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 So Vodka Rain! _ 보드카레인

[화랑]

 

◎ So Vodka Rain _ 보드카레인

일시 : 2008. 1. 8 (수) PM 4:32~7:00 장소 : 상상공장

사진촬영 : 30분 인터뷰: 2시간 반
녹취타이핑: 김현정   사진: 신주희, 김주남
인터뷰&정리: 김기자    일러스트: 제제
인터뷰 참가자: 보드카레인, 김기자, 류감독님 잠깐

보드카레인 홈페이지: http://www.vodkarain.com/

오래전 상상공장 사무실로 한 밴드의 멤버가 찾아왔다. 앨범도 없이 빈손으로 찾아온 그는 상상공장 근처에 산다며 참 서글서글하게 웃었다. 얼마 뒤 그 팀은 미니앨범을 발매했고 앨범을 들고 그는 다시 찾아왔다. 여기저기 분주히 움직이는 것 같았다. 클럽에서 공연을 하면 훨씬 수월할텐데 이들은 직접 공연을 기획해 카페에서 라이브를 하는 등 고생을 바가지로 하며 각종 음향 장비와 악기를 들고 분주히 움직이곤 했다. 그럼에도 무대 위에서 이들은 참 행복해 보였다. 그 즐거움, 그 행복한 표정들. 보드카레인은 정성스런 공연 준비와  다양한 레파토리로 언제나 믿고 공연을 보러갈 수 있는 몇 안되는 밴드 중 하나다. 금전적으로 손해가 날게 뻔한 파티를 기획하고,  어쿠스틱 라이브를 몇달 씩 준비하는, 사운드에 세심하게 신경쓰는 이들의 노력이 참으로 반갑다. 1집 앨범을 발매하고 1년이 지난 지금, 또 다른 활로를 모색하는 보드카레인과 긴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 보드카레인: 안승준(Vocal), 주윤하(Bass), 이해완(Guitar), 서상준(Drum)

1. 각자 음악을 시작한 계기와 보드카레인에 오기까지 음악적 행로에 대해 얘기해주세요.

승준(V): 어릴 때부터 음악을 참 좋아했어요. 누나가 항상 라디오를 들어서 영향을 많이 받았거든요. 당시에 TV에 박남정, 김범룡이 나왔다면 저는 유재하, 빛과 소금 같은 음악을 들었어요. 윤하랑 초등학교, 중학교 때 제일 많이 붙어 다녔는데 그때도 둘이 걸어 다니면서 여행스케치 같은 음악을 흥얼거렸어요. 점점 더 센 걸 듣다보니 고등학교 때는 판테라(Pantera)까지 잠깐 갔다 왔죠. 음악을 너무 좋아하긴 했지만 제가 음악 할 거라고는 생각 못했어요. 대학가면 밴드부에 들어가서 라디오헤드(Radiohead)의 ‘Creep’을 불러봤으면 하는 생각은 해봤지만요.

* 초등학교 동창인 보컬 안승준(좌)과 베이스 주윤하(우)

라디오헤드를 많이 좋아했는데 그 팀은 그래픽 작업을 하는 파트너가 있거든요. 멤버들이 그 사람의 작품을 보고 너무 좋아서 무작정 연락을 해 함께 작업하게 됐대요. 그래서 당시에는 앨범 재킷이나 영화 포스터를 디자인하는 사람이 돼야겠다고 마음먹었죠. 지금 와 생각해보면 대중문화와 연관 있는 일을 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어쨌든 음악 신하고 연관이 있는 일을 꿈꾸게 된 시초인 거죠.

대학에 가서는 스쿨밴드에서 노래를 했어요. 미대 디자인 학부 밴드였는데 심각한 분위기라기보다는 재밌는 쪽이었어요. ‘노래방 밴드’라고 연주파트는 곡을 준비하고 학부 내에서 무대에 서고 싶은 사람을 영입해서 몇 번 연습하고 공연하고 그랬죠. 그러다 보니까 기획이 하고 싶어졌어요.

김 기자: 기획이 어떤 매력이 있었나요?

승준(V): 새로운 걸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게 매력이죠. 없던 것들을 만들어내고 시간이 흐르면 그게 전통이 되거든요. 예를 들어 신입생 환영회 때 밴드 공연을 넣었는데 2년 정도 그렇게 하니까 그게 이어지면서 전통이 됐어요. 새로운 게 생기면 사람들도 좋아하거든요. 아무도 그런 일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하기만 하면 사람들이 좋아하는 거예요. 사람들한테 영향을 주는 게 되게 재미있었어요. 처음에는 디자인 학부에서 축제기획을 하다가 나중에는 학교 축제 전체를 기획하게 됐죠.

당시엔 총학이 항상 학교축제를 주재했는데 총학도 나름의 정권이 있거든요. 그렇다보니 정권이 바뀔 때마다 축제가 수단이 돼서 매번 바뀌니까 전통이 없는 거예요. 총학과 상관없는 독립적인 기구를 만들어 학교 축제의 전통을 이어가야겠다는 생각으로 3년 정도 열심히 했어요. 그 시스템이 지금도 유지되고 있고요. 그런 점에 기획의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눈을 바깥으로 돌렸죠. 우리나라, 그 중에서도 인디 문화 판이 다양성의 측면에서 보면 보물 같은 곳이었어요. 인디밴드에 관심을 갖게 됐고 기획으로 뛰어들고 싶었죠. 윤하랑 술 마시면서 인디 신에 대해서 얘기를 많이 했는데 그러다보니 ‘같이 한번 해보자’가 됐어요. 시작할 때 저는 음악적으로 별로 다져진 것이 없는 상태였는데 2004년 9월에 시작해서 3개월 연습하고 2005년 1월에 사운드 홀릭에서 첫 공연을 했어요.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어렸을 때부터 마음속에 ‘음악’이라는 꿈은 있었던 것 같아요. 의식은 못했지만 디자인이나 기획처럼 관련 있는 분야로 생각했다가 결국에는 음악으로 돌아온 거죠. 지금은 노래도 부르고, 기획도 할 수 있고, 저희 재킷이나 포스터도 디자인하고 하고 있으니 너무 좋아요. 하고 싶었던 걸 다 하고 있으니까요. 10년 전의 어렴풋한 꿈이 이제 구체화되어 좀 더 확장된 버전으로 실현되고 있는 거죠.

* 보드카레인의 리더 베이스 주윤하

윤하(B): 승준이가 얘기한 것처럼 저도 어릴 때부터 음악을 많이 좋아했고, 중학교 때는 교회에서 통기타랑 드럼을 조금씩 쳤었어요. 중3 겨울방학 때쯤 뭘 하면서 살아야 될지 진로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했고 음악을 하겠다고 결심했어요. 당시 교회에서 악기파트 리더가 베이스 선생님 이었는데 어린 마음에 그땐 베이스가 음악에선 무조건 리더인 줄 알고 베이스를 하기로 했어요. 밴드를 만들어 내 음악을 하겠다기보다는 연주자를 생각하고 음악을 시작했죠. 

원래는 실용음악과를 가려고 했었는데 선생님이 유학을 가라고 권하셔서 고3 때부터 유학 준비를 했어요. 그런데 절차 다 마무리 할 즈음 IMF가 터진 거죠. 나갔던 유학생들도 다 들어오는 상황이라 유학의 꿈을 접고 한동안 방황을 많이 했어요. 그러고 나서도 연주자의 꿈을 갖고 서서히 일어난 것이지 밴드 음악을 하려는 생각은 없었어요.

김 기자: 전문 세션을 생각했다는 얘기죠? 녹음 작업이나 라이브 공연에서 연주를 해주고 돈을 버는 직업으로서의 연주자 말이에요.

윤하(B): 네. 보통 실용음악과를 생각하는 학생들은 거의 그렇죠. 특별히 그걸 원한다기 보다는 음악을 하면서 먹고사는 몇 안 되는 방법 중 대표적인 것이니까요. 보드카레인을 하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어요. 97년도에 유학을 갔다면 왕성히 활동하는 세션 맨이 됐을 거예요. 그 당시에 유학 갔다 왔던 사람은 별로 많지 않았고  IMF 때문에 가는 사람이 거의 없었거든요. 그만큼 희소성을 가지고 활동할 수 있었겠죠. 하지만 어떻게 보면 유학을 못간 것이 전화위복이 된 것 같아요. 이후에도 저는 음악 생활을 쭉 하면서 CCM 쪽으로 활동을 하다가 2005년도부터 본격적으로 보드카레인을 하면서 밴드 음악을 시작하게 됐어요.

김 기자: 그럼 그 전에는 CCM 쪽에서 베이스 세션을 주로 하셨나 보네요.

윤하(B): 네, 세션 위주로 그쪽에서 활동하다가 보드카레인 하면서 나오게 된 거죠.

