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이사철 신구간
봄의 전령인 매화꽃이 피었다는 소식이 들린다. 세상은 언제나 같은 해가 뜨고 똑같은 날이 지나가지만, 우리는 과거에는 신정(新正)을 지냈지만, 지금은 구정(舊正)을 지내기에 이 구정이 지나기 전에 제주에는 신구간(新舊間)이란 이사철 기간이 있다. 24절기 중 대한 후 5일에서 입춘 전 3일 사이 일주일을 말한다. 이 기간은 이른바 신구 세간의 교대하는 과도기간으로 지상의 모든 신격이 천상에 올라가 새로운 임무를 부여받아 내려오기 전 공백 기간이다. 그 해 운수가 불길하거나 길일이 없어 채 이루지 못한 바로 이 기간에 이사를 하여야 동티(해코지)가 나지 않는다고 믿어와서 그렇다. 이사, 집수리, 부엌, 화장실을 고치는 일이 대부분 이 시기에 이루어진다.
신구간 풍습은 사람의 모든 일상이 기꺼이 신에 간섭받고 통제받도록 의탁한 데서 시작한 것입니다. 그러니 신의 마실 간사이 날을 포착하여 인간의 편리를 행하는 것 그런 폐단과 불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제주의 꼰대들은 이런 세시풍속을 지키려 합니다. 뭍에서는 “손 없는 날” 로 이해하면 된다. 단지 제주는 일정한 기간이 정해지지만, 육지에는 매달 날짜가 0일이나 9일 날의 손 없는 날이기에 일년내내 있는다는 것만을 다를뿐이다. 인간은 강한척하면서도 자신의 큰일 앞에서는 약해진다. 혹시라도 해코지를 회피하고 싶은 거죠, 그러니 선거를 통해 높은 사람이 되고 싶은 사람들도 풍수지리에 기반해서 조상 묘소를 이묘하거나 점집도 찾아가는지 모르겠네요, 평소에는 과학이니 미신이니 침 튀기며 말하던 사람들이 자신의 운명을 결정하는 인간의 나약함 때문에 그걸 믿으려 한다
제주 지역은 겨울에도 날씨가 따뜻하고 습기가 많아서, 신구간 기간과 같이 몹시 추운 날씨에 이사를하거나 집수리를 하지 않으면 탈이 날 염려가 있다. 이때는 또한 농한기여서 일손을 구하기도 쉬웠다. 따라서 신구간 풍속이 지금까지 전승되는 데에는 제주 지역의 환경적 요인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신구간이라 해도 이사 갈 때는 빼 놀 수 없이 요긴한 물품은 솥, 단지(요강)라고 한다. 그래서 이사할 때는 솥과 요강단지를 먼저 옮기면 이사를 다 한 것이나 다름이 없고 나머지 살림들은 나중에 옮겨도 상관없다고 한다. 한편 이사에 수반되는 것 중에 화로 한 개를 추가하기도 한다.산업화, 도시화는 이러한 풍속이 불편한 일이나 아직껏 유지되고 있다. 일부 학자들은 이 시기에 제주도 기온은 섭씨 5도 정도이니 모든 병균이 기를 쓰지 못하고, 또 농한기여서 아주 합리적이고 과학적이라는 논리를 펴기도 한다. “옛사람들에게 신구간은 ‘미신’이었지만, 지금에 와서 보니 꽤 ‘합리적’이고 ‘과학적’이다”라 하나 자기 합리화로 보인다. 그래서 유독 제주도민들은 연중, 이 기간을 통해서만 이사를 하기에 이사 대란이라 불릴 정도이다. 가끔 설이 신구간보다 빨리 오는 해에는 집 없는 서러움도 더욱 크다. 설전에 이사를 서둘러 새집에서 조상님 차례를 모셔야 하는데 내 맘대로 이사를 진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가문을 중시하는 집에는 대문이나 집 기둥에 입춘방이 붙곤 한다 “立春大吉 建陽多慶” 나의 입가에 웃음의 절로 진다. 봄이 들어서는 날을 맞아 크게 길상하고 새해의 첫 번째 절기인 입춘을 맞아 당신의 한해가 행복하길 기원합니다. 크게 번창하리라 지금 그 집 앞에 서 있는 나의 미소가 그 집에 복을 가져다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제주에는 올해에도 2월 2∼4일 “탐라국 입춘굿” 시작한다. 입춘굿은 탐라왕 때부터 하늘에서 내려온 농경신을 맞이하기 위해 관아에서 주관하던 행사다. 제주는 예로부터 1만 8천 신들을 모시며 가정의 무사 안녕을 기원해 왔다.
특히 대한 후 5일에서 입춘 전 3일까지 대략 일주일 동안(신구간) 1년간 제주를 관장했던 신들이 하늘로 올라가고, 다시 1년을 책임질 신들이 제주 섬으로 내려오는 시점이 되면 무당은 '입춘굿'을 행하며 신을 불러들이는 제를 지낸다. 이때에는 왕과 백성들이 한데 어울려 놀며 결속력을 다졌다. 탐라국 시절부터 조선 시대에 이르기까지 입춘굿이 이어졌으나, 일제 치하에서 제주인들의 결속력을 해체하기 위해 중단되었다가 1999년에 다시 복원되었다. 올 한 해에는 좋은 일만 가득하기를 우리에게 주어질 액운은 콩이든 꽃잎이든 타고 멀리멀리 날아가기를 빌어본다. 눈보라 속에서 피어나는 복수초(福壽草) 꽃말처럼 영원한 행복을 기원해 본다.
영초 현영철
첫댓글 영초선생님 영하 2도까지 떨어진 가운데 눈그친 2월 첫 화요일 좋은글 잘 감상했습니다 연일 계속되는 궂은 날씨와 눈비속에 건강유의 하시고 감기조심 하시고 눈 빗길 안전운전 하시고 행복한 시간 보내시길 바랍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