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커스 하면 떠오르는 것들. 사회자의 비장한 멘트와 긴장감 높여주는 북소리, 까마득히 높이 떠있는 공중그네와 조련된 사자들... 그런데 오랫동안 공식처럼 이어져 왔던 이런 서커스의 레파토리를 과감하게 깬 ‘서커스’가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들은 당연한 공식들을 버리고 대신 음악과 조명, 무대구성과 이야기를 예술성 있게 조합해 세계 최고의 서커스로 거듭났다.
최근 국내 공연을 시작한 캐나다 태양의 서커스 ‘퀴담’은 유별난 공연이다. 사라져가고 있던 서커스란 장르를 관객 입맛에 맞춰 세계 100대 기업에 포함됐고, 성공적인 블루오션 사례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서커스 말고도 볼 게 넘쳐나는 요즘 시대에 싸지 않는 공연료와 시간을 지불하며 이들을 찾게 하는 힘은 무엇일까. 이는 잠실에 세워진 그들의 빅 탑을 가보면 알 수 있다.
<사진: 마스트엔터테인먼트>
똑 같은 공연이라도 어떤 음악과 어떤 색감과 조명으로 어떻게 구성하냐에 따라 그 차이는 크게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을 이 공연을 보여주고 있다. ‘퀴담’은 여자아이와 부모가 있는 조용한 집 안에 퀴담(익명의 행인)이 방문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공연 전체를 꿰뚫고 있는 퀴담과 환상의 세계, 그리고 서로간의 벽을 허무는 이야기는 단순히 기능적인 서커스 이상을 접했다는 포만감을 선사한다.
물론, 기술적으로도 이들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빅탑 천장에 설치된 구조물에 걸린 줄과 천을 이용한 묘기는 감탄이 절로 나오게 힘있고 아름다우며, 두 사람 몸을 이용해 만드는 절묘한 동작과 구조는 그 웅장한 음악과 함께 보고 있자면 소름이 돋는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공연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적절한 타이밍에 터져 나오는 환상적인 음악과 진짜 미지의 세계에 온 듯한 무대장치와 의상, 천장을 유유히 날아다니는, 요정으로 분한 배우들, 그리고 형형색색의 색감과 짜임새 있는 스토리 때문이다. 서커스 기술을 넘어선 예술을 선사하기에 관객들은 열광하는 것이다.
서커스 공연 패러다임에 혁신을 일으킨 이들의 공연은 그만큼 환상적이고 아름답다. 하지만 이를 가능하게 한 생각의 전환이 더 빛난다고 느끼는 건, 우리나라에도 명맥을 이어가는 서커스가 있고, 그래서 우리도 저런 공연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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