* 기타 이해완

해완(G): 음악은 아주 어릴 때부터 굉장히 좋아했는데 처음에는 팝송을 듣다가 초등학교 5~6학년 때 쯤엔 뉴 키즈 온 더 블록(New Kids On The Block)에 빠졌어요. 후엔 서태지를 좋아했고, 중학교 때부터 록 음악을 듣게 됐죠. 형이 사놓은 수북한 백판들이 어릴 때는 무서웠는데 당시에는 되게 좋더라고요. 그때부터 CD 사는데 용돈을 다 썼어요. 아버지가 통기타를 좀 치셔서 어렸을 때 기타를 쳤었고, 중2때 쯤 동네 통기타 학원가서 한 달 정도 배웠어요. 혼자서 음악을 듣고 따라 치면서 카피를 많이 했죠.

고등학교 올라갈 때 기타 가게를 지나가다가 메탈 밴드들이 많이 쓰는 뾰족뾰족한 멋진 일렉트릭 기타를 봤어요. 집에 가서 사달라고 엄청 졸라서 겨우 마련했죠. 남들 영어, 수학 공부할 때 저는 교본책 보면서 하루 종일 기타 쳤어요. 고등학교 올라가서도 새벽까지 매일 연습 했죠. 어느 날은 낙원상가에 가서 악기 얘기를 하다가 크래쉬(Crash)의 하재용 형님의 형을 만나게 됐어요. 덥석 소개받아 레슨을 받았고 그때 배우면서 기타를 쳐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어요. 그렇게 몇 달이 지나고 나니 밴드를 하고 싶더라고요.

고2때 였는데 저희 학교에 음악 하는 애들이 밖에서 밴드를 한다는 정보를 입수해 친구 소개로 홍대에서 만났어요. 학교 1년 후배인 용원이가(밴드 껌엑스(GUMX), 보컬&기타 이용원) 거기서 노래하고 있더라고요. 지금은 펑크를 하지만 그 때는 판테라에 빠져서 머리 빡빡 밀고 그랬어요.(웃음) 그때도 합주하다가 ‘형 나 기타 좀 쳐봐도 돼?’ 하고 기타 메고 그린 데이(Green Day) 부르고 그러긴 했죠. 용원이는 그 팀에서 나가서 지금의 껌엑스를 만들어 드럭에 갔어요. 그때는 <핫뮤직>을 매달 사서 봤는데 당시에 멤버 구인이 굉장히 많이 나와 있었죠. 거기서 고등학생 동갑내기들을 만나 공연도 하고 그랬어요. 클럽에서 공연할 때부터는 자작곡을 연주했었죠. 지금 ‘긱(GEEK)’ 자리에 전에 ‘마스터플랜’이 있었고, 그전에 ‘푸른 굴 양식장’ 이란 클럽이 있었어요. 고 3때 매주 거기서 공연을 했어요. 지금 거의 없어진 클럽인 ‘스팽글’, 압구정동 ‘락커’를 비롯해 ‘땅 밑 달리기’ 등의 행사도 있었죠.

저는 세션보다는 록 스타가 되고 싶었는데 저희 팀 드럼이나 베이스는 실용음악과를 준비하는 거예요. 수준도 높고 들어가기도 힘들다고 하니까 저도 준비해보고 싶어졌죠. 관련 학원을 갔더니 분위기가 많이 달랐어요. 연주인의 자세로 음악 하는 애들이 많았고, 저도 거기 있다 보니 ‘밴드 하면 굶어죽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그렇게 입시 준비를 했어요. 거기서 용린이를(밴드 디어 클라우드(Dear Cloud), 기타) 알게 됐는데 음악을 정말 많이 알았어요. 그래서 단짝처럼 지냈죠. 사실 만나보면 음악 하는 사람들 중에 음악 많이 듣는 사람이 드물어요. 저는 음악을 너무 좋아해서 악기를 시작했는데 악기를 다루다가 음악을 듣는 사람들도 있으니까요. 입시는 떨어졌고 용린이가 윤하 형을 소개해줘서 만났어요. 그때가 21살 때 쯤 일거예요. 용린이랑 친하던 보컬의 친형의 친구가 윤하 형이었어요.

윤하(B): 기타리스트가 좀 필요하다고 하니까 제 친구가 자기 동생 친구를 소개시켜 주겠다고 해서 용린이를 만나게 됐어요. 용린이가 19~20살 때 였는데 저랑 CCM 팀을 같이 했었어요. 공연할 때 해완이가 같이 왔는데 머리가 이렇게 길어 가지고. (웃음)

해완(G): 그때는 제가 머리가 길었어요.(웃음) 전부터 윤하 형 얘기는 들었죠. 저랑 나이도 한 살 차인데 멋지더라고요. 조만간 군대 가야하는 상황이라 뭘 하기가  애매한 시기였는데 윤하 형이 작업이나 같이 하자고 해서 그때 윤하 형이 쓴 곡을 집에서 녹음하고 그랬어요. 2000년 초 쯤 이었는데 그 때 작업했던 노래가 ‘아무래도 좋아’니까 굉장히 오래된 곡이죠. 작업하면서 같이 군악대를 준비했는데 전 떨어지고. 윤하 형은 붙었어요. 거의 비슷하게 군대를 갔고 제대 후에 팀을 했는데 윤하 형은 연주자 마인드라 생각이 좀 안 맞아서 그만뒀어요. 그러다 2004년 가을 쯤 윤하 형이 ‘보드카레인’이라는 밴드를 한다는 거예요. 보컬, 기타, 베이스, 드럼까지 멤버도 다 구성이 되어 있었고 시간나면 와서 통기타 치라고 해서 갔었어요. 처음에는 재미로 했는데 몇 달 지나니까 꽤 진지한 분위기가 됐고, 여기까지 오게 됐네요.

김 기자: 해완 씨는 이쪽 신에서 계속 음악 활동을 하셨던 거네요. 자료를 조사하다보니 위퍼(Weeper)의 멤버였다는 얘기가 있던데요?

해완(G): 그게 좀 와전된 이야기라 여기서 좀 바로 잡았으면 좋겠네요. 제가 군대 가기 전에 지형(위퍼 보컬 이지형)이 형을 소개받아서 같이 몇 번 합주하고 그런 적이 있어요. 그러다가 갑자기 군대를 가게 됐는데 이 얘기가 와전이 돼서 제가 위퍼의 멤버였다고 기사가 나간 것 같아요.    

* 막내 드럼 서상준

상준(D): 저는 어릴 때부터 남들 앞에 서는 걸 좋아했어요. 운동, 미술, 음악 등 예체능 쪽이 특히 그런 쪽이잖아요. 초등학교 때는 축구부를 하면서 미술도 했어요. 중학교 때는 교회에서 이것저것 했는데 그러다보니 악기로 뭔가를 하고 싶었는데 확신은 없었죠. 그런데 어머니 이야기를 들어보니 아버지도 할아버지도 예술 쪽으로 굉장한 열망이 있으셨다는 거예요. 왠지 운명적으로 들렸어요. 제가 음악으로 남들 앞에 서면 그 사람들이 저를 기억할 수 있잖아요. 멋진 일이죠.

고등학교 2학년 때쯤 음악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본격적으로 시작해 실용음악과에 들어갔어요. 군악대 갔다 와서 CCM 밴드를 1년 정도 했고요. 별 다른 일 없이 레슨 하러 다닐 땐데 교수님한테 갑자기 보자고 연락이 왔어요. 가봤더니 윤하 형을 소개시켜주시더라고요. 윤하 형이 교수님과 같은 찬양 팀에서 베이스를 치고 계셨어요. 전 밴드를 하고 싶다는 생각도 없었고, 홍대 인디밴드는 정말 배고픈 이미지라 별로 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런데 보드카레인 멤버들을 만나보니 뭔가 각각의 강한 캐릭터가 있는 거예요. 한 명, 한 명이 제대로 딱 맞아있는 느낌이랄까요. 한 걸음 위로 올라갈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이 들어서 꼭 하고 싶다고 얘기하고 2007년 2월에 보드카레인에 들어왔어요.

2. 공식적으로 공연을 하게 된 것이 2005년 1월인데 미니 앨범이 2005년 9월에 나왔어요. 앨범이 굉장히 빨리 나온 건데요. EP앨범 작업에 대해 얘기해 볼까요. ‘아무래도 좋아’ 같은 곡은 2001년에 만들어졌다고 하셨는데요.

윤하(B):  EP앨범엔 옛날에 만들었던 곡은 없어요. 승준이랑 저랑 2004년 말에 만나 ‘보드카레인’이 생기고 처음 만든 곡은 ‘어쩌면’이란 노래고요. 2005년도에 이것저것 활동하면서 곡을 만들었어요. ‘데자부’라는 곡도 기타 치면서 녹음한 걸 들려주면 승준이가 가사 써오고 그런 식이었죠. 승준이가 EP앨범을 빨리 내자고 했고, 결과적으로는 앨범이 활동하는데 큰 힘이 됐어요.

