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음악과 함께 떠나는 미술대기행(제4편)-＜바로크 미술의 거장＞ 루벤스,＜바로크 음악의 지존＞ 안토니오 비발디의 4계 중 ＜겨울＞을 들으며

[블라디고]

* 율리아 피셔의 바이올린 연주로 듣는 바로크 음악의 지존, 안토니오 비발디의 <겨울>

* 벨기에 플랜더스(플랑드르)의 중심 도시 안트워프의 노트르담 대성당

  이곳에 소설 <플랜더스의 개>에서 주인공 네로가 그렇게 보고싶어하던 그림 두점의 제단화가 있습

  니다(아래에서 설명)

[ 바로크 미술의 거장, 피터 폴 루벤스(1577~1640) ]

강력한 상업 세력을 배경으로 등장한 절대 왕정은 궁정을 중심으로 웅장하고 화려한 미술을 만들어 나갔는데 17세기에 유행한 이런 양식을 <바로크 미술>이라 부릅니다. 바로크 미술은 르네상스 미술과 지향하는 바가 크게 달라서 르네상스는 현실에서 이상적인 미를 찾으려 했던 반면 바로크는 현실에서 생명의 움직임을 찾으려 했습니다.

르네상스와 비교해 바로크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을 보면, 보다 빛나는 색채, 음영과 질감의 풍부한 대비 효과, 자유롭고 표현적인 붓질 등으로 비고전적, 동적, 남성적, 불규칙적인 성격과 심한 과장성의 표현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바로크 미술을 대표하는 화가 중의 한사람이 바로 지금부터 이야기하려는 벨기에의 루벤스입니다.

화려한 색채와 역동감 넘치는 대표적인 바로크 작가 루벤스는 정열적인 여성의 나체를 그려낸 화가로 유명합니다. 하지만 깊은 신앙심으로 그려낸 성스러운 종교화도 유명하죠. 3000점 이상의 다작을 하고, 성스러움과 에로틱함이라는 전혀 다른 주제의 그림을 그렸지만, 루벤스의 그림은 그만의 독특한 스타일이 있어서,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습니다.

* 루벤스가 살던 집

루벤스의 아버지는 독실한 개신교도였지만, 고향인 벨기에는 카톨릭을 숭상했죠. 그래서 종교적 박해와 정치적 혼란을 피해 그의 가족은 독일 북부로 왔고, 1577년 루벤스가 태어났습니다.

10년 정도 독일에서 자랐으나, 집안의 가장인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루벤스의 가족은 다시 벨기에로 돌아가고, 카톨릭으로 개종했습니다. 어려운 가정 형편을 돌보기 위해 루벤스는 귀족의 시동이 되기도 했으나, 어렸을 때부터 그림에 소질을 보였기에 곧 화가지망생의 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23살의 나이에 루벤스는 이탈리아의 만토바 대공이라는 귀족의 도움으로 궁정화가가 되었고, 궁 안에서 생활하면서 유럽 최고의 예술과 문화를 접하게 되어 다른 화가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 루벤스와 첫번째 부인 이사벨라 브란트

또한 고대 그리스, 로마의 문화가 발전하고 있는 이탈리아에서, 특히 미켈란젤로의 조각을 연구하면서 자신만의 회화적 언어로 고대 미술 작품을 부활시켰구요. 그가 그린 그림 속 인물들의 포즈는 대부분 고대 조각의 형태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루벤스는 화가로서의 명성만 쌓은 것이 아니라 인간적인 매력과 뛰어난 학식으로도 널리 인정받게 되었습니다. 그의 나이 25살 때에는 스페인의 왕에게 선물을 전달하기 위한 외교 사절로 파견되기도 하였는데요.

그가 스페인으로 가는 도중 선물로 가지고 간 그림이 심하게 훼손되어 자신이 다시 그렸다가, 오히려 그 작품이 대공의 눈에 들게 된 일도 있었답니다. 그 대공은 루벤스에게 자신의 초상화를 부탁하여 스페인의 화가들에게도 루벤스 스타일의 영향이 시작되었습니다.

* 루벤스의 그림 <풍경>

8년간 이탈리아에 머물면서 6개 국어를 익히기도 했던 그는 외교관 역할을 훌륭하게 해내었으나 어머니가 위독하다는 소식에 다시 벨기에로 돌아갔습니다. 고향에서 열렬히 환영을 받은 루벤스는 그 뒤로 다시는 이탈리아에 가지 못하고, 벨기에에서 지내게 되었습니다. 마음 속으로만 그리면서 말이죠.

고향인 벨기에 안트워프에서 그는 본격적으로 제자를 키우는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루벤스의 제자가 되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지원자를 되돌려 보내야 하는 상황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는 많은 도제를 거느리고 대형 아틀리에를 운영하였고, 그곳에서 루벤스는 구상만 하고, 대부분 조수들의 도움으로 그림을 그린 후 그는 마무리 작업을 했다고 해요. 그래서 삼천 점이 넘는 루벤스의 작품들 중에서 몇 점까지가 그의 작품인지 논란이 되기도 합니다.

