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 게바라의 홀쭉하지만 내용은 빵빵한 배낭" ^^

<A name="[문서의 처음]"></A> 체 게바라님을 우리 카페 명예회원으로 모셔도 될 정도로 독서광이셨네요^^. "체 게바라의 홀쭉한 배낭"(실천문학사) 이 책 정말 강추!!!! 입니다~   독서광 체 게바라 에르네스토 게바라는 독서광이었다. 어린 시절, 보들레르, 잭 런던, 오라시오 끼로가, 에밀리오 살가리 등 유명작가들의 작품집을 청소년문고판으로 읽었다. 심한 천식으로 쿨룩대던 어린 시절, 그는 두 서너 시간씩 처방을 받은 페퍼민트향을 피우면서 책을 읽었다. 게바라 집의 가정부로 일했던 로사리오 로페스(Rosario López)는 에르네스토가 오히려 책을 읽을 때 건강해보였다고 했다.  “기도가 막혀 숨을 쉬기 힘들었을 땐, 침대 모퉁이에다 조그마한 책상을 올려놓고 팔꿈치를 괴곤 책을 읽었어요, 불편해 보이던 그 자세가 오히려 그를 더 기분 좋게 했나 봐요.” 체에게 천식 약을 처방해주던 스페인에서 망명 온 의사는 15세 소년 에르네스토가 프로이드를 분석하는 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윌리엄 포크너, 존 스타인 백 등 북미 작가들의 작품들을 읽고 마르크스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의 일이었다. 체의 첫 번째 부인 일다 가데아(Hilda Gadea Acosta, 1925~1974)는 다음과 같이 회고했다.  “체는 특히 여행에 관한 책들과 모험소설을 좋아했어요. 나에게 말했죠. 중학교시절 진정 독서에 몰입했노라고. 누가 읽으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그의 부친 서재의 책을 통째로 읽어버렸다고 했어요. 책들이 분류가 되어 있지 않았던 까닭에 무차별적으로 읽을 수밖에 없었다고 했어요. 모험소설, 그리스 비극, 마르크스 책 등…….” 그의 두 번째 부인 알레이다 마치(Aleida March, 1936~)역시 최근 회고록에서 비슷한 말을 한 바 있다.  “그이는 언제 어디서든 책을 읽었어요. 어디서 어디로 이동을 하든, 손에서 책이 떠난 적은 없어요. 잠시라도 책을 읽었습니다.” 끝으로 그의 딸 알레이다 게바라 마치는 최근 어느 잡지사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할아버지 말을 빌리면 아버진 그 당시 1,100권 정도의 책을 읽었다고 해요. 물론 할아버지의 기억이 옳지 않을 수도 있지만…….” 체의 어머니 셀리아(Celia de la Serna, 1907~1965)는 건강이 좋지 않았던 맏아들의 교육을 담당했었는데, 그들만의 소통법이 있었다고 했다.  “아들과 전, 말 한 마디 없이 서로를 이해했어요. 밖에서 놀지 못 할 땐, 우린 함께 책을 읽었으며 같은 시구들에 감동을 받곤 했습니다. 반어법과 의미 없이 웃는 법을 터득했으며, 서로 지나친 감정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체의 시적 감수성은 어머니 셀리아로부터 나왔다. 그녀는 밤의 시인 보들레르의 시 구절을 반복 낭송해주었으며, 그와 프랑스어로 말하길 좋아했다. 보들레르의 여행에 관한 시들은 훗날 체의 말처럼 “풍선처럼 가벼운 가슴”(“corazón ligero como un globo”)으로 남미순례를 떠날 수 있게 해주었다. 내 아기, 내 누이야 저기 우리 함께 하는 삶의 감미甘味를 떠올려보렴 널 닮은 마을에서, 어디 한가로이 사랑하다 죽어가는 .................. 그곳에선 모든 것들이 정연하고 아름다우며 또 고요하고 즐거울 뿐. 세월에 윤이 난 가구들은 우리네 방을 장식하리 .................. 그곳에선 모든 것들이 감미로운 모어母語로 우리영혼들을 향해 속삭이리  보들레르의 ‘여행에의 초대 (L'INVITATION AU VOYAGE)’ 중에서 당시 아르헨티나에서는 ‘프랑스어를 구사하는 이는 인텔리’라는 등식이 성립했었다. 소년 에르네스토가 집에서 30km나 떨어져있는 데안 푸네스 학교를 다닌 이유도 여기에 있다. 누구 못지않게 독서광이라 자부하던 그의 친구 알베르토 그라나도(Alberto Granado)와의 두 번째 라틴아메리카 여행 시, 포크너의 ‘8월의 빛’을 읽어봤냐는 그의 질문에 에르네스토는 ‘그래’라고 답했다. 1945년 당시 그 책은 스페인어로 번역이 되어 있지 않았건만 어떻게 읽었을까 고개를 갸우뚱거리던 알베르토에게 그는 으스대며 “불어로 읽었어.”라고 말했다. 쿠바 산업부장관으로 재직 중이던 1961년 1월, 이고르 만(Igor Man)과의 인터뷰에서도 그는 말했다. “보들레르는 내 작은 나이트테이블에 두지요, 난 그를 불어로 읽어요.” 