김 기자: 미리 만들어진 ‘아무래도 좋아’는 왜 EP앨범에 안 들어간 건가요?

윤하(B): 여러 가지로 데모를 만들어 봤는데 EP는 좀 세고 무겁게 가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가벼운 곡들은 빠지게 됐는데 그렇다보니 상대적으로 1집은 약간 밝은 느낌이 드는 것 같아요.

김 기자: 당시 녹음이나 믹싱은 어떤 식으로 진행됐나요?

* 보드카레인 첫번째 EP, 2005년 9월 발매

윤하(B): 아는 분 녹음실이 있어서 공짜로 할 수 있었는데 그쪽은 록 사운드가 아니라서 고민 됐어요. 아무 기반 없는 상태에서 200~300만원을 들여 스튜디오에서 녹음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지금 들었을 때 EP 사운드가 그리 훌륭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대로는 사운드에 투자를 한 거죠. 여기저기 저렴한 곳을 다녀 봤는데 ‘토마토 스튜디오’가 괜찮은 것 같았어요. 승준이가 회사 다니며 모은 돈을 다 털어서 녹음을 했고, 다달이 버는 돈으로 진행 비를 해결했어요. 해완이가 악기 팔아서 마스터링 비를 해결했죠. 

김 기자: 그 때 당시만 해도 홈 레코딩으로 자체 녹음을 해 앨범을 만드는 밴드들도 많이 있었을 텐데요. 부담스러운 비용을 감수하더라도 사운드에 공을 들이고 싶으셨나요?

윤하(B): 승준이는 진짜 인디스러운 느낌도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저는 사운드나 디자인이 너무 준비되지 않은 느낌은 원치 않았어요. 물론 의도적으로 그렇게 만드는 팀들도 있겠죠. 보드카레인이 만들어진지 1년도 안됐을 때지만 각자 나름대로 활동을 해왔고, 세션도 했기 때문에 사운드적인 면은 최선을 다해 투자 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홈 레코딩을 잘 다루는 멤버가 없어서 그렇게는 좋은 사운드를 만들 여건이 안됐어요.

김 기자: 나름대로 할 수 있는 선택을 하신 거군요?

승준(V): 네. 저는 로파이(Low-fi)하게 가는 것도 의미 있다고 생각했는데 사운드적인 측면은 제가 잘 모르는 부분도 많고 해서 애들이 하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어요. 클럽 활동을 하다보니까 앨범이 없으면 한 단계 올라가기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릴 것 같았어요. 윤하가 처음 상상공장 찾아왔을 때 앨범도 없이 왔지만 관계자들에게 홍보를 하려고 해도 앨범이 있어야 하잖아요.

보드카레인 시작하면서 하는 동안 남들 안 해 본 거 다 해보자는 생각이 굉장히 강했어요. 제가 디자인을 할 수 있으니까 음반 재킷이나 포스터도 더 예쁘게 만들고, 애들은 음악을 오랫동안 했으니까 사운드에 신경 써서 앨범도 좋게 만들고요. 할 수 있는 데까지 셀프 프로모션(Self-Promotion)을 해보자는 거고, 우리 힘으로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는지 보고 싶었죠. 제가 회사를 다녔기 때문에 적금 들어서 모아 놓은 게 있었어요. 아직 준비 안됐다고 미루는 것 보다는 녹음 하면서 그 과정에서 배우는 게 더 많을 것 같았어요. 사실 지금 EP를 들으면 사운드도 그렇고 보컬도 아쉬운 점이 많거든요. 그렇지만 저희에게는 굉장히 큰 전환점이 됐어요. 공연이외에도 음반으로 사람들과 만날 수 있다는 점부터 녹음에 대한 경험, 이 바닥에서 앨범이 있는 것과 없는 거의 차이라든가,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겠구나 이런 것들에 굉장히 많이 도움이 됐죠. 

* 보드카레인 1집 <The Wonder Years>, 2007년 3월 발매

3.  2007년 3월에 1집 앨범이 문화콘텐츠 진흥원에서 「인디 레이블 육성 지원 사업」의 지원을 받아 나왔는데요. 그 경위와 작업 과정에 대해서 얘기해 주세요. 

윤하(B): 2005년도에 EP가 나오고 나서 저희들이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많은 성과가 있었어요. 2006년도에는 1집을 준비해야 되는데 돈이 없었어요. 웹서핑을 도중 ‘인디 레이블 육성 지원 사업’에 대해 알게 됐어요. 마감 며칠 전이라 급하게 작성해서 보냈는데 정말 운이 좋게 채택 됐어요. 저희가 2005년도에 「스카이 인디 그라운드」에서 준우승을 했는데 아마 그런 수상 경력이 좀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어요. 인디 신에서는 대회가 거의 없다보니 밴드들이 어떤 타이틀을 따기가 힘들잖아요.

어쨌든 지원 사업을 통해 천만 원이라는 큰 종자돈이 생겨서 열심히 앨범을 준비 했어요. 녹음은 4월부터 시작해 9월 정도에 끝났는데 내부적으로 심각한 고민이 있어서 마스터링이랑 최종 작업들을 미루고 있었죠. EP를 내고 활동하면서 자체 프로모션을 해보니까 아쉬운 점이 너무 많았어요. 2005년도에 파티 준비할 때도 그렇고 직접 행사나 공연을 준비하다 보니까 너무 바빠서 정작 연습을 못하는 거죠. 우리를 프로모션 해줄 곳이 필요했는데 의견은 분분했어요. 1집까진 우리끼리 활동하자는 얘기도 있었고 기획사를 알아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죠. 어쨌든 2006년도에 앨범이 안 나왔기 때문에 밴드 자체가 정체된 느낌을 좀 받았어요.

여기저기 얘기해 놓고 아는 사람들을 다 만나봤는데 일이 성사가 안됐어요. 우린 할 만큼 했으니까 1집 내고 제가 진짜 매니저처럼 돌아다닐 생각을 했죠. 주위에선 다 말렸지만 나름 직장인처럼 5시까진 매니저처럼 활동하다가 저녁에 음악하면 된다는 생각도 있었고, 잘할 자신은 없어도 그냥 할 자신은 있었거든요. 그러던 와중에 지금의 소속사 뮤직커밸에서 연락이 왔는데 한 3개월 동안 얘기만 오고갔죠. 결국에는 인디 레이블 육성 지원 사업 결과 내는 날까지 답이 안 와서 심사받을 때 이 앨범으로 받질 못했어요. 우여곡절 끝에 2007년 2월말에 계약이 성사됐어요.

4. 1집 앨범을 보면 아까도 얘기 나왔듯이 한결 밝고 부드러워진 느낌인데요. 전체적인 콘셉트가 그렇게 잡힌 이유가 있나요?

윤하(B): 승준이랑도 이런 얘길 많이 하는데 우리가 좋아하는 게 있고, 사람들이 우리 음악에서 좋아하는 부분이 있어요. 공연을 해보면 관객들은 밝고 신나는 곡들을 많이 좋아하더라고요. 실제로 녹음된 게 3-4곡 더 있는데 약간 어둡고 무거운 편이라 나중에 하기로 하고 이번엔 좀 밝은 것들로 선택했어요. 보드카레인의 음악엔 우울하고 강한 면이 있고, 밝고 즐거운 부분도 있어요. 원래 저희 모습이 좀 다양한데 EP앨범 듣고 공연을 안 본 분들은 1집 듣고 갑자기 달라졌다고 하기도 하죠. 저희 공연을 항상 보던 분들은 저희의 두 가지 이미지에 이미 친숙하세요.

김 기자: 재킷 보니까 녹음이 EP앨범과 같은 ‘토마토 스튜디오’에서 이뤄졌던데요?

승준(V): 가격 대비 효율이 좋으니까요.(웃음)

김 기자: 곡 작업은 대부분 윤하 씨가 하고 가사는 승준 씨가 쓰시는 것 같은데요. 곡 작업은 보통 어떤 식으로 하세요?

윤하(B): 작곡은 대부분 제가 하는데 해완이랑 같이 하는 것도 있고요. 작사는 승준이가 거의 다 하죠. 1집에는 제가 한곡 반 정도 참여했어요.

제가 미디는 거의 못 다뤄서 아날로그 적으로 작업을 해요. 혼자 카페를 많이 가는데, 이런 저런 이미지들을 생각하면 곡이 떠올라요. 바로 녹음 할 수 있도록 해서 무슨 리듬에 어떤 느낌인지 말하고 멜로디를 흥얼거리죠. 코드를 치면서 녹음할 때도 있어요. 조그만 통기타를 하나 사서 차에 싣고 다니는데 아는 사람 카페에서 한 번 시도해 본 적이 있네요.

