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탈교회 현상’(the post-church phenomenon)은 한국교회 뿐 아니라 영국이나 미국의 교회에서도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필자는 이 글에서 ‘탈교회 시대’로의 변화를 언급하고, 왜 이 변화의 시점에 교회가 선교적 상상력을 가지고 새로운 표현들을 수용해야 하는지, 그리고 ‘교회의 새로운 표현들’(The Fresh Expressions of Church)의 신학적, 사회학적, 그리고 문화적 함의가 무엇인지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변화 안에서 새로운 표현들 ‘교회의 새로운 표현들’은 후기 기독교 시대에 교회에 관심 없는 사람들에게 다가가기 위한 새로운 형태의 선교적 풀뿌리 운동으로서 영국의 성공회와 감리교회 두 교단에서 2000년대 이후 시작되었다. 이 운동은 처음에 일터, 도서관, 카페, 공원, 마을회관, 주차장, 학교 등과 같은 다양한 장소에서 전통적인 교회에 나오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경청과 소통을 통해 복음을 전하기 위해 자연 발생적으로 시작되었으나, 후에 영국 국교회와 감리교회가 이 운동을 제도권 안으로 받아들여 ‘교회의 새로운 표현들’로 발전시켰다. ‘교회의 새로운 표현들’은 영국의 다른 교단뿐 아니라 미국, 캐나다, 호주, 유럽, 그리고 한국에서도 성장하고 있다. 필자는 미국 연합감리교회 북앨라배마 연회의 교회개척부(the New Church Development) 위원으로 사역하면서 전통적 교회개척뿐 아니라 ‘교회의 새로운 표현들’ 개척을 위한 강연을 하면서 ‘탈교회 시대’의 미국 사회를 경험했다. 선교학자이며 영국 처치아미(Church Army) 연구소 소장으로 ‘교회의 새로운 표현들’을 연구하는 조지 링스(George Lings)는 사회와 문화의 변화를 경험하고 있는 ‘탈교회 시대’에 전도의 대상은 아래와 같이 네 가지 부류로 나뉜다고 강조한다.1
영국과 미국의 탈교회 시대 특징은 (1) 믿음도 없고, 교회에 출석하지 않으며, 교회에 나올 가능성이 없는 사람들과 (2) 믿음은 있으나, 교회나 목회자에게 실망하여 교회에 출석하지 않는 교인의 폭발적 증가로 나타나고 있다. ‘선교적교회운동’(the missional church movement)을 이끌고 있는 호주의 선교학자 알렌 허쉬(Alan Hirsch)는 마이클 모이나(Michael Moynagh)의 책 서문에서 ‘교회의 새로운 표현들’에 참여하는 사람의 3분의 1은 비출석 교인이며, 40%는 교회에 나올 가능성이 없는 사람이라고 강조하면서, 선교적교회운동은 교회에 배경이 없는 사람들을 전도할 수 있는 좋은 시도라고 강조한다.2 한국교회의 압축 성장기인 1960-90년대에는 교회의 평판적 자본(reputational capital)이 높았고, 이와 더불어 교회에 ‘긍정적인 주변인들’(positive periphery)의 비율이 높아서 예배로 초대만 해도 교회가 성장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한국교회가 압축 쇠퇴를 경험하는 최근에는 선교적 마인드를 가지고 그들이 살아가는 공공의 영역으로 나갈 필요가 있다. 기독교는 서양 사회에서 더 이상 중심을 차지하고 있지 않다. 기독교 세계(Christendom)는 이미 끝났으며, 지금은 기독교가 사회 주변부로 밀려난 ‘후기 기독교 세계’(Post-Christendom)를 경험하고 있다. 후기 기독교 시대에 사회적, 문화적 변화는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고, 획일적인 생각, 사상, 그리고 문화를 가진 그룹보다는 다양한 관심들을 가진 하위문화 그룹들(sub-culture groups)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선교적 상상력과 새로운 표현들의 신학 2015년 필자가 미국 앨라배마주 셀마(Selma)시에서 로버트 암스트롱(Robert Amstrong)을 만났을 때, 그는 지역 판사였다. 셀마는 2014년에 개봉한 영화 <셀마>의 배경이 된 곳이다. 이곳에는 그 유명한 마틴 루터 킹(Martin Luther King Jr.) 목사가 흑인 인권을 위해 평화행진을 했던, 역사적으로 유명한 다리가 있다. 킹 목사의 시대는 물론 여전히 셀마시는 인종차별과 실업률이 높아서 지역의 젊은이들은 직업을 찾기 위해 대도시로 이주하고 있다. 