아르헨티나의 고전들, 특히 호세 에르난데스(José Hernández)의 ‘마르틴 피에로’(Martín Fierro) 같은 가우초(Gaucho, 팜파의 목동)의 서사시를 즐겨 읽던 그는, 독재자 로사스(Juan Manuel de Rosas, 1793~1877)시절 인디오들을 섬멸하는데 가우초들이 동원되었다는 사실을 안 뒤부터, 일기에다 가우초에 관한 내용을 남기질 않았다. 그 대신 가우초들보다 끊임없이 억압을 받아왔던 인디오들의 후손, 캄페시노(Campesino, 농민)에 관해 많은 이야기를 실었다. 그는 여행 중에도 짬짬이 그 지방의 도서관에 들러 책을 읽었다. 남미여행 시 페루 쿠스코의 도서관에서 역사적 작품과 고고학서적들을 읽은 것이 그 예이다. 멕시코에선 어느 출판사의 서적판매원으로 일한 바 있는데, 체는 훗날 그곳에서 책을 한 없이 읽을 수 있었노라 밝혔다. 목숨을 걸고 그란마를 타고 쿠바혁명을 위해 떠나기 하루 전날, 푸식(Fucik)의 “교수대의 발에 대한 보고서”와 파디브(Fadeev)의 “젊은 문지기” 등 이미 읽은 책들을 그의 친구 카를로스 베르무데쓰(Carlos Bermúdez)에게 선물하기 위해 사기도 했다. 시에라 마에스트라(Sierra Maestra) 전선에서는 산에까지 책을 실어 나르는 특별수송 작전을 폈었다. 호세 마르티(José Martí), 호세 마리아 에레디아(José María Heredia), 헤르뜨루디스 데 아베야네다(Gertrudis de Avellaneda), 가브리엘라 델라 꼰셉시온(Gabriela de la Concepción), 루벤 다리오(Rubén Darío) 등, 중남미주요작가들의 서적들로서 이미 읽은 괴테의 자서전과 교체하기 위해서였다. 괴테의 자서전은 체 게바라가 어느 허름한 오두막에서 모포를 걸치고 시가를 입에 문 채 강아지를 옆에 끼고 읽던 사진 속의 그 책이다. 체 게바라는 그 책을 빌려서 읽고 있었다.  “.....내 중대에 간호병으로 들어온 여성대원 하이디 산타마리아(Hydee Santa María)로부터 괴테 전기를 빌려 읽었다. 기억해 둘 만한 구절에 밑줄을 쳤다. 나의 독서는 부상을 치료하기 위해 요양 하던 중 다시 꽃피었다. 괴테전기는 오랜 전투로 지친 심신을 충전하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책장을 넘기는 내 오른 손 중지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가 처음으로 빛나는 걸 느꼈다.” 시에라 마에스트라 전선에선 꺼질듯 말듯 모닥불을 이용해 책을 읽었다. 그의 배낭은 책으로 가득 차 있었기에 항상 무거웠다. 체 게바라와 친구사이였던 시골여인네 차나(Chana)는 그림 하나 없이 글씨만이 빼곡한 책들을 보고 놀라워했다. “책들은 글씨로만 가득했어요. 그는 책 한권을 꺼내 부드러운 얼굴로 마치 딴 세상에 가 있는 듯 조용히 책에 빠져버렸어요.” 당시 체 게바라와 함께 시에라 마에스트라 산맥 전투에 참가했던 대원들과 쿠바의 라 메사(La Mesa)지방 농민군들은 그 책들의 저자들이 빅토르 위고, 루벤 다리오, 타고르 등이었다고 증언했다. 1956년 그란마를 타고 쿠바에 도착했을 때, 게릴라들은 방향을 잃고 오합지졸로 흩어져, 바티스타정부군들에게 일방적으로 공격을 당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체 게바라는 목에다 총 한방을 맞곤 쇼크에 빠졌었는데, 그는 “모닥불을 피우며”란 일종의 자작콩트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완전히 뻗어있었다. 치명상을 입었다고 생각한 난, 목을 감싸곤 산을 향해 총을 쏘았다. 그리곤 모든 것을 잃은 듯한 그 시점에서 죽기위한 최선의 방법에 관해 생각해 봤다. 잭 런던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알라스카에서 꽁꽁 얼어 죽을 운명에 쳐해 있던 주인공이 나무 등걸에 기댄 채 품위 있는 죽음을 준비한다는 내용이었다. 그것이 당시 내가 기억할 수 있었던 죽음에 관한 유일한 이미지였다.” ‘표류’란 제목의 일기에서도 체는 우루구아이의 단편소설가 오라시오 끼로가(Horacio Quiroga, 1878~1937)의 소설 속 주인공처럼 그와 그의 대원들은 죽음을 기다리고 있었다고 적고 있다. 예상 밖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던 콩고전선에서도 그는 말했다 “난, 내가 좋아하는 두 가지 점에선 만족하고 있다. 하나는 충분한 담배이고 또 하나는 넘쳐나는 책들이다.” 이처럼 그의 문학에 대한 열정은 사선에서조차 식을 줄을 몰랐다. ‘이 시대 가장 성숙한 인간’은 책들에 의해 완성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