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문을 떠나며..
40년전 어린이 날 1972년 5월 5일, 23살의 청년이 조회대 위에 서서
나만 쳐다보는 아이들과 선배선생님들 앞에서 새빨개진 얼굴로 정신없이 지껄이다
언제 내려왔는지도 모른다.
어리석고 고지식하고 미련하기 짝 없는
작은 입이 비뚤어지도록 떠들며 갸르치는 열정만 있지
세상 출세 점수에는 문외한이어서 약지 못하지만
다만 교육의 선구자가 되고픈, 교육학자가 되고픈
이름 없는 밀알이 되고픈
소외된 아이들을 보듬고픈 생각으로
아침이면 학교로 달려갔던 선생.
이름 없는 들풀에 맺힌 맑은 새벽이슬 같은 황금 젊음이
수 없는 아이들의 가슴과 눈빛을 향해 다 타버리고 말라버린
이 볼품 없는 무지렁이 나그네의 이마에는
이제
무익한 종 노릇밖에 못한 회한과 광야 길 고단함의 물결이 흐르고
청보리 머릿결은 서리 내린 마른 풀 되어
드디어 40년전 나를 반가이 맞이하던 교실문 마저 나를 떠밀어 낸다.
아침 길을 갈 때면 고물장수는 고물이 눈에 띄고
장사꾼은 돈이 눈에 띄지만 선생은 아이들의 꿈을 보고 간다고 생각도 해보았다.
비 오나 눈 오나 눈 부라리며 백묵 하얀 손으로 칠판을 채우고 그 가루로 호흡하던
호롱불 아래 철필로 가리방 긁어 시험을 보고
부서진 나무걸상 뜯어 비닐 걸쳐 어항 만들어 올챙이 관찰을 시키고
고장의 모습을 살핀다고 애들을 여름날 깎아지른 산꼭대기로 끌고 올라가고
허리 차는 장맛물살을 헤쳐 아이들을 안아 개울을 건너주고
숙제 안 해와서 종아리 맞은 여자아이가 아버지와 논에서 가래질하는 것을
퇴근길에 보며 마음이 아팠었고
여름이면 개울에서 아이들과 물싸움하고 겨울이면 아이들과 눈싸움을 하였다.
봄마다 교실 창가에 아이들과 나팔꽃을 심어 희망의 나팔소리에 아침 노래를 불렀다.
과학동산 실험하다 유리삼각플라스크 터져 파편이 팔뼈에 박혀 빼내기도하고
비닐봉투 열기구 띄우다가 양말을 태워먹기도 했다.
자료 만들려고 카터칼 질하다가 왼손 엄지살을 잘라먹기도 하고
과학반 데리고 가다 버스에서 굴러 쳐박혀 갈비가 나가 병원살이 하기도하고
학예회 연극공연 준비하려고 새벽달 뜬 학교 마당을 밟아보기도 하였다.
해마다 겨울방학이면 들어앉아 학급문집 만드는 궁상을 떨어
오늘 드디어 2012년 2월 16일 내 교직 마지막 학급문집을 만들어 아이들 손에 들려주었다.
보리싹 아침이슬 반짝이는 봄날 아침 자전거끌고 산골 분교로 출근하는 고갯길
“ 선생님! 안녕하세요?” 기다리다 고개마루에서 달려 마중나오며
소리치던 아이들의 미소와 메아리! 그 때가 가장 행복하였다!
상록수 역 앞에 묻혀있는 샘골의 열혈 교육자, 민족의 선각자 최용신을 만나며
가슴 불타는 감동을 어찌할 수 없었고
이 사회를 떠받치는 험한 일을 하다 다치고 상하는 어려운 아버지들의 눈물에서
그 자녀들의 꿈을 위해 무엇인가를 해야한다는 것을 가슴에 새겨보기도 하였다.
영전을 축하하는 인사를 주고받는 2월 인사이동 때
이 무능한 선생은 여전히 아이들 책상 줄을 맞추며 올곧게 자라기만 소망했다.
어렵게 살던 옛 아이들이 궁금하다.
새 어미의 학대에 집을 나가 서울에 올라가 파출소 급사로 있으며 야간을 다녔던 아이,
부모가 되어 애들마저 팽개치고 도망가버린 가난한 셋방집 그 아이의 눈물방울,
거기에 비쳤던 내 얼굴이 생각난다. 그 아이는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오늘 내가 이만큼 건강하게 40여년을 그 많은 실수와 어리석음에도 무사히 지내오며
아이들과 함께 살아오게 된 것은, 교실 문을 떠나게 된 것은
모두 오로지 살아계신 하나님의 은혜이며 인도하심이며 도움이시다!
또한 어려운 살림에도 불평 없이, 내가 맘 편히 아이들 가르칠 수 있게
뒷바라지 해주며 사랑해준 나의 영원한 연인 나의 아내 덕이며
나의 참 선생, 실력있는 선생 되기를 깨우쳐 주시고 가르쳐주신 초임발령의 최승규 교장선생님과 그 사모님이신 내 국민학교 1,2학년 때의 은사 신정희 나의 어머님 같으신 선생님의 은혜이다.