* 루벤스와 두번째 부인 헬레너

혹자들은 육백 점 정도가 루벤스의 작품이라고 말하고 있죠. 하지만 작품의 가격은 루벤스가 들인 시간과 작품의 크기에 따라 매겨졌다고 합니다.

루벤스는 평생 두 번 결혼을 했으며 아홉 명의 자식을 두었으며, 아내에게 충실한 남편이었고, 친절한 아버지였습니다. 첫번째 아내를 흑사병으로 잃은 뒤, 루벤스는 외교관의 임무에 충실했습니다. 아마도 슬픔을 잊기 위해서 여행에 열중했던 것 같아요.

5년 뒤 그는 53살의 나이에 헬레너와 재혼을 합니다. 그녀는 첫번째 아내의 조카인 16살의 처녀였습니다. 하지만 루벤스는 젊은 그녀에게 완전히 마음을 빼앗겼고, 젊은 아내는 늙은 화가에게 영감을 주는 뮤즈가 되어주었습니다.

1636년 루벤스와 젊은 아내는 시골의 조용한 저택에서 살면서 말년의 작품들을 완성해 나갔습니다. 관절염으로 고생을 하긴 했지만 그의 작품들은 목가적이면서 향수어린 분위기를 보여주었구요.

그리고 63살의 생일을 한 달 앞둔 어느 날 팔에 마비증세를 가져온 통풍으로 인해 숨을 거두었습니다. 한결 성숙해진 예술가의 조용하고도 평안한 죽음이었습니다.

< 작품 감상 >

* 창(spear)

이 작품은 죽음의 세 가지 방식에 대한 묘사입니다. 오른쪽에는 그리스도와 함께 처형된 두 명의 도둑 중 한 명이 있습니다. 이 사람은 소위 '나쁜 도둑'으로 불리는데, 이는 그가 나쁜 마음을 갖고 죽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죽음에 대한 분노를 느끼며 죽어 가는데, 자기 자신의 고통과 좌절에만 갖혀서 주변의 모든 사람에 대헤 적대적인 마음을 가진 채 영원 속으로 사라져갑니다. 왼쪽에는 '선한 도둑'이 있는데, 이 사람이 선한 이유는 다른 사람들에게 친절함을 베풀려고 애쓰면서 죽었기 때문이죠.

영국의 소설가 도로시 세이어에 의하면 이 사람은 예수를 착하고 사랑스러운 정신병자로 여겼다고 합니다. 예수를 스스로 신이라도 된 것 같은 환상을 가졌다가 고통 받으며 죽어가는 사람 정도로만 생각했다는 것입니다.

이 선한 도둑은 마지막으로 숨이 넘어가기 전에, 예수를 측은히 여겼는지 그에게 "주여, 당신의 왕국에 가게 되면 나를 기억해 주십시오."라고 말했고, 그러자 죽어가던 예수는 고개를 들고 "오늘 당신과 나는 천국으로 함께 가게 될 것이오."라고 대답합니다. 이 말에 착한 도둑은 눈을 감고 행복하게 죽을 수 있었습니다.

<창>에서 예수는 이미 죽어 있는데, 몸에서 피가 다 빠져났음을 확인하기 위해 창으로 옆구리를 찌르는 장면이 있습니다. 죽어가는, 혹은 이미 죽은 세 명의 죄수 주변에는 또한 세부류의 인간들이 있습니다. 처형자, 깊은 슬픔에 잠겨 애도하는 자, 그리고 그 중간에 있는 막달라 마리아와 구경꾼들. 우리는 아마도 이 마지막 부류에 속할 것입니다.

루벤스는 놀랄 만큼 객관적인 감정으로 전체 세계를 하나로 통합해내고 있습니다.

* 십자가를 세움

이 작품은 루벤스가 미켈란젤로와 카라바조의 그림에서 그가 얼마나 많은 영향을 받았는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예수를 크고 무거운 통나무 십자가에 못 박은 후 열 명이나 되는 장사들이 뒤에서 밀고, 가운데서는 받쳐 일으키고, 앞줄에서는 밧줄을 잡아당겨 힘들게 십자가를 세우는 장면을 그렸습니다.

십자가를 세우는 사나이들은 거대한 체구에 윗옷을 벗었으며, 어깨의 울퉁불퉁한 근육과 힘줄이 튀어나와 잘 발당된 남성미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무게 때문에 십자가는 어둠의 배경으로 흡수되어 넘어질 것같이 보입니다.

작품 전체가 힘줄이 팽팽히 불거져 나오는 강하고 힘찬 동작을 과시합니다. 종교적 경건성이나 비극보다는 줄다리기 시합같은 인상도 없지 않습니다. 인간 육체의 긴장된 힘과 거대한 에너지 노출은 변하지 않는 루벤스 그림의 핵심이었습니다.

