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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태 시 모음 25편
《1》
가까운 사랑
김현태
얼마나 위대한 사랑을 찾길래
그대 여태 길을 가고 있는가
황량한 사막을 지나고
폭풍우 바다를 건넜다 한들
그 사랑을 찾을 수 있겠는가
사랑은 바로 그대의 뒤편에
있다는 걸 잊었는가
한 사람만을 바라보고
한 사람만을 사랑했던
그 누군가가 전봇대에 숨은 채
여태 그대 뒷모습을 그리워했다는 걸
그대여, 정녕 모르는가
그대여, 첫눈이 오는 날
가는 길을 멈추고 부디, 뒤돌아보기를
사랑은 언제나 가까운 곳에
있다는 것을 기억해 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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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걱정하지마 잘 될 거야
김현태
힘들면 잠시 나무 근처의
벤치에 앉아 숨을 고르자
고민해도 달라질게 없다면
딱 오늘까지만 고민하고
내일은 내일의 삶을 살자
꿈을 꾸어도 달라질게 없어도
그래도 내일부터 다시 꿈을 꾸자
웃음이 안 나온다고 해도
그래도 내일부터
그냥 이유 없이 웃기로 하자
힘들다고 술로 지우려 하지말고
아프다고 세상과 작별 할 생각말고
일이 잘 풀리지 않는다고
사람을 원망하지 말고
위기가 닥쳤다고 짜증 내지 말고,
그러려니 하자
좋지 않은 일은 심플하게 생각하고
좋은 일은 길고 복잡하게 자꾸 끄집어내자.
힘을 내자
우리 모두 후회 없이 부딪치자
두렵지만 이겨내자
인생은 다행히 내일도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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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겨울 편지
김현태
그대가 짠 스웨터
잘 입고 있답니다.
입고, 벗을 때마다
정전기가 어찌나 심하던지
머리털까지 쭈뼛쭈뼛 곤두서곤 합니다.
그럴 때면 행복합니다.
해가 뜨고, 지는
매 순간 순간마다
뜨거운 그대 사랑이
내 몸에 흐르고 있음이
몸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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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그대가 없으면 나도 없습니다
김현태
왜 그대인지
왜 그대여야만 하는지
이 세상 사람들이
허락하지 않는다 해도
그대여야만 하는 이유가 내겐 있습니다
한 순간, 한 호흡 사이에도,
언제나 그대가 있기 때문입니다
허공의 옆구리에 걸린
잎사귀 하나가
수 백번 몸 뒤척이는 그 순간에도,
아침햇살의 이른 방문에
부산을 떨며 떠나는 하루살이의 뒷모습에도,
저미는 내 가슴을 뚫고 자라나는
선인장의 가시 끝자락에도
그대가 오도카니 자리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거대한 운명 같은 그대여
죽어서도, 다시 살아도 지울 수
없는 사람아
그대가 없으면 나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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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그대라는 세상
김현태
세상이 내게 무릎을 꿇으라 하면
나는 꼿꼿이 선 채로 끝끝내 버티겠습니다.
그러나 그대가 꽃을 받아 주신다면
내 무릎을, 아니 내 심장까지 접겠습니다.
세상이 내게 슬픔을 던진다면
나는 한 방울의 눈물도 보이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그대에게 작은 상처가 있다면
내 가슴 깊이 흐르는 눈물까지 꺼내어
그대 대신 아파하겠습니다.
세상이 내게 좌절을 강요한다면
나는 칠흙같은 하늘에
다시금 희망의 불씨를 지피겠습니다.
그러나 그대가 이별을 고한다면
그늘과 그늘을 넘나들며
그대로 지리산의 골짜기가 되겠습니다.
내게 그대라는 세상은
하늘이고
땅이고
태양이고
달이고
별이지요.
내게 그대라는 세상은
산이고
물이고
호수이고
강이고
바다이지요.
내게 그대라는 세상은
내 심장을 뛰게 하고
내 삶의 이유가 되고
내 영혼을 담을 수 있고
오직 당신이어야만 하는
이 세상 전부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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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기차가 기적을 울리는 이유
김현태
처음에는 행복했을 것이다.