머릿속으로 사운드를 생각하면서 녹음을 하고 계속 그 이미지를 어떤 식으로 구체화 시킬 수 있을지를 연구해요. 어느 정도 틀이 잡히면 해완이 한테 들려주죠. 컴퓨터로 드럼을 찍고 제가 통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불러요. 말로는 표현하기 힘든데 그러다보면 서로 음악에 대한 아이디어가 나와요. ‘야, 이런 거 있잖아?’ ‘이거?’ 이런 식으로 저희가 어느 정도 만들어서 애들한테 들려주죠. 들어보면서 계속 의견 받고 만들어가요.

저는 가사적인 측면에선 음악 자체에 메시지가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어떤 음악을 듣고 가사를 이해하지 못해도 그 감정을 이해할 때가 있잖아요. 그래서 저는 제가 주려는 메시지의 느낌을 갖고 멜로디를 만들죠. 고등학교 땐 CCM 쪽으로 작사를 많이 했었는데 그 이후로는 거의 안했어요. ‘어쩌면’이나 ‘안녕, 바다’ 같은 곡은 그 멜로디의 이미지랑 가사의 이미지를 동시에 갖고 시작한 노래여서 작사를 했고요. 승준이한테 곡을 줄 때는 이런 느낌이었으면 좋겠다는 정도는 얘기를 해요. 

승준(V): 저는 음악적인 부분에선 별로 개입하지 않아요. 가사 같은 경우는 상당히 독립적으로 작업을 해서 가져와서 보여주고요. 아직까지는 ‘이건 생각하고 너무 다른 느낌으로 갔는데?’ 이런 건 없었어요.

5. 1집 앨범 타이틀인 <The Wonder Years>가 미국 성장 드라마 「케빈은 12살」의 원제라던데 보드카레인 1집에 어떤 이야기들을 담고 싶었는지요.  

승준(V): 밴드 시작할 때부터 제 나이 또래인 20대 후반의 이야기를 담는 앨범을 만들고 싶었어요. 제가 「미선이」와 「루시드 폴」을 좋아하는데요. 이들 음악엔 뭔가 그 시절의 시집 같은 느낌이 있잖아요. 20대 후반이 자연스럽게 저희 앨범을 찾게 됐으면 했어요. 가사도 제가 느꼈던 감정들을 솔직하게 썼는데 20대 초반과는 분명히 다르거든요. 불타는 사랑 이야기나 무조건적인 희망적 자세, 젊음 예찬 같은 것은 없죠. ‘친구에게’란 곡은 우정에 대한 노래긴 하지만 ‘우정에 살고 우정에 죽는다.’ 뭐 이런 건 아니잖아요. 20대 후반이 되면 어느 정도 사람이 담담해지는 것 같아요. 한 번 정도는 허무한 경험을 하게 되고 그걸 겪고 난 후의 담담함 같은 게 있는 거죠. 그런 것들이 가사에 자연스럽게 표현됐어요. <The Wonder Years>라는 제목은 2006년 4월에 문화콘텐츠진흥원에 앨범 명을 냈어야 해서 그때 지은 거예요.

김 기자: 순간적으로 생각하신 거예요?

승준(V): 왜 이 앨범이 지원을 받아야 되는지 서류에 써야 했기 때문에 정확한 모토와 차별성이 있어야 했어요. 십대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흔한 대중가요에 비해 20대 후반 정서를 다루는 모던 록이 없는데 우리가 그런 팀이라는 거죠. 그래서 경이로운 시절, 20대의 사춘기라는 콘셉트를 갖게 됐는데 저희가 실제로 20대 후반이고 보드카레인 활동하면서 썼던 가사가 원래 다 그랬어요. 우리가 무슨 말을 하는지 우리 시대의 같은 시절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이 알아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죠. 그런데 진짜 생각해보면 대중가요에서 그런 음악이 별로 없어요.

6. 멜로디를 윤하 씨가 만든다고 하셨는데, EP를 들어보면 클라이맥스에서 지르는 곡이 많잖아요. 보컬이 불안정한데, 개인적으로 그렇게 지르는 멜로디 라인을 좋아하세요?

윤하(B): 아니요, 개인적으로는 ‘어쩌면’ 같이 특별한 기승전결 없이 그냥 흘러가는 노래를 좋아해요. 그런데 밴드 스타일이 모던 록, 브리티시 쪽이다 보니 어느 정도 기승전결이 필요했고, 승준이 음색도 그런 쪽이 더 멋있는 것 같았어요.

승준(V): 처음에 녹음할 때 정말 힘들었어요. --;

윤하(B): 사실 EP같은 경우, 저도 세션으로는 녹음을 해봤어도 이렇게 팀으로 앨범을 완성하는 건 처음이었어요. 승준이도 밴드 하면서 노래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데 몇 달 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녹음을 한 거죠. 저는 앨범을 준비하면서 사실 ‘이게 나올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누구의 부족함을 떠나서 밴드가 만들어 진지 몇 달 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앨범을 만든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지금 보면 연주도 그렇고 아쉬운 게 많긴 하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고 결과물을 만들었다는 측면에서는 잘했다고 생각해요.

김 기자: 그래도 1집은 음악도 보컬도 많이 편해진 것 같아요. 그 사이에 시간이 많이 지났으니까요. 

7. 보드카레인의 음악은 약간 우울하면서 강한 밴드적인 느낌과 따뜻하면서 포근한 어쿠스틱한 감성이 있어요. 라이브도 밴드구성과 어쿠스틱을 따로 하시는데 개인적으로는 후자가 훨씬 매력적으로 느껴지거든요. EP느낌의 밴드 사운드와 1집에 간간히 보이는 어쿠스틱 사운드를 비교해 봐도 어쿠스틱한 곡이 훨씬 소리가 살아있다는 느낌이 드는데요. 이런 부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윤하(B): 일단 아직까지는 ‘보드카레인만의 사운드가 무엇이냐?’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명확한 이미지를 심어주지 못한 것 같아요. 리패키지(Repackage)로 1집이 EP랑 묶여 나왔을 때, 보드카레인이 얘기하려는 것을 좀 더 완전하게 표현해주는 것 같다는 얘기가 있었어요. 저희들이 음악적 욕심이 많기 때문에 앞으로 어떻게 나갈 것이라고 확정지어 얘기는 못하겠어요. 하지만 2집 때는 우울함과 밝은 면이 좀 더 극명하게 나뉘어 져야 할 것 같아요.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뭔가 좀 더 완성되면 인정을 받겠죠. 아직까지는 부족한 점이 많아요.

김 기자: 어쿠스틱 공연을 비롯해 여러 가지 공연을 자체적으로 기획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밴드 연주할 때와는 달리 편곡 작업을 비롯해 공연 준비 등 신경 쓰이는 부분이 많을 텐데요.

윤하(B): 저희가 밴드라 어쿠스틱 라이브 같은 경우 모두 다시 편곡해서 연습해야 하니까 간단한 일은 아니죠. 하지만 똑같은 포맷의 공연은 한 두 번 보면 별로 보고 싶지 않잖아요. 다시 말해 한계가 너무 명백하죠. 저희는 공연에 콘셉트를 가지고 가서 골라 볼 수 있는 재미를 주고 싶었어요. 어쿠스틱 공연, 단독 공연, 파티, 카페 공연 등 다양한 꺼리를 제공해 다시 가고 싶은 공연을 만드는 거죠.

김 기자: 연말 파티 때도 그렇고 관객이 많이 오는 편인데 수익률은 어떤가요? 카페 공연의 경우 음향장비를 빌려와 설치와 준비를 직접 하시던데 그런 경우 금전적으로는 거의 마이너스지 않나요?

윤하(B): 거의 마이너스죠.

승준(V): 구색을 좀 갖추려다 보니까 준비하는데 돈이 많이 나가요. 전문적으로 이 일을 해서 노하우가 축적된 상태가 아니다보니 데코를 비롯한 물건 구입도 그렇고 도와주신 분들에게 성의 표시하는 부분도 그렇고요. 같이 끝나고 밥이라도 한 끼 먹어야 하잖아요.

윤하(B): 그래도 이번에 ‘타(打)’에서 이틀 동안 한 어쿠스틱 공연은 기대 이상으로 잘 됐어요. 첫날 100명 정도 오고, 둘째 날 120~130명이 왔거든요. 이윤은 별로 안 남아도 정말 고무적인 일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저렴한 공연장에서 엔지니어와 현 세션 없이 공연을 했다면 돈을 남길 수 있었겠지만 그건 진정한 성공이 아니잖아요. 일단 저희들은 계속 투자한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하려고요.

저희는 음악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공연으로 생활이 해결되어야 하거든요. 계속 이렇게 하면 4~500석 공연장에서 4~5일 공연이 매진되는 날이 오겠죠. 그래야지 뭔가 좀 될 것 같아요. 최종적으로는 저희들이 공연하면 몇 천 명이 오는 공연을 만들고 싶어요. 작년에는 못했지만 보통 파티를 하면 300~400만원은 그냥 마이너스거든요. 그렇더라도 보드카레인 파티 가면 되게 재밌고 맥주도 마실 수 있고 DJ도 있다는 이미지들을 계속 심어주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앞으로 잘되려고 계속 투자하는 거죠.