이로 인해 셀마 공동체는 인구 감소로 인한 산업 침체와 공동체 파괴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셀마 장로교 평신도 리더인 암스트롱 판사는 셀마 지역 사람들의 의견을 경청하였다. 그 결과 지역사회에 많은 교회가 있지만 지역 경제를 위해서 고용을 창출하는 ‘킹덤 비즈니스’를 실천하는 교회들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블루진교회(Blue Jean Church)를 경제를 위한 새로운 표현들로 개척하였다. 블루진교회의 킹덤 비즈니스는 비즈니스를 통해 지역의 가장 큰 문제인 실업률을 낮추는 데 초점을 맞춤으로써 하나님 나라 신학의 현재성을 지역사회에 구현하기 위해 노력한다. 예를 들면, 선교적 상상력을 발휘해서 창업센터인 아스널하우스(Arsenal House)를 설립하여 지역 젊은이들의 창업을 도와주었으며, 아스널하우스 내에서 직접 여섯 가지의 사업을 시작하였다. 이 중에서 가장 크게 성장한 사회적 기업은 ‘마마스 쿠키’로서, 세계적 유통 기업인 월마트에 제품을 공급하고 새로운 공장을 짓는 등 지역 사람들의 직업 창출에 이바지하였다. 블루진교회는 창업뿐 아니라 홀어머니, 마약 중독자들을 위한 치유학교를 만들어 통전적 사역을 실천하고 있다. 위의 예를 통해서 우리는 탈교회, 탈공동체 지역에서 한 교회의 새로운 표현의 실천을 통해 ‘교회의 새로운 표현들’이 추구하는 몇 가지 신학을 알 수 있다. 첫째, 교회의 새로운 표현들은 ‘선교적 상상력’을 실천한다. 사회학자 라이트 밀즈(C. Wright Mills)는 1950년대에 ‘사회학적 상상력’을 언급하였고, 구약학자 월터 브루그만(Walter Brueggemann)은 ‘예언자적 상상력’을 강조했으며, 평화운동과 갈등조정 전문가 존 폴 레더라크(John Paul Lederach)는 ‘도덕적 상상력’을 주장했다. 이 세 가지 상상력은 각각 다른 영역에 걸쳐 있지만, 기존의 지배적 상태를 탈피하는 노력으로서 대안적 창조성(혹은 상상력)을 통해 기존의 생각과 다른 대안을 발견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예를 들어 브루그만은 “예언자적 목회의 과제는 우리를 둘러싼 지배 문화의 의식과 인식에 맞설 수 있는 대안적 의식과 인식을 끌어내고 키우고 발전시키는 것이다.”3라고 말하며 예언자적 상상력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레더라크는 도덕적 상상력을 “현실 세계에서 도전을 주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직 존재하지 않는 해답을 상상할 수 있는 능력”4이라고 정의한다. 즉 사회의 갈등과 불협화음의 상황을 극복하고 창조적 평화의 프로세스를 만드는 상상력을 강조한다. 상상력의 대안적 인식은 선교적 상상력에도 동일하게 통용된다. ‘선교적’(missional)이라는 말의 의미는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와 긴밀하게 연결된다. 삼위일체 하나님은 그분의 선교를 위해 우리를 그분의 사역지로 보내셨고 우리와 함께 선교하신다. 우리를 보내신 그 사역지에서 우리는 예수처럼 경청와 섬김으로 성육신 사역(incarnational ministry)을 실천해야 한다. ‘교회의 새로운 표현들’은 하나님의 선교를 위해 창조적 대안 의식인 선교적 상상력을 가지고 지역사회에서 경청, 섬김, 사랑, 제자도, 그리고 대안적 예배를 통해 탈교회 시대의 탈기독교인들을 위한 사역에 열심을 다하고 있다. 둘째, 교회의 새로운 표현들은 통전적 사역(holistic mission)을 통해 ‘하나님 나라의 신학’에 초점을 맞춘다. 캔터베리 대주교였던 로완 윌리엄스(Rowan Williams)는 교회의 새로운 표현들을 지지하며 “새로운 표현들은 사회 정의의 문제에 대해 어떻게 대답할지를, 어떻게 교회의 역사적 주류가 고민했던 문제를 해결하고 도울지를 고민해야 한다.”5라고 언급했다. 그는 새로운 표현들의 하나님 나라의 신학에서 현재적 의미를 강조한다. 블루진교회는 지역사회가 경험하고 있는 문제 중에서 가장 시급한 경제 문제에 대해 고민했고, 지역사회 공동체에서 하나님 나라의 신학을 실천하기 위해 킹덤 비즈니스를 실천한다. 블루진교회를 개척한 암스트롱 판사는 필자에게 “우리 교회의 목회 대상은 우리 교회 교인들만이 아닙니다. 