가는 곳마다 사람들이 반겨주고,
가끔씩 흔들거리는 벼이삭과 눈인사도 나누며,
참새들과 허공을 가르며 달리기 시합도 했던
그때까지만 해도 기차는 참으로 행복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기차의 얼굴에
여드름이 몽글몽글 날 즈음,
기차는 자신의 처지가 답답했던 것이다.
나는 왜 내 길을 벗어날 수 없을까?
새색시 가슴처럼 도톰하게 핀
벚꽃 나무를 보면 잠시라도 가던 길을 버리고
꽃망울에 입 맞추고 싶고,
창가에 달빛 드리운 그런 밤이 오면
철로에서 한 걸음 뛰쳐나와
당장이라도 그대에게 달려가련만.
기차는 사랑에 빠졌던 것이다.
잠시 스쳐 간 이름도 모를 간이역을
기차는 사랑하게 된 것이다.
느끼고 싶어도 만질 수 없고
고백하고 싶어도 이름도 모르는 간이역을.
그래서 울었던 것이다.
내 마음 알아달라고
시작과 끝을 수십 번 오가는 이유도
잠시라도 그대를 볼 수 있기에.
내가 늙어 고철이 되어
한 곳에 자리 잡고 누워야 한다면
민들레 마당을 갖고 있는 바로 그 간이역임을
알아달라고, 기억해 달라고.
기차는 그렇게
기적소리를 내며 목놓아 울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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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긴 인생의 처음은 아침입니다
김현태
오늘 아침에
당신은
무슨 생각을 하셨습니까?
오늘
하루를
어떻게 시작하려고 하십니까?
첫 시작
첫 생각
첫 행동
기분 좋게 시작하십시오
처음이
좋게 시작되면
이후에도 분명
좋은 일이 연이어 일어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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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나이가 든다는 것은
김현태
나이가 든다는 것은,
인생의 무게를 견뎌낸다는 것입니다.
나이를 잊고 산다는 것은,
세월의 허들을 뛰어넘는다는 것입니다.
나이대로 살든, 나이를 잊고 살든,
다 위대한 일입니다.
누구든 세월과 함께
아름답게 물들고 싶어합니다.
시간이라는 빛깔을 품어내는
도자기로 살고 싶어합니다.
방법은,
세월과 싸우지 말고, 꿈과 싸워야 합니다.
세월을 밀어내지 말고, 포기를 밀어내야 합니다.
세월 밑에 주저앉지 말고,
세월 위에서 달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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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내게 다가 올 한 사람
김현태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됩니다.
나 또한 말하지 않겠습니다.
미워서..미워서 그런 게 아닙니다.
그렇습니다.
사랑이란, 말하고 싶은 말을
말하지 않아야 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모른 척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자라나는 선인장 가시처럼..
때론 가만히 지켜 봐 주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느낌만으로도 서로의 마음을
다 아는 것처럼 손을 내주고
마음을 포개면 안됩니다.
더디고 약간은 천천히
서두르지 않는 사랑이
더욱 값진 사랑으로 가는 유일한 방법이기에
굳이 우리 말하지 맙시다.
사랑한다고 너뿐이라고
쉽게 내뱉지 맙시다.
넘치지도 않고 모자라지도 않은
그리하여 시작도 없으므로 끝도 없는 그런
더디고 질긴 그리움만을 가슴에 새깁시다.
서로 사랑하는 고슴도치도
어느 정도의 거리를 두기 마련입니다.
좋다고 이쁘다고 무턱대고 자신의 소유로 하려 한다면
결국엔 서로에게 치유 할 수 없는 상처를 주기 때문입니다.
이 사람이다.
이 사람이 아니라면 죽어도 좋다
터져버릴 것 같은 운명
이 사람이 아니면 두 번 다시는
사랑 할 수 없을 거라 느껴지는
그런 날이 오기 전에는
우리 사랑을 조금만 가슴속에 숨겨 둡시다.
