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가 나를 새롭게 한다
네이버블로그/ 개그맨, 리포터, MC 청년사업가등 다양한 직업을 가져본 저자의 이야기
[느리더라도 멈추지마라/조찬우]
아무것도 생산할 줄 모르는 사람에게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_요한 볼프강 폰 괴테
“내가 책을 쓰면 어떨까?”
“뭐? 뭘 쓴다고? 또 뭔가 떠올랐나 보구나?”
내가 책을 내겠다고 했을 때 주변의 반응은 대개 “또 엉뚱한 생각이 떠올랐구나?”였다. 국문학이나 문예창작을 전공하지도 않았고, 칼럼도 써보지 않았던 내가 책을 쓴다니,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인 지인도 있었다. 하기야 방송 일을 접고 나온 뒤에 사업을 하겠다고 했을 때, 당장 사업계획서를 어떻게 쓰는지도 몰라 헤맸을 정도이니 글을 쓴다는 것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책을 내려는 이유는 단순하다. 좌충우돌했던 나의 지난 경험이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서다. 나 역시 이름도 알지 못하는 누군가의 책을 읽고 위로를 받고 힘을 냈던 적이 있다. 내 프로필에 작가라는 이력을 덧붙이고, 나아가 유명 작가가 되면 더없이 좋겠지만 그것은 책을 쓰는 본질과는 거리가 멀다. 책은 작가의 마음속 이야기이고, 그 이야기를 듣고 울림을 느껴주는 누군가가 있으면 그걸로 충분하다.
어느 날 문득, 그동안 강연이나 강담을 통해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라고 했던 이야기들을 정리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정리를 하는 것과 동시에 좀 더 많은 이가 공감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다 보니 “그래! 나도 책을 써보자!” 하는 결심에 이른 것이다.
집필하면서 새삼 지나온 시간들이 떠올랐다. 이런저런 추억보다 매번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일을 생각하고 계획하는’ 노력이 생각났다. 굉장히 적은 소수의 사람이 하던 일을 매번 하려고 했다. 내가 고등학생이던 1990년대에는 연기를 하겠다는 아이들을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없었다. 요즘은 여러 오디션이나 기획사 등을 통해 연기나 노래 등 방송 관련 일을 어릴 때부터 시작한다. 10대나 20대 초반의 친구들이 “연예인이 꿈이다”라고 말하는 것은 우리 어린 시절 과학자가 꿈이라고 이야기하는 것만큼이나 별스러운 일이 안 된다. 그러나 지금 아이들이 정치인이 되겠다고 이야기하는 게 생뚱맞게 들리는 만큼 내가 어렸을 때는 연기자나 연예인이 되겠다는 것이 낯선 이야기였다.
10대 때 연기학원을 다닌 것도, 대학에서 연기를 전공하고 개그맨이 된 것도 따지고 보면 흔한 케이스라고 볼 수 없다. 그동안 누구나 쉽게 할 수 없는 일에 도전했다. 연기를 전공하고 개그맨 공채에 합격했으니 나름대로 남들이 일반적으로 하지 않는 일을 했던 셈이다. 청년창업과 강연, 책을 쓰는 것까지 여전히 사람들의 발자국이 그다지 남아 있지 않은 길을 가고 있다.
사서 고생하려는 팔자인지 몰라도 주위 사람들이 하지 않는 일을 하다 보니 어려움이 많다. 당장 정보나 노하우를 얻기도 힘들고 도움받는 일조차 힘들다. 인터넷에서 검색하는 것만으로는 알 수 없는 정보와 지혜를 주위에서 구하려 해도 찾을 수가 없었다. 개그맨을 관두고 청년창업 프로그램에 지원할 때도 막막하기는 매한가지였다.