지역공동체에 사는 모든 사람들이 우리의 목회 대상이며, 특별히 경제적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킹덤 비즈니스를 실천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셋째, 교회의 새로운 표현들은 ‘360도 경청의 신학’을 실천한다. 교회의 새로운 표현들의 신학적 기초를 제공하는 마이클 모이나는, 경청이란 현실을 재구조화하는 과정이라고 말하면서 ‘360도 경청’을 소개한다.6 그가 말한 360도 경청은 위로는 기도와 말씀 곧 하나님으로부터의 경청이며, 밖으로는 지역공동체 곧 이웃으로부터의 경청이다. 또한 내부적으로는 교인들로부터의 경청이며, 그리고 옆으로는 지역 교회로부터의 경청이다. 이러한 360도 경청을 통해 어떤 선교를 어떤 방식으로 펼쳐나갈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블루진교회의 경우 360도 경청을 통해 셀마 지역에서 사회적 경제를 실천하겠다는 선교 영역을 정하였으며, 그 지역의 실업률에 관해 이웃으로부터 경청하였고, 교회의 시작과 함께 창업센터를 열기로 결정했다. 또한 지역사회와 교회들로부터 경청해서 사역이 겹치지 않도록 노력했다.
교회의 새로운 표현들의 사회학적, 문화적 관점 설스트카페교회(Thirst Cafe Church)는 2007년 11월 영국 캠브리지의 세인트빌립스교회(St. Philip’s Church)가 운영하는 사립학교의 학부모 모임에서 시작되었다. 학부모 중에는 기독교인도 있었지만 탈기독교인들, 소위 ‘가나안 교인’들이 대부분이었다. 차를 마시며 학생들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수 버틀러(Sue Butler)를 중심으로 모이기 시작했고, 지금의 카페교회를 만들어 함께 교제하며 독서, 성서 토의, 제자훈련을 시작하였다. 수 버틀러는 2014년에 영국 성공회 사역자 자격 과정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사역하게 된다. 교회의 새로운 표현들은 너무 다양해서 한 가지 모델로 설명할 수 없지만, 필자는 위의 설스트카페교회를 기초로 교회의 새로운 표현들의 사회학적 관심과 문화적 관점을 언급하고자 한다. 첫째, 교회의 새로운 표현들은 ‘통전적 자본’(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영적 자본)에 초점을 맞춘다. 설스트카페교회의 경우 이 자본들 중 문화, 사회적 자본에 초점을 맞춘 공동체를 만들었다. 처음부터 예배에 초대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학에서 말하는 ‘제3의 공간’(the third place)으로 비기독교인들을 초대해 관계와 신뢰(사회적 자본)를 형성했다. 이에 관하여 미 연합감리교회 총감독 캔 카터(Ken Carter)는 교회의 새로운 표현들이 지역사회 사람들과 사회적 자본(관계, 신뢰)을 만드는 ‘제3의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7 제3의 공간은 누구나 차별 없이, 함께 교제하고 대화할 수 있는 장소이다. 설스트카페교회는 그들의 공간을 ‘문화 자본’을 향유할 수 있는 문화 공간으로 만들었다. 사람들은 그곳에서 함께 독서, 문화, 그리고 성경의 이슈들을 토의하고 나눈다. 폴 틸리히(Paul Tillich)는 『문화의 신학』에서 “공간은 약간의 흙 이상을 의미한다. ‘서로 곁에 있음’이라는 특징을 가진 모든 것이 공간에 포함되어 있다.”라고 강조한다.8 교회의 새로운 표현들은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함께 문화적 자본과 사회적 자본을 만드는 ‘제3의 공간’이다. 둘째, 교회의 새로운 표현들은 공공 사회학과 선교적 공공 교회론에 초점을 맞춘다. 공공 사회학이 ‘위로부터 온 것’이 아닌 풀뿌리의 사회적 이슈에 관심이 있는 것처럼, 교회의 새로운 표현들도 4가지 핵심 가치(선교적, 상황적, 교육적, 교회적)에 초점을 맞추며 공공의 다양한 영역으로 보내진 교회로서, 선교적 풀뿌리 신학인 공공 교회론에 초점을 맞춘다. 셋째, 교회의 새로운 표현들은 탈맥도날드 문화(de-McDonaldization culture)와 관련이 있다. 영국의 유명한 성서학자인 존 드레인(John Drane)은 사회학자 조지 리처(George Ritzer)의 개념 ‘맥도날드화’(Mc-Donaldization)를 인용해 문화를 해석하려고 노력한다.9 존 드레인에 따르면, 교회의 맥도날드화는 현대 시대의 주요한 특징이라 말할 수 있으며 소품종 대량생산에 함몰되어 다양성보다는 대형화를 지향했다고 언급하였다. 