사랑이 가볍지 않게 영혼이 거볍지 않게
그렇게
내게 다가 올 내 한 사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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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눈물 물고기의 사랑
김현태
눈물에서만 산다는 물고기
눈물 물고기
눈물이 마르면
곧장 숨을 헐떡이고 마는,
그리하여
상처 지닌 사람들의 가슴만을
찾아 헤매는
슬프고 가련한 무지개빛 비늘
이제 누구의 가슴으로 갈 것인가
평생토록 물장구 쳐도
다 닳지 않을,
내 안에 눈물 물고기가 산다
그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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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다짐하며 되새기며
김현태
세상살이가
내 마음 같지 않다.
눈물 쏟게 만드는 일,
주저앉히는 일,
가슴 치며 원통한 일,
짜증나고 고달픈 일이
수시로 일어난다.
그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받는다.
그 누구 하나
위로해 줄 사람 없고
내 마음과 같은
사람이 없다는 걸
문득 느낄 때가 있다.
그렇지만 어찌할 건가.
울고 있을수만은 없다.
내 인생이니까
내 한번 뿐인
인생이니까.
흐트러진 마음을
다시 추슬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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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당신은 우리의 내일입니다
김현태
이미 당신은 누군가에게 꿈과 희망의 존재입니다.
당신이 힘들고 지치면 거리낌없이 주저앉고 말겠지만
그건 당신의 일만이 아닙니다.
당신이 좌절하는 순간,
당신을 지켜보고 있는 수많은 꿈들도
덩달아 쓰러지고 눈물짓습니다.
당신은 우리의 빛입니다.
당신은 우리의 삶입니다.
설령 당신이 가고자 하는 길이
아무도 가 보지 않은 힘겨운 첫 길이라 해도
당신은 그 길을 가야 합니다.
때론 고독하고 외롭고 눈물겹겠지요.
하지만 그건 더더욱 그 길을 가기 위한 채찍일 뿐,
당신은 반드시 이겨내야 합니다.
당신은 반드시 세상을 밝히는 등대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당신을 믿습니다.
우리는 당신을 내일이라 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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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바보 같은 약속
김현태
첫눈이 오는 날에 만나자고 한 약속
그대여 아직도 유효한가요.
해마다 겨울이 오면
그대가 남긴 말 때문에
겨울의 문턱은 늘 설렘으로 시작됩니다.
전봇대에 내려앉은 구름 떼를 바라보며
눈꽃이 피어나길 얼마나 기다렸는지
그대는 아시나요.
첫눈이 온다 해도 차마 볼 수가 없어
방안에서 오도카니 앉아 있는
바보 하나 있음을 그대는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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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사람이 참 그립습니다
김현태
막차를 타고 돌아오는 길,
오늘따라 유난히 매번 지나던 길이 새삼 낯설게 느껴집니다
새끼손가락만큼 열린 차창 사이로 밀려 들어오는 바깥 세상,
하나 둘 가게의 불빛은 점점 희미해지고 달님조차
구름 뒤에 숨어 순식간에 사람들의 가슴 속에 어둠이 드리웁니다
어둡다는 것, 그건 쓸쓸함의 시작인가요
낮 동안에 함께 웃음을 주고 받던 수많은 거리의 사람들,
일회용 커피를 마시며 삶의 무게를 내려놓았던 동료들,
출근길에 어깨를 부딪히며 아직도 졸린 나의 하루를
서둘러 깨웠던 익명의 사람들,
그 많던 사람들은 지금 어디로 다들 사라졌는지,
어느 곳으로 숨고 말았는지,
가을 거리에는 쓸쓸한 발자국 몇 개만 비뚤비뚤 남아 있습니다
나는 지금 집으로 가고 있습니다
아니, 잠시 자그만한 섬에 홀로 여행을 떠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소금 냄새에 이끌려 덜컹거리는 버스를 타고 아무도 없는 섬,
그 불 꺼진 섬에 가는 중입니다
갈매기의 발목에는 꽃편지가 묶여 있고
물 위에는 누군가가 던져 놓은 그리움의 파문이
아직도 흔들거리는……
하지만 쓸쓸합니다
이 계절에는 혼자라는 사실이 참 불편합니다
울고 싶을 때 기댈 가슴 하나 없고
기쁠 때 서로 미소를 건넬 얼굴 하나가 없는 까닭입니다
이게 바로 쓸쓸하다는 것이구나, 새삼 입가에 쓴웃음이 머뭅니다
한때는 사람이 싫어서, 사람이 지겨워서
그 둘레를 벗어나고자 몸부림을 친 적이 있었지만
막상 그 틀을 벗어나면 다시 사람이
그리워지는 건 왜 그런지,
천상 나도 사람인가 봅니다
그렇습니다
사람이 사람을 그리워해야 정말 사람인 것이지요
그러기에 나만의 섬, 나만의 바다, 나만의 갈매기는
더이상 의미가 없습니다
사람들 안에 내가 있고 그대가 없으면 나도 없기에...
