껏 때렸다.
“조장님! 어서 정신 차리십시오!”
“으음... 유중사는?”
정신을 차린 강준위는 주변을 살폈다.
“잠수구의 파열로 인한 수압 때문에 전사한 것 같습니다.”
저 멀리 유중사로 보이는 잠수부 하나가 비스듬히 누운 체 모래사장으로 천천히 가라앉는 광경이 선명하게 헬멧 유리창에 각인되었다.
“흐흑! 이런 개 같은 경우가... 에잇! 저놈들은 빛을 무서워한다. 어서 전기용접기를 사용해 괴물들의 접근을 막고 기지 안으로 대피해!”
강준위의 목소리가 모두의 헬멧 속으로 속사포처럼 쏟아졌다.
“늦었습니다. 또 다른 괴물들이 후방으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뭐라! 어디에?”
“기지 좌측입니다.”
부하의 말대로 기지 좌측 경사진 모래사장으로부터 또 한 무리의 괴물들이 꼬리지느러미를 흔들며 꾸역꾸역 밀려나오고 있었다.
퍽! 퍽!
그때였다. 또 다른 괴물들의 등장에 다급해진 기지 쪽으로부터 기다란 어뢰모양의 조명탄들이 불똥별처럼 유선을 그리며 튀어 올랐다. 수중을 가득 메우던 그 많던 심해어들이 놀라 사방으로 흩어졌다.
잠시 후, 기지 뒤쪽에선 비행접시처럼 생긴 잠수정 두 척이 급히 부상을 하며 모습을 드러냈다. 산마루 아래쪽 다른 곳에서 경비를 서던 잠수정이었다.
잠수정들도 탑재된 조명탄을 협곡 쪽으로 발사하며 열감지기가 부착된 작살연통을 360도로 회전시키며 사람을 피해 협곡입구 쪽에서 등장하는 괴물들을 산적 꾀듯 작살을 쏟아 부었다.
“아! 조금만 더 버텨라. 구원병이 몰려온다.”
강준위는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죽기 살기로 달려드는 괴물에 의해 구원 나온 잠수정도 힘에 겨운지 어느 새 해저 아래로 서서히 가라앉기 시작했다. 오늘따라 완전무장을 하지 않고 나선 것이 너무나 원통했다.
“강준위! 지원병이 간다.”
경비초소의 중앙조종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였다. 마침 초소쪽에서도 잠수부들이 쏟아져 나왔다. 모두들 길고 뭉텅하게 생긴 다연발 작살총을 들고 있었다.
“지원군이 나오고 있다. 조금만 더 버텨라. 그리고 한곳으로 모두 모여 원형 진을 짜고 방어해라. 남은 잠수정은 탐조등의 출력을 최대한 올려 우리의 머리 위를 지원해주고!”
해저에는 인간과 괴물간의 쫓고 쫓기는 전투가 벌어졌다. 하지만 간간이 부르짖는 괴물들의 기이한 울음소리에 전투원들은 제대로 힘도 써 보지 못하고 비틀거리고 있었다.
“아! 절망이다. 저 무지막지한 괴물들은 죽는 것에 대한 두려움조차 없다.”
어느 새 강준위의 눈에선 이슬이 맺히기 시작했다.
거의 절망적이었다. 지원 나온 동료들도 처음에는 작살을 사용하여 우세를 점치는가 싶었더니 하나둘 겨우 자기 몸도 지키기 힘든 상태였다.
웅-
그때 어디선가 온 몸을 뒤흔드는 강력한 진동음이 해저를 가르며 밀려왔다.
조금 전, 괴물들이 모습을 드러낸 협곡 쪽이었다.
곧 범고래를 닮은 뚱뚱한 물체 하나가 빠른 속도로 모습을 드러냈다. 몸 전체가 무슨 돌로 만들어진 것처럼 물 속에 떠 있는 것조차 의심스러울 정도로 엄청나고 무거워 보였다. 더욱 괴상한 것은 사방에 달린 프로펠러였다.