김 기자: 중간에 많이 힘들지 않으셨어요?

승준(V): 힘들죠. 2005~2006년에는 행사에서 번 돈을 공금으로 모아서 파티에 다 쏟아 붓고 깔끔하게 1월 1일에 제로로 시작했어요. 밥값이나 활동비는 윤하랑 저랑 사비를 계속 쓴 거죠. 2~3년째 밴드로서 번 돈은 계속 밴드에 투자하고 있어요.

* 어쿠스틱 라이브 포스터

8. 클럽 타(打)에서한 어쿠스틱 라이브는 사운드가 무척 좋았는데요. 소리들이 생생하게 살아있고 밸런스가 굉장히 좋았어요. 어떤 특별한 준비가 있었는지 구체적으로 얘기해주세요.

윤하(B): 저희 회사에 소속된 김기정 기사님이 엔지니어를 보셨고 추가적인 마이크를 갖고 오셨어요. 원래 가지고 다니던 악기들 하고 타악기는 빌려왔고요. ‘타’는 기본적인 라이브 장비가 있으니까 제일 처음 이리카페에서 라이브 했을 때 보다 장비는 덜 가져왔죠. 사운드적인 면에서 저희가 좋은 공연을 만들어나갈 수 있었던 건 저희 음악을 잘 이해하고 있는 엔지니어가 와서 소리를 잡았기 때문일 거예요. 보통은 클럽에 엔지니어가 있거나 장비를 렌탈하면 그쪽에서 오시는 분이 있는데 저희 음악을 아는 분들이 아니라서 상당히 아쉬움이 많았어요.

김 기자: 언제부터 이런 작업이 이뤄졌나요?

윤하(B): 단독공연을 준비하면서 사운드에 대한 상의를 굉장히 많이 했어요. 예를 들면 “간주에서는 스네어(snare)에 리버브(reverb)를 넣어주세요. 여기서는 이펙트 넣어주시고 그 다음 부분에선 보컬에 딜레이를 주세요. 마지막 곡에서는 스네어에 리버브를 맥시멈(maximum,최대치)으로 딱 맞게 주세요.” 이런 식으로 완전히 디테일하게 체크를 했어요.

김기자: 리허설만으로는 그런 세세한 체크가 힘들 것 같은데요.

해완(G): 녹음실에서 아예 공연의 처음부터 끝까지 레퍼토리를 쭉 녹음했어요. 그걸 엔지니어한테 드리고 각각의 곡에 대해 원하는 사운드를 상세하게 이야기했죠. 보컬이 할 멘트까지 모두 다 녹음했어요. 공연을 통째로 녹음한 거죠. 

윤하(B): 단독 공연 때는 이렇게 치밀하게 준비를 했기 때문에 사운딩에서는 굉장히 흡족했어요. 다만 아쉬운 건 조명에 대해서도 제가 콘티를 다 짜서 ‘몇 마디 후에 암전’ 이런 것 까지 준비했는데 현장에선 애길 해도 저희 전담 조명기사가 아니다보니 실행이 안 되더라고요. 

어쿠스틱 준비할 때도 각 곡의 사운드에 대해 체크를 했어요. 그래도 어쿠스틱은 비교적 밴드 사운드 보다는 수월해요. 기본 사운드를 맞춰놓으면 무대 위에서 밸런스를 조절하면 되는 부분이 많거든요. 

김기자: 어떻게 그런 아이디어가 실행될 수 있었는지 궁금하네요. 많은 밴드들이 사운드에 대해서 얘길 하지만 공연을 보면 제대로 구현되지 않는 경우가 많잖아요.
 
해완(G): 엔지니어를 대동하는 것은 뮤지션의 꿈이고 저희도 예전부터 원했던 일이에요. 전속 엔지니어가 있으면 사운드 잡기가 훨씬 편해요. 마찬가지로 조명기사가 있다면 음악에 맞춰 무대가 하나의 작품처럼 완성도가 높아지겠죠. 유투(U2) 뮤직비디오를 보면 사운드에 조명 맞추는 장면이 있는데 저희도 그렇게 하고 싶지만 여건이 안돼서 못하는 거죠.

승준(V): 소속사에서 레코딩 스튜디오 운영을 하고 있는데 그곳 엔지니어인 김기정 기사님이 저희를 도와주고 계세요. 저희는 사장님과 그런 부분에서 이야기가 잘 통하는 편이에요. 기획사에 들어갔다고 해서 다 이렇게 해주지는 않겠지만 저희는 사장님과 그런 부분에서 이야기가 잘 통하는 편이에요. 대부분은 돈 든다고 싫어하겠죠.

윤하(B): 음악의 기본은 사운드인데 공연을 해도 사운드가 안 좋으니 그 부분에 대해 사장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죠. 대부분의 공연들은 음향을 렌탈 업체에서 맡는데 제대로 소리를 잡아주는 경우가 별로 없어서 말이 안 되는 사운드가 나오게 되거든요. 펜타포트 때부터 큰 공연은 가능하면 엔지니어와 함께 움직였어요. 그때 고현정 기사님이라고 우리나라에서 엔지니어로 유명한 분이 도와주셨죠.

김기자: 제가 볼 때는 무조건 전속 엔지니어가 있다고 사운드의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전에 음악적으로 인정받는 활동을 오래한 팀의 단독공연을 보러갔는데 그날따라 사운드가 계속 뭉개지는 거예요. 그 공간이 원래 사운드가 그렇게 나쁘지는 않은데 심하더라고요. 처음엔 그 팀의 음악을 잘 모르는 공연장 담당 엔지니어가 소리를 못 잡고 있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밴드의 리더가 전속 엔지니어가 사운드를 잡고 있다며 박수 부탁한다고 멘트를 치는 거예요. 관객석에서 들었으면 공연 안하고 싶었을 정도였는데 말이죠. 물론 뮤지션의 경우는 모니터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를 듣는 거니까 관객이 듣는 메인 스피커의 소리는 들을 수 없겠지만 참 안타까웠어요.

또 한 번은 여러 뮤지션이 출연하는 야외 공연에서 있었던 일인데요. 굉장히 유명한 뮤지션이 엔지니어 계에서 정말 유명한 기사를 데리고 왔어요. 그런데 소리를 제대로 잡질 못하더라고요. 장비나 환경의 영향도 있겠지만 유명세에 비해서 기본도 못하는 느낌이었어요.

윤하(B): 제대로 된 엔지니어를 데리고 온 거라면 리허설을 제대로 못했을 확률이 가장 높고, 장소에 따라 로우(low)가 안 잡히는 경우도 있어요.

승준(V): 제 생각에는 유명세나 전속이라는 개념보다는 우리 음악을 얼마나 좋아하고 잘 아느냐가 관건인거 같아요. 예를 들면 우리 음악을 많이 들어서 ‘이때는 이렇게 하면 더 좋지 않겠냐?’는 수준의 이야기까지 가능 한 분이라는 게 중요하다는 거죠. 저희 공연에 세계 최고의 엔지니어가 온다고 하더라도 저희 음악을 모르면 곤란한 사운드가 나온다는 거죠.

김기자: 해당 밴드의 음악을 잘 아는 실력 있는 엔지니어와 녹음과 같은 사운드 체크작업을 미리 한다면 좋은 사운드가 나올 수 있겠군요.

윤하(B): 그렇죠. 아무리 좋은 엔지니어라도 하루 만에 해결되기 힘든 부분이 있거든요. 예를 들면 아주 큰 공연장의 경우 좋은 엔지니어가 와도 하루 만에 ‘봉봉’대는 베이스 소리를 못 잡을 수도 있거든요. 그런 특별한 경우만 아니라면 미리 녹음 작업을 통해 사운드를 세밀히 체크하고 리허설을 하면 어느 정도 원하는 사운드를 낼 수 있죠.

펜타포트에서 뮤즈(Muse) 공연 봤을 때 사운드를 완벽하게 잡는 모습을 보면서 외국 엔지니어들은 그런 허허벌판에서의 리허설이나 큰 규모의 야외공연을 많이 해봤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쩌면 그들한텐 펜타포트가 소규모로 느껴졌을지도 몰라요. 그런 경험의 부분에서 분명한 갭이 있지 않나 싶어요. 우리나라 엔지니어들도 그런 경험을 많이 쌓을 수 있고, 리허설을 2~3일 하는 식으로 공들이는 분위기가 조성되면 사운딩이 좀 더 좋아지지 않을까요?

9. 보드카레인은 라이브 사운드에 많은 공을 들이는 것 같은데요. 앨범의 사운드에 대해서는 멤버들의 의도가 어느 정도 반영이 되고 있는 건지요?