사람이 그립습니다 비가 오려고 폼 잡는
이런 날에는 정말이지 사람냄새가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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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사랑하는 당신에게 드리는 글
김현태
하루에도 몇 번씩
생각나는 사람이 있습니다
얼굴만 떠올려도 좋은 사람
이름만 들어도
느낌이 오는 사람
아침 내내
그렇게 그립다가도
언덕 끝에 달님이 걸린 그런 밤이 되면
또다시 그리운 사람
내 모든 걸 다 주고 싶도록
간절히 보고픈 사람
그런 사람이 있습니다
그 사람을 알고 부터
특별할 것 없는 일상에
행복이라는 단어가 작은 파문으로
일렁이기 시작합니다.
길을 가다가
혹여 하는 마음에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되고
매일 오가다 만나는
집 잃은 고양이들도 오늘따라
유난히 귀여워 보이고
지하철역에 있는
대형 어항 속의 금붕어도
이제 외로워 보이지 않습니다.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그 그리움이 사랑으로 자라고
그 사랑이 다시
사람과 사람간의 좋은 인연으로
이어질 때 이것이
이것이야말로
힘겹고 괴로운 삶이라도
우리가 참고 견디는 이유였음을
그리하여
세상에 숨겨진 아름다운 것들을
발견하고 가꾸는 것이
또 하나의 큰사랑임을 알았습니다
한 사람만을 알고
사랑을 배우고
진짜 한사람만을
더 깊이 배우는 그런 삶이
행복합니다.
사랑을 알게 한 당신
정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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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사이
김현태
섬과 섬 사이에는 눈물이 있고
꽃과 꽃 사이에는 나비가 있고
별과 별 사이에는 작은 어둠이 있습니다.
가도 가도 끝을 가늠할 수 없는
수평선 너머 같은 그대
그대와 나 사이엔 그리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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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섬은 모를 거야
김현태
섬은,
늘 저 혼자라고 생각하겠지
매일 밤 물고기들이 물살을 밀어내며
저를 지켜준다는 걸
섬 자신만은 까마득히 모르겠지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서 보고파,
빛을 던지는 등대의 맑은 마음도
섬은, 모르겠지
어쩜 섬은,
오래된 친구가 필요할 거야
갈매기는 외로울 때만 섬을 찾아가니까
섬은,
자신이 발끝을 세웠기에
바다에 떠 있다고 생각하겠지
매일 밤 갈매기가
수평선 너머로 던진
돌멩이가 쌓이고 쌓여
하나의 섬이 되었다는 걸
섬 자신만은 까마득히 모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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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고백
김현태
고백은 늘 서툴기 마련입니다.
아무 말도 꺼내지 못하고 머뭇거리다
그저 도망치듯 뒤돌아 왔다고 해서 속상해 하거나
자기 자신에 대해 실망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 세상에서 사모하는 사람 앞에서
자신의 마음을 완전하게
표현한 사람은 극히 드물 겁니다.
저 멀리서 언제나 뒷모습만 흠모하다가
정녕 그 사람의 앞에 서면
왠지 그 사람이 낯설기에 순간,
한없이 부끄럽고
초라해지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고백은 그 자체로 이미 완벽함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서툴면 서툴수록 고백은 더욱 완벽해집니다.
아무 말도 건네지 못한 채 그저 머리만 긁적이다
끝내는 자신의 머리를 쥐어박으며 돌아왔다면
그것만큼 완벽한 고백은 없을 겁니다.
그것만큼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표현한 건 없을 겁니다.