* 레우키포스의 딸들의 납치

이 작품에서 보여지는 다이내믹한 힘은 갑자기 놀라 앞발을 높이 쳐들고 뛰어오르는 회색 말과 여인들을 납치하는 두 남성으로부터 나옵니다. 말에서 뛰어내려 두 처녀를 한꺼번에 잡아 말에 태우려는 남자와, 말 위에 탄 채 홍포로 한 여인을 끌어올리는 남성적인 난폭한 힘의 구사는 강력한 동물적인 힘과 동시에 남성의 원시적 폭력을 암시합니다.

루벤스는 폭발적인 힘을 과시하기 위해 인물들을 대각선과 수직선으로 위치시키고, 여인들의 부드럽고 밝은 살결과 남성들의 근육이 발달한 구리빛 피부색을 대조시켜 풍부한 색채의 대조효과도 거두었습니다.

그는 또한 회색 말과 여유있게 사건의 진정을 지켜보는 밤색 말을 통해서 암,수컷의 특성도 드러내 보이고 있습니다. 평범한 인간들의 장난같은 주제를 루벤스는 밤색 말을 잡고 있는 큐피드를 등장시켜 특별히 극적인 신화의 세계로 끌어올리는 바로크 대가의 천부적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습니다.

[ 루벤스의 그림과 소설 <플랜더스의 개> ]

* 영국작가 위다

영국 작가 위다가 쓴 소설 < 플랜더스의 개>는 플랜더스라는 시골 마을에서 가난하지만 착한 네로와 전쟁으로 몸을 다쳤지만 네로를 돌보는 할아버지, 늙고 병들어 버려진 개 파트라슈가 용기를 잃지 않고 살아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플랜더스는 지역은 현재 프랑스 북부와 벨기에의 북서부 지방으로 프랑스어로 플랑드르, 영어로는 플랜더스가 되는 곳이지요.

<플랜더스의 개>는 그림같이 아름다운 벨기에 안트워프가 그 무대입니다. 플랑드르의 거장 루벤스의 동상이 세워진 광장에는 거대한 성당이 있는데요, 바로 노트르담 성당입니다.

소설 속에서 네로와 파트라슈가 매일 우유를 배달하기 위하여 지나다녔던 장소이자 삶을 마감한 곳이지요. 이 성당에 바로 소설에 나오는 루벤스의 제단화 <십자가에서 내려짐(그리스도의 강림)과 <성모승천>이 있습니다.

* 십자가에서 내려짐(그리스도의 강림)

첫 번째 <십자가에서 내려짐(그리스도의 강림)>은 플랜더스의 개에서 네로가 평생 동안 무척이나 보고 싶어했던 작품입니다. 평소 커튼 속에 감춰 놓아 '금화 한 닢'이 있어야만 볼 수 있지만 가난한 네로에겐 너무나 멀리 있던 그것이었죠. 그러나 다행히도 네로는 죽기 직전 마음씨 좋은 성당지기 아저씨의 도움으로 이 그림을 보게 됩니다.

또한 <성모승천>은 소원을 이룬 네로가 추위와 굶주림에 지쳐 성당 안에서 죽어갈 때 등장하는 그림입니다.

* 성모 승천

<플랜더스의 개> 간략한 줄거리

늙고 가난한 할아버지 예한 다스는 딸이 죽으며 남긴 두 살 난 외손자 네로를 키우며 아침마다 우유 통을 앤트워프 시로 배달하는 일을 합니다. 어느 날 할아버지와 네로는 전 주인으로부터 혹사당한 후 버림받은 개 파트라슈를 발견하고 집으로 데려와 보살펴줍니다.

* 안트워프에 있는 네로와 개 파트라슈 동상

점차 파트라슈가 건강을 회복하고, 할아버지가 끌던 우유수레 끄는 일을 합니다.네로는 그림 그리기에 천재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었는데, 루벤스와 같은 화가가 되고 싶은 네로는 성당의 두꺼운 커튼 뒤에 가려진 그림을 보고 싶어 했습니다. 그러나 그 그림을 보려면 돈이 필요했기 때문에 가난한 네로에게는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 그림 < 플랜더스의 개 >

네로는 알루아라는 여자아이를 좋아했는데 알루아의 아버지는 네로가 가난했기 때문에 둘이 같이 놀지 못하게 했습니다. 어느 날 알루아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방앗간에 불이 나고, 알루아의 아버지는 네로의 짓이라고 주장합니다.

알루아의 아버지가 마을에서 가장 부자였고, 마을 사람들은 알루아 아버지의 도움이 필요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알루아 아버지의 말을 믿으며 네로에게 더 이상 일거리를 주지도 않고, 예전처럼 친절을 베풀지도 않았습니다. 결국 할아버지마저 돌아가시고 집세를 내지 못한 네로는 집에서 쫓겨나고, 그가 동경하는 성당 안 루벤스의 그림 아래서 파트라슈를 껴안고 얼어 죽습니다.

[변호정]

루벤스 즐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