윤하(B): 자신 있게 말씀드리는데 앨범에는 거의 반영이 안 되고 있습니다.(웃음) 저희가 원하는 사운드는 사실 이런 게 아니에요. EP 때도 그랬지만 1집 때도 좀 더 신경을 쓰자고 해서 저희가 원하는 사운드의 레퍼런스(reference)를 엄청 많이 갖다 줬는데요. 그렇게 갖다 주고 설명해도 안 나온다는 거죠. 장비는 별 차이 없는데 연주자나 엔지니어의 기술력에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 왜 할리우드 영화를 보면 ‘왜 저 화면은 저렇게 예쁜 거지?’ 그런 장면이 있잖아요. 그에 반해 우리나라는 아직도 화면에서 약간 방화 느낌이 나죠. 우리가 모르는 뭔가가 있는 거 같아요. 이 부분에 대해서 우리나라 A 클래스 엔지니어 분과도 많이 얘기해봤는데 모르겠다는 결론이었어요.

노력하면 우리나라 수준에서는 괜찮은 사운드를 낼 수는 있겠지만 콜드플레이(Coldplay)처럼 드럼이 이런 느낌으로 나오고, 베이스 이런 느낌으로, 그런 앰비언스(Ambience), 공간감의 표현이 힘들다는 거죠. 생각해보면 외국의 유명한 밴드들은 수십 억짜리 녹음실에서 몇 억을 투자해서 맘에 들 때까지 작업을 하잖아요. 우리나라는 스튜디오에서 녹음을 한다고 해도 그게 다 돈이니까 시간에 쫓겨서 하게 되죠. 믹싱이나 마스터링도 마찬가지고요. 실력이 부족한 부분도 있겠지만 그런 환경적인 면의 차이도 큰 것 같아요. 그래서 우리나라 뮤지션들이 어느 정도 위치에 올라서면 외국 가서 작업을 많이 하죠. 녹음은 여기서 하더라도 믹싱은 영국에 가서 한다던가.

최근에 루시드 폴 3집을 들었는데 몇 곡에서 드럼의 스네어 소리가 제가 생각했던 공간감을 가진 느낌이 나더라고요. 우리나라 록 앨범에 나오는 스네어는 대부분 옆에서 ‘짝짝’ 박수치는 느낌이에요. 그런데 루시드 폴 앨범에서는 스네어가 있는 듯 없는 듯 하면서 앰비언스가 다 아래로 깔리더라고요. 영국 애들 음악에서 스네어가 주로 그렇거든요. 크게 튀지 않으면서 음악이랑 잘 묻어나고. 보니까 녹음은 여기서 했는데 외국 사람이 소리를 잡았더라고요. 저희도 이번 앨범은 사운드 적으로 최대한 노력해보려고요. 1집까지는 저희끼리 여력이 안 되는 상황에서 빠듯하게 만든 거라 아쉬움이 많아요. 피아(Pia)같은 경우는 기타 녹음을 할 때도 소리가 맘에 안 들면 다른 기타로 바꿔보고 이런 다는데 저희는 무조건 그냥 해야 되니까요.

해완(G): 녹음을 할 때 여유가 있어야 다양하게 시도를 해보는데 시간이 곧 돈이다 보니 서두르게 되고 한계가 명백해지는 거죠. 이젠 소속사에 녹음실이 있으니 좀 더 여유가 생겼고, 엔지니어 분도 저희 음악을 많이 아시니까 1집 보다는 훨씬 좋은 사운드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저희가 새로 리패키지한 EP에 ‘Night Flight’만 소속사 녹음실에서 엔지니어 분과 녹음을 다시 했거든요. 그때 드럼 소리 잡는데 거의 하루 종일 보냈는데 드럼도 꽤 괜찮고 기타도 마음에 들게 나왔어요.

김기자: 대부분의 밴드들이 공연 사운드는 보다는 앨범 사운드에 신경을 많이 쓰잖아요. 그런데 재미있는 게 본인들이 만든 앨범에선 별로였던 곡이 컴필레이션 음반 등에 넣기 위해  재녹음 했을 때 훨씬 잘 나오는 경우가 종종 있더라고요. 공간감도 그렇고 소리 자체의 감도가 더 살아 있는 거예요. 녹음과 믹싱의 문제겠지만 보통 뮤지션들이 사운드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은 하면서 정작 자신들이 만든 앨범보다 그렇지 않은 앨범에서 더 잘 나온다는 건 좀 생각해봐야할 부분이 아닌가 해요.

윤하(B): 열심히 할게요. --;

김기자: 기획사에 들어가셨으니 프로모션에도 변화가 있겠네요.

윤하(B): 저희가 2005~2006년 동안 자체적으로 열심히 활동을 했지만 분명한 한계점이 있었어요. 홍대 신에서 열심히 활동해 30만장을 팔 수 있는 시장이 존재한다면 고민이 덜 될 텐데 저흰 음악을 계속 하길 원하고 그러려면 음악으로 분명히 돈을 벌어야 하거든요. 자체적으로는 우리나라 현실에선 좀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일단 기획사는 잘 만난 것 같아요. 자금력이 강한 건 아니지만 최선을 다해서 홍보를 해주는 부분에 저희도 굉장히 만족하고 있어요. 사장님이 클래식 작곡을 전공했는데 록음악을 좋아하셔서 음악적으로 잘 통해요. 무엇보다 저희를 서포터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참 든든하죠.

승준(V): 방송할 때 도와주시는 분이 회사에 따로 있는데 방송은 이슈가 있어야 나가는 거라 앨범 나왔을 때 많이 밀어주셨고 지금은 평소랑 똑같죠. 기획사라고 해도 규모면에서 달라진 점은 거의 없고 필요할 때 서포터를 해준다는 점이 좋아요.

10. 2005년 초부터 활동을 시작해 2년 정도 시간이 흘렀는데요. 보드카레인이 하나씩 하나씩 다음 단계를 잘 밟아나가는 원동력이 뭔가요?

승준(V): 보드카레인 만들었을 때부터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자는 뚜렷한 목표의식이 있었어요. 우리가 애정을 가지고 바라보던 인디 신에서 아쉬웠던 점들에 최선을 다 해보자는 거였죠. 디자인적인 부분의 아쉬움, 자체 프로모션 등도 거기서 비롯된 것이고요. 그런 명확한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큰 착오가 없었던 것 같아요.

또 음악적으로나 인간적으로 팀워크가 좋아서 큰 트러블이 없었고, 느긋하게 음악을 할 수 있는 나이가 아니라는 점도 한몫했죠. 이 시기 시작한 이상 안일하게 할 수 없잖아요. 앨범 을 내기로 했으면 내야하는 거고 어떤 일을 하기로 했으면 밤을 새워서라도 시일을 맞춰야 하는 거죠. 그런 점 때문에 빨리빨리 진행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김기자: 많은 밴드들이 열심히 해보려고 하지만 사실 진행이 잘 안 되는 경우가 많잖아요. 오랫동안 활동했어도 이렇다 할 결과물이 없는 경우도 많고요.

해완(G): 윤하 형이랑 승준이 형 둘 다 워낙 추진력 있는 인물이에요. 옛날에 윤하 형이 앨범도 안 나왔는데 상상공장에 혼자 찾아갔었잖아요.

김기자: 그러게요. 원래 성격이 그러신가 봐요.

윤하(B): 원래 그런 건 아니고 해야 되니까 하는 거죠. 제 생각엔 생각하는 만큼 현실에서 이룰 수 있는 것 같아요. 저희는 시작부터 꽤나 원대한 계획이 있었어요. 예를 들면 연말엔 파티를 해야 되고, 어쿠스틱 공연은 1년에 2~3번으로 정했죠. 정하면 해야 돼요. 올해는 어쿠스틱 공연을 장기로 해보자고 해서 무리하게 2일을 잡았는데 저희는 이런 계획을 굉장히 구체적으로 서로 얘기해요. 일본도 한번 가보자는 계획도 세우고 있어요. 대부분의 인디밴드들이 일본에 못가는 이유는 계획을 안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물론 운도 따라야 하겠지만요. 어쨌든 비교적 구체적으로 계획을 잡는 것이 발전에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11. 펜타포트 록페스티벌(Pentaport Rock Festival),  서울 월드 DJ 페스티벌(Seoul World DJ Festival),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Grand Mint Festival)등 여러 페스티벌에 참여했는데 어떠셨어요? 각각 페스티벌의 특징이라던 현장에서 뮤지션으로서의 느낀 장단점이 있을 것 같은데요.

윤하(B): 모두 특색 있는 페스티벌이었던 것 같아요. 저희는 하면서 다 재밌었는데 자체적으로 아쉬운 점이 많았어요. 저희가 아직까지 큰 페스티벌에 맞는 음악을 구현하지 못하는 거죠. 사람들이 신나게 놀기도 그렇고 가만히 보기도 애매한 모던 록이라 좀 더 유명해지면 분위기가 좋을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애매하죠.