사랑한다고 사랑해 미칠 것 같다고
굳이 전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언제부턴가 당신만을
그리워하고 사랑하게 되었다고
굳이 말하지 않아도 상관없습니다.
고백은 말을 전하는 게 아니라
당신의 간절한 그리움을
사랑하는 사람의 곁에 살포시
내려놓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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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소외된 것들을 위하여
김현태
모두 다 꽃만을 기억할 뿐
그 꽃을 담고 있는 꽃병을 알아주지 않는다
모두 다 별만을 올려볼 뿐
별과 별 사이의 어둠은 있는지도 모른다
모두 다 연극배우에게만 박수를 보낼 뿐
무대 위에 대못으로 박아 세운 소나무 소품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모두 다 엘리베이터의 고마움만 알 뿐
계단의 우직함은 모른다
모두 다 흔들거니는 갈대를 사랑할 뿐
갈대밭에 사는 바람을 기억하지 않는다
모두 다 이루어진 사랑만 축하할 뿐
이루지 못한, 그리움만 간직한
애달픈 사랑은 까마득히 알지 못한다
☆★☆★☆★☆★☆★☆★☆★☆★☆★☆★☆★☆★
《20》
아침인사
김현태
갑자기 꼬리처럼
흔들거리는 햇살을 잡고
야트막한 공원에 산책을 간다
좁은 길목에서 만나는
오가는 사람들
모두 다 오래 사귄 벗처럼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가벼운 인사를 건넨다
가슴이 뜨거운 사람은 주저 없이 '안녕하세요' 말하고
눈빛이 맑은 사람은 눈가에 웃음을 만들어 던지며
손가락이 긴 아가씨는 가볍게 손을 살짝, 흔들다
좁은 길목에서 만나는
오가는 인연
이젠 내가 그들에게 인사를 건넬 차례다
좋은 아침입니다, 라고 할까,
작은 눈을 찡그리며 눈인사를 건넬까,
날이 갈수록 마디가 굵어지는 손가락을 보일까,
망설이다가, 고민하다가
이내
잠이 덜 깬 것처럼
꾸벅, 꾸벅 머리를 숙이며 걸어간다
☆★☆★☆★☆★☆★☆★☆★☆★☆★☆★☆★☆★
《21》
어디까지 가야 그대입니까
김현태
저 길모퉁이 돌아가면
그대 숨결 성큼 오시려나
가슴 언저리에 가슴을 묻고
발길을 재촉합니다
여기인가
그대 사라진 끝이 여기인가 했더니,
어느새 길은
또 하나의 모퉁이를 잉태하고
지평선 너머로 줄행랑칩니다
길의 끝은 있기나 한가
그대의 끝은 어디인가
언제나 그렇듯 모퉁이를 돌아서면
가장 먼저 맞닥뜨리는 건
몇 발자국 앞서간 내 그리움뿐
더디게, 참 더디게
견디며, 참 오래 견디며
그토록 발이 부르텄건만
그대는 없고
바람에 기댄 민들레 한 송이만
그대여, 어디까지 가야 그대입니까
오늘도 못난 사내 하나
길모퉁이에서
오도카니 앉아 있습니다
☆★☆★☆★☆★☆★☆★☆★☆★☆★☆★☆★☆★
《22》
인연이라는 것에 대하여
김현태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인연이란
잠자리 날개가 바위에 스쳐,
그 바위가 눈꽃처럼 하이얀 가루가 될 즈음,
그때서야 한 번 찾아오는 것이라고
그것이 인연이라고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등나무 그늘에 누워
같은 하루를 바라보는 저 연인에게도
분명, 우리가 다 알지 못할
눈물겨운 기다림이 있었다는 사실을
그렇기에,
겨울 꽃보다 더 아름답고,
사람 안에 또 한 사람을 잉태할 수 있게 함이
그것이 사람의 인연이라고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나무와 구름 사이
바다와 섬 사이
그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수 천, 수 만 번의 애닯고 쓰라린
잠자리 날개 짓이 숨쉬고 있음을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인연은,
서리 처럼 겨울 담장을 조용히 넘어오기에
한 겨울에도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 놓아야 한다고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먹구름처럼 흔들거리더니
대뜸, 내 손목을 잡으며
함께 겨울나무가 되어줄 수 있느냐고,
눈 내리는 어느 겨울밤에,
눈 위에 무릎을 적시며
천 년에나 한 번 마주칠
인연인 것처럼
잠자리 날개처럼 부르르, 떨며
그 누군가가 내게 그랬습니다.