그러나 서양 교회는 통계적으로 볼 때 교회 성장의 어려움을 겪어왔으며, 더 이상 대형화에 초점을 맞추는 맥도날드화 교회의 모습을 나타내기 어렵게 되었다. 존 드레인은 영국연합개혁교회(the United Reformed Church), 스코틀랜드교회(the Church of Scotland), 그리고 영국감리교회(the British Methodist Church)가 탈교회 현상으로 2020-37년 사이에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는 표준화된 모델, 한 가지 형태의 대형교회 모델이 현 시대의 포스트모던 문화와 맞지 않는다고 믿는다. 오히려 다양한 전도 대상에 다가갈 수 있는 표현들인 ‘탈맥도날드화 교회들’이 필요하다고 언급하면서 교회의 새로운 표현들을 소개하고 있다. 드레인은 교회의 새로운 표현들의 신학적 근간이 되는 선교형 교회(Mission-Shaped Church) 리포트에 초점을 맞추면서, 교회의 새로운 표현들이 탈맥도날드화 교회의 예라고 강조한다.10 앞에서 소개한 설스트카페교회도 맥도날드화된 교회 문화에서 수용할 수 없는, 다양한 표현 중 하나인 학부모 그룹을 위한 선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나오는 말 한국교회와 신학교 강단은 오랫동안 다양한 목회 사역들과 표현들에 관심을 기울이기보다는 단순한 대형화 모델에 관심을 기울여왔다. 그러나 한국교회는 미래의 사역을 위해 여러 자본의 통전적 결합을 추구해야 하며, 전도의 대상이 변화하는 포스트모던 문화에서 성서적이고 건강한 교회론을 갖고 있는 ‘새로운 표현들’의 출현을 환영하고 수용해야 할 것이다.
1 이 표는 필자가 2016년 1월 영국 셰필드에 있는 처치아미 연구소를 방문했을 때 조지 링스 박사가 언급한 도표를 근거로 보완한 것이다. 제71회 한국실천신학회 정기학술대회에서 필자가 발표한 “인구 절벽시대에 대안적 교회개척: 새로운 교회 공동체들(New Ecclesial Communities) 중심으로”에서 소개한 바 있다. 2 Michael Moynagh, Being Church Doing Life: Creating Gospel Communities Where Life happens(Grand Rapids, MI: Monarch Books, 2014), 13. 3 월터 브루그만, 김기철 옮김, 『예언자적 상상력』(복있는사람, 2017), 51-52. 4 John Paul Lederach, The Moral Imagination: The Art and Soul of Building Peace(Oxford: Oxford University Press, 2005), Ⅸ. 5 Rowan Williams, “Fresh Expressions, the Cross and the Kingdom”, Graham Cray Aaron Kennedy Ian Mobsby eds., Fresh Expressions of Church and the Kingdom of God(London: the Canterbury Press, 2012). 6 Michael Moynagh, Church in Life: Innovation, Mission, and Ecclesiology(London: SCM Press, 2017), 321-322. 7 Ken Carter, “Where We Actually Live and Gather, Network and ‘Third Place’”, The Florida Conference of United Methodist Church(October 6, 2015). 8 폴 틸리히, 남성민 옮김, 『문화의 신학』(Ivp, 2018), 52. 9 John Drane, After McDonaldization: Mission, Ministry and Christian Discipleship in an Age of Uncertainty(Grand Rapids, MI: Baker Academic, 2008), 1-28. 10 John Drane, 위의 책, 47.
주상락 | 미국 애즈베리신학대학원에서 선교학, 전도학을 전공하여 박사학위(Ph.D. in Inter-cultural Studies)를 받았다. 최근 논문으로 “선교적 교회 모델인 교회의 새로운 표현들의 사회학적 함의: 일터교회개척의 질적 연구중심으로”가 있다. 아현성결교회 전도목사이며, 서울신학대학교 강사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