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의 감수성 균형
네이버블로그/ 휴식 같은 여유, 인생의 활력소 되다
⑤ 에너지 활력소
시인은 그동안 일생을 살아온 환경에서 시적 에너지 활력소가 있어야 한다. 살아오는 동안 접촉한 대상이 시의 주요 재료로 설정되기도 하고 중요한 모티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도시 관념은 도시적 추억이며, 전원에서의 경우는 전원에 살면서 느끼는 전원 정서가 앞장서기 때문이다. 이런 이미지의 활력은 자연스레 시의 요소로 자리 잡고 작용한다. 홍현기의 시는 전원에서의 식물, 꽃, 호수, 등 환경적 요소가 지배하는 것 같다. 어린 날의 추억과 겹쳐지면서 현실을 장악하는 시간이 오버랩 되기 때문에 시간의 순서가 정해진다.
살그래 움직이는 모든 것들은 시리도록 아름답다
멎은 듯 흐르는가,
흐르는 듯 굽이도는
푸른 욕망 없이 요요히 흐르는 금강호수를 보라
고단한 가슴 풀어
날마다 물비늘로 영혼을 닦는 참회의 길
―홍현기, 「금강호수 연가」
강이 시심의 길을 인도하는 인상이 깊다. 즉 시의 에너지를 강에서 설정하고 거기서 또 다른 공간으로 이동을 부추기는 이미지를 확대하고 생산하는 참회의 길은 비단 삶의 문제를 풀어내는 뜻이기보다는 시의 길을 재촉하고 충전시키며 안식의 개념 즉 자아의 안정감을 주는 느낌을 주고 있다.
아무튼 강과 물은 홍현기의 시를 이끌고 가는 인자라는 점에서 호수나 강은 같은 의미의 이미지로 매체가 작용되는 것을 볼 수가 있다.
호수나 강은 시를 끌고 가는 언어를 품으며 시를 이끌고 개척하는 인자로 적용한다는 의미가 시인의 정서를 의도적 공간으로 이동하는 기능이 탁월하다.
시는 때때로 장식의 풍경이 되기도 하고 엄숙한 교훈을 전달하는 훈육의 역할이 크기도 하다. 이 둘의 기능은 언제나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 별개의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하며 일체화되기도 한다. 어떤 각도에서 수용하고 이미지를 구사하는가의 입장에 따라 시의 임무는 가변적, 이를 앰비규어티(ambiguity)라 칭한다.
시는 하나의 얼굴이 아니라 때로는 여러 개의 얼굴로 다가올 때 성공의 이름에 접할 수 있지 않을까.
코스모스, 울타리, 매꽃, 도라지꽃 등 꽃으로 장식하고 있다. 이는 시인의 정서가 그쪽으로 집약되는 것을 뜻한다. 흔히 식물 정서는 섬세하고 부드럽고 아름다움을 의미할 뿐만 아니라 지상의 꽃에서 향기 ‘보이지 않음’으로 수직 상승할 때 3차원, 4차원으로 승화의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어쩌면 식물이란 정서는 여성의 이미지로 보일 수 있겠지만 성장을 대성하려면 남성 또한 부드러움, 아름다움의 이미지를 입힐 수 있다는 뜻이다.
그리운 우리
걸어온 길 달라도
가야 할 길 달라도
둘의 정점에서
잠시
들꽃 같은 인연으로
꽃반지 엮어 걸어주며
투명한 웃음 나누는 사람
꽃잎 흐드러져
마음 비 내리는 날
가슴에 접어 둔 너의 향기
만져 보리라
―홍현기, 「들꽃 같은 인연」
땅에 피어나는 풀들이 향기로 변하여 사랑이 내포된 의미로 상승하는 듯하다.
이 향기는 고귀함을 나타내며 숭고한 가치로 사랑의 옷을 입을 때, 꽃의 가치는 지상의 아름다움과 연결되는 것이다.
‘가슴에 접어둔 너의 향기’를 만지는 것으로, 지상의 이미지와 천상의 이미지가 하나로 결합할 때, 궁극적으로는 조화미를 이루는 연결이 가히 빼어난 시어이다.
그리운 가슴의 사람의 가슴에 향기로 걸려 있으려는 소망, 향기와 시심이 결합하려는 깊은 뜻을 우회적으로 강조하는 압축의 기교가 멋들어진다.
그리운 사람에게 향기로 남고 싶은 정서는 평상시 홍현기의 마음이 아름답다고 할 수 있겠다.
법이 없어도 산다는 옛말처럼 ‘사람이 너무 좋아’라고 한다면 일반인의 사람들은 이렇게 표현하면 바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런 표현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은 작가들만 알 것이다.
비유적, 기교적, 압축적, 은유적, 모두 가지고 시를 그려 내는 홍현기의 시적 감각은 타고난 재능이 아닌가 한다. 홍현기의 시는 남성이면서도 시 자체에 향기가 있고, 더욱 향기가 상승의 기류를 타고 지상으로 내려오는 현상이 아름다움으로 변한다. 시적 감각이 탁월하고 순발력 있는 깊이로 이끌어 가는 표현력이 탁월하다.
아울러 시적인 넓이는 철학적인 암시를 상징적으로 포장뿐만 아니라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기쁨 또한 배가한다.
공은 우주의 중심이고 개체는 전체를 이루는 본질이라는 점에서 볼 때, 가치에서 숭고함을 의미하며 시인의 고귀한 정신을 투사하는 인상을 준다.
식물의 정서나 강의 이미지는 시인에게 영향을 준 추억들의 집합이고, 이는 향기로 시의 넓이를 고정하려는 의도가 보이는 듯하다. 이 모든 논지로 볼 때 홍현기의 시는 언어의 조화에서 삶의 높이로 지향점을 설정하고 현실의 가치를 아름다움으로 포장하는 데에는 최고인 듯하다.
은유의 기법을 활용하지 않는 유일한 시인이 아닐까 한다. < ‘이승섭 시평집, 문학의 혼을 말하다(이승섭, 마음시회, 2022.)’에서 옮겨 적음. (2024. 7. 3. 화룡이) >
첫댓글 꽃잎 흐드러져
마음 비 내리는 날
가슴에 접어 둔 너의 향기
만져 보리라
―홍현기, 「들꽃 같은 인연」
아주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날마다 남의 작품을 사이에 놓고 만나는 우리는
무슨 인연일까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