☆★☆★☆★☆★☆★☆★☆★☆★☆★☆★☆★☆★
《23》
좋은 인연인 당신
김현태
좋은 인연인
당신을 만나 행복합니다
우리가
어떠한 모습으로
어떠한 인연인지는 몰라도
이렇게 좋은 하루 속에
함께 할 수 있음에
감사한 마음을 가져봅니다
좋은 마음 나누며
웃을 수 있다면 더 이상의 생각들은
않기로 합니다
늘 좋은날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속에
당신에게 전해질
간절한 마음으로 바랄뿐
이 글이 당신에 마음에
작은 힘이 되고 위안이 된다면
저는 너무 행복하겠습니다
세월이 흐르면
우리도 기억 속에 잊혀지겠지요
하지만 그 기억 속에
우리가 함께한 마음들은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세월이 흘러 흘러
추억 속에 남을
나의 소중한 인연인 당신
이렇게 마음 나눌 수 있음에
감사 드립니다,
그리고 오늘의 감사함을
우리 마음껏 행복하게 살아요
3000 번의 옷깃의 인연이
한번의 만남으로
이어진다고 하지 않았던가요
당신과의 큰 인연
내 안에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특별한 인연을
고이고이 간직하겠습니다
환한 미소 뒤에
슬픔일랑 가슴 한켠에 묻어버리고
나와 함께 하는 시간은
예쁜 마음으로
맑고 행복한 웃음만이
얼굴에 가득할 수 있길 소망하며
당신에게는
내 사랑 받을 그럴 자격 이
충분히 있는
이 세상에 선택된 사람입니다
하루가 열리는 아침부터
당신이 잠드는 늦은 밤까지
옆에서 늘 지켜주고
언제나 행운이 가득해
얼굴엔 방글 방글 웃음꽃으로
당신의 하루 하루가
행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렵니다
사랑하는 당신
당신과 나의 만남이 다하는 그 날까지
내 사랑 다 받고 가세요
☆★☆★☆★☆★☆★☆★☆★☆★☆★☆★☆★☆★
《24》
행복을 담는 그릇
김현태
가진 것이 부족해도 행복한 사람이 있습니다.
김치 한 조각으로 밥을 맛있게 먹고
누더기 옷 한 벌인데도 입으면 빛이 나고
낡은 시집 한 권을 가졌을 뿐이지만
위대한 영혼을 가진 사람이 있습니다.
행복은 어디서 오는 걸까요.
멀리 있지 않습니다.
바로 마음에서 생겨납니다.
행복을 좇는 자는 결코 행복을 잡을 수 없으며
생활에 충실하고 성실한 자만이
행복을 누릴 수 있습니다.
가진 것 없이 행복해지는 방법, 그건 참 간단합니다.
행복을 찾기위해 소매를 걷지 말고
무엇보다도 먼저 마음속 허욕을 버린다면
그만큼 행복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은 커집니다.
☆★☆★☆★☆★☆★☆★☆★☆★☆★☆★☆★☆★
《25》
흔들림 없는 사랑
김현태
사랑은 애원해서도 안되고
요구해서도 안됩니다.
자기 자신 안에 확신이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사랑의 기쁨이란
끝없는 관용과 용서 속에서
아주 드물게 찾아오는 손님과도 같습니다.
사랑을 자꾸만 확인하고 확인 받기를 원한다면
자칫 포장된 사랑과 거짓된 사랑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굳이 사랑하느냐고 이제 묻지 마십시오
그냥 믿음으로 그 사랑을 안아 주십시오
사랑은 믿음으로부터 나오고
그 믿음은 흔들림 없는 사랑을 부릅니다.
사랑은 마음 안에 있기에,
그 마음을 다 헤아릴 수 없기에
더 애틋하고 소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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