또한 엄하신 한학자이자 교육자이셨던 아버님, 교장으로 정년을 하신 나의 교육의 멘토큰 형님과 큰 형수님의 은혜이시다!
이제 떠나기 싫지만 교실문이 나를 떠미니 집으로 가야한다.
그치만 참 아쉽다!
교육학자가 되어 아이들을 가르치며 연구한 교육이론을 우리교육 실정에 맞게 적용하고 정립해 보려던 꿈을 접어야하는 것,
아침이면 아이들을 맞으러 학교로 달려가던 설레임을 끊어야하는 것,
정든 아이들의 그 반짝이는 눈동자와 무궁한 가능성, 순수한 영혼, 생기 발랄한 향기를
저버려야하는 아픔!
또하나의 안타까움은 교육을, 선생님을 우습게 알고 능욕하는 이 세상!
점점 이기적이며 약아빠져 무정하고 타산적인 세태!
선생님들이 소신과 열정을 잃고 주저앉아 있는 교실!
그러나 나는 이 힘 없고 연약한 선생은 떠나지만
나의 교육동지들이여, 세상이 당신들을 배반하고 발을 걸어 넘어뜨리더라도
끝까지 하나님 주신 사명-
하나님이 이 세상에 당신의 뜻을 이루게 하시려 보내신 어린 양들 우리 어린이들의
희망과 용기의 미래를 위해
기도하며 열정을 다시 불 집혀 일어서 용기있게 나아가시기를 간절히 간절히 원합니다!
이 세상은 잠깐 왔다가는 나그네 세상, 하나님 의지하여 아이들의 행복하고 가치있고
위대한 인생을 열어주는 마중물이 되고 밀알이 되어
영원한 시간의 물결위에 빛나는 이름 없는 별이 되시기를!
2012.2.17 퇴임자 양승관
첫댓글 40여년의 외길을 걸어오신래 셔방님 진정한 師道 의 책임을 완수하심을 드립니다. 이제 心身 을 편안히 하시고 마눌님의 재롱을 맘껏 기시와요.
참으로 수고가 많으셨읍니다래 서방님 주마등 처럼 지나간 날들이 우리들 마음에도 스쳐지나갑니다 눈깜박할 사이에 40여년 세월이 긴것같으나 순식간에 날아가듯 가는 세월입니다 그 중심에 믿음이 계셨기에 제자들에게 더 마음깊은 사랑으로 온정성을 쏟으셨을것 같네요 선생님들의 손발을 묶어놓고 그 책임을 묻는다면 어떻게 무슨힘으로 선생님들이 그일을 감당하겠습니까 하나님이 함께 하셨기에 더큰열정으로 후학들을 가르치셨으리라 믿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양승관 선생님 남은 삶 하나님의 인도하심가운데 가정에 평안과 건강과 소원하고 이루고자 하는 일들을 이루며 사시길 소망하면서 애쓰신 선생님께 를 보내드립니다
40년이란 짧지 않은 세월을 한길따라 걸어오신 양승관 선생님께를 보내 드립니다사건사고 많은 세상에서 그 분의 은혜로 여기까지 오셨으니 그보다 더 감사할 일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이제 남은 시간은 그 분의 영광을 나타내며 가족과 함께 샬롬의 축복이
당신의 수고를 먹고 자란 많은 어린싹들이
동량(棟樑)이 되어 세상을 이끌어 갑니다
그를 위해 수고하신 양 선생님께 감사를 드리며
알뜰한 내조로 선생님의 교육을 도운 내친구 진달래의 수고에도 감사를 드립니다
이제
보다 조용하고 또 다른 가치의 세상의 진주를 찾아 내는 아름다운 날을 기대하며
여유와 보람으로 배불리는 복된 날들이 이어지길 기원 합니다
어어제는몰랐는데 오늘읽어보니 눈물이 앞을가리네^^^댓글과 하나님의 여기까지 올수있도록 인도하심에 감사감사^^^
40년동안 열심이 한길을 걸어오셨으니 푹 쉬시게 편하게 자리를 마련 해주세요?
수고 많이 하셨 습니다"""
숙연해집니댜
진정한 사도란 바로 이런것 !
수고하셨습니다
두분 이제 맘껏 보람도 느끼시며 편한 삶을
즐기세요? 짝짝짝짝짝 !!!!
교직에 몸담고 계셧던 40년간~ 그긴 세월의 역사가 한페에지에 애뜻하게 담겻네여!! 수고 하셧습니다~~!!
수고 하셨네요. 7월님이 힌트준 것 식탁에 크게 써 붙이세요.
그게 뭔데요? 이곳에 리바이벌 해봐요.^^
남편님은 하느님과 동급입니다 식탁옆에 써 붙이고 매일매일 보라구요
넹 감사~~마음에새기구 또새기겠습니당^^^
용자씨 양선생님 수고 많으셨읍니다. 양선생님 모시고 양평에 와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