뭔가 하고 싶은 게 있어도 방법을 몰라서 포기하고, 기발한 생각을 해놓고도 실행할 길을 찾지 못해 그만두는 사람이 많다. 부족한 능력 때문일 수도 있고, 나약한 의지 떄문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넘지 못할 장애물은 아니다. 능력은 키우면 되고, 의지는 북돋우면 될 일이다. 정작 중요한 것은 스스로 노력과 의지를 끌어낼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습관이다. 늘 해오던 것에 익숙해지는 것보다 뭔가 새로운 것을 찾아내고 색다른 발상을 하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어야 한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면, 그 아이디어의 매력에 푹 빠져 한동안 몰입해버리는 경우도 종종 있다. 아이디어를 실제로 구현하느라 힘든 것도 모르고 덤벼든다. 아이디어가 인생의 활력소이자 뒤를 돌아보며 주저앉아 있는 자신을 일으켜 세워주니 멈출 겨를이 없다. 가만 보면, 내가 멍하니 지내거나 뭔가 진척이 없을 때는 아이디어를 떠올리지 못한 채 반복되는 일상에 파묻혀 있을 때다. 활력도 잃어버리니, 무기력한 모습 그 자체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은 보약이나 영양제가 아니다. 엉뚱하고 무모한 생각일지라도 계속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려야 한다. 앞으로 뭔가 새로운 일을 벌일 아이디어가 나의 비타민인 것이다.
똑똑해야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는 것은 아닐뿐더러 무엇보다 기막힌 영감은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게 아니다. 아이디어는 일상을 집중적으로 관찰한 결과물이다.
더그 디츠는 GE에서 첨단영상의료 시스템을 만드는 사람이다. 그는 자신이 만든 의료기기에 대해 상당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병원에 갔다가 충격을 받고 말았다. 한 소녀가 MRI를 찍으러 왔는데, 소녀의 눈에 비친 기계는 무서움의 대상이었다. 소녀는 기계에 다가가기를 두려워하면서 자지러지게 울음을 터뜨렸다. 그 모습을 본 그는 고민에 빠졌다.
더그 디츠는 그 소녀를 비롯한 아이들이 왜 이렇게 행동하는지 세심히 지켜봤다. 자신이 만든 것에 대해 거부 반응을 일으키는 아이들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던 것이다. 세련된 이미지의 첨단 기계가 아이들 눈에는 무지막지한 공포물로 비친다는 것을 알게 된 그는 의료장비의 디자인을 아예 바꿔버렸다. 어떤 장비는 귀여운 잠수형 형상으로, 또 어떤 장비는 모험 떠나는 보물선 모형으로 외관에 변화를 주었다. 이후 아이들은 무서운 병원을 가는 게 아니라 놀이터를 가는 기분이 들었다고 한다.
나도 생뚱맞게 아이디어를 짜내기보다 지금 내가 하는 일에 관심을 더욱 가지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짜내려 한다. 청춘들에게 강연을 하는 일과 관련해서는 언젠가 TED(Technology, Entertainment, Design. 미국의 비영리 재단에서 운영하는 강연회)에 강연을 하는 꿈을 가지고 아이디어를 계속 내는 중이다. 또한 내가 존경하는 오프라 윈프리와의 대담을 꿈꾸며 계획하고 있다. 너무나 터무니없고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내가 개그맨이 되겠다고 했을 때도 더러는 터무니없는 비현실적이라고 했다. 개그맨을 관두고 사업을 시작할 때도 아무런 경험도 없으면서 무모하게 뛰어든다고 말했다. 그러나 결과는 내가 꿈꾸고, 관심과 상상의 조합으로 만들어낸 아이디어로 되지 않았던가.
당장 힘들고 의욕이 생기지 않더라도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려고 노력해야 한다.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상상의 시나리오를 쓰는 것은 돈 드는 일이 아니니 부담 가질 필요도 없다. 힘든 현실을 감내하느라 시간의 여유, 마음의 여유가 없는가? 그렇다면 자기 직전에라도 힘을 내서 새로운 미래의 청사진을 펼치는 아이디어 놀이를 해보는 것은 어떨까? 정말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 ‘느리더라도 멈추지 마라(조찬우, 다연, 2016.)’에서 옮겨 적음. (2024. 7. 3. 화룡이) >
첫댓글 정말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보통의 친구들을 보면 할 수 없다고
해볼 생각도 하지 않습니다...
이 신새벽 우리의 만남도
무엇인가 하고 있는 일일 테죠.
그 자체로 의미가 크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