환경적으로 제일 아쉬운 건 김기자님도 고민 하시는 음향이고요. 전체 페스티벌의 규모는 커지는데 그걸 감당할 만한 노하우가 있는 회사가 아직 없는 것 같아요. 제가 9월 일본에 갔다 왔는데 아무리 조그만 클럽이라도 무대에 테크니션(Technician)이 3~4명이 있더라고요. 리허설을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으나 이미 무대 세팅이 다 되어있고 뮤지션이 올라오면 옆에서 테크니션이 악기를 메주더라고요. 리허설이랑 공연 상황을 똑같이 만들어 놓는지 연주자들이 따로 뭘 요청하는 일이 거의 없었어요. 그에 비해 우리나라는 페스티벌 규모는 커지고 있으나 그런 로테이션을 제대로 감당할만한 인력들이 아직은 없는 거죠. 그러니깐 당연히 모든 페스티벌의 사운드가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고요. 그런 모습이 제일 안타까운 것 같아요. 그게 숙제겠죠.

류감독: 나는 그 부분에 있어서 기획자 입장에서 생각했을 때 우리나라는 장비도 있고 인력도 있는데 자금이 안 따라주는 것 같아. 돈이 없는 거지.

윤하(B): 하긴. 저희도 항상 고민하는 부분이에요.

류감독: 돈이 여유 있으면 하고 싶은 게 굉장히 많은데 바로 그런 부분이 해결할 수 있는 것 중 하나거든. 홍대 앞을 거쳐 간 수없이 많은 인디밴드들의 인력을 활용하는 방법이기도 하고. 2004년도 「하이 서울 樂 페스티벌」 때 테크니션을 처음 도입 했었는데 그 예산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았어. 결국은 충분한 시간과 예산이 있으면 장비도 여유 있게 준비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보니 한 장비를 여러 팀이 사용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사운드를 제대로 맞출 수가 없는 것 같아.

윤하(B): 문제의 근원을 보면 항상 돈이죠.

김기자: 글쎄요. 그것이 예산의 문제만이라고 보긴 어려워요. 예산이 넉넉하더라도 마인드가 있어야 그런 부분을 구현할 수가 있는 거죠. 기본적으로 사운드에 대한 어떤 의식과 듣는 귀가 있어야 하고 그 수준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질 테니까요. 하지만 노력하는 사람이 있으면 분명 이 신에 영향을 미칠 거고 우리가 못 이룬다고 해도 분명 누군가는 이루게 되겠죠.

12. 상상공장에서는 페스티벌 기획을 비롯해 여러 가지 일들을 하는데요. 뮤지션 입장에서 바라보는 상상공장은 어떤가요?

승준(V): 상상공장에서 하는 일에 많이 참여해봤고 개인적으로 류 감독님이나 김 기자님의 마인드를 잘 알기 때문에 칭찬일색이 될 것 같네요. 똑같이 고생한다는 걸 알기 때문에 지금의 성과를 갖고서 얘기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닌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언젠가 이뤄지겠지’ 라는 건 똑같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을 계속 하는 것이기 때문에 큰 의미는 없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현실에서 그 뜻을 포기하지 않고 가는 것만으로도 사실은 대단한 거죠. 그리고 상당히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시각을 가지려고 하는 부분에 대해서 높게 평가하고 있어요.

윤하(B): 저는 류 감독님과 자주 보는 편이고 여러 가지 기획들에 대해서도 많이 얘기해봤기 때문에 상상공장이 현실과 이상 사이의 갭을 많이 줄여나가는 곳인 것 같단 생각을 상당히 많이 해요. 특이하고 재밌는 일들을 많이 하시니까 뮤지션 입장에서는 고맙다는 생각이 많이 들죠. 월드 DJ 페스티벌이 성황리에 마무리 되고나서 류감독님께 정말 축하드린다고 했더니 ‘이제 시작이지.’ 라고 하시더라고요. 앞으로 더 열심히 해주셔서 저희 같은 뮤지션들이 계속 설 수 있는 더 좋은 무대를 많이 만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

김기자: 제가 이 신에 있으면서 계속 느끼는 건 뮤지션과 기획자의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는 거예요. 더 나은 축제나 공연을 위해서는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져야 하는데 이 자체를 되게 낯설어 해요. 하고 싶은 공연이나 꿈꾸는 무대에 대해 물어봐도 별다른 생각이 없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윤하(B): 네, 여기서 많이 시도하긴 하지만 특별히 친분이 있는 상태가 아니라면 뭔가 추진하고 시간 투자해야하는 일에 뮤지션들은 큰 메리트를 못 느낄 거예요. 그런 소통 자체가 별로 없었기 때문에 익숙하지도 않고, 뮤지션에게 그런 걸 물어보는 경우도 거의 없으니까요.  

해완(G): 공연하러 왔는데 당일 날 공연만 하면 되지 무슨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냐는 생각이겠죠. 기획에 관심 있는 뮤지션이라면 모를까 그냥 밴드만 열심히 하는 경우엔 많이들 그렇게 생각할걸요.

승준(V): 제 생각에는 아티스트의 책임 의식이라든가 문화적인 연대로서의 의식은 상당히 부족한 상태라고 봐요. 현실에서 아티스트로 대접 받은 경험이 없기 때문이겠지만 누구 탓을 하기 전에 연대의식을 갖고 스스로 값어치를 높이는 일을 해본 적이 없다는 건 생각해 봐야할 부분이에요.

어쨌든 뮤지션이 주최가 되는 움직임이 가능하려면 뮤지션이 대접받는 기회가 많아져야 할 것 같아요. 대접받아본 사람이 그 느낌을 알고 책임감이 더 생기잖아요. 그런 면에서는 수준 높은 페스티벌이 끌어줘야 하는 부분이 있죠. 밴드들이 장비 들고 무대에 올라가 안 잡히는 사운드 속에서 리허설 하고 공연하는 게 아니라 테크니션들이 리허설 해서 소리를 다 잡아 주고 뮤지션이 올라오면 기타 ‘딱’ 걸어주고 공연이 시작된다면, 진짜 이제부터 나의 플레이를 제대로 보여주리라는 생각이 더 들지 않겠어요. 지금은 기획자와 뮤지션간의 대화도 기획자들이 끌어주면 따라가는 상황이잖아요. 그 의식이 고취시킬 수 있는 뭔가 계기가 필요할 것 같아요.

윤하(B): 결국은 금전적인 부분의 문제인 것 같기도 해요. 아까 감독님이 말씀하셨듯이 테크니션의 기용도 결국에 돈이 결부된 문제잖아요. 껌엑스 보컬&기타 용원이 얘기를 들어보니까 「후지 록페스티벌(Fuji Rock Festival)」에 갔을 때 진짜 여태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극진한 대우를 받았대요. 스텝들의 친절함은 물론 멤버 한명 당 호텔 룸 하나씩 제공받고 룸에는 음식이 즐비하게 준비되어 있었고요.

승준(V): 국내의 경우 숙박은 여관으로 2인 1실이 제공되죠. --;

윤하(B): 이런 상황에서 무슨 얘길 하겠어요. 기획자와 뮤지션이 소통해서 더 좋은 페스티벌을 만들어야 한다는 류감독 님이나 김기자 님의 생각은 바람직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런 부분을 이해할 수 있는 뮤지션은 드물 거예요. 그런 시도를 하는 기획자들도 거의 없고요. 

김기자: 많은 뮤지션들이 좋은 무대와 사운드 그 이상은 없다고 얘기를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많은 자본 유입 되어 그런 무대 준비가 된다고 과연 멋진 페스티벌이 만들어질까요? 

윤하(B): 좋은 무대와 사운드는 대부분의 뮤지션들이 원하는 바이지만 관객 운집, 페스티벌의 지명도, 아티스트에 대한 대우, 페이 등 그 외의 것들도 사실 많이 생각할 거예요.

김기자: 보드카레인은 어떤 공연을 하고 싶어요?

상준(D): 멋있는 공연이요.(웃음) 아무리 준비를 많이 해도 아쉬운 점은 생길 거고 그건 유명한 뮤지션이 되고 마찬가지겠죠. 제가 무대에 올라갈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무대는 매번 뭔가 가르쳐주거든요. 그렇게 배울 수 있는 무대에서 제가 늙어 죽을 때까지 공연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게 어떤 공연을 하고 싶다는 것보다 중요한 것 같아요.

윤하(B): 저희들은 앞으로도 굉장히 많은 공연기획을 하고 싶어요. 사실 뮤지션의 연대라는 건 저희들이 더 힘이 세지고 덩치가 커지면 사회적, 정치적인 측면으로 나타날 수 있겠지만 그건 상당히 나중 얘기잖아요. 일단은 공연을 같이 하거나 어떤 공연상품을 만들어내는 게 연대의 시작이 아닐까 싶거든요. 그래서 작년에는 다른 밴드와 조인 파티를 해볼까하는 생각도 해봤어요.