마치 돌덩어리 사방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것처럼 부실하기 그지없었다. 보기에도 아슬아슬할 지경이었다. 덩치는 3인승 잠수정의 다섯 배 정도로 엄청나게 크게 느껴졌다.
“헛! 저건 또 뭐야?”
“적이다!”
잠수부들은 기겁을 하고 말았다. 이상한 것은 둘째치더라고 괴물의 둘레에 마치 성게처럼 수북하게 길쭉한 창들이 솟아나 있다는 점이었다.
“에이 씨! 아니잖아. 거북선이란 그 엉터리박사가 만든 콘크리트 폐기물이잖아.”
또 다른 잠수부 하나가 지원군이 온 줄 알고 잔뜩 기대를 하다말고 거의 절망에 가까운 탄식을 터트렸다.
“그 폐기물 박사? 그는 지금 본국으로 가고 없잖아?”
“박사는 없어도 덜떨어진 수제자가 둘이나 있질 않는가!”
폐기물 박사라 불리는 사람은 육상의 장보고 기지에 근무하는 민간 선박설계전문가로 이름은 ‘이해구’로 남태평양에 근무하는 모든 사람들은 그를 거북선이란 별명을 붙여주고 있었다.
그 이유는 기행이 별나고 과거 육상 장보고기지를 구축하면서 남은 시멘트를 아깝다면 별별 괴상한 모양의 소형 잠수선을 건조해 사람들로 하여금 폐기물 제조창이라는 또 다른 조롱거리를 만든 인물이었다. 그렇지만 그를 아끼는 일부 사람들은 쓸모없는 그 잠수정이 훗날 요긴하게 쓰이기를 바라는 심정에서 농담이나마 그렇게 별명을 붙인 것이다.
“엇! 콘크리트 잠수정이 괴물들 사이로 돌진을 하네?”
뾰족한 용접기 등으로 힘겹게 괴물들을 방어하던 잠수부들은 물에 뜬다는 자체가 신기한 콘크리트 덩어리를 쳐다보았다. 마침 잠수정의 아래 양쪽에 달린 길쭉한 부력 탱크에서 공기방울이 흩어지며 속력을 배가하기 시작했다.
우웅-
마치 커다란 바위가 굴러가듯 돌진하는 잠수정이었다.
“그래. 제발......”
한때는 손가락질을 하면서 놀려댔지만 모두는 지푸라기라도 붙잡는 심정으로 마음속으로 응원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우와! 대단하다.”
갑자기 잠수부들은 이구동성으로 환호성을 질러대기 시작했다.
원래 무거운 하중을 보완하기 위해 민간화물선에서 나온 폐기 프로펠러가 상하좌우에 8개나 장착되어 그 기동성과 조종성으로 인해 마구 돌진하는 콘크리트 잠수정의 위세에 눌린 괴물들은 선혈이 낭자한 체 해저로 가라앉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카우우우-
새로운 적의 등장으로 사람들을 공격하던 괴물들은 방향을 틀어 벌 떼처럼 달려들었다. 하지만 콘크리트 잠수정에 튀어나온 엄청난 수의 날카로운 창에 의해 마구 찢겨 나가고 말았다.
“우와! 대단하다. 엄청난 콘크리트 무게와 그 가속도로 괴물들이 추풍낙엽처럼 찢겨나가고 있다. 어서 힘을 내자! 어서 힘을 내!”
기적 같은 현실이 눈앞에서 벌어지자 힘을 얻은 강준위는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
잠수부들도 수백억이 투입된 신형 잠수정이 맥을 못 추는 상황에서 저런 형편없는 폐기물이 괴력을 발휘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와아......”
다시 힘을 얻은 잠수부들은 살이 찢겨 나가 비틀거리는 괴물들에게 다가가 마지막으로 숨통을 거두기 시작했다.
첫댓글 필이 팍팍 옵니다... 아직은 시작부분이라 감은 안오지만 느끼이 팍~~~ ^^* // 우수회원으로 등업되었음을 알려 드립니다..건필하시기 바랍니다..(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