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포의 새벽 편지-019
동봉
어제 일요일 오후,
눈발이 날리기 시작할 무렵
이웃의 일광노스님께서 오셨습니다
손에는 책이 한 권 들려있으셨고요
책 이름은《매직 카메라 잉글리쉬》
Magic Camera English,
팔십 고개에 성큼 오르셨지만
몸의 움직임은 60대 초반이십니다
어떤 일에도 젊은이에게
뒤지는 일이 없으신 노스님!
스님께서 책을 보여주시며 가라사대
"회장스님, 말이란 동삽니다
동사는 참 재미있어요
be동사는 아무 것도 아니고
본동사로 들어가면
영어 하는 재미가 쏠쏠하거든요
이건 회장스님,
제 말이 아니고요
우리 민정이 얘기입니다 etc.,"
눈길은 위험하다시며
서둘러 돌아가시는
노스님에게 내가 답한 말은
딱 한 마디였습니다
"네, 맞습니다 큰스님.
세상은 명사가 아니고 동사지요."
1990년 9월21일생으로
2014년 초월중학교 2학년에 재학중인
김민정 양이 쓴 영어교과서,
동생에게 영어를 가르치기 위해
손수 만화를 그리고
그래프를 만들어가며 쓴 책.
이 책은 be동사에 관한 것이지만
앞으로 본동사로 들어가면
보조동사 규칙동사 불규칙동사
불완전동사를 비롯하여
자동사 타동사 to부정사 동명사
주동사 사동사 능동사 피동사 등으로
계속해서 이어질 것입니다
나는 김민정 양이 쓴
우리말 표현이 또한 재미있더군요
움직씨動詞는 행동하는 말
그림씨形容詞는 멈춘 말
앞둠씨前置詞는 엑스레이 말
이음씨接續詞는 이어주는 말 등
어쨌든 앞으로도
책이 여러 권 나올 것이랍니다
모든 생명을 가진 존재는
바로 움직임 때문에
살아있다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삼법인을 설하시면서
제행무상諸行無常이라 하셨는데
무상은 정지가 아닌 변화며
변화는 움직임이고
움직임에서 부딪치게 되고
부딪치므로 열이 발생하고
열은 갖가지 에너지로 바뀌며
모든 존재 모든 생명을
끊임없이 팽창하고 수축하게 하지요
그렇습니다
"세상은 움직이기에 살아있다"
아, 고맙습니다.
모든 움직임이여!
01/19/2015
곤지암 우리절 선창에서
![](https://t1.daumcdn.net/cfile/cafe/2252463E54BC350240)
첫댓글 움직일 동자를 쪼개보면 중력이 되지요. 중력과 움직임이 본디 하나임을 옛날 한자를 만든 중국사람이 이미 알고 있었을까요?-비구동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