승준(V): 마이 앤트 메리 VS 보드카레인. 이런 식으로 공연을 직접 기획 해볼까했는데 홈페이지에서 마이 앤트 메리 형님들 스케줄을 보니 너무 바쁘시더라고요. 하여튼 재미있는 꺼리를 항상 좀 찾아야 될 것 같아요.

윤하(B): 궁극적으로는 진짜 멋있는 공연을 만들어보는 게 꿈이에요. 단독공연 때도 전담 조명 기사 분을 쓰고 싶었는데 100만 원 정도 들어가니까 너무 적자날 것 같아서 못했어요. 외국 공연 실황을 DVD로 보면 그렇게 어려운 연출이 아닌 것들도 많거든요. 보드카 공연이라고 하면 진짜 하나의 작품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싶어요. 계속 공부하고 있답니다.

13. 다음 앨범은 언제쯤으로 예상하고 계세요?

윤하(B): 3월부터 3~4개월 집중해서 녹음해서 6월말에는 낼 생각이에요.

김기자: 곡 작업은 어느 정도 이뤄진 상태인가 보네요.

윤하(B): 일단 만든 노래는 열 곡 넘게 있는데 계속 만들면서 콘셉트에 맞게 추려야죠. 

김기자: 1집이 사춘기였는데 그럼 이제 성숙되는 건가요? (웃음)

승준(V): 안 그래도 제가 거기까지 생각을 안 해서 2집은 그걸 연계해서 가야될지 어떨지.

윤하(B): 원더걸스 2집을 보고 얘기해볼까.

승준(V): 원더걸스 1집 타이틀도 <The Wonder Years>래요. --;

14. 인디 신에 대해 기존에 많이 알고 계셨으니까 활동하면서 느낀 게 많을 것 같은데요.  홍대 인디 신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윤하(B): 일단 아쉽죠. 인디 신이란 분명 필요한 것이지만 그게 메이저로 나가기 전 단계 같은 게 아니잖아요. 그런데 저희도 인디 밴드라고 불리지만 메이저도 아니고 완전 인디도 아닌 애매한 포지션이죠.

김기자: 밴드면 다 인디밴드라고 부르잖아요.

승준(V): 정확한 지적이에요. FT아일랜드 빼곤 다 인디밴드라고 하죠. 인디 신이라는 것이 규모의 확장이 좀 돼야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주중 라이브 클럽 공연에 70~80명, 주말 공연에 200~300명 정도 와줘야 인디 신 내에서도 3만장이 팔리는 밴드가 생기겠죠. 인디로 활동하면서도 충분히 자기 음악을 지속할 수 있는 그런 시장이 되어야 하는데 지금은 전혀 그렇지가 않잖아요. 그러니까 인디네 아니네 하는 논의 자체가 별로 의미가 없는 것 같아요. 원인을 따져보자면 뮤지션의 잘못도 있을 거고, 미디어에 노출이 잘 되지 않는 이유도 있겠고, 구조적으로 여러 가지 나태한 부분 때문이기도 하겠죠.

윤하(B): 메이저에서 제일 잘나가는 가수의 앨범이 30만장 정도 팔린다면 3~4만장 나가는 밴드도 있어야 밸런스가 맞는다는 얘기에요.

해완(G): 좀 더 현실적인 부분에서는 뮤지션의 클럽 공연 대한 페이 지급 부분도 아쉬움이 많아요. 저희도 그렇지만 업으로 인디밴드 하는 팀들이 사실 경제적으로 많이 힘들잖아요. 평일에 관객이 5~10명 왔다고 하면 밴드 책임이 크니까 어쩔 수 없는 거지만 주말공연에 관객이 꽉 찼는데도 페이가 얼마 안 나오면 정말 암담해요. 얼마 전에 모 유명 밴드를 만났는데 전날 공연해서 3만원 벌었다고 하더라고요. 돈 벌려고 라이브 클럽 하는 사장님도 분명 있겠지만 대부분 음악에 대한 열정과 사명감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요. 클럽 운영은 기획공연 말고도 대관이 있으니까 가능한 건데 그에 반해서 공연하는 팀들한테는 페이가 너무 말이 안 되게 나와요. 그런 부분이 좀 바뀌었으면 좋겠어요.

윤하(B): 저는 사운드 데이에 대해서 좀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 있어요. 사운드 데이에 참여하는 뮤지션들은 다른 공연장에 공연을 보러 못 들어가요.
 
김기자: 다른 공연장에 공연을 보러 갈 수 없다고요?

윤하(B): 네, 어떤 곳은 참여한 뮤지션이라고 하면 입장시켜 주기도 하지만 안 되는 곳이 많아요. 뮤지션이 공연을 많이 봐야 하는데 좀 당황스러운 일이죠. 대형 페스티벌도 공연을 못 보게 하는 경우는 없거든요. 그런 걸 보면 정말 뮤지션에 대한 대우가 형편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 사람들 인식하는 뮤지션이란 건 어떤 건지 모르겠어요.

김기자: 그런 분위기는 바뀌어야 될 것 같아요. 뮤지션들이 공연을 많이 보고 사운드에 대해서도 느끼고 그래야 되는데 뮤지션들이 이 신의 음악을 더 모르는 경우가 많죠.

상준(D): 저는 밴드에 합류한지 1년 밖에 안 되서 크게 할 말은 없지만 사람들이 음악이나 밴드, 라이브에 대해 얼마만큼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사실 뭐 돈이 들어와야 발전을 하던지 규모가 커지던지 하는 거잖아요.

승준(V): 얼마 전에 <날아라 밴드 뛰어라 인디>라는 책을 읽었어요. 기대를 많이 했는데 담론에만 그치고 아무런 결론이 없더군요. 문화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인디 신은 충분한 연구가치가 있다고 보는데 가뭄에 콩 나듯 관련 서적이 나오잖아요. 그 책은 상당히 인지도 있는 사람들이 쓴 것인데도 불구하고 담론 수준에서 끝난 걸 보면 이게 딱 현실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현실 자체가 희망에 대해 이야기하기엔 너무 애매한 거죠. 또 인디 신에 대한 책이 이 정도 밖에 안 되는 건 그것이 곧 인디의 현실이란 생각도 들었고요.

김기자: 그 책은 2000년도에 나온 책이에요. 꽤 오래됐죠. 그 책에선 인디에는 희망이 없다는 뉘앙스로 마무리를 하잖아요.

승준(V): 제가 나중에 제 경험을 토대로 글을 쓰면 훨씬 좋은 책을 쓸 수 있을 것 같아요.제가 책을 쓸 때쯤이면 분명 저도 발전에 일조하고 있을 것이고 이 신도 변화하고 발전되어 있겠죠.

저희가 하루하루를 즐겁게 맞을 수 있는 건 음악에 대한 가능성 때문이에요. 못살겠는데 하고 있진 않은 거죠. 사고 싶은 것 못 사고, 하고 싶은 것 못하는 건 누구에게나 있는 부분이잖아요. 가능성은, 희망은 남아있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현실을 바꾸는 게 뮤지션의 몫이라고 봐요.
자꾸 수면 위로 올라가는 뮤지션이 생겨야 하고 그 사람들이 애정을 잃지 않고 후배들을 끌어줘야 된다고 봐요. 그러기 위해선 사실 어떤 분야보다 직업적으로 투철해야 되는 게 뮤지션이죠. 남들 월급 받아서 사는 것처럼 아침에 일어나서 연습하고, 멤버들과 회의도 많이 하고, 제안서를 비롯해 글도 쓸 줄 알아야 되고, 이 모든 걸 위해서 노력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기획자와 클럽들도 마찬가지로 같이 사는 방법 모색하는 각자의 역할이 있을 거고요. 그런 것들이 모아지면 가능성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하고, 저는 그렇게 환경이 바뀔 거라는 희망을 갖고 있기 때문에, 특별히 암담하거나 그렇진 않아요.

물론 현실을 생각하면 열 받는 것도 많지만 노력하다보면 바뀔 거라고 믿고요. 개인적인 욕심으로는 그러한 예로써 보드카레인이 꼽힐 수 있는 그런 밴드가 되고 싶어요.

김기자: 네, 잘 알겠습니다. ^^ 우선 그 책은 2000년도 말에 나왔는데요. 90년 중반에 인디 신이 시작 되서 97년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많이 받았잖아요. 2000년도에 그 거품이 한 번 쫙 빠지면서 다운이 됐는데 그 시기에 나온 책이에요. 그 후로도 인디 관련된 서적이 몇 권 나왔어요.
그 책에서는 희망이 없다는 식으로 결론을 내렸지만 그 이후로도 많은 밴드와 클럽들이 만들어졌고 좋은 음악을 만드는 뮤지션들이 꾸준히 생겨나고 있어요. 희망은 갖고 싶은 사람이 가질 수 있는 것 아닐까요? 앞으로도 보드카레인의 멋진 모습 기대하겠습니다. 수고 많으셨어요!

 2008. 3. 18

idea in 

  

[제플리나]

